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여행 목적이나
여행 이유가 무엇이든
걷는 게 근본 목적이 되었다
어디를 가기 위해 걷는 게 아니라
걷기 위해 어디를 간다.^^.
물론 현실은 아직도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질 않고 있지만..
오전 6:30분에 출발한 이유는 조금이라도 더 많이 걷기 위함인데..
조 다리를 건너는 95번 하이웨이는 이미 만원이다.
여기서 30분 우물쭈물.
하이웨이 78번에서 81번 으로 갈아타면서
제한속도가 65마일에서 70마일로 바뀌어 룰루랄라 하고 달리는데..
헤리스버그 지역에 이르러 체증이 다시 되어 또 우물물..
옆에서 짝님이
"제한속도를 지키세요!"
하고 오더를 내릴만큼 빨리 달렸지만..
버지나아 셰난도우 내셔날 공원 안에 있는 하늘 길
Skyline Drive 북쪽 입구에 예정보다 한 시간 이상 늦어졌다.
하지만 해리스버그를 탓하지 않았다. 왜냐구요?
민주당 카멜라 해리스 후보가 2025년 대통령이 되기를 바라니까. ㅎㅎㅎ
하늘 길 방문 센터 안에 들어가니
할아버지와 할머니 두 분이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중년이 백인 부부와 흑인이 부부가 안내를 받고 있었다..
그들은 무엇이 즐거운지
서로 웃어가면서 대화를 나누면 상담을 길게 길게 하니..
내 걷기 시간은 점점 줄어든다.
이윽고 차례가 되어 맘씨 고와 보이는 할머니에게..
나는 하늘길 남쪽 끄트머리인 웨인즈보로 에 오후 6시까지 가려하고,
중간에 1~2 시간 하이킹을 하려는데 어디가 좋겠느냐고 물으니..
[곰을 만나기 전.. 전망대에서 / 2024.10.31]
물끄러미 날 쳐다보며 웃으면서 하는 말..
105마일인 하늘 길 제한 속도는 약 30마일 이하,
지금부터 길만 달려도 3시간 이상 걸리니 6시에 도착하려면 당신은 그냥 가야만 해.
늦게 도착해도 괜찮다면
너에게 적당한 하이킹 코스는 MP 10인 곳 Compton Gap Parking 장에 차를 대고
서쪽 방향 길인 컴튼 산 봉우리 하이킹 코스라고 아주 뷰티풀 한 곳이 있다. 다만 그 길은 약 3 마일로 2시간 이상 걸린다..
그 보다 짧은 거리는 동쪽 길인 Fort Winham Rocks 하이킹 코스가 있으니
네가 알아서 정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컴튼 갭 파킹장에 차를 세우고 빠른 결정을 해야만 했다.
어떤 사람들은 동쪽 길을, 또 어떤 사람들은 서쪽 길을 택해 걸어가고 있다.
멋있지만 먼 길인 서쪽?.. 짧은 코스인 동쪽?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갈까..
아.. 길을 잃고 헤매는 사슴 한 마리..
망설이는 지금 시각이
오후 2:30분을 넘어가고 있으니..
두 시간 하이킹 대신에 매력적인 바위가 있다는 길을 택했다.
산봉우리에 올라 아래로 멀리까지 펼쳐진 늦가을 경관을 즐기는 건 짱!이지만..
지금 우리는 주어진 시간은 충분하지 않고..
우리는 무엇을 보고 즐기는 것보다적당한 거리를 걷는 게 더 중요하니..
길을 덮은
누으런 낙엽이
가루가 된 걸 보면 사람들이
제법 걸었나 보았다.
그것은 사람들이 제법 걷는 길로 보여 안심이 되었지..
그런데 삼십 분 이상 걸은 듯한데 누구도 보이지 않았고.. 사진에서 본
그 희한한 매력이 넘친다는 바위도 보이지 않으니.. 실망이 섞인 심심함과 지나친 고요함에..
주워든 나무 지팡이를 꽈악 쥐고, 조금 더 걸어갔지만 역시 바위는 보이지 않는다.. 지나쳤나 하는 생각도 들어
자존심 때문에 중도 포기는 싫었으나.. 눈물 대신 미소를 지으며 그만 돌아가기로 했다.
삶이란..
이럴까? 저럴까?. 하며
삶에 중요한 것이든 아니든 매 순간순간에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곤 그 결정에 만족하기도 하고 실망하기도 한다. 아차! 하는 순간 평생을
망치는 결정이 내려지고.. 만족은 짧고 후회는 오래가니
될수록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매사에 냉정하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하늘로 솟은 나무 가운데 이미 잎새는 다 지고..
열 손가락 펴 하늘을 향해 올리고 있는 듯한 가지들만 매달고 있는 나무들이 적지 않다.
우리 삶 길이란
저 수많은 나무의 어느 한 가지가 갈라져
자라고 갈라지고.. 또 자라길을 거듭하며 자라듯 걸어가는 거겠지..
자의든 타의든 선택을 하고.. 가끔 걷지 못한 그 길을 걸었으면 어떤 결과가 생겼을지 궁금해하면서..
"어! 저기 검은 곰이 있네!"
짝이 가리킨 쪽을 보니..
시꺼먼 곰 넘이 나무 사이에 멈춰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크기는 다 자란 곰이 아닌 중 곰으로 보인다.
나도 놀랐지만
난 나무 지팡이를 갖고 있었기에
겁이 나지는 않았다.
그래서일까.. 곰을 사진에 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진을 제대로 담으려면 지팡이를 바닥에 내려놓아야 할 것 같은데..
주위에는 우리 둘 뿐이니.. 지팡이를 손에서 놓기가 거시기했다. 짝을 바라보니
저만치 떨어진 거리에 묵묵히 서있는 나무처럼 멈춰있다.
"내 쪽으로 걸어와!"
난 곰이 도망치기 전에 사진을 담기 위해
작은 소리로 말했는데.. 짝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겠다고 한다.
다시 내 쪽으로 오라고 조금 크게 외쳤지만..짝님은 움직이지 않고.. 그 소리에 곰이
놀랐는지.. 내 앞 산책길을 가로질러 건너편 나무 사이로 들어가더니 멈추고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곰이 없어졌어요?"
짝 말에 사진 담기를 포기하고
곰이 도망쳤으니 내 쪽으로 오라고 했다.
그 사이 곰은 완전히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때서야 짝은 곰이 간 쪽을 힐끔힐끔 보며 아주 천천히 내쪽으로 걸어왔다.
우리는 주위를 조심스럽게 살피며 제법 오래(?) 걸어가서 파킹장에 도착했고 얼른 차에 탔다.
그때야 짝은 마음을 놓는 것 같았다.
순간
내가 커다란
실수를 했다는 걸 알았다.
난 곰이 우리에게 공포를 느끼는 걸로 여겼는데..
그게 아니라.. 짝님이 곰에게 엄청난 공포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난 곰이 우리에게 겁을 먹고 있다고 보았는데.. 짝님은 오히려 곰에게 겁을 더 먹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내 욕심에 취해 곰 사진을 찍겠다고 짝을 내 쪽으로 오라고 했으니.. 얼마나 무모하며 어리석은
판단이었나!..
둘을 전혀 다른 생각토록 한 것이 무엇이고, 누가 바른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을 따지기 전에..
그런 순간에 제일 중요한 것은 짝이 공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행동을 했어야만 했었는데..
곰 사진을 찍으려는 욕심에 진짜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데 말이다.
곰이 나에게 겁을 먹긴 먹었나?.
그게 아니었다면??..
전율에 몸이 부르르..
우주의 중심은 내가 아니라 당신이요..
또는 당신과 내가 우주의 주인이요 중심이라고 말은 하면서..
나는 실제에서 짝의 공포는 보지 못하고 자기 욕심에 취해 딴짓에 몰두해 있었던 것이다.
짝님에게 미안했고..
어리석은 판단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나는
도망친 곰을 통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나의 언행이 중요한 순간에 얼마나 불일치하고 있음을..
하늘길은
갭을 사이에 두고 업 앤 다운의 S 모양 길이니..
산 동쪽에 길을 만들었으면..
다음 번은 산 서쪽에 길을..
그리고
곰에게 고마웠다.
나의 어리석음을 보면서도
누구도 해를 끼치지 않은 것이 너무너무 고맙다.
나무 관세음보살.()..
아..
산에 머물던
시월의 마지막 날은
파아란 하늘 속 늦은 가을에 맞이한
한 여름 날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