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10시 50분
반월성,
나를 집에 데려다 줄
마지막 버스를 기다립니다
이제는 이 길이 그다지
낯설지만은 않은 시간으로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도
내리는 이들도
다닥 다닥 붙은
버스 안 벽보와 광고 만큼이나
늘 나와 함께 가는 붙박이처럼
되었지요 또
반월성,
나역시 어느새
당신읕 닮아버린 것인지
영혼이 아프지 않고는
긴 잠에서 깨어날 수조차 없다니
시리고 시린 진혼의 시간
천년 이상의 무지의 잠에서 깨어나
그동안 이렇게 나를 낳아 키워낸 이들의
순수 가슴으로 크게 눈읕 뜨면
뚜벅 뚜벅 내곁으로
더 가까이 다가서는 그대가 더욱
선명하게 잘 보입니다
더구나 가장 급박한 시간에
가장 순수의 아주 귀한 사람을 얻어
사랑하게 되었으므로
솜방망이처럼 부드럽게
당신을 두들겨 패서라도 그댈 온전히
함께 끌어안게 된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
여기서 내가 자란 가야 땅 까지는,
여기서 경주릍 거쳐 부산역 까지는,
여기서 남한강을 거쳐 서울과 제주까지는
과연 얼마쯤이나 되는 지
내 영혼의 주인으로부터
그 주인의 주인에 이르기까지
천년의 고방에서 저 가야(伽倻) 땅
화장(化粧)하던 여자의 어머니
그 슬픈 순장(殉葬) 묘 자리 하나 건져
이제나마 화장(火葬)해주고 나니
천년 가야금소리 예까지 징하게 들린다
아니, 울며 뒤채며 여기까지 온다
지산리 34호 고분보다
큰 걸신 들린 입으로 시방까지 불어대는
바람이고 뭐고 다 쥐고 삼키는
그 여자도 그대도
시종일관 내세(來世)의 바람인가? 혹
아무튼
오늘 밤은 참으로 기묘하고도
기묘하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