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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채점교수들이 전하는 ‘논술 비법’
“남들과 다르게 써라”
논술의 맥 ......................................................... 엘리트 글쓰기 논술 교실 / 다음카페 e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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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시험에는 정답이 없다. 서울대 등 주요 대학들이 2008학년도 입시부터 논술비중을 늘리기로 했지만 논술은 출제 영역이나 평가 기준이 없다. 수험생들은 그래서 더욱 막막하기만 하다. 서울대 입시 논술을 채점했던 교수들은 어떤 답안지에 높은 점수를 주었을까? 인문대 교수 2명과 공대 교수 1명 등 실제 논술 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평가한 교수들을 만나 논술 시험을 잘 보는 법을 물었다.
교수들의 답변은 간단했다. 말하려는 내용을 정확하고 명쾌하게 적은 답안지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이다. 특히 점수를 잘 받으려면 논술을 암기식 시험공부로 전락시키는 ‘학원 논술’부터 그만두라고 충고했다. 또 많이 읽고 쓰고 토론하는 것만이 논술을 잘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강조했다.
교수들은 일제히 논술 학원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들은 학원의 교습법이 객관식 정답만 찾는 입시에서 탈피하자는 논술 시험의 도입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판에 박힌 주입식 교습을 받은 답안지와 자신만의 주장을 펼치는 답안지는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다.
인문대 A교수는 올해 채점을 하면서 학원식 교습의 문제를 경험했다. 그는 “나도 문학작품은 꽤 읽었다고 자부하는데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문학작품을 비유로 든 학생들이 많았다”며 “학원에서 배운 학생들은 서론부터 본론, 결론에 이르는 문장 서술형식도 비슷해 높은 점수를 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인문대 C교수는 “인문대학에서 논술을 잘하지 못하는 학생은 결국 공부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하루빨리 학원식 주입 교육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시 1단계를 통과한 학생들이 1주일 단위로 합숙하면서 교육을 받았는데 평소 논술 연습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는 무리였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입시학원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서는 논술을 작문 시험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학교 논술 교육에 만족하지 못한 학생들이 학원으로 쏟아져 들어오면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하기가 힘들었다”고 해명했다.
C교수도 일선학교의 논술 교육 능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올해 우리 학부 신입생 중 70∼80%가 논술학원을 다닌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학교에서 학원 강사들에게 아이들의 논술 답안지를 보내 첨삭을 부탁한 사례도 있다”고 꼬집었다.
좋은 점수 받는 논술
논술은 수필이나 소설이 아니다. 군더더기 없이 주어진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자신의 의견을 전달해야 한다. 교수들은 논술을 자신의 의견을 남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글이라고 정의했다. 이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쉽게 읽히고 글 말미에서는 채점자가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정도로 납득하기 쉬워야 좋은 글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창의적인 논리 전개에 큰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그는 “출제자가 의도한 큰 틀의 논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창의적인 논리를 펼친 글에는 높은 점수를 줬다”고 말했다.
문장구조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맞춤법이나 비유가 적절하게 사용됐는지, 글자수가 넘지 않는지 등도 중요한 체크 포인트다. C교수는 “주어가 없는 문장이 튀어나오거나 복문이 많은 경우가 있는데 모두 감점 대상”이라며 “멋들어진 문구나 부사가 남발하는 경우는 채점자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인터넷 용어,비문 사용도 감점
최근에는 인터넷 용어나 불필요한 의견을 쓰는 수험생들이 부쩍 늘었다. 교수들은 올해 치른 논술고사에서는 10명 중 1명 정도가 이런 실수를 저질렀다고 전했다. 논술의 형식조차 갖추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A교수는 “10%의 수험생들이 인터넷 게시판에 쓰듯이 말 줄임 단어를 쓰거나 ‘^^’나 ‘ㅋㅋ’,‘ㅎㅎ’와 같은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심지어 일부 수험생들은 잘못 쓴 부분을 찍찍 긋고 ‘선생님, 시간이 없어서요. 용서해 주세요’ 등의 의견을 써놓기도 했다”면서 “이런 사례에는 모두 낙제점을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B교수는 답안지가 읽기 편하고 수정한 부분이 적을수록 좋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쁜 글씨나 읽기 편한 글씨체는 당락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악필보다는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답안지에 수정한 부분이 너무 많으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채점 교수들끼리 감점을 주기로 약속한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많이 읽고, 쓰고, 토론하라
교수들은 논술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는 평소 생각하는 습관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C 교수는 독서를 강조했다. 그는 “시중에서 논술교재라며 고전을 짧게 요약한 책을 파는데 논술은 내용을 아느냐를 재보는 시험이 아닌 만큼 시간이 들더라도 지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충고했다. A교수는 읽는 것만큼 쓰는 연습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B교수는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어서 토론 능력이 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험생들의 논술 답안지를 읽어보면 지식은 많지만 설득력은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만의 생각이 담긴 글은 호소력이 있지만 남의 글을 외워 쓰는 논술은 억지스럽기 마련”이라며 “평소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토론을 자주 해보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볼 것”을 추천했다.
서울대 논술 채점은 이렇게 한다.
교수들은 논술 채점이 주관적일 수밖에 없지만 잘 쓰고 못쓴 답안지는 정확하게 구별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채점 교수로 선발된 교수는 3명으로 한 팀을 이룬다. 같은 학과 교수들이 한 팀을 이룰 수도 있고 다른 대학 교수들이 팀을 이룰 수도 있다. 이들은 채점을 하기 전 무엇을 중심으로 평가할 것인지 협의한다. 협의 전에는 논술 출제 교수들이 제시한 모범 답안지를 미리 숙지한다. 답안지는 100점 만점으로 채점된다.
채점 교수들은 다른 교수들이 몇 점을 줬는지 모른 채 입학관리본부에 가서 주어진 답안지 마다 점수를 매긴다. 3명의 교수가 매긴 최고 점수와 최저 점수의 차이가 10점 이상이 나면 입학관리본부에서 채점 교수들을 다시 불러 점수를 재조정하게 한다. 이들은 또 한 답안지당 평균 10여분의 채점 시간이 걸린다고 답했다.
A교수는 “학생의 미래가 걸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신중하게 기준에 맞춰 평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면서 “올해 정시모집에서 교수 3명이 매긴 점수 차이는 크게 나봐야 100점 만점에 2∼3점 정도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논술 출제 방식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교수도 있었다. B교수는 “그동안 여론의 눈치를 살피느라 문제도 일본식을 따라하는 등 정형화된 측면이 있었다”면서 “어떤 문제를 내야 할지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논술 학원 안 가본 서울대 합격생들
인문대학 3학년 황모(26)씨와 생활과학대학 신입생 송모(19)양은 논술 학원에 다니지 않았다. 이들은 형식은 따르되 논술 내용에서 점수를 따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황씨는 평소 글자 수에 맞춰 글쓰는 연습과 맞춤법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그는 “논술 채점 교수들이 비슷한 답안지를 보면 평균 점수밖에 주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고 창의력 있는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했다”고 말했다.
송양은 “학원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겉도는 것들이어서 논술 준비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서 “대신 대학들이 공개한 논술 모범답안을 외우듯이 꼼꼼히 챙겨 보았다”고 소개했다. 송양은 한 가지 주제에 대한 다양한 사고를 할 수 있게 도와준 ‘신문 활용 교육(NIE)’을 권하기도 했다. 송양은 또 “평이한 글로는 어차피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어 서론을 최대한 줄이거나 본론에서 결론을 언급하는 식의 새로운 글쓰기를 시도한 게 합격하는 데 주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부터 다독·다작 습관을
초등학교 때 읽고 쓰기에 흥미를 붙이지 못하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격차를 좁히기 힘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다독·다작’은 학년에 상관없는 제1원칙이다.
초등학교 1~2학년 때는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글쓰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말이나 그림으로 대신한다. 또래끼리 한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얘기하거나 부모와 대화하는 기회를 늘린다.
3~4학년부터는 세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는 훈련이 필요하다. ‘세상이 어떤 것이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소한 것도 의심해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부모가 아이에게 ‘쓰레기 분리 수거는 왜 할까’ 같은 질문으로 자극을 주는 게 좋다.
5~6학년은 본격적으로 읽기·쓰기에 돌입하는 단계다. 무조건 많이 읽으라는 강요는 금물. 좋은 책을 정독해야 한다. 10권을 읽는 것보다 1권을 꼼꼼히 읽고 고민해보는 게 좋다. 책을 읽은 후 토론과 글쓰기를 통해 반드시 ‘자기화’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일기쓰기, 자기만의 문집 만들기도 좋은 방법이다.
◆중등, 신문읽기로 근거펴는 연습을
전문가들은 “중학교 때야말로 좋은 책을 물리도록 읽어야 할 시기”라고 입을 모았다. 어느 정도 이해력이 생기는데다 대입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문학과 역사 철학 서적을 ‘6:2:1’의 비율로 읽는 게 좋다. 문학작품은 시공(時空)을 초월해 인간이 안고 있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를 다루기 때문에 통합논술을 준비하는 데 가장 좋은 읽을 거리다.
초등학교 때 자기 생각을 거리낌없이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면 중학교 단계부터는 ‘근거가 있는’ 자기 생각을 펼치는 훈련을 해야 한다. 책을 읽은 뒤 알맹이 없는 ‘느낌’만 늘어놓기보다는 한 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근거를 펴는 연습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신문 읽기’를 추천했다.
단 너무 시사적이고 전문적인 것보다 중학교 수준에서 이해할 수 있고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는 이슈를 다루는 게 좋다. 학교 교과와 관련된 주제를 택해 배경 지식을 넓히면서 논술을 써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논술형식에만 얽매이지 말고 인터뷰나 기사형식으로 다양한 글쓰기를 시도해 본다. 중학교 때부터 독서와 글쓰기의 ‘부익부·빈익빈’이 심해진다는 것을 잊지 말자.
◆고등, 흐름이 긴 책을 읽어라
1학년 때부터 대학별 논술 유형을 따라가기보다 텍스트를 제대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상위권 대학 논술 채점자들은 응시자의 대부분이 주어진 제시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글을 잘못 이해하면 아무리 좋은 글을 써도 헛일. 통합교과형 논술은 문제마다 평가하려는 게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는 사고력이 필수다. 수능에 나오는 짧은 글뿐 아니라 흐름이 긴 책들을 읽어야 한다.
문학·역사·철학을 1:2:6으로 읽는다. 독서는 다양한 인용거리를 만들어놓기 위한 배경 지식을 익히는 방법이기도 하다. 대입 논술에서 인용은 생각의 깊이와 독서량을 돋보이게 하는 기법이다. 단 천편일률적인 인용이 아닌 자신이 공감하고 재해석한 인용구만이 설득력을 높인다.
고2~3은 한 문장이라도 핵심만 밀도 있게 쓰는 훈련에 집중한다. 교과서의 매 단원 말미에 나오는 주관식 심화문제를 놓고 한 단락으로 자신의 생각을 쓰는 연습을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논술은 교과 공부와 별개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또 기출(旣出)문제를 화두로 삼아 문제 하나하나에 1~2주 정도의 시간을 갖고 관련 자료를 찾아 읽으며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는 것도 좋다. 그 결과를 소논문 형태의 글로 정리해보자. 엉뚱한 생각을 늘어놓는 게 창의력이라고 이해하면 곤란하다. 통합교과형 논술은 지문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즉 한 문제에 대해 얼마나 깊이 있고 다각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는 시험이다.
문> ‘남들과 다르게 써야만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 말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논술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1,200 자 ~1,300자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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