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감꼭지
- 한나 안 -
얼마 전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앞좌석에 붙어있는 소형 텔레비전으로 허리우드 영화 <소울 서퍼> 를 감상했다. 처음에는 열 시간 남짓의
지루한 비행시간 죽이기로 무심코 화면을 보기 시작했는데 점점 영화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영화가 끝난 후에는
짙은 감동으로 주인공 베타니의 손바닥만 한 비행기 창 너머 구름 위를 파도처럼 서핑 하는 모습이 여울져 왔다.
영화 <소울 서퍼>는 하와이에 사는 한 가정에서 있었던 실화를 영화한 영화다. 어머니역에 안나 소피아 롭(Anna Sophia Rob), 아버지 역에 데니스 퀘이드(Dennis Squaid), 딸 배역은 헬렌 헌트(Helen
Hunt) 이었다. 이 영화 스토리는 바다에서 서핑을 좋아하는 10대 소녀 베타니 해밀턴이 상어에 물려 한쪽 팔을 잃게 되는데 좌절하지 않고 역경을 극복하여 전국 서핑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고, 유명한 서핑선수로 성공하는 영화 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점들은 상어에 물려 한쪽 팔을 잃은 딸이 다시 바다에서 파도타기 연습을 하며 힘들어 할 때 마다
격려해주며 역경을 이겨내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말들이었다. 한쪽 팔로만 몸의 균형을 맞추며 서핑을 해야 하는
베타니가 자신이 서지 않아 ‘ 엄마 이제 나 어떻게 해…….’ 했을 때 ‘ 괜찮아 차츰 나아 질 거야
, 넌 살아 있는 기적이야 네게 능력주시는 이 안에서 넌 무엇이던지 할 수 있어 ’ 하던 어머니의 말과,
힘들어 할 때마다 곁에서 ‘ 괜찮아, 이번에는 파도가 좋지 않았어,
다음 파도를 타, 다 괜찮아 질 거야’ 하는 아버지의 말이었다. 그리고 베타니 가 사춘기 때 일이다 ‘사람들은 정상적인 것을 좋아해요 누가 나를
좋아 하겠어요’ 했을 때 ‘ 밀로의 비너스는 팔이 없어도 많은 사람들 사랑을 받는데 너는 팔 하나가
더 있잖아 ’ 하던 베타니 엄마의 말 이었다. 한 팔로 멋있고 유유하게 서핑 하는 베타니를 보면서
환경을 탓할게 아니라 행복을 세어보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것이야 말로 정말 아름다운 삶의 자세라는 생각이었다. 존 오웰 목사님의 책 <긍정의 힘>에서 읽은
긍정의 힘이 살아 숨 쉬는 생활을 영화로 감상한 느낌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언제가 책에서 읽었던 피그말리온
효과가 생각났다. 지중해 어느 섬에 살던 피그말리온 이라는 조각가가 자신이 만든 조각상 갈라테이아를 사랑하게
되어 사랑의 여신 아파로디테 에게 조각상을 아내로 맞게 하여 달라고 간구하여 마침내 조각상이 사람으로 변하여 피그말리온의 아내가 되었다는 이야기
이다. 긍정의 힘은 자칫 포기하기 쉬운 어려운 삶을 놀라운 힘으로 지탱하여 주며 밝은 삶으로 이끌어 주는
것 같다. 지금의 내 직장생활에서도 이를 가끔 보게 된다. 비즈니스가
잘되지 않아서 팔려고 하는 사람들은 근심스런 표정으로 ‘ 쉽게 팔릴까요?’ 하며 내 얼굴 표정을 살핀다.
그럴 때면 ‘팔리고말고요. 사람마다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일 비즈니스가 있어요. 우리나라 사람들 하는 말로 임자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하면
금세 얼굴에 그늘이 가시고 밝은 표정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비즈니스를 처음 사는 사람들 역시도 한결같은
걱정은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다. 그럴 때면 ’그럼요.
잘 될 거예요 손님들에게 많이 웃고 친절하게 해주고 열심히 하시면 잘 될 거예요. 하면 어느새 얼굴에 자신감이 피어난다.
시드니의 가을 오월에는 요즈음은 감 먹는 재미로 살아요. 할 만큼 나는 감을 좋아 한다. 먹음직스럽고 통통한 뾰족
감을 여름에도 먹는 재미가 쏠쏠해서 한 개 한 개 랩으로 싸 매년 냉동고에 차곡차곡 보관하였다가 한 개씩 꺼내 먹는다. 전에 살던 집 뒤뜰에는 봄이면 하얀 감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감나무아랜 바람이 불면 감꽃들이 수북이 떨어졌다. 가지에 달린 풋감들은 움푹 파인 배꼽에 작은 털 하나를 달고 감꼭지에 싸여 커간다. 땡볕이 내리쬐는 여름동안 녹색 감꼭지 잎에 숨어 보이지 않던 풋감이 점점 자라면 감꼭지는 자식들이 커갈수록 적어지는 엄마모습처럼 웅크리고 감 밑동으로 작아진 몸을
웅크리고는 네게의 연한갈색 잎을 뾰족이 내민 체 숨어 붙어있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날 이면 감꼭지는 풋감을
네 잎으로 싸안은 체 가지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쓴다. 햇볕이 내리쬐는 여름에는 풋감을 싸안고
땡볕을 가려주고, 벌레가 파먹지 못하게 덮어주고, 잡아주는 감꼭지
! 힘든 계절을 지탱하여 준 후에는, 감이 익었을 때에야 할 일을 다
마친 양 살그머니 빠진다.
베타니 에게 있어서 부모님은 긍정의 힘을 심어준, 마음속의 감꼭지 이었듯이 사람들은 삶을 지탱하여주는 마음의 감꼭지를 한곳쯤은 품고 살아가는 것 같다.
몇년전 세상을 떠난 애플 컴프터 회사의 창립자이며 세계 최초의 PC(개인용 컴프터)
개발자인 스티브 잡스(Steven Paul Jobs) 는
일본 선불교 승려인 코분치노 오토가 를 항상 정신적 스승으로 의지 하였다
한다. 누군가의 삶에 긍정의 힘을 부어주며 살속 깊이 박힌 감꼭지의 존재로 산다면, 참 아름다운 인생인듯 하다. 나는 누군가의 삶을 받혀주는, 허허한 가슴을 데워줄 감꼭지로 산적이 있었나? 새삼 반추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