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야 새벽부터
잠도 없나 잠도 없어
단톡방에 올라온 부음을 들었다
고인도 상주 이름도 비몽사몽 가물거렸다
사 년 전 비명횡사한 동창 놈 부친상
묵묵부답 한나절 닫아건 입들 열린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영혼 없는 카톡카톡
오만 원? 등심이 한 근?
머릿속이 뒤엉킨다
눈도장 찍어야 할 친구 놈도 없을 텐데…
에라이, 두 눈 딱 감는다
부음 놓치고 만다
「가람시학」(2023, 제14호)
커톡이 대세다. 너나 나나 카톡을 한다. 그런데도 글 쓰는 이들 중에 절대로 카톡을 활용하지 않는 이도 있다. 그런 분을 만나면 의외라기보다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대세에 합류하기를 마다하고 문자로 소통하는 일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세상 사람들이 다 똑같을 수는 없다. 문자만으로도 얼마든지 의사 교환은 가능하다. 카톡이 없다면 몹시 답답해 할 것이다. 그만큼 요긴하게 쓰고 있기 때문이다. 카톡은 편리한 점이 아주 많지만 폐해도 적지 않다. 삶의 진정성 문제다. 불필요한 정보가 카톡을 통해서 대량 생산 되어 마구 쏟아져 들어온다. 그러다 보니 자기만의 시간은 사라지고 몰개성의 파도가 몰아칠 때가 많다. 개인적으로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화자는 ‘눈감다’에서 누구야 새벽부터 잠도 없나 잠도 없어, 라고 반문하고 있다. 단톡방에 올라온 부음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인도 상주 이름도 비몽사몽 가물거렸다, 라고 말한다. 카톡을 보내서는 아니 될 시각에 날아왔기 때문이다. 아무리 급해도 그것은 상식에 어긋나는 일이다. 피해야할 때가 분명히 있지 않는가? 곰곰이 생각해보니 사 년 전 비명횡사한 동창 놈 부친상 소식이다. 그러나 묵묵부답 한나절 동안 닫아건 입들이 마구 열려서 카톡소리는 끊어지지 않는다. 화자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라는 추모 글귀가 영혼 없는 카톡이라고 규정한다. 옳은 말이다. 그리고 오만 원, 등심이 한 근이라고 생각하다가 머릿속이 뒤엉키는 것을 느낀다. 그러다가 눈도장 찍어야 할 친구 놈도 없을 텐데…, 라는 생각 끝에 에라이, 두 눈 딱 감는다, 라고 중얼대며 부음을 놓치고 만다.
이렇듯 ‘눈감다’는 세태 심리를 솔직담백하게 노래하고 있는 시조다. 누구나 그렇게 느낄만한 일을 드러내놓고 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눈감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그렇게 일을 매조지는 모습에서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다. 정말 우리네 삶에 성찰과 사유, 진정성이 가미되어서 보다 품격 있는 삶을 영위했으면 하는 마음 건절하다.
카톡은 잘 이용하면 이점이 많다. 다만 그로 말미암아 삶의 질이 떨어지거나 일상이 가벼워지지 않도록 유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상대방에 대한 예의와 배려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정환(시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