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탄과 폭탄
리퍼를 든 손이 긴장감에 떨립니다. 빨간 선을 자를까 노란 선을 자를까 아니면 파란 선을 자를까? 디지털시계가 가리키는 시간은 자꾸 줄어들고 터질듯한 긴장감 속에서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힙니다.
숫자가 0에 가까운 시점에서 주인공은 결단을 내려 어느 선 하나를 자릅니다. 시계는 멈추었고 폭탄은 터지지 않았습니다. 관객석의 팽팽했던 긴장감도 한순간에 해소되지요.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폭탄 해제 장면의 하나입니다. 관객들은 절대로 주인공이 죽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긴장에 동참하게 되지요.
위의 현실은 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이 아니라면 폭탄을 그렇게 제거하지는 않지요. 인원을 대피시키고 폭파로 제거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법이니까요.
영화나 드라마에 주인공이나 조연들이 지뢰를 밟는 장면이 나옵니다. 발을 뗄 수가 없어 삶과 죽음의 혼돈 속에서 방황하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안전핀을 다시 정비하고야 살아나는 장면이지요. 그러나 그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지뢰 대부분은 밟는 순간 터지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우린 가끔 블록버스터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기 위하여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여 만든 영화를 의미하는데 그 사전적인 의미는 한 블록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는 초대형 폭탄입니다. 블록버스터라는 화려함 뒤에는 폭탄의 명칭이라는 무서움이 함께 존재한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요즘 지구상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한창입니다. 포탄의 수요가 21세기 들어서 가장 많은 시절을 지내는 중이지요. 포탄과 폭탄은 다른 개념입니다.
포탄은 대포와 같이 포신을 통하여 장약이 터지는 힘으로 날아가는 탄을 의미하고 폭탄은 공중투하나 투척, 설치 등으로 터지는 폭압과 파편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병기를 의미합니다.
다이너마이트를 만든 노벨이나 원자탄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오펜하이머를 우린 죽음의 상인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다이너마이트도 평화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원자 분열도 전기 생산으로 인류에 이바지하기도 하지만 그 위대한 연구의 결과물이 인류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은 경계할 일입니다.
요즘 포탄 부족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도 포탄 비축분을 대단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외화벌이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람을 죽이는 데 사용하는 무기 수출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평화를 돈 주고 사는 것까지야 괜찮겠지만 사 온 물건이 전쟁에 사용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니까요.
우린 언제 전쟁 소식 없는 평화로운 세상에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요? 이국땅이지만 아무런 이유 없이 전장에서 산화하는 젊은이들의 고귀한 목숨이 아프게 다가와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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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어릴 적, 6.25 전쟁의 여파로 주변에 폭발물이 참 흔했습니다. 국민학교 때, 수업 중 수류탄 터지는 큰 소리가 나 수업이고 뭐고 우루루 몰려 나갔던 적이 있습니다. 엿장수가 수류탄 분해하다 터져 즉사한 광경을 보기도 했죠.
강가로 미역감으러 나가 모래밭을 뒤지면 녹슨 총알이랑 나무로 된 개머리판은 다 썩어 없어진 총을 발견하기도 했죠. 대포화약이라 불렀던 대포장약을 주어 활명수 빈 병에 가득 넣어 심지 달아 불붙여 던지고 놀기도 했죠. 죽지 않고 살아 남은게 용할 지경입니다. 주변에 상이군인도 많았죠. 지금은 영화로나 볼 수 있는 갈고리 팔 가진 그분들이 그때는 왜 그리 무섭기만 했는지....
전쟁? 겪지는 못햇지만, 전쟁후의 어려운 세상은 살아봤습니다. 부대찌게? 한껏 미화되어 지금은 모두가 즐겨 먹는 음식이 되었지만, 부대찌게의 원조는 꿀꿀이 죽입니다.
미군부대 잔반을 큰 솥에 넣어 끓여 팔던게 꿀꿀이죽입니다. 이빨 자국이 남아 있는 햄조각, 먹다 남긴 닭, 소시지..... 모두 때려 넣어 푹 끓여 한 바가지씩 사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지붕은 맥주캔 분해해 이어붙여 만든 양철판으로 잇고, 벽은 보루박스(미군 C-레아션 종이 박스. 골판지 두 겹 사이에 콜타르 층이 있어 비에 젖어도 괜찮은) 펴서 못질해 세우고, 바닥은 맥주캔 이어붙여 구들을 놓은 집. 그게 판자촌이었습니다.
전쟁?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추억입니다. |
첫댓글 최근인 8월 초에 출간된 "항복의 길"이라는 책을 읽었는데, 몰입하다 보니 하루 반나절만에 다 읽었습니다.
태평양 전쟁을 종결지어야 하는 미국과 일본 양국의 전쟁지도자인 정치가와 군의 지휘관들의 고뇌에 찬 순간들을 그들의 기록과 일기 등을 토대로 사실대로 엮은 내용이었는데...
원자폭탄 제작과정을 통해 얻은 살상력에 대한 정보를 기반으로 그 원폭을 투하하여 많는 무고한 인명을 살상해야하는 결정을 해야하는 전쟁지도부와 그 원폭을 직접 일본의 특정지역에 투하해야하는 현장 지휘관의 고뇌, 그리고 원폭에 의해 많은 국민들이 살상되는 피해를 입은 국가에서 전쟁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군부의 폭거에 대항하여 목숨을 걸고 항복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아야 했던 일본제국의 외무상 도고시게요리의 고뇌...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군대윤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좋은 소재가 될 것 같았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0037116
내가 교직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 즘엔, 전집물 외판이 많았었네. 먹고 살기 힘들 때라 알음알음을 통해 전집물을 거의 반 강제로 떠 안겨 팔곤 했었지. 나도 나름대로 직업이 괜찮다 보니 친구들, 지인들 책을 제법 팔아주곤 했네. 그 중 '태평양전쟁'이란 전집물이 있어 나름 동양의 2차대전을 이해할 수 있었네.
진주만, 과달카날, 731부대, 토쿄공습...
하지만 그 책은 사실만을 나열했을 뿐, 자네가 읽은 수뇌부의 내면까지는 밝혀주진 못했네.
한 번 읽어봐야겟군. 좋은 책 추천, 고맙네.
그 책을 다음달에 학생들 인솔하여 진해 ~ 하와이 구간 순항훈련 항해실습 가는 원주 대성고 출신 후배교수에게 읽어보라고 추천하려고 학교로 가져왔습니다. 하와이 항구에 태평양전쟁 항복조인이 이뤄졌던 전함 미주리함(USS. Missouri)을 박물관으로 만들어 놔서 이 책을 읽고 학생들 인솔해 가면 할 이야기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