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정신분열병 치료방법에 대한 오해와 편견
정신과의 치료방법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은 매우 많다. 이런 편견들은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확대시키고 기피하게 하여,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적극적인 조기치료를 어렵게 만든다.
(1) 강박과 격리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원에서 환자를 묶어 놓고 때리거나 고문할 것이라는 편견은 왜 생긴 것일까? 1960년대 이전에는 국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원에서는 항정신병 약물의 사용이 현재처럼 활발하지 못했으며 그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고, 전반적인 병원의 환경들이 현재와 비교할 때 매우 열악하였다. 따라서 1960년대까지는 환자의 난폭한 행동을 조절하기 위해서는 묶어 놓거나 체벌을 가하는데 어느 정도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재도 환자를 강박하고 격리시키는 방법은 전세계의 정신병원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강박과 격리가 환자를 처벌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것이 아니고 치료적인 목적을 위해서 엄격한 규정 하에 환자의 안전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강박은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지 못하여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고, 약물요법이나 다른 방법으로 해결이 되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 환자를 보호하고 치료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정신과의 강박은 치료행위의 일종으로 흥분되고 현실판별 능력이 없는 환자를 일시적으로 도울 수 있는 인도적인 방법으로 새롭게 정착되어 가고 있다. 영화나 TV에서 보듯 환자를 묶어 놓고 가해하는 식의 강박은 이제 사라졌으므로, 일반인에게 불필요한 두려움을 확산시키는 방송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2) 전기충격치료
정신병원에서 전기로 고문을 한다거나 세뇌를 한다는 또 다른 편견 역시 의의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정신병원에서 하고 있는 것은 고문이나 세뇌가 아니라 전기충격치료이다. 이 치료법은 국내에서보다는 선진국에서 더욱 활발히 수행되고 있다. 약물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우울증 환자와 정신분열병 환자의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이기도 한다. 그 방법은 매우 간단하며 안전하다. 전기충격치료를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안전성을 확인하는 검사들을 필요에 따라 시행하고 치료 후에도 계속 상태를 면밀하게 관찰한다. 물론 이 치료를 시행하기 전에 반드시 환자 또는 가족에게 알리고 동의서를 받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술과 마찬가지로 전신마취 하에서 시행하여 환자는 자신이 어떤 치료를 받았는지도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이 전기 충격치료는 그 치료효과가 우수하고 과학적임에도 불구하고, 이 치료법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고문한다. 처벌한다. 무섭다. 잔인하다.' 등으로 매우 부정적이다.
(3) 입원기간
가족들은 흔히 '환자를 병원에서 오래 치료하면 환자의 상태가 입원기간 만큼 비례하여 좋아질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의사가 퇴원을 권고하여도 '더 좋아진 다음에 퇴원시키겠다.'며 거부하는 경우가 있다. 정신질환의 급성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에 한해서 입원일수와 증상의 호전이 비례할 수가 있다. 그러나 만성 정신질환자에게는 이와 같은 일률적인 공식은 적용되지 않는다. 동일한 만성 정신질환자에게 동일한 약을 투여하며 동일한 치료를 할 때 그 호전도는 치료기간과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장기간 입원치료를 한다고 하여 정신질환이 더 잘 치료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장기입원으로 인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하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속한 사회복귀와 정신사회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만약 사회복귀를 전제로 한 재활치료를 시행하는 중이라면 입원의 연장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며 이해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체계적이고 단계적인 과정과 함께 시간제한 (time limit)의 개념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더구나 추가적인 치료가 더 이상의 호전을 기대하기 힘든, 즉 재활치료의 적응증도 되지 않는 환자들을 장기간 입원시키는 것이나 별다른 치료 프로그램도 없는 기관에서 환자의 입원기간만 연장시키는 것은 인권 유린이라고 까지 할 수 있다.
만약 사회복귀가 불가능한 환자들이라고 하여도 치료대상에서 소외시키든가 또는 대책 없이 수용 방치해서는 안되며 이들에게 허용될 수 있는 한에서의 개인적 생활을 보장해 주도록 별도의 치료-관리 프로그램을 마련하여야 한다.
(4) 일과 직업재활치료
일반인들은 정신질환자가 의외로 약간의 지도교육만으로 간단한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한다. 직업재활치료를 체계적으로 수행하면 일부 정신질환자들은 정상인과 다를 바 없이 직장생활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더 나아가 '불쌍한 환자들에게 왜 일을 시키려드느냐? 병실에서 편히 쉬게 내버려 두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의구심 어린 기색으로 충고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들의 마음 속에는 정신질환자에게 일을 시키는 것이 옳지 못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일이며, 돈을 내고 치료받으러 간 환자가 일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강제수용소의 강제노역과 임금탈취까지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만성 정신분열병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왜 환자들이 일을 하는 것을 배워야 하며, 직업훈련을 받아서 독립생활 할 능력을 가져야 하는지 알 수 있다. 가족들의 제일 큰 걱정은 '내가 없어지면 누가 환자를 책임지고 돌볼 것인가?'이다. 정신질환자가 생산성을 회복하여 생활에 필요한 돈을 스스로 벌게 되고 적은 도움만으로 살게 될 때 이런 근심의 많은 부분이 해결될 수 있다. 만성 정신분열병 환자들의 대부분은 음성증상을 보이므로, 눈에 확연히 드러나는 기이한 증상은 적은 반면에, 위축되어 있고 대인관계를 피하며 자발적으로 참여하려 들지 않고 말도 별로 안 하며 하루 종일 방에서 혼자 지내려 한다. 이들은 낮 시간 동안 병실에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밖으로 인도되어져야 하며, 억지로라도 다른 사람과 어울리게 하여야 하고, 한가지라도 일을 맡겨 책임있는 행동을 하게 하여야 한다. 더욱 바람직하게는 이들이 체계적이고 통합적인 프로그램 내에서 활동함으로써 사회복귀가 가능하게 되어야 한다.
사회복귀와 원활한 사회적응을 목표로 하여 정신질환자에게 체계적이고 포괄적인 계획에 따라 일을 시키는 것은 강제노역이 아니고, 직업재활이라는 새로운 치료기법의 하나이다. 많은 정신질환자들은 증상의 정도에 관계없이 일할 능력이 있으며, 이들에게 일거리와 체계적인 사회적응 단계를 제공하고 참여시키는 것은 만성 정신장애인의 재활치료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