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학명: Hordeum vulgare L.]는 화본과의 두해살이풀이다. 대맥(大麥), 맥아(麥芽), 모(麰), 모맥(牟麥), 것보리, 겉보리, 쌀보리, Barley 라고도 한다. ‘맥(麥)’이라는 한자는 ‘보리’를 뜻한다. 단, 맥 자가 붙는다고 모두 보리는 아니다. 대맥은 보리, 소맥은 밀, 목맥은 메밀을 뜻한다. 품종의 특성에 따라 겉보리와 쌀보리, 6조보리와 2조보리, 가을보리와 봄보리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쌀보리(var. nudum Hook. fil.)는 호영이 없으며 겉보리보다 내한성이 약하다. 봄보리는 3월에 파종하여 6월에 수확하는 1년생 초본이다. 식용, 약용, 공업용, 사료, 녹비이다. 꽃말은 ‘일치단결, 번영, 보편’이다.
'이상곤의 실록한의학'에는 흔히 보리밥은 영조의 장수 비결 중 하나로 꼽힌다. 왕이 보리밥을 먹었다는 게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실록 기록상으로는 영조가 거의 유일하다. 특히 여름철에 먹은 기록이 집중돼 있다. 보리는 음(陰)의 성질을 가진 곡식이다. 서늘하고 찰지다. 한의학에서 양(陽)은 팽창하고 외부를 향하는 성질을 지니고, 음은 수축하고 내부를 향하며 응축하는 성질을 지닌다. 응축한 것을 풀려면 몇 번이고 열을 가해야 한다. 보리밥을 할 때 두 번 찌는 것도 그 때문이다. 먼저 한 번 쪄서 대나무 소쿠리에 올려놨다가 밥을 지어야 제맛을 즐길 수 있다. 날씨가 더워지면 인체의 내부도 달아오른다. 식욕이 떨어지는 것은 위장에 열이 오르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찬 성질을 가진 보리밥은 달아오른 몸을 서늘하게 식혀 입맛을 살리는 데 도움이 된다.
영조는 입맛이 무척 까다로웠다. 과일은 냉기 때문에 싫어했고 젓갈도 짠맛 때문에 먹지 않았다. 미숫가루도 가루음식이라 싫어했고 생선은 비린내 때문에 손대지 않았다. 민어나 조기류를 권했지만 좋아하지 않았다. 특히 여름이 되면 대여섯 숟가락을 뜨고는 더 이상 밥을 먹지 못했다. 유일하게 먹은 것이라고는 보리밥을 물에 말아 먹는 ‘수요맥수라(水요麥水刺)’였다. 여름날 밥맛이 떨어진 영조가 먹었던 보리밥은 자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식사이자 건강식이었다. 영조의 말을 빌리자면 “내가 원해서 소식을 한 게 아니라 입맛이 없어 식사량을 줄인 것”이었다. 영조는 재위 10년 5월 4일 실록에서 “다른 사람은 세 끼를 먹고도 속이 허하고 배고프다는 말을 하는데 나는 밥맛이 없어서 더 먹고 싶지가 않다”며 탄식한다.
‘본초강목’에는 보리에 대해 ‘음의 성질로 열을 없애고 기를 도우며 소갈(消渴)을 없앤다’고 썼다. 소갈은 당뇨와 유사하다. 한의학은 당뇨 증상을 소갈, 소중(消中), 소신(消腎) 세 종류로 나누고 치료도 세분했다. 동의보감은 소갈의 증상에 대해 ‘중초(中焦·횡격막과 배꼽 사이의 소화기관)에 열이 몰린 것을 비장(脾臟)이 허하여 받으면 위가 훈증되면서 음식이 빨리 소화되고 배가 금방 고프며 곱으로 먹게 되나 살이 찌지 않는다. 오줌을 자주 누고 갈증이 심하며 오줌 맛이 달다’고 썼다. 당뇨 환자에게 쌀밥이 아닌 보리밥을 권하는 이유다.
보리는 발아시키면 약성이 크게 달라진다. 맥아(麥芽·엿기름)는 최고의 소화제다. 맥아를 발효시켜 만든 식혜가 잔치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 것도 배고픈 시절 갑작스러운 과식으로 고장 난 위장의 소화력을 도우려는 지혜다. 보리는 음식을 삭이는 작용뿐 아니라 젖을 삭이는 작용도 뛰어나다. 중국 청나라 의학자 오겸이 쓴 ‘의종금감’에는 맥아를 ‘산후에 젖이 뭉치고 열이 나는 데 사용한다’며 단유(젖을 끊는 것)할 때 처방했다. 실제 맥아 40g 정도를 끓여서 먹거나 분말로 복용하면 젖을 삭이고, 젖이 부은 상태를 해소하는 데 좋다.
보릿고개에 대한 일화로 영조대왕이 본 왕비를 잃고 후비를 얻는 중에 세 처녀가 최후로 간택이 되었다. 먼저 대왕이 물었다.
"김한구의 딸 너는 어찌하여 아버지 이름을 수놓은 방석을 깔고 앉지 않느냐? 다른 처자는 저는 누구 딸입니다 하고 아버지 이름이 쓰인 방석에 앉아서 내가 판단하기 좋게 하는데 말이다."
"저는 우리 아버지 딸입니다. 딸이 어찌 아버지를 깔고 앉겠습니까?"
"......"
대왕은 말을 못하였다. 아버지 이름이 수놓인 것은 바로 아버지가 아닌가? 부모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자는 불효라는 말이다. 왕비가 안되어도 좋다. 효녀만 되면 된다. 효녀 이름이 밖에 크게 소문나지 아니하여도 딸로서 도리만 다 하면 된다. 왕비 이전에 딸노릇하는 딸이 되겠다는 말이다. 대왕은 이것을 알고 묵묵히 있었다. 속으로는 갸륵하기도 하고 맹랑한 대답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고개 중에는 어떤 고개가 제일 넘기 힘이 드는고?" 한 간택에 오른 규수는 "대관령고개입니다." 다른 처자는, "추풍령고개올시다."라고 하는데 이 김한구 딸 김처자는, "보릿고개라고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보리고개라? 겨울 양식이 봄이 되자 다 떨어지고 그렇다고 햇보리는 아직 나오지 아니한 때 세끼. 아니 두끼, 아니 심지어 한끼를 채우기가 그 얼마나 난감한가? 이것이 보리고개인데 이 김처자가 실로 넘기 힘든 고개가 보리고개라고 하니 어렵게 산 적이 있었나보다. 실제로 그 김처자는 어렵게 살았다. 몰락한 양반의 딸로 충청도 서산 당진 홍성 쪽에서 가난하디 가난하게 살다가 살다가 못 살아서 서울에 가면 아는 사람 연줄로 좀 벼슬이나 살까 한 아버지 뜻을 따라 가마를 빌려타고 보모랑 같이 서울에 왔는데 도중에 노비와 숙식비가 없어서 갖은 봉욕을 다 당하고 급기야는 벼슬을 살러가는 초행원님에게서 돈 좀 얻어 가죽옷도 얻어 입고 한겨울에 상경을 한 적이 얼마 전에 있었다. 그렇게 빈한한 김한국는 어찌어찌하여 벼슬을 살고 마침내 그의 딸이 이 간택에 뽑히게 된 것이다. 가난을 신물나게 겪어본 사람만이 보리고개가 가장 힘이 든 고개라고 할 것인데 바로 이 김처자가 그리 말을 한 것이다. 모름지기 나라의 어머니(국모)인 왕후가 되려면 백성이 겪는 그 고통이라는 대명사인 보리고개를 알아야 할 것이다.
"음, 이번에 문제를 내겠는데 꽃 중에서 무슨 꽃이 제일인고?"라고 하니 어떤 규수는 목련꽃이라고 하고 어떤 처자는 연꽃이라고 하는데 이 김처자는, "목화꽃입니다." 라고 하였다. 목화꽃이라? 이 꽃은 화사하고 예쁜 꽃은 결코 아니므로 일반 상식으로는 맞는 답이 아니라고 하겠는데, 그 꽃이 핀 연후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면에서는 다른 꽃이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유익한 꽃이니, 바로 목화가 백성의 옷감이 되어서 예절도 지키고 품격도 살리고 추울 때 보호하여 주기 때문이다. 이 점을 김처자는 말한 것이매 지금으로 말하면 실로 백성을 생각하는 실용적이고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사고를 갖고 있구나. 궁중에서 호의호식하는 왕비라도 백성이 헐벗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대왕은 마음에 들었다.
이리하여 경주 김씨 김한구 딸 김처자는 영조대왕 말년에 계비가 되었으니 정순왕후다. 1759년(영조35년) 그의 나이 열네 살이었다.
홍해, 캅카스, 카스피해, 티베트 인근이 원산지이다. 한국의 중남부지방에서 많이 재배한다. 모여 나는 줄기는 포기를 이루어 곧추 자라며 높이 60~120cm 정도이다. 줄기는 속이 빈 원주형이며 마디가 있고 마디 사이가 길다. 선형의 잎몸은 길이 10~20cm, 너비 10~15mm 정도로 녹색의 바탕에 다소 흰빛이 돌고 잎집은 줄기를 둘러싼다. 잎혀는 짧으며 털이 없다.
꽃은 5월에 개화한다. 수상꽃차례는 길이 5~10cm 정도로 소수가 3개씩 꽃차례축 좌우에 달리므로 6줄이 나타나고 소수는 1개의 꽃으로 된다. 열매는 꽃이 핀 후 30∼40일이면 성숙하는데 과실은 영과(穎果)이다.
생약명(生藥銘)은 맥아(麥芽)이다. 적용증상 및 효능은 각기, 간기능회복, 감기, 강장보호, 건비, 건선, 건위, 구토, 부인하혈, 식감저체, 식병나체, 식우유체, 식우육체, 요독증, 위궤양, 위무력증, 위산과소증, 유선염, 유즙결핍, 윤장, 음식체, 임질, 자양강장, 진통, 칠독, 타박상, 폐기천식, 현훈, 황달이다.
보리를 이용하여 보리밥, 보리죽, 보리수제비, 보리수단, 보리감주, 보리막걸리, 보리차, 보리누룩, 된장, 보리고추장 등을 만들 수 있으며, 소주, 맥주의 원료 등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맥아 엿기름은 강장제 및 각기병의 치료제로 이용되기도 한다. 보리는 아토피를 완화하는 식재료로 알려져 있다. 보리차와 효소, 죽염 등을 배합해 음료수 대용으로 마시면 아토피에 좋다. 보리를 볶아 커피맛을 나게 하는 보리커피도 커피를 대신하는 대체 기호품으로 인기다. 봄에 어린 싹으로 국으로 하여 먹기도 한다. 새싹보리는 칼륨과 칼슘 등의 무기성분과 비타민C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여 고지혈증, 당뇨병 등에 효과가 있다. 음식궁합으로 꿀과 함께 먹으면 항암효과가 있고, 아몬드와 함께 먹으면 항산화 작용을 한다.
[참고문헌:《원색한국식물도감(이영노.교학사)》,《한국의 자원식물(김태정.서울대학교출판부)》,《이상곤의 실록한의학(이상곤.동아일보)》,《Daum, Naver 지식백과》/ 글과 사진: 이영일∙고앵자 생명과학 사진작가,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이영일∙고앵자/ 채널A 정책사회부 스마트리포터 yil207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