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는 하루종일 방구석에서 빈대나 잡으며 빈둥 댔으니까
어제는 오랫만에 우산을 쓰고 시내를 거닐며 장구경이 하다가
출출하면 단골 주모네 집에서 탁배기나 한사발 마시고 올 생각이었다
비가 오는 날에도 우산을 쓰고 장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북적 거렸다
빨간우산,파란우산,노랑우산,검정우산,찢어진우산,타게진우산, 가지각색이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일단 허름한 포장마차 대포집에서
도야지 발목쟁이 하고 탁배기 한사발 시켜놓고
천막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그윽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막걸리 한사발로 허기졌던 배를 지지고 비내리는 바깥풍경을 바라보니
오늘따라 우산쓰고 오가는 사람들이 왜이리 다들 이뻐 보이는지...........
대포집 주모는 물론,
빨간 몸빼바지에, 빨간장미가 그려져 있는 부라우스를 입은
배가 올챙이마냥 불룩 튀어나온 아줌씨도 예뻐 보인다
주모에게 허튼농담을 던지면서 한잔 또 한잔을 비우고 있는데 갑자기 뒤에서
" 강 또라이 ? 비 오는데 여기서 뭐하냐 ? "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리에 뒤 돌아보니
이 시장의 농협 지소장 으로 있는 홍 또라이 였다
" 어 ? 홍 또라이 ! 너는 여기 웬일이냐 ? "
" 강 또라이 ! 여기서 궁상 그만떨고 우리 참치집으로 자리 바꾸자 "
그래서 홍 또라이와 강 또라이는 자리를 바꾸어 참치집으로 갔다
홍 또라이와 강 또라이 !
그 칭호는 군대에서 얻은 영웅같은 칭호다
그친구와 나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다 거의 같은날 전역을 했다
고향도 같은데다 같은 부대에 같은 동기로 만났으니
어느날 외나무다리를 건너다 갑작스레 웬수를 만난것보다 더 반가웠으리.....
군대시절 그친구는 근무시간에 몰래빠져나와 부대근처 민가에서 술을 마시면
저녁 점호시간이 되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기이한 현상을 자주 유발시켰다
그때마다 우리모두는 단체라는 명목하에 단체기압을 받기가 부지기수 였고
그리하여 그 친구는 홍 또라이 라는 영웅적인 칭호를 수여 받았던 것이다
나는 저녁점호시간에 주번사관이 전투수칙을 물어오면
" 정지 ! 라이트 꺼 ! 시동 꺼 ! 하차 ! "
이렇게 대답을 했다
그럴때마다 주번사관은
" 이 새꺄 ! 그건 경계수칙이잖어 ! 너는 전투수칙하고 경계수칙도 구분도 못하냐 ? "
" 시정 하겠습니다 ! "
" 이새끼는 뭐라고 하면 매일 시정을 하겠다고 해놓고 시정하는것 한번도 못봤다 "
"시정 하겠습니다 "
" 이새끼가 누구 약올리나 ? 다들 대가리 박어 ! "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을 하여 강 또라이라는 영웅적인 칭호를 부여받게 되었다
요즘도 어쩌다 그 친구 사무실에 찾아가서 이야기에 열중을 하다 보면
" 홍 또라이 웃기는 소리 하고 있네 ! "
라는 소리가 나도 모르게 나온다
그럴때마다 사무실 직원들은 자기네 소장을 또라이 라고 부르는 나에게
이상한 사람이네....하는 의아한 시선으로 쳐다본다
순간 입을 막아 보지만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그래서 요즘도 어쩌다 한번 찾아가면 사무실 직원들 보는 눈초리들이 심상치 않다
조치원에서 지옥같은 훈련을 마치고 자대로 배치되는날
그 친구와 나는 삼엄하고 살벌한 분의기 속에서 신고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그때만해도 신고식때 한번 찍히면 3 년동안 고로움을 당한다는 말들이
공공연하게 떠돌고 있던 시절이어서 바짝 긴장이 되었다
신고식을 할 신병은 그 친구와 나를 포함해서 모두 5 명이었다
곧이어 산도적 같이 눈이 부리부리 한 내무반장의 심문이 시작되었다
첫번째 신병에게
" 너 ! 사회에서 뭐 하다 왔어 ? "
" 네 ! 대학 2 년 다니다 왔습니다 ! "
" 그래 ? 대답에 패기가 없다 ! 대가리 박어 ! "
그 학구파는 불쌍하게도 시멘트 바닥에 뒷짐을 진 자세로 빠박머리를 박고 말았다
" 다음 너는 사회에서 뭐 하다가 왔어 ? "
" 네 ! 저는 회사 다니다 왔습니다 ! "
" 그래 ? 그런데 너는 차렷자세 에서
눈동자 굴러가는 소리가 자갈 굴러가는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리냐 ? 너도 대가리 박어 ! "
그 신병도 시멘트 바닥에 뒷짐지고 빠박머리를 박고 말았다
" 다음 너는 사회에서 무엇하다 왔어 ? "
" 네 ! 저는 대학 법학과를 다니다 왔습니다 ! "
" 그래 ? 그런데 너는 눈동자가 동대문 시장에서 굴러다니는
10 년 묵은 썩은 동태 눈깔보다 더 썩어 보인다. 너도 대가리 박어 ! "
그 신병도 엉거주춤 시멘트 바닥에 빠박머리를 박고 있었다
다음은 그친구 차례다
" 너는 사회에서 뭐 하다 왔어 ! "
" 네 ! 저는 그냥 집에서 놀다가 왔습니다 "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리면서 대답한것 같았다
" 뭐여 ? 무위도식 하면서 쌀이나 축내고 왔다고 ? 버러지 같은놈 !
이중에서 네가 제일 양심없는 놈이다 너도 대가리 박어 ! "
괜히 대가리 굴리다 버러지 같은 놈이라는 죄명 하나 더 되집어 써 버렸다
다음은 내 차례다
마른침이 꼴깍 넘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이래도 대가리 박고 저래도 대가리 박을 바에야
나는 이판사판 공사판으로 나가기로 결심을 했다
아무리 그래봐야 군대에서는 거시기로 나팔을 불어도 세월은 간다
라는 명언이 존재 하고 있었다
아무리 거시기로 밤송이를 까더라도 지구는 돈다는 금언도 존재하고 있었다
졸병들에게는 명심보감 보다, 부처님 법구경보다,구약성서보다,신약성서보다,
더 정신적 의안을 가져다 주는 경전 이었다
내무반장도 그 진리를 거역할수 없고,
참모총장도 그 진리를 거역할수 없었다
거시기로 나팔을 부는 사이 고참은 제대를 할것이고
거시기로 밤송이를 까는 사이 나도 고참으로 진급이 되어
내무반장이 되는 특권이 부여 될것이다
첫댓글 후후.. 그러쟎아도 남자들 군대이야기 나오면 날밤새면서 할말이 많다고하던디.. 드디어 시작이구만요.. 2부로 휘리릭~~~
두 또라이님~~만남에 핫팅입니다~~이유는?...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에 고요가 즐거우니까요ㅎㅎㅎ
달님과,고요님 ! 이방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을 하면서 날개인 일요일 오후.....축복이 가득한 평화로운 휴일 되기기를 예수 그리스트의 이름으로 간절히 간절히 비옵나이다.
푸하하하...으걀걀걀...너무 재밌따~~
웃는 소리가 뭐 그래 ? 달걀 귀신 웃는 소리 같구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