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선「박쥐왕」으로 통해「춘희(椿姬)」처럼 기구한길 걷고
이름을 밝히지 않는 시민으로부터 모종의 정보가 들어온건 지난 18일 저녁. 내용인즉 서울시내 시민회관 근처 당주(唐珠)동 45의 9호 가옥에 가면 윤락행위하는「콜걸」과 그 왕초「민마담」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민마담」- 전화를 받고 있던 당직자의 귀가 번쩍 띄었다. 「민마담」이라면 종로경찰서 민완형사들이 어이없게도 망신당한 일이있는 여성이었다.
지난 69년 7월. 종로경찰서는 희대(?)의 포주『민마담을 잡아라』하는 특별명령으로 부산을 떨었다. 서린(瑞麟)동 모처에 은닉하며「콜걸」조직을 이용, 떼돈을 벌고 있다는「베일」속의 여성.
종로서는 1가파출소에 10명의 기동경찰을 집결시켜「민마담」이 있다는 집을 덮쳤다.
그러나 걸린 것은 10명의「콜걸」뿐.「민마담」은 경찰을 조롱하며 날렵하게 몸을 날려 타는 일에 있어서는 선수임을 과시, 지붕을 타고 이웃집으로 건너 뛰어 줄행랑을 쳐버린 것이다. 결국 잡아들인 창녀는 1주 구류처분이나 5천원 벌금부과로 그치고 말아「콜걸조직」은 끝내 비밀속에 파묻혀 버렸다.
「민마담」의 본명은 최영자(39).「박쥐왕」이라는 별명으로도 통했다. 그녀는「박쥐왕」이라는 별명에 부끄럽지 않을만큼 종로일대에서 뜨르르 명성을 날렸다.
『사내들은 모두 내 사위들이야』
이렇게 호언장담하며 밤의 홍등가(紅燈街)를 주름잡았던 미모의 여인. 법률적으로는 아직까지도「미혼」으로 돼있고, 신장 160cm의 날씬한 몸매와 만만찮은 미모를 자랑한다.
아버지는 일찍 여의었다고 고백하는 민마담은 6·25동란 당시 다니던 모대학을 중퇴하고 생활문제 해결을 위해 본의아닌「콜걸」생활로 들어갔다. 가족은 사변통에 모두 흩어져 풍지박산. 그녀는 혈혈단신으로 서울 종로바닥 일대에서 억센 사내들 틈에 끼여「라트라비아타」의 주인공「춘희」와 같은 운명의 길을 걸어갔다.
『내주제에 무슨 사랑 비슷한 것도 있을 수 있었나요?』
허탈스럽게 뇌까리는「민마담」은 그러나 두번쯤「진짜 사랑」에 빠져 살림도 차린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사창가 초창기 부터 활약 멋을 아는 순정파 이기도
「민마담」은 멋을 아는 여자였다고 그를 아는 남자들은 이구동성으로 동의. 비록 몸은 사창가에 담았지만「돈벌레」는 아니었다는 것. 정을 주고 싶은 남자라면 헌신적으로 봉사했다고 전한다.
어쨌든 종로3가에 사창가가 번창하기 이전부터 그녀는 창녀, 포주로서 이름을 드날렸고 상당한 재산을 모았다는 것.
그러나 경찰조서에서 그녀는 당주동집 전셋돈 2백만원이 전재산이라고 밝히고 그밖의 재산은 일체 함구. 68년 9월 종3철폐령이 발효된 이후 그녀는 서린동으로 옮겨 기왕 거느리고 있던「콜걸」중에서 잔류 희망자만 데리고 영업을 계속했다. 인원이 모자라면「바」「나이트·클럽」등에 들어가「호스테스」로 일하고 있는 옛부하들을 동원, 고객들에게 배급해 주었다고 밝혔다. 69년7월, 경찰이 냄새를 맡고 덮치자 지붕을 타고 도망쳐 지금의 당주동으로 옮겨, 궤멸된「콜걸」조직을 재편성하고 영업을 계속했다. 여기선 신촌·용산·명동·무교동·청진동등 각지여관에 줄을 대어「콜걸」을 공급 했다. 그만큼 영업지역이 넓어진 것. 따라서 경찰은「민마담」이 거느리고 있는 조직이 서울에선 가장 큰「콜걸」조직일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다.
18일 저녁의 정보로「민마담」의 소재를 확인한 경찰은 용의주도하게 작전계획을 세웠다.
69연도처럼 도망을 치지못하게 하기 위해선 밤보다는 낮을, 낮가운데서도 아침을 택했다. 왜냐하면「콜걸」들이 각 여관으로 출장나가 장사를 하고 모여서 수금·배당을 하는 것이 아침시간인 때문.「콜걸」의 체포는 물론 수금하는 현장까지 덮칠 수 있어 공소유지를 위한 증거보완도 충분할 수가 있었다.
19일 아침 8시께.
형사들은 당주동 현장으로 갔다. 그러나 45번지의 9호라는 가옥은 근처에 눈씻고 보아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 골목 일대를 이잡듯이 뒤진결과 막다른 곳에 있는 45의9호 가옥을 찾아냈다.
1조는 행길에서 감시하고 다른 1조는 대문과 변소를 막는한편 공격조는 대문을 두드렸다. 한참후 잘잘 신끄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구세요?』하고 물어왔다.
『네. 동사무소에서 호구조사 나왔읍니다』
상대방은 더 물어 보지도 않고 문을 열어 주었다.
웬만한 콜걸은 환히 알아 반반한 애 몽땅 손아귀에
「민마담」이 누구냐고 묻자 갑자기 방안에서 후다닥 뛰는 소리가 들렸다. 방안에 있던 여자들이 문을 열어 제치고 토끼처럼 뛰기 시작한것. 당황한 형사들은 우선 잡기 쉬운 여자들부터 잡았다.
『민마담이 누구냐?』고 묻자 잡힌 6명의「콜걸」들은「민마담」이 벌써 도망쳤다고 대답했다. 낭패한 공격조가 뒤를 돌아다 보는 순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1조가 여자 1명의 덜미를 잡고 들어왔다.
『웬 여자가 변소 구멍으로 대가릴 디밀고 나오잖아. 나올때까지 기다렸지. 어깨가 걸려 잘 나오지 않길래 둘이서 도와드렸지 뭐야』
지붕을 타고 줄행랑 쳤고 이번에는 변소 밑 구멍으로 빠져 줄행랑 치려다가 운이 다했던 모양인지 결국 그녀는 20여년만에 제모습을 경찰들 앞에 내보인 것이다. 바로「민마담」-.
「민마담」의 영업방법은 이러했다.
무허가 직업소개소를 통해서「콜걸」을 공급받기도 했고 연줄을 통해 지면이 있는애들을 조직으로 삼았다. 워낙 20년동안 사창가에서「터줏대감」노릇을 해온 그녀인지라 웬만한 창녀는 모두 알고 지내는 처지.
「종3」이 철폐된 이후부터는 당주동의 집처럼 밖에서 찾기도 어렵고, 은밀한 집을 전세내어 전화를 가설한다.
이번 사용했던 전화는 73국의 7598번. 일대 각 여관「보이」들과의 연락은 모두 전화로만 통했다.
경찰은 이번 제보가 익명의 시민이라고 하면서도 이런 흥미있는 추리를 했다.
『대개 이런 경우 동업자들이 고자질하기 마련입니다. 어쩌다가 경찰에 들통이난 포주가 홧김에「너도 맛좀 봐라」하면서 동업자를 일러 바치거든요. 그러니까 사창조직은 영원히 비밀에 묻혀질 수가 없어요. 어는 땐가는 들통이 나는데 시기가 문제일 따름이죠. 참 의리없는 세계라 할 수 있죠』
[선데이서울 71년 3월 28일호 제4권 12호 통권 제
12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