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첫 표정. 영국 의회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국회의사당 Palace of Westminster
런던에서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는 빅벤이라 불리는 엘리자베스타워가 지키고 서 있는 국회의사당 Palace of Westminster였다. 영국이 민주주의의 종주국으로 여기고 그 역사적 유산을 흠모해 왔었는데 정작 무슨 내용으로 민주주의의 종주국이 되었는지 잘 모르기도 하고 그들의 왕과 국민들의 의사는 어떻게 존중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었기 때문이다.
그 주된 내용이 왕의 권력을 제한하고 법치주의에 근거하기 시작한 점 그리고 그 중심에 국민들의 대의를 실천하는 의회가 중심이 되는 정치체제를 확립했다는 점이라고 하는데 그런 면에서 국회의사당은 매우 의미있는 장소였다.
국회의사당을 가기 위해서 지하철 웨스트민스터 역에서 내려서 지상으로 올라왔다. 런던에 대한 지식이 짦았기 때문에 이 지역의 여러 시설들은 무척 혼란스러웠다.
Westminster
Palace of Westminster
Westminster Abbey
City of Westminster
처음 봤을 때 건물들마저 비슷비슷하게 생겨서 구별이 쉽지 않았다.
웨스트민스터는 세인트폴성당이 동쪽에 위치한 데 비해 서쪽에 있는 수도원 Westminster Abbey을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의회건물로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본래가 궁전이었던 건물이름이 Palace of Westminster인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 지역의 이름이 Westminster 로 고착되었고 현재 City of Westminster라는 행정구역의 명칭이기도 하다. 때문에 영국의 정치체제 자체를 Westmins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튼 지하철역에서 길을 건너 빅벤이 있는 구역으로 건너갔다. 이 지역은 헌던의 중요한 장소이면서 유명한 관광지이기도 해서 엄청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영국식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국회의사당은 수없이 많은 첨탑으로 하늘을 찌를듯 장식되어 있었다. 그 앞을 사자의 심장을 가졌다는 리차드1세의 기마상이 영웅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다. 현재 영국의 전통이 오래전 중세부터 이어져 내려온다는 것을 암시하고자 한듯 하다.
길 건너편 Parliament Square에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특징적 요소 중 하나인 총리가 중심이 되는 정치구조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듯 했다. 리처드1세와 처칠총리가 영국역사의 흐름을 단번에 이해시키고 있는듯 하다.
처칠동상은 시간상으로 한참 뒤에 촬영한 것이지만 리차드1세와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 이것은 마치 엘리자베스타워와 빅토리아타워의 관계를 암묵적으로 표현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엘리자베스 타워가 국회의사당의 한 쪽을 지키고 서 있다면 맞은 편에는 빅토리아 타워가 대칭을 이루며 솟아 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건축양식 때문만은 아닌것 같았다. 관광객들의 카메라 촬영을 따라 빅벤에서 남쪽 빅토리아 타워까지 천천히 걸으면서 기다란 국회의사당 건물을 살펴 봤다.
엘리자베스타워는 시계와 함께 시간을 알리는 종이 있는데 그 종의 이름이 Big Ben이라고 한다. 단지 시민들에게 현재 시간을 알려준다기 보다는 시간과 질서 국가의 지속성을 상징하며 국가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음을 시민들에게 상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반대쪽에 서있는 빅토리아 타워는 왕과 기록의 영역이다. 왕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을 극도로 제한했지만 모든 권력이 기록과 전통으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나타내 주고 있다. 또 빅토리아타워를 통해 왕실은 공식적으로 의회를 출입하게 된다. 그러면서 꼭대기에는 늘 유니언잭이 게양되어 있다.
이 두 타워의 상징적 배치를 알고 나니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의 역사와 역할에 대해 조금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1097년에 지어진 국회의사당은 처음엔 에드워드 국왕의 궁전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재판, 의회 및 국가 중요행사에 사용되기 시작했다. 지금의 건물은 1834년 대화재로 인해 전소된 것을 1840년에 새로 짓기 시작하여 약 30년에 걸쳐 현재의 모습으로 완공했다고 한다.
아직도 여기저기 늘 보수가 많은 국회의사당 건물은 대화재이후 재건할 때 영국을 상징하는 고딕식으로 지을 것을 결정하여 중세의 영국으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적 흐름을 나타내도록 했다고 한다. 이는 전통과 국가의 지속성을 중요시하는 영국의 의도를 잘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템즈강 건너 런던아이에 올라타서 바라보니 매우 권위가 있고 엄숙한 느낌이 들었다. 한편 일본의 제국주의적 건물양식과도 좀 닮아 있기도 하다는 생각을 했다. 도쿄도청사나, 제국호텔 그리고 요코하마의 랜드마크 타워는 버블시대 일본 발전의 상징이었는데 최근에 들어서 권위주의적 건물로 재해석 되기도 했다.
해가 저문 템즈강 건너편에서 웨스트민스터 다리 너머에 엄숙하게 서 있는 국회의사당은 영국의 걸어온 길이 좀처럼 가볍게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 해 주는듯 하다. 템즈강은 흔들리는 불빛을 뒤로 하고 흐르지만 엘리자베스 타워의 둥근 시계는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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