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은 멍이 되고, 사랑은 피멍이 된다
미움은
가슴에 멍이 들고
사랑하는 것은 가슴에
피멍이 드는 일이다.
미움은
밀어내면 옅어지지만,
사랑이 떠나고 나면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살아지지 않는다.
떠나고 나서야
마음에 남는 것이 있다는 걸 알았다.
미얀마에서
무언가를 깊이 사랑했다.
몇 번의 우기를 지나
젖던 길이 마르고
몇 계절 지나
불탑도
순박한 웃음도
낯선 풍경이 되었거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떤 사랑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은 곳에 머문다
가슴 한가운데 박힌
피멍은 아직도 그날에 머물러 있다.
...
이제 다시
인도에 와 있다.
갠지스강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새벽마다 몸과 마음을 씻고
꽃잎에는 염원을 띄우고
촛불에는 기도를 실어
수천 년의 바람을 안고
바다로 흘러간다.
수행자는
말없이 눈을 감고,
요기들은 오래된 자세로
시간과 공간이 닿지 않는 어느 깊은 곳에 닿는다.
해탈을 찾아
수천 년을 걸어온 인도.
무엇을 얻으려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놓아야 하는지를 오래 묻고 있다.
이곳에서는
떠남조차 죽음조차 끝이라고 부르지 않고
다음 길의 문으로 본다.
강물은
흘러온 것들을 묻지 않고 보낸다.
떠난 것들은
이미 먼 계절이 되었는데
물결에 비친 불빛 하나에
가슴 깊이 묻어둔 계절이 돌아왔다.
나는 또
무언가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피멍 하나쯤은
가슴에 품고 살겠다고
눈앞의 세상이 자꾸 젖어 들었다.
목이 메이고 몇 번이나 숨을 고르고.
상처가 두려워
문 닫으면 바람도 들어오지 않고
꽃향기도 들어오지 않으니.
에잇,
차라리
가슴에 골병 하나 들었다고
문을 걸어 잠그지는 않겠다.
미움은 밀어내면 옅어지지만
사랑은 떠난 자리까지 사랑하게 한다.
그러니
사랑할 것이 있다는 것,
그것이 살아 있다는 진술이지.
나는 차라리
피멍을 품고 살아가겠다.
지워지지 않는 아픈 것 하나쯤
가슴에 남겨둔 채.
사랑했다는 것은
살아 있었다는 뜻이므로.
미워하는 것은 멍드는 일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피멍이 드는 일이다.
그래도
나는...
.
카페 게시글
빤디따(율원)스님
미움은 멍이 되고, 사랑은 피멍이 된다
율원律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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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8.1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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