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가 철도기관사에게 쓰는 편지
2013.12.28 07:53:02 (*.244.*.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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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기관사님들 안녕하세요,
엄동설한에 노고가 많으십니다.
철도파업 사태에 대한 찬반여부를 떠나 소시민으로서 현 사태를 지켜보며,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지방에 사는 40대 후반의 가장입니다.
최근 1년7개월 정도 택시기사로 일하다 지금은 그만둔 무직자입니다.
한때 지역에서 알아주는 회사의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하며,
열심히 투쟁하다 해고됐던 전력이 있습니다.
삭발투쟁,상경투쟁 경험도 있고요.
여러분의 지금 모습, 과거의 저를 보는 것 같군요.
택시기사와 열차기관사를 단순 비교하기엔 다소 무리일수 있겠지만,
여러분들의 투쟁, 제가 보기엔 배부른 투쟁,특권사수 투쟁으로 불수밖에 없습니다.
평균 연봉 6300만원 받으시죠,
저같은 평범한 사람입장에선 가히 꿈의 연봉입니다.
저는 택시기사할때 한달에 130~150만원 벌었습니다.
하루 4시간 자면서 뼈빠지게 일했습니다.
이틀 일하고 하루쉬니, 쉬는 날은 잠만잤습니다.
살인적인 격무에 졸음운전하다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동료기사를 볼때면 때려 치우고 싶을때가 많았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그만둘수 없었죠,
한번은 운전중 취객에게 폭행당해 대형사고가 날뻔했고,
병원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이런 저를 보고 오죽했으면 초등생 딸이 울먹이며 "아빠! 택시그만두면 안되요"라고 말하더군요.
'과도한 격려금' '승객 15명인 역에 직원 18명' '고용승계' 등
이런 뉴스가 전파를 탔을때 저는 벌린 입을 다물수 없었습니다.
같은 하늘 아래에서 이렇게 극과 극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구나!!
저같은 소시민들 상대적 박탈감 느끼게 하는, 기죽이게 하는 투쟁, 그만합시다.
법앞에서 버젓이 불,탈법을 일삼는 치외법권적 행태를 보이는 것을 지켜보며,
택시기사할때 신호위반으로 범칙금 딱지 떼이게 되자,
범칙금 액수 낮은 것으로 발부해 달라고 하소연하고 끝내 거부되자,
"일당 날렸다"며 하루종일 기죽어 있던 동료들이 생각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여러분들이 투쟁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
하루 몇천원 벌겠다며 길거리에서 강추위에 폐지를 줍고 있는
삶이 팍팍한 할아버지, 할머니들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수십억원의 투쟁기금 가운데 일부라도
소외된 이웃을 위해 기부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연말연시를 맞아 훈훈한 미담이 신문지면을 메워야 하는데,
여러분의 투쟁소식이 지면을 편식하고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습니다.
국민의 재산인 공기업에 근무하는 여러분들의 투쟁, 누구를 위한 투쟁인가요?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호소합니다.
노사불이(勞使不二),
노(勞)와 사(使)는 따로 일수 없습니다.
회사경쟁력 향상과 동떨어진 노조활동은 사상누각입니다.
80,90년대식 전투적 노사관계, 이젠 종지부를 찍을 때입니다.
대책없는 강경만큼 어리섞은 것은 없습니다.
애�은 조합원들만 상처를 입습니다.
외부세력의 연대투쟁이 승리할 것 같지만,
결국 이슈는 확장되고, 사태는 실타래처럼 더욱 꼬이게 됩니다.
브레이크가 파열된채 마주 보고 달리는 열차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그져 답답할 따름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