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디자이너의 눈으로 식물 다시 보기
우리가 식물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식물이 피어난 꽃, 잎, 형태에서 특별한 아름다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아름다움을 개별적인 것으로 봐왔다면 이제는 특정 식물을 함께 썼을 때 어떤 효과가 생기는지에 대한 조합의 관점에서 다시 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식물 하나하나가 지닌 형태, 색, 질감의 특징을 잘 알고, 이를 이용해 조합했을 때 느낌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우리가 옷을 입을 때에도 코디네이션을 한다.
윗옷, 아래옷, 신발, 들고 있는 가방과 헤어스타일까지.
각각의 아름다운 요소도 중요하지만 이 모든 것이 전체적으로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가 더 중요해진다. 식물의 구성과 아주 비슷하다.
식물이 지닌 각각의 아름다운 요소를 어떻게 배합하고, 조정하여, 혼합했을 때 아름다울지를 찾아내는 일이 식물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이 작업을 잘해내기 위해서는 식물을 희귀성이나 특정 부분만 보던 관점에서 형태, 질감, 색 등의 차원으로 다시 구별하여 훈련하는 연습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식물을 형태로 분류하여 기억하자.
지금까지 정원에 어떤 식물을 심을지, 그 선택의 기준이 무엇이었는지를 생각해보자.
물론 식물이 각각 지니고 있는 특별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막연하게 그냥 예쁜 것 같아서라는 애매함을 좀 더 정확하게 구별해 볼 필요가 있다.
특별히 꽃이 예뻤는지, 그렇다면 그 꽃은 어떤 형태와 색을 지니고 있었는지 혹은 꽃보다는 잎이나 열매 등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발견한 것은 아니었는지?
사실 식물이 피워내는 꽃만 해도 그 형태가 각양각색이긴 하지만 어느 정도는 비슷한 형태로 묶어줄 수 있다.
아래 식물 조합을 보자.
왼쪽부터 샤스타데이지와 아스테르(아스타)의 경우는 데이지 형태의 꽃을 피우지만 그 옆에 붓들레야 관목은 삼각뿔로 뾰족하게 솟은 형태의 꽃을 피운다.
그리고 마지막 오른쪽의 꽈리는 꽃 자체는 거의 눈에 띄지 않지만 꽃이 지고 난 후 맺히는 씨주머니의 형태가 꽃만큼이나 화려하다.
아래 다른 그룹의 식물조합도 살펴보자.
가장 왼쪽부터 라벤더는 작지만 포도송이처럼 가늘고 길쭉한 형태로 매달려 꽃을 피운다.
그 옆에 수크령의 경우는 동물의 꼬리를 연상시키는 씨를 맺는데 이 이삭이 꽃보다 더 아름다운 관상 효과를 만들기도 한다.
그 옆에 과꽃과 달리아는 데이지 형태의 꽃이지만 겹꽃과 홑꽃으로 확연하게 꽃의 느낌이 다르다.
그런가 하면 가장 오른쪽 당근은 하나의 꽃대가 솟아오른 뒤, 상공에서 우산을 펼친 듯 살이 퍼지면서 확장되는 형태의 꽃을 피운다.
이렇게 정원은 특별한 목적에 의해 한 종류의 식물을 밀식시켜 배치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각기 다른 식물들을 조합하고, 그 조합을 통해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데서 미적 가치가 창출된다.
그렇다면 어떤 조합으로 어떻게 심었을 때 정원이 좀 더 아름다울 수 있을까?
그 조합의 노하우를 익히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식물을 어느 정도 그 형태별로 분류하여 특징을 이해하는 디자인적 시각이 필요하다.
데이지 형태의 꽃을 피우는 식물군
가운데 아주 작은 꽃이 모여있는 중심부가 있고, 그 주변으로 잎이 변형된 꽃잎이 크게 원을 그리며 태양을 닮은 형태로 피어나는 꽃이다.
둥글고, 꽃의 색상이 선명하고 화려한 것이 특징이다.
또 식물 전체 크기에 비해서 대부분 큰 꽃을 피우기 때문에 화단에서도 단연 눈에 가장 잘 띈다.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양을 반복해서 쓸 경우, 대형 간판이 지나치게 많은 것처럼 눈을 자극시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주황, 빨강, 노랑 등의 원색 꽃잎을 지닌 데이지 형태의 꽃은 되도록 무리지어 심기보다는 산발적으로 다른 식물들과 섞어서 심어야 과한 느낌이 줄어들어 차분한 화단을 연출할 수 있다.
칼처럼 뾰족하고 길쭉한 잎을 지닌 식물군
외떡잎식물의 가장 큰 특징인 잎이 칼처럼 뾰족하면서 길쭉하게 자라는 타입의 식물군으로 꽃은 초롱의 형태로 피어날 때가 많다.
잎이 옆으로 번지는 타입이 아니기 때문에 날씬한 몸집의 사람을 연상시킨다.
꽃은 잎과 줄기를 따라 수직으로 올라가며 연이어 피어난다.
크게 눈에 띄는 꽃을 피우는 것은 아니지만 은은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매력이 있다.
혼자 단독으로 쓸 경우에는 날씬해 왜소해 보일 수 있어 적어도 3~5포기 정도는 무리지어 한 무더기로 심어주는 것이 좋다.
이 형태의 식물군으로만 연출하게 되면 내추럴한 느낌은 강하지만 화려함이 줄어들기 때문에 사계절 식물의 꽃을 즐기려는 화단에서는 화려한 데이지 형태의 식물과 혼합하여 심어주면 서로의 장단점을 잘 보완할 수 있다.
꼬리 형태의 꽃을 피우는 식물군
동물의 꼬리와 비슷한 형태의 꽃을 피우는 식물군으로 마치 잔털이 돋아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데이지 형태의 꽃, 초롱꽃과는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꽃이다.
이 식물군은 대부분 큰 잎보다는 가늘고 좁고 작은 잎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때문에 마치 땅에서 꼬리가 솟아오른 듯 보인다.
화려한 꽃은 아니지만 그 형태가 독특하기 때문에 화단에 심겼을 때 마치 굵은 붓으로 터치를 한 것처럼 보인다.
단독으로 쓰기보다는 5~10포기 정도 무리지어 심어야 효과가 크다.
꽃의 형태가 야생에서 스스로 피는 꽃의 느낌이 강해서 이 식물군을 많이 쓰게 되면 초원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화단 연출이 가능하지만, 꽃의 느낌이 화려하지는 않기 때문에 크기가 작은 화단에서는 다른 화려한 형태의 식물군을 혼합하여 쓰는 것이 좋다.
우산 형태의 꽃을 피우는 식물군
꽃대가 높게 솟아오른 후 우산을 펼친 듯 살이 갈라지며 작은 꽃이 무리지어 피어나는 형태의 식물군이다.
무리지어 피어나기 때문에 큰 꽃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작은 꽃이 모여 있어 둔탁한 느낌이 덜하고 또 공중에 떠 있는 듯 보여 어떤 식물과 혼합해도 잘 어울린다.
특히 흰색, 보라색, 연두색 등으로 화려하지 않은 색의 꽃을 피우는 우산 형태의 꽃은 무리지어 크게 영역을 확보하여 심기보다는 개별적으로 화단 전체에서 골고루 흩뿌리듯 다른 식물들 사이사이에 심어주면 좋다.
가장 잘 어울리는 그룹은 데이지 형태의 꽃을 피우는 식물군으로 지나치게 뚜렷하고 화려한 데이지 형태의 꽃을 부드럽게 완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굵고 뚜렷한 형태의 잎을 지닌 식물군
꽃보다 잎의 관상 효과가 더 뚜렷하다.
잎을 보는 식물들은 상당수가 그늘에서 자생한다.
잎이 넓고 클 뿐만 아니라 하트, 손바닥, 톱니바퀴, 부채 모양 등으로 그 형태가 다양하면서도 뚜렷하다.
더불어 잎이 초록색 외에도 연한 녹색, 짙은 초록색, 청색 등으로 다양한 초록의 톤을 기대할 수 있다.
잎을 이용한 디자인을 할 때는 잎의 크기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큰 잎과 곱게 가는 잎을 혼합하여 쓰게 되면 같은 잎이지만 다양한 변화를 줄 수 있고, 특히 잎에 특정한 색과 무늬가 있는 품종을 선택하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초록의 화단 색채를 밝게 변화시킬 수 있다.
더불어 진한 자주색을 띠는 잎 등을 활용하면 마치 잎 자체가 꽃처럼 보여 다채로운 색의 구성도 가능하다.
갈대 형태의 식물군
매우 가늘고 긴 잎을 지닌 외떡잎식물군으로 꽃은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이지만 씨가 맺히는 과정에서 독특한 이삭 모양을 갖는다.
동물의 꼬리처럼 생긴 이삭의 형태도 있지만 벼와 보리처럼 굽어지는 줄기 끝에 마치 송이가 매달리듯 열리는 이삭도 있다.
잎은 자연스럽게 굽어지는 형태로 워낙 가늘고 곱기 때문에 잔바람에도 소리를 내며 출렁거린다.
잎에 줄무늬가 있거나 자색, 청색 등으로 초록에서 벗어난 색상도 많다.
갈대 형태의 식물은 어떤 식물군보다 야생의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화단에 심어주면 내추럴한 느낌이 강해진다.
다만 이 식물군으로만 연출하게 되면 지나치게 볼륨이 강해지는 데다 색상이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어서 데이지 형태의 식물군, 초롱꽃 형태의 식물군과 혼합하면 좀 더 화려해진다.
식물디자인의 발견
초본식물편 중에서
오경아 글
첫댓글 커피마시며 올려주신 글 읽으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싱그러운 글.좋은정보 감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