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샘물, 그 샘물에 담가 두었던 수박과 참외, 느티나무의 넉넉한 그늘, 평상 위에 깔린 돗자리, 부채와 그늘바람, 거기에 매미 울음소리까지 곁들여 들으면, 무더운 여름에 누릴 수 있는 시원한 조건들은 얼추 다 갖추어진 듯 합니다.
여름이 한 것 달아올랐습니다. 짝을 부르는 매미 소리가 창공을 깨트릴 듯 애절합니다. 한 달 여의 생애 중, 일주일정도 주어지는 구애의 기간이기에 매미들도 그렇게 절박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매미소리 하면 농촌, 어촌, 산촌을 떠올리지만 휘황한 불빛에 반응해 밤에도 울어 대는 도심 매미 소리는 ‘시원스럽게 울어 제키는’ 이라는 찬사에서, ‘시끄럽게 울어댄다.’는 평판, 힐난의 대상으로 명예가 실추 당했습니다. 도심에서 울어대는 매미 소리가 시끄럽다 하지만 그만한 소리가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인공의 소리라면 더더욱 못 견딜 일일 것입니다.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물자원관 사이트에서 열두 종류의 매미 소리를 들었습니다. 털매미, 늦털매미, 말매미, 참깽깽매미, 유지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소요산매미, 세모배매미, 호좀매미, 풀매미, 매미들은 저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데 특히 참매미와 말매미의 주파수는 각각 4(㎑)킬로헤르츠와 6킬로헤르츠로 사람 귀에 가장 잘 들리는 대역이라 더욱 시끄럽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깊은 산속에 사는 세모배매미는 우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사람이 들을 수 없는13킬로헤르츠의 주파수대의 소리를 내기 때문입니다.
도심 소음의 주범으로 괄시 받는 소리의 주인공은 주로 ‘맴맴맴’하고 우는 참매미와 떨림 파장을 곁들인 고음을 유지하며 단조롭게 울어대는 말매미입니다. 참매미는 알로 1년을, 유충으로 2~3 년을, 말매미는 6년여를 땅속에서 지내는데 지상에서의 삶이 채 한 달도 안 되는 매미의 심정으로는 그렇게 피를 토하듯 울 수밖에 없겠다는 연민의 마음도 듭니다.
나무그늘에서 시원스럽게 노래나 부르며 한 생을 보내는 팔자 좋은 신세에 비유되기도 하는 매미에게 그런 절박함이 있었다니, 생명 있는 것들에게 삶이란 어디나 치열하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매미 유충 빈껍데기가 수목 표피를 단단하게 움켜쥐고 있습니다. 한 순간 격렬했던 매미 우화의 흔적입니다. 날개를 말리고 날아가 버린 매미가 버리고 간 껍데기입니다.
우리가 움켜쥐었던 흔적은 어떤 모습으로 남을까요? 인간의 생도 어느 관점에서 본다면 매미 지상에서의 삶처럼 찰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땅에서의 삶을 어떻게 살다가 어디로 가야 할까요? -지상의 나그네-
-동선 시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