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 NBC-TV에서 방영돼 큰 인기를 누린 공상과학(SF) 시리즈 '25세기의 벅 로저스'에서 재치 넘치는 영웅 역으로 잘 알려진 아칸소 출신 배우 길 제라드가 16일(현지시간) 8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고 할리우드 리포터가 다음날 전했다.
제라드는 조지아에 거주해 왔는데 부인 자넷이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희귀하고 매우 공격적인 암"과 싸운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25세기의 벅 로저스'는 필립 프랜시스 놀란의 1928년작 소설 '아마겟돈 서기 2419년'이 원작이다. 1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앤서니 로저스가 방사능 가스에 노출돼 잠들었다가 미국이 한족에게 지배당한 500년 후 깨어나 그들과 맞서 싸운다는 것이 줄거리였다. 신문 신디케이트 존 F. 딜이 딕 칼킨스를 그림작가로 붙여 1929년 1월 7일부터 '25세기의 벅 로저스'란 제목의 신문 만화로 연재하기 시작했다. 만화판에서는 주인공 이름이 벅으로, 깨어나는 미래도 2429년으로 수정됐으며, 연재 초기에는 원작의 줄거리를 따라갔으나 이후 우주를 모험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로 원작과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만화 뿐만 아니라 라디오 드라마, 영화, TV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 만화 자체도 계속 큰 인기를 끌어 놀란과 칼킨스 이후에도 여러 작가들이 참여해 38년 동안 연재됐다.
제라드는 1977년 영화들로 먼저 얼굴을 알렸다. '에어포트 77'에서 리 그랜트의 낭만적인 연인으로, 애팔래치아 배경 코미디 '후치'에서 밀주업자 주인공을 연기했다. 이 무렵, 유니버설 텔레비전에서 글렌 A. 라슨 공동 제작한 '25세기의 벅 로저스' 출연 제의를 받았다.
올림픽 수영 챔피언 출신 버스터 크래브가 주연한 영화 시리즈 '벅 로저스'(1939)에서 가장 유명한 인기 만화 캐릭터를 바탕으로 한 이 가벼운 SF 시리즈는 1979년 영화 '스타 워즈'의 대흥행에 힘입어 시작됐다.
씩씩했던 제라드는 처음에 그 배역에 관심이 없었다. 그는 2018년 인터뷰를 통해 "아담 웨스트가 배트맨에 출연한 뒤 어떤 경력을 걸었는지 내가 봤다. 그리고 이 캐릭터도 또 다른 만화 캐릭터였다. 나는 가식적인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결국 그는 설득돼 출연 계약을 맺었고, 이 영화는 그 해 국내 흥행 상위 25위 안에 들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영화는 쇼의 두 시간 분량 오프닝 에피소드로 재구성됐다.
벅 로저스는 1981년 4월까지 두 시즌, 모두 32개의 에피소드로 방영된 후 제작 취소됐다.
이후 제라드는 1982년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TV 영화를 포함한 여러 텔레필름의 주연을 맡았다. 'Help Wanted: Male'은 수잔 플레셰트가 주연을 맡았으며, 1986~87년 ABC 시리즈 '사이드킥'에서 어린 아이(어니 레예스 주니어)에게 무술을 가르치는 독신 경찰 역을 맡았다.
길버트 시릴 제라드는 삼형제의 막내로 1943년 1월 23일 아칸소주 리틀록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프랭크는 칼 판매원이었고, 어머니 글래디스는 교사였다.
리틀록 가톨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칸소 주립 사범대학학(현재 센트럴 아칸소 대학)에서 몇 년간 공부한 후, 1969년 뉴욕으로 이주하여 미국 뮤지컬 앤 드라마 아카데미에서 필립 버튼에게 연기를 배웠다.
그는 생계를 위해 밤에 택시를 운전했고, 그의 손님 중 한 명이 그에게 배역을 위해 오디션을 보게 했는데 당시 뉴욕에서 촬영 중이던 아서 힐러의 '러브 스토리'였다. 그는 엑스트라로 고용돼 편집 과정에서 빠진 작은 역할을 맡았으며, 약 10주간 영화 작업에 참여했다.
제라드는 이후 몇 년간 400편이 넘는 광고에 출연했고, NBC 연속극 '닥터스'에서는 포로에서 의사로 변신한 앨런 스튜어트 역을 맡아 1973년부터 1976년까지 출연했다. 그는 또 클리프 로버트슨과 함께 프랭크 페리의 영화 '그네 위의 남자'(1974)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그는 이야기가 떠올라 자신의 제작사인 프루돔 프로덕션을 위해 '후치'를 제작했다. 그는 이 영화가 '스모키와 도적'을 표절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977년 NBC 드라마 '초원의 집' 에피소드에서 캐롤라인 잉걸스(카렌 그래슬)와 사랑에 빠지는 목수 역을 맡은 후, 마이클 랜던이 그를 10년간 감옥에서 보낸 후 삶을 재건하려는 무고한 남자에 관한 '스톤'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기용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 제작됐으나 방송 제작이 결정되지는 않았다.
1987년 우주선 안에서 사고로 냉동됐다가 핵전쟁 후 2491년에 발견된 NASA/미 공군 조종사 윌리엄 앤서니 "벅" 로저스 대위 역으로, 제라드는 에린 그레이(윌마 디어링 대령 역), 펠릭스 실라(로봇 트위키, 멜 블랑 목소리)와 호흡을 맞췄다.
그는 2017년에 이렇게 털어놓았다. "그 캐릭터가 현실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유머 감각이 정말 좋았고, 그의 인간미도 좋았다. 나는 꽤 멋지다고 생각했다. 그는 딱딱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슈퍼히어로는 아니었다."
1983년에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아멘 코너'를 프로듀스했다. 이 작품은 제임스 볼드윈의 연극을 바탕으로 했으며, 레타 휴즈가 주연을 맡았다.
제라드는 1990년 CBS 시리즈 'E.A.R.T.H. 부대'에도 출연했으며, 1992년 리얼리티 쇼 '코드 3'을 진행했다. 1997년 NBC 주간 드라마 '우리 생의 나날들'에서 도드 대령 역을 맡았다. 라이언 고슬링과 러셀 크로우 주연의 코미디 '나이스 가이즈'(2016)에도 출연했다.
그는 또 2007년 디스커버리 헬스 채널 다큐멘터리 '액션 히어로 메이크오버' 주인공이기도 했다. 그는 체중이 350파운드로 불어나자 위우회 수술을 받기로 결정한다. 1990년 피플 기사에서 그는 과식으로 인해 100만 달러어치 일을 잃었다고 추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오랜 우정을 쌓은 제라드는 네 차례 결혼했으며, 그 중 한 번은 영화 '호텔'의 배우 코니 셀레카와 1979년 결혼해 1987년 이혼했다. 18년을 함께 한 부인 재닛 외에도, 셀레카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 깁이 유족으로 남았다.
고인은 미리 작성한 글을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다. "내 인생은 놀라운 여정이었다. 내가 가진 기회들, 만난 사람들, 주고 받은 사랑 덕분에 82년의 삶이 깊이 만족스러웠다. 당신을 설레게 하거나 사랑을 주지 않는 일에 시간을 낭비하지 마세요. 우주 어딘가에서 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