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래동 예술창작촌…재개발 계획에 이색지대 위기로

[제일송팀장.]

   문래동 예술창작촌…재개발 계획에 이색지대 위기로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있는 예술창작촌은 지자체들이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것과는 달리 예술가들에 의해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마을이다. 20여 년 전 대규모 공장들이 안산 시화공단 등 타 지역 공단으로 이전하면서 준공장지대인 문래동에는 빈 공장들이 생겨났다. 또 약 15년전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목동으로 옮기면서 인근 변호사 사무실 등이 공실이 됐다. 자연스럽게 임대료가 하락하자 문래동으로 시선을 돌린 사람들이 예술가들이다. 특히 서교동, 상수동 등지에 둥지를 틀고 있던 예술가들은 홍대 상권의 발달로 치솟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문래동 철강거리로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문래동 철강거리는 주거지역과 떨어져있어 인디밴드의 연습실로 사용되는데 손색이 없었다. 또 천장이 높고 공장 특유의 거칠고 투박한 느낌은 평범함을 거부하는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기에 충분했다. 이곳 일대의 대부분 철공소는 오후 5시 30분이면 문을 닫는다. 그리고 그때부터 문래동은 예술가들의 ‘아틀리에’(atelier)가 된다. 현재 문래동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3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쇠락한 동네 골목이 예술가들의 손길로 활력을 되찾은 모습이다. 마을 곳곳에는 화려한 벽화와 철제 조형물이 골목의 활기를 더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곳이 도시정비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재개발 이익을 원하는 사람들은 예술가들의 이 같은 유입을 달가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5~6년 전 작가들이 이곳에 집중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할 때 월세는 20만원 내외였으나 예술가들이 재개발에 걸림돌이 될까봐 저어한 건물주들이 최근 보증금과 월세를 2배 이상 올려 이들을 쫓아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10여 년 동안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생활예술 생태계를 재개발 때문에 없애는 것이 안타깝다”며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스카이데일리가 공장들과 예술가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문래동 예술창작촌’을 찾았다.

 ▲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100m정도 걸으면  ‘문래동 예술 창작촌’ 위치를 알리는 철제 조형물이 눈에 들어온다. 문래동 곳곳의 붉게 녹슨 간판들이 지나온 세월을 짐작케 했다. ⓒ스카이데일리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에서 내려 100m정도 걷자 철재를 자르는 절단기 소리와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곳에는 ‘문래동 예술창작촌’ 위치를 알리는 철재 조형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3가 철강거리는 언제부턴가 ‘문래동 예술창작촌’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철강거리에는 여전히 500여개의 철공소와 관련업체들이 성업 중이다. 그러나 공장골목 사이사이와 영업 중인 공장 건물의 2, 3층은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사용되고 있다. 철공소와 갤러리, 공방, 스튜디오, 작업실 등이 함께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풍겼다.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비어있는 철강공장과 사무실에 예술가들이 유입되면서 만들어졌다. 문래동에는 20여 년 전 기존에 있던 대규모 공장들이 안산 시화공단 등으로 이전함에 따라 비어있는 공장들이 생겼고, 약 15년 전에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목동으로 옮기면서 인근 변호사 사무실 등이 비워지면서 공실이 생겼다. 10여 년 전부터는 근처에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철강거리는 도심 속 섬처럼 고립되며 슬럼화가 됐다.

 

홍대의 높아진 임대료와 억대가 넘어가는 권리금으로 더 이상 갈 곳이 없어진 예술가들이 이러한 문래동을 주목했다. 버려진 건물에 예술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고, 철공소 사람들과 예술가들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됐다.

 

이곳에서 오랜 세월 살아온 토박이들은 처음에는 이 같은 변화를 낯설게 여겨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그러나 알록달록한 벽화와 철제 조각 작품들이 차츰 공장지대의 삭막함을 변화시키면서 예술가들을 바라보는 인식도 점차 바뀌었다.

 

 ▲ ‘문래동 예술창작촌’은 비어있는 철강공장과 사무실에 예술가들이 유입되면서 생겨났다. 기존에 있던 대규모 공장들이 시화공단 등으로 이전하고 문을 닫는 소규모 공장들로 인해 사용되지 않는 건물과 공간들이 생겨났다. ⓒ스카이데일리

인근 상인들은 “처음에는 공장 사람들 대부분이 작가들 때문에 임대료가 오른다고 생각해서 이곳에 자리를 잡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실제로 5~6년 사이 임대료가 10만원 정도 뛰었지만 물가가 오른 탓에 그렇게 된 것이지 수요가 많기 때문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전국 사진 동호회의 단골 출사지로 꼽혀 북적 

 

평일 낮 문래동 1~4가 거리를 걷는 행인들은 철공소를 방문한 거래처 관계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점심시간 거리에는 철강 거리 인근에 위치한 오피스텔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이 눈에 뜨였다. 반면 주말에는 출사를 나온 사람들과 이색적인 문래동을 구경 하기위해 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많다는 게 주민들의 전언이다.

 

인근 상인들은 “주말이 되면 문래동에 사진을 찍으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 처음에는 굉장히 불편했고 마찰도 자주 일어났었다”고 설명했다.

 

상인들은 또 “요즘도 영업 중인 가게에 사진을 찍으러 무작정 들어오는 무례한 사람들이 있다. 또 간혹 좁은 골목을 30명이상 몰려다니는 동호회 사람들이 있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문래동 철강거리는 기존 철공소들이 서울 주변으로 많이 빠져나간 상태이며 현재도 감소하는 추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래동에서 철제 공장을 운영하는 한 공장장은 “20여 년 전 큰 공장들이 시화공단 스틸단지로 이전하면서 일거리가 없어 문을 닫는 소규모 공장들도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 ‘쉼표 말랑’ 대표는 “이 곳은 나와 친분이 있는 작가들이 자주 찾는 식당이자 처음 오는 사람이 와도 또 오고 싶은, 편하게 쉬다 갈 수 있는 밥집이다”며 “공장 사장님들도 편하게 차 마시러 오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스카이데일리

예술창작촌 건물주 “예술가들은 재개발의 걸림돌”

 

6개월 전 문래동 골목에 오픈한 ‘쉼표 말랑’은 편안한 집밥 느낌의 음식을 파는 식당이다. ‘쉼표 말랑’ 대표는 “나와 친분이 있는 작가들이 이곳을 자주 찾고, 공장 사장님들도 편하게 차 마시러 오시기도 한다”며 “이곳을 찾는 사람의 70~80%는 대부분 두 번 이상 방문한 사람들이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들어 조금씩 이곳에 소규모 음식점이 생기는 추세다”고 덧붙였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공장 임대료는 평당 4만원(길 안쪽)~7만원(길가) 사이며 보증금은 400만원~700만원 정도다. 10평 규모의 사무실은 보증금 300만원, 월세 30만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며 “작업 공간을 문의하러 오는 작가들이 적지 않게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전 까지 만해도 건물 매매가 이루어졌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로는 거래가 거의 없다”며 “매매가는 평당 1600만원~2000만원사이다”고 말했다.

 

또 “현재 매매가와 임대료 모두 가격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 부동산 관계자는 “개발 이익을 원하는 토지·건물 소유주들이 예술가들을 재개발의 걸림돌로 여겨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카이데일리

문래동 1~4가는 지난해 7월 11일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부동산 관계자는 “문래동 1~4가 등지는 20여 년 전부터 재개발 얘기가 나왔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조합을 결성할 만한 구심점이 없어 재개발 계획은 불투명한 상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개발 이익을 원하는 토지·건물 소유주들은 예술가들을 재개발의 걸림돌로 여겨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문래동이 예술인 마을로 인식되면 재개발이 시작될 때 문제가 생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때문에 예술작품의 철거를 요구하거나 임대료를 올려 작가들이 나가기를 원하는 건물주들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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