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랩의 문화 아지트, lounge act
책상 하나 없는 공간이 낯설기는 했다. 하긴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들이란 얼마나 자기 취향이 확고하고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들인가.
시멘트벽과 검정색 철판으로 이루어진 마초적인 분위기의 사무실은 둘러볼수록 실용적인 아이디어가 있었고, 쉽게 질리지 않는 분위기의 계획된 공간처럼 보였다.
김민수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5개월쯤 전, 자재들을 쌓아두고 창고로 사용하던 곳을 클라이언트 미팅과 자재 검토 등을 위한 공간으로 개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무실보다는 미팅을 위한 공간, 놀이터를 만들고 싶었다. 거래처 식구들과 사무실 도어의 비밀번호도 공유하며 지낸다는 말이 신기하게 들렸다.
"일러스트레이터 친구 호조(싸이의 '강남스타일' 앨범 커버 일러스트를 그린), 동영상 작업을 하는 친구 등 크리에이티브한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니 만나는 공간이 마땅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본부가 꼭! 있었으면 좋겠더라고요." 디자인 랩의 '라운지 액트'가 탄생한 배경이다.
"일보다는 음악 듣고 영화 보고 맥주 사들고 와서 편하게 쉬다 가는, 빈둥거릴 수 있는 공간이에요. 저와 같은 마음인 직원들과 의논해 컴퓨터 세팅을 줄이고 사무실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배제하려고 노력했죠."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의 일은 대부분 현장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계획이었다.
▲ 고객과 디자인에 대한 콘셉트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미팅 룸은 최대한 밝게 만들었다. 덕분에 디자인 랩의 분위기가 공간별로 달라졌다.
내부는 콘셉트를 나눠 공간을 구성했다. 어차피 미팅을 하고 사무를 보고 작업을 하는 것은 모두 대표의 몫이기 때문에 제대로 일을 할 공간은 하나면 충분했다. 그래서 대표가 머무는 미팅 룸은 벽의 반 이상을 유리창으로 만들어 채광을 살리고, 나무 소재 가구들을 사용해 차분한 느낌을 냈다. 그 외 나머지 부분은 상업용 공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타일링했다. 콘크리트 반, 철판 패널 반인 로비의 벽은 컬러감을 맞추기 위해 검정색으로 마무리해 남성적인 느낌을 살렸다. 철판으로 된 슬라이딩 보드나 자석 철판, 고재 등도 사무실 분위기를 만드는 데 한몫한다.
현장에서 일을 끝내고 들어와도 다음 현장을 위한 도면 작업이 많기 때문에 사무실에는 새벽까지 김민수 대표 혼자 머문다. 그러다 보니 '내 공간에는 내가 원하는 것 한두 가지는 꼭 둬야지' 싶었다. 요즘도 재미있는 아이템들을 세팅하며 스트레스 없이 노는 공간을 만들고 있다. "사실 아직은 마감재만 완성된 상태예요. 2~3개월 후면 완벽해질 텐데 말이죠." 맥주와 탄산음료가 가득 찬 상업용 냉장고, 팩만 갈아 끼우면 되는 오락기, 미국에서 공수한 아이언 맨 피규어도 곧 도착할 거란다. 김민수 대표는 완벽하게 세팅되지 않은 공간을 노출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2~3개월 뒤 다시 촬영을 오라는 말로 대신했다.
▲ 미팅 룸은 김민수 대표의 취향대로 채워 나갈 생각이다. 펑크 록을 좋아하는 그답게 악기를 들이고, 올해 양양에서 처음 탄 서핑에 매료되어 서핑 보드도 들여놓겠다고 한다.
"이곳은 직원들과 저의 일터이자 거래처 사람들과 지인들의 놀이터이고, 저와 공감대를 공유하는 친구들의 아지트입니다. 사람들이 더 많이 자주 찾아와 쉬고 놀고 갔으면 좋겠어요. 쉽고 편하게 들를 수 있는 곳, 사무실은 저와 함께하는 사람들의 문화 아지트라고 생각해요."
1_기존 시멘트벽에 투명 코트를 한 번 더 발라 긁힘 등의 부상과 가루가 떨어지는 것을 방지했다. 가정에서도 따라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렇게 거친 마감재에 페인팅을 하고 투명 코트를 입히면 인더스트리얼한 요소가 가미된다.
2_미팅 룸 입구에 있는 작은 바. 에너지 드링크와 탄산음료, 믹스 커피가 항상 채워져 있다.
3_언제나 뮤직비디오를 틀어놓는 휴게실 같은 공간. 클라이언트들과 도면도 보고 마감재 등의 자재도 보지만 대부분 맥주를 깔아두고 뮤직비디오를 보는 회식 테이블로 활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