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2학년때였는데... 오빠 친구한테 얻었던 고양이라죠.
그땐 아무것도 모른채 그냥 좋아서 키웠는데 고양이한테 된장국에 밥말아먹이고 미역국 주고... 어쩌다 햄이나 참치 사와서 밥 비벼 주고 고등어 사다가 삶아주고 그렇게 키웠어요. 하지만 잔병치레 하나 없이 잘 컸다죠.
방안에서 키우다가 일주일만에 학교에서 와보니 방안에서 사라졌었어요.
깜짝놀라서 울면서 찾는데 제 방 뒤에 있던 보일러문을 여는 순간 어슬렁거리면서 나오더군요.
제 눈을 마주치자 "하악!" 대더라구요. 순간 깜짝 놀라 문을 닫았는데 그 녀석 지가 하악대놓고 지가 놀랬나봐요. 저한테 뛰어오려다 제가 문을 닫자 발이 문에 낀거죠.
그때의 비명... 너무 미안해서 바로 문열고 발을 쓰다듬어 주면서 보는데 다행히 다치지 않았고 녀석은 제 손길이 좋은지 골골 댔죠.
그 후로 녀석 집은 보일러실이 됐어요. 제 방은 거실하고 보일러실이 연결되어 있고 보일러실은 바깥과 연결되어 있는데 보일러실 문 아래는 환풍구가 망가져서 충분히 나갈수 있을텐데도 나가지않았죠. 보일러 검뎅이 묻어 온통 새까매진 몸으로 방안을 휘젓고 다녔고 전 그방을 치우느라 맨날 고생했던 기억이 나요.
그래서 처음에 한달정도는 이름을 못 지어서 신데렐라에서 이름을 따서 데리라고 불렀어요. 완전 숯검뎅이 고양이잖아요? ㅎㅎㅎ 그래도 얼마나 귀여웠는데요.
데리가 보일러실에서 산지 한달여... 데리가 결국엔 보일러 실에서 나오는 일이 생겼죠.
아무리 방문을 닫아놔도 밖으로 데려다 놔도 다시 보일러 실로 들어가던 데리...수건으로 닦다닦다 그게 안되니까 결국엔 목욕을 시켰어요. 데려온지 한달만의 목욕... 그리고 데리가 테어나서 처음하는 목욕.. 충격이었나 봐요. ㅎㅎㅎ 발버둥을 치다 치다 겨우 목욕을 시켰는데 다시 다음날 몸이 시꺼매진 거예요. 8년전이라 그땐 기름보일러를 많이들 썼거든요.
등유라 검뎅이 많잖아요. 열받은 저... 또 목욕시켰죠. 다시 보일러 실로 들어간 데리... 또 까매지고... 일주일간을 그렇게 씨름했어요. 그리고 깨달았나 봐요.
데리는 다시는 보일러 실에 들어가지 않았죠.
근데 이름은 얼마후 바꼈어요. 여자앤줄 알고 데리라 불렀는데 알고보니 남자애더라구요. 그래서 이름을 머라 부를까 고민하다 그냥 탱탱이라 지었죠. 탱탱볼이 장난감이었거든요. ㅎㅎ
어쨌든 탱탱이는 절 잘 따랐지만 이사후에 절 더 많이 따랐죠.
이사가던 날 탱탱이는 담날 데려오기로 하고 우선 짐만 옮기고 다음날 탱탱이를 데리러 그 집에 갔는데 지붕위에서 절 향해 뛰어 내리던 탱탱이는 잊을 수가 없어요. 자신을 버리지 않는다는 걸 알았는지... 그 후부턴 절 정말 잘 따랐어요.
아예 내 놓고 키운 다음부턴 특별히 먹을걸 많이 챙겨주지도 않았는데 밤 9시면 바깥으로 연결된 제 방 문을 열고 들어와서 제 머리맡에서 같이 자고 아침이면 절 깨웠죠. 제가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이면 집근처에서 절기다렸다 같이 들어가고...
마실을 나가더라도 탱탱아 라고 부르던 제 목소리만 들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야옹 하면서 나타났어요. 그걸 보고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쟨 고양이가 아니라 개다. 개. 너 학교가면 나타나지도 않는데 너 집에 붙어있기만 하면 쟤도 집에 들어와 있더라"
탱탱이는 저 외에는 여간해선 안 따랐어요. 오히려 밥을 주는 건 엄만데도 엄마는 아예 모른척 해서 엄마는 탱탱이를 싫어했고(어차피 제가 없을땐 탱탱이도 안 보이니 상관 없었겠죠) 그나마 오빠는 만져줘도 가만있긴 했지만 탱탱이를 만지려면 오빠는 절 찾았죠. 제가 불러야 나타나니까요.
친구들한테도 탱탱이는 유명했어요. 집에서 10분도 안 걸리는 중학교까지 따라오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수업듣다가 어쩌다 밖을 내다보면 학교 담장위를 유유히 걷고 있는 탱탱이... 음악실 창문 앞이 바로 학교 담장 앞이라 음악식에서 내다 보면 항상 탱탱이가 보였어요.
담위에서 서성거리다 저랑 눈이 마주치면 그 자리에 계속 앉아 있다가 수업 끝나고 쉬는 시간에 200원짜리 천하장사 소세지 들고 담으로 가서 주면 잘도 받아먹다가 좀 이따 보자는 듯이 얼굴을 비비고는 가버렸죠.
고등학교는 집에서 차를 타고 와야 해서 수업듣다 밖을 쳐다봐도 탱탱이가 있는 경우는 없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에서 저와 같이 돌아오곤 했어요. 거의 비슷한 시간에 집에 들어오니까 그때만 되면 길목에서 기다리는 거 같아요. 하지만 토요일과 방학땐 시간을 영 못 맞추더라구요.
ㅎㅎㅎㅎㅎ 바보고양이~ ㅋ
제가 집에 있을때는 탱탱이는 거의 마당에서 놀았어요. 화단에 심어놓은 꽃상추밭에서 정글탐험도 하고 장독대들 사이에서 숨바꼭질하고 일광욕도 하고요. 제가 엄마 심부름으로 슈퍼라도 갈라치면 바로 가까이서 걷진 않지만 옆집 철망으로 넘어가서 절 보면서 따라오곤 했어요.
어쩌다 집근처 길냥이들 머리라도 쓰다듬어줄라 치면 금새 와서는 고양이들을 쫓아냈죠.
정말 웃기는 녀석이었어요.
그렇지만 그 녀석도 나름대로의 연애 로맨스는 있었어요.
자기보다 덩치는 배나 큰 노랑무늬의 고양이를 집에 데려왔던 적이 있어요. 오른쪽 이마에서 눈까지 한 3센치 정도 찢어진 상처를 가진 여자고양이였는데 그 녀석도 넉살이 어찌나 좋은지 집에 있던 2주동안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에게 이쁨을 독차지 당했죠.
이상하게 그 녀석만에게만은 탱탱이도 성질을 안내더라구요. ㅎㅎㅎ
머.. 그 녀석은 금방 집을 떠났지만.....
그치만 탱탱이와는 별로 긴 시간을 보내진 못했어요.
고등학교 1학년 가을... 이모부가 데려갔어요. 집에 쥐가 많아서 잠시 빌려가겠다구요.
그때 집은 전남이었고 이모부는 전북에 살았어요.
뭐... 일주일만 있다가 데려온대서 그 말을 믿었는데... 이모부가 그러더라구요. 도망갔다고...
많이 울었어요. 바보 같이... 보냈다구요.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살이 5키로가 빠졌죠.
그리고 1년이 지났어요. 전 전학 수속을 밟고 있었어요.
서울로 전학을 가게 됐거든요. 탱탱이도 잊었고 고3 올라가면 바로 전학이 되도록 겨울방학때 미리 서울로 올라가려고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고2 11월...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렸어요.
집 담을 넘어오던 어디서 많이 보던 고양이...
탱탱이었어요. 그때도 탱탱이를 안고 많이 울었죠.
덩치는 대따 커졌는데 여전히 이쁘고 귀여웠고 골골대면서 얼굴을 부비더라구요.
1년만에 돌아왔는데도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서 기다리고 부르면 나타나는 습관은 잊지 않았고 한달정도 되게 기쁘게 지낸거 같아요.
서울 올라올때도 같이 올라오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됐어요. 엄마가 반대를 했거든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놓고 올 수 밖에 없었는데...
슬프긴 했지만 걱정은 안됐어요.
저와 헤어져 있던 그 시간동안 오히려 더 건강해져서 돌아왔었으니깐요.
제가 없어도 잘 살거라 믿었으니까... 솔직히 책임감 없는 거죠. 저 혼자서 그냥 좋게 좋게 합리화시킨거니까... 탱탱이는 1년걸려서 절 다시 찾아왔는데.... 결국엔 제가 버린거니깐...
그리고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 설날에 고향에 내려갔어요. 그리고 친구를 만나서 살던 집을 찾아갔었죠. 집은 다른 사람이 살고 있더라구요. 차마 안에는 못 들어가고 밖에서 혹시나 해서 탱탱이를 불렀어요.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길래 그냥 포기 하고 가려 하는데 문 밖으로 탱탱이가 얼굴을 빼꼼히 내밀더라구요. 그리고 좋다고 또 얼굴을 부비더라구요.
1년이 또 지났지만 그때까지도 탱탱이는 절 기억하던 거였어요. 그때의 감동이란....
그리고 탱탱이 새로운 주인도 봤어요. 그 집에 살고 계신 분이 탱탱이를 키워주시고 계시더라구요. 자기가 오기전부터 살던 고양이인거 같은데 쫓아내기도 뭐해서 그냥 밥 주면서 키우고 계시다구요. 애가 첨에는 경계심을 풀지 않더니 이제는 피하지는 않는다고 하시면서 저보고 원래 주인이냐고 하셨어요.
그렇다 하니까 고양이가 똑똑하다면서 오랫만에 보는 주인도 까먹지 않는다고....
언제든 다시 와도 좋다고.. 데려가고 싶으시면 그렇게하라 하셨는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다니랴 직장 다니랴 바쁘다 보니 벌써 3년이나 내려가질 못했어요. 그래서 곧 내려가요. 친구들도 보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 탱탱이 소식이 궁금하거든요. 3년이나 지났는데 절 알아볼까요?
그 전에 벌써 8살인데.... 건강할까요??
지금 다른 고양이를 키우고 있긴 하지만... 정말 이쁘지만.. 탱탱이 생각이 많이 나요.
이번에 내려가서 탱탱이가 있다면... 절 알아보면... 그래서 예전처럼 제 발에 볼을 부비면 꼭 데려올거예요. 정말 많이 미안한 만큼 정말 잘해주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정말 꼭 있길 바래요.
갑자기 이번에 고향 내려가면서 탱탱이 생각이 많이 났어요.
그래서 그냥 누구한테든 말을 하고 싶었어요.
꼭 그 집에 있기를 바라는데.... 건강하길... 절 알아볼 수 있기를 기도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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