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개월반 만에 글을 써 본다. 이유는 바쁜 일 때문이였다. 누구나 삶에 있어서 우선순위가 있게 마련이다. 나의 경우에는 운동, 일, 독서, 글쓰기, 맛집 탐방, 여행 등이 우선순위이다. 아무리 일이 바빠도 새벽운동인 달리기는 무조건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다음이 업무인데 업무는 사업을 하다가 보니 거래처에서 납품일정을 정해주면 항상 그 납기보다 최소한 1~2일 앞당겨 납품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리고 시간이 나면 독서와 글쓰기를 새벽시간에 한다. 평소 일이 바쁘지 않으면 저절로 새벽 1~2시에 일어나 독서와 글쓰기를 하지만 일이 걸리면 그 시간에 회사에 출근하여 야근이 아니라 새근(새벽근무)을 한다. 30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야근은 많이 했지만 새근을 한적이 없었다. 또한 20년간 내업을 하면서도 새근을 가끔 한두번 했었지만 이번 10월처럼 밥 먹듯 한 적은 없었다.
모든 일이던 평소에 하지 않던 것을 밥 먹듯 지속하게 되면 지혜가 생긴다. 새근을 많이 하다가 보니 떠 오른 지혜는 바로 집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였다. 그래서 보름 전에 사무실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와 모니터를 추가로 구입하여 설치를 했다.
물론 집에 기존의 컴퓨터와 모니터가 있지만 성능이 떨어져 내가 사무실에서 일하는 프로그램이 깔리지 않아 일을 할 수 없었다.
집과 사무실의 작업환경이 동일하다가 보니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전천후 작업실이 생긴 것이다. 새벽 1~2시에 일어나 사무실로 가려면 서글프기도 하고 아무도 없는 깜깜한 공간에서 혼자서 일하면 오만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새벽 5~6시가 되면 다시 퇴근하여 바로 운동을 하고 집에 와서 샤워를 한 후 아침밥을 먹고 또다시 출근을 한다.
내생에 이렇게 열심히 산적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독서, 글쓰기 등 내 개인적인 취미생활은 할 수가 없었고 특히 집사람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 취미생활에 맛집 탐방, 여행 등은 아예 없었다. 젊었을 때 맛집 탐방은 술꾼들과 술 마시는 것으로 때웠고 여행은 주중에 일과 술로 피곤에 쩌려 주말엔 잠으로 채웠기에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이렇게 살다가는 황혼이혼을 당할 수도 있고 그런 것을 떠나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집사람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가로 늦게 깨우치고 6개월전부터 주말에 외식을 하는 것으로 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외식은 주로 집 근처에 있는 맛집을 찾아 가는데 음식맛도 즐기지만 식사를 하면서 결혼 전 연애시절의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지만 아직 후자는 잘 안되는 것 같다.
어제는 몇개월전에 검토한 맛집중 멀리 떨어진 외곽으로 갔다. 이곳은 내가 몇년전 충청도 거래처에 갔을 때 거래처 직원이 나에게 사준 황토 오리구이 맛을 잊을 수 없어 혹시나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는 그런 곳이 없을까 해서 검색을 하다가 발견한 곳이다. 우리 지역에는 딱 2곳이 있었는데 하나는 시내 중심가에 있고 다른 하나는 외곽 명산 주변에 있었다.
아무래도 전자보다 후자가 나을 것 같아 일찍 서둘러 도착하니 오전 11시였다. 이곳은 영업이 11시에 시작되는데 벌써 사람들이 많이 와 있었다. 황토 오리구이는 오리를 잡아 황토 진흙에 싸서 가마에서 1시간 정도 구워내는 보양 음식이다. 때문에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하는데 주말인 경우에는 손님들이 많아 예약없이 오는 순서대로 계속 구워낸다고 했다.
도착해서 한 10분 정도 기다렸더니 오리가 나왔는데 너무 빨리 구워서 그런지 전에 먹었던 그 맛을 느낄 수 없어 아쉬웠다. 식사를 하고 나와 주변에 있는 절을 들러 둘러보기도 하고 산책을 했다. 어제 비가 와서 공기도 맑고 단풍철이라 좀 이르기는 했지만 물들어가는 단풍을 보면서 식도락을 즐겼다.
어린아이처럼 마냥 즐거워하는 집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앞으로 내 삶의 우선순위는 운동=>식도락=>일=>독서=>글쓰기 등의 순으로 바꿀까 한다. 사는 목적이 무엇이고 결혼한 목적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하루였다. 그동안 고생한 집사람을 위해 남은 여생 즐겁게 해주는 것이 내가 살아가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 그동안 맛집을 들러도 아무 생각없이 식사만 하고 돌와 왔는데 앞으로는 인증 사진을 찍어 글을 남겨 볼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