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천덕꾸러기 된 종이책
< 일러스트=박상훈 >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장서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누를 수 없는 소유욕이 있어야 진짜
장서가다.
이탈리아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가
생전에 살던 집은 작은 도서관을 방불케
했다.
사람들이
“이 많은 책을 다 읽으셨냐?”
고 물으면
“다 읽은 책을 뭣 하려고 집에 두나?
여기 있는 책은 지금부터 읽을 것들”
이란 말로 기를 죽였다.
소설가 김영하는
“책이란 읽으려고 사는 게 아니라
사 놓은 것 중에 읽는 것”
이란 말로 장서가들의 책 욕심을 표현했다.
▶종이가 없던 시절, 양피지로 300쪽짜리
책 한 권 만들려면 양 100마리가 필요했다.
필경사의 작업도 더뎌서 1년에 2권 정도
필사했다.
15세기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장서가
겨우 122권이었다.
중세 직업 중엔 필사할 책을 찾아 유럽
전역을 돌아다니는 책 사냥꾼도 있었다.
▶구텐베르크 이전엔 책값도 터무니없이
비쌌다.
독일 바이에른에선 포도밭을 팔아야
책 한 권 샀다는 기록이 있다.
책 한 권이 품은 가치도 오늘날과 비할 수
없었다.
동로마제국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15세기
오스만튀르크에 함락당하자 그곳 학자들이
애지중지하던 장서를 들고 서유럽으로
피신했다.
그중엔 1000년간 잊혔던 플라톤과
소포클레스 등이 포함돼 있었다.
그 때 넘어간 책은 고작 230여 권이었지만
르네상스 시대를 여는데 일조했다.
▶평생 책을 읽고 수집한 이들이 책을
기증하려 해도 받아주는 도서관이 없어
애태운다는 기사가 본지에 실렸다.
실제 그런가 싶어 인근 도서관에 기증
절차를 물었더니
‘우리 도서관 취지에 맞는 전문 도서로
최근 5년 이내 출판된 것’ 같은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10여 년 전만 해도 책을 기증받으면
감사장을 주던 도서관들이 이처럼 태도를
바꾼 것은 책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해마다 약 8000만권이 쏟아져
나온다.
가정에서도 책장을 차지하는 종이책은
천덕꾸러기 신세다.
▶영화 ‘매트릭스’에선 주인공이 부피도
무게도 없는 전자책으로 가득한 가상
서가에 접속해 지식을 얻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나 전자책은 단점도 뚜렷하다.
자체 발광 디스플레이가 끊임없이 뇌를
교란해 독서의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전자책을 읽을 때 뇌는 대강 훑어보거나
핵심만 추린다는 연구도 있다.
미국에서 전자책의 경쟁 대상은 가벼운
읽을 거리를 담은 문고본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간의 기술 발전 속도로 볼 때,
전자책의 한계도 곧 극복할 것이다.
도서관 장서가 어떻게 바뀌든 지식 축적의
보고라는 본연의 기능만은 바뀌지
않아야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출처 : 조선일보]
[100자평]
밥좀도
정보화 시대를 맞아 종이책이 천덕꾸러기라지만
지성과 교양을 넓히는 데는 종이책이 최고다.
독서는 가장 경제적이면서 즐거운 취미생활이니까.
The Best
아무리 책이좋다지만 김일성서적이나 공산주의
서적을 읽는건 좀 아니다.
그걸읽고 광화문에서 난동을 부린다.
조2
교수든 누구든 자기 취향대로 책을 구매해
수십년 갖고 있다가 자기가 은퇴할때 되어
둘곳이 없어 도서관에라도 기증하겠다는게
말이 됩니까?
그렇게 좋은 책들이면 한권 씩이라도 더 사서
진작에 기증을 했어야죠.
자기가 돈을 돔 들여 소장할 책들을 보관할
장소를 마련하든가.
수십년전 출간되어 개정도 여러번 되거나
요약본도 나오고, 전자책도 나온데 누가
편집과 인쇄가 어눌한 옛날 책을 봅니까?
전부 세상사를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교수들의 아집에 불과한 얘기입니다.
서울 性醫學 설현욱
2) 性醫學 전공이기에.. 신간으로는 구하기 힘든
책들을 맨하탄 아래 쪽에 거대한 중고책방에
가서 일주일에 2-3일은 몇 시간씩 책을
뒤졌지..
온갖 책들..19세기 원전들..
그 책들을 몇 권씩 몇 십권씩 집으로 나르는게
일이었고..
이 나라가 얼마나 기본이 덜 되어있는
나라라면..
성의학 분야에서 제일 중요한 1949,1953년
킨제이 책들..
마스터즈& 존슨의 1960년 초기의 책들이
하나도 없더군..
결국은 나만 가지고 있다는 얘기인데..
서울대 도서관에도 국회도서관에도..
뭐 이런 척박한 나라가 다있노..
외로운사냥꾼
난.... 그래도 종이책이 좋다.
종이책은 책안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글자가 살아서 마음을 흔드는 경험을 해 본
사람들은 종이책의 진가를 안다.
인류 멸망시에도 종이책이 같이 있을 거라 믿는다.
서울 性醫學 설현욱
.... 精神分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제일
중요한 책..
AM J of Psychoananysis, Int J of Psychoananysis..
1920년대 30년대 40년대 50년대 이 논문들이
없어서 그냥 남들 인용한 구절만 읽어 있던
시절..
1994년.. 뉴욕 맨하탄 북부에 있는 미국
정신분석학회를 찾아갔지..
컬럼비아 대학교 근처였던가..
가서 한국 사정을 얘기하고 논문들 여유분
있드면 팔라고..
수레짐짝 2개분 정도를 주더군..
그걸 답스 페리 허드슨강 근처 집에 까지 어떻게
어떻게 옮기고.. 한국에 들고 왔지..
이리저리 구멍이 뚫려있는 저널 묶음 1세트는
당시 정신분석학회 사무실에 있던 삼성의료원에
기증을 하고..
한 세트는 집에 놔두었는데..
그런데.. 몇 년 지나 그 모든 걸 한 장의 CD로
묶은 게 나오더군.. 그것 참..
無影塔
나는 책을 소중히 여기는데...
상림
책 읽기 운동을 합시다.
bearking
장서가들이 사설 도서관을 개설해서 본인이
관리하고 무료로 열람하고 대여하도록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방법도 있다.
찐빵
아까워도..
분리수거로 버리는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