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스트민스터 최초 통과, 노후 아파트 개보수 비용 부담 대두
냉방 장치 의무화 대신 적정 온도 보장, 자본 비용 회수 쟁점
기후 변화로 여름철 폭염이 잦아지면서 캐나다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세입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실내 최고 기온을 제한하는 조례 도입에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노후 주택의 냉방 설비 확충과 설치·운영 비용을 누가 부담할지를 둘러싼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뉴웨스트민스터 캐나다 최초 실내 최고 기온 조례 제정
뉴웨스트민스터시는 캐나다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실내 최고 기온 제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조례에 따라 모든 임대주택은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8시까지 화장실을 제외한 생활 공간 한 곳 이상의 평균 실내 온도를 26도 이하로 유지해야 한다. 2021년 열돔 당시 BC주에서 619명이 숨졌고, 특히 1960~1980년대 지어진 노후 저층 아파트 거주자의 피해가 컸던 점을 반영한 조치다. 시의회는 지난해 집주인이 세입자의 에어컨 설치를 막지 못하도록 한 데 이어, 이번 조례로 임대주택의 실내 안전 온도 기준을 마련했다.
시설 개보수 비용 부담과 임대료 인상 우려
이번 조례는 건물주에게 에어컨이나 히트펌프 등 특정 냉방 장치 설치를 의무화하지 않고, 창문 코팅이나 차양막 설치 등 다양한 대응 방식을 허용한다. 다만 오래된 건물은 전력 용량 확충을 포함한 구조적 개보수가 필요할 수 있어, 세입자 지원 단체들은 비용이 임대료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집주인이 자본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연간 법정 임대료 인상 한도를 넘어 추가 인상을 신청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다. 이 때문에 저소득층 세입자들이 폭염 속 안전한 주거 환경과 주거비 부담 사이에서 더 큰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캐나다 전역의 조례 제정 동향 및 재원 마련 방안
실내 최고 기온 제한 조례는 캐나다 다른 지역으로도 도입이 이어지고 있다. 토론토시는 관련 조례 마련을 추진하고 있으며, 해밀턴시도 초안 작성에 착수했다. 핼리팩스의 세입자 단체도 같은 제도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고, 뉴펀들랜드 래브라도주는 장기요양시설의 냉방 장치 설치 의무화를 추진 중이다. 재원 마련 방안으로는 BC주에서는 정부나 민간 금융기관의 보증을 통해 노후 아파트와 콘도 5,000세대를 개보수하는 시범 사업도 제안됐다. 아울러 과거 연방 정부가 운영했던 주택 개보수 지원 프로그램을 다시 도입하거나, 석유·가스 산업에 세금을 부과해 임대주택 냉방 설비 설치 비용을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