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1.(토), 낙동정맥 줄기에 인접한 영남알프스 고봉들을 오르기 위한 1박2일의 첫날, 장정을 시작했습니다. 영남알프스의 고봉들 중 낙동정맥 종주길 위에 있는 1,000m가 넘는 고봉들(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취산)은 이미 2019년 10월 19, 20 양 일에 걸쳐 등산한 바 있으며, 고헌산의 경우에도 종주길 위에 있어 금년 4월 15일에 올랐습니다.(낙동 팀은 1,000m 넘는 영알의 고봉 9개 중에 문복산만 가보지 못한 셈이 됩니다.)
10월 21일, 아침 7시 10분경 양재역을 떠나 동천역에서 동문들을 태우고 전세버스는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남행합니다. 옛날부터 정을 쌓아 온 유기사가 운전하니 마음이 놓였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한참 내려가다가 황간휴게소에서 잠시 쉰 다음 동대구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떠나 부산으로 가는 55번 대구-부산 고속도로에 들어섰고, 밀양IC에서 고속도로를 나와 24번 국도를 타고 들머리인 석골사 입구(1km 전)인 경남 밀양시 산내면 원서리에 내리니 시간이 이미 11시 35분이 되었습니다.
산행채비를 하고 다 같이 모여 기념사진을 찍은 후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길은 오르막길, 1km 쯤 앞에 석골사가 나타났습니다. 잠시 절을 훑어 본 후 산행을 계속했습니다. 좁은 산길에 참나무들이 반겨줍니다. 날은 맑고 공기는 시원하여 산행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습니다. 한참 가다가 몸이 더워져서 겉옷을 벗어서 배낭에 넣었습니다.
산행을 시작한 원서리(석골마을의)의 해발 고도가 178m이고 운문산 정상이 해발 1,188m인지라 약 1,100m의 고도차를 올라가야 하므로 이 날 산행이 힘들 것은 자명한 이치였습니다. 정구지 바위라는 이름표가 붙은 바위 앞에서 쉰 다음 조금 더 올라가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식사 후에도 계속해서 고도를 높이며 힘들게 올라가야 했기에 걸음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참여한 팀은 몇 개의 조로 분산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먼저 두 사람이 치고 나가서 이미 정상을 지났다고 카톡이 옵니다. 높은 지대의 상운암을 지나 힘들게 올라가니 드디어 해발 1,188m의 운문산 정상입니다.(15:08)
운문산 정상에 서서 사방을 둘러 봅니다. 동영상도 찍었습니다. 내일 가야 할 능동산에서 천황산, 재약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도 뚜렷이 보였습니다. 동료들이 속속 도착하는 가운데 가지산까지 등반할 분들이 팀을 이루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먼저 떠났습니다.(저는 힘이 들 것 같아 운문산으로 만족하기로 하였습니다.)
절반의 대원들이 가지산으로 떠난 후 나머지 대원들은 운문산 정상에서 경치를 즐긴 후 아랫재를 향해 같이 떠났습니다. 제법 급한 경사길이지만 내려가는 길인지라 힘은 들지 않았습니다.
16:28, 아랫재에 도착하여 잠시 쉬었습니다. 여기서 계속해서 곧게 진행하면 가지산으로 가게 되지만, 우리는 길을 우측으로 틀어서 상양마을 쪽으로 내려가게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해가 기울어 가니 숲속은 이미 어둑어둑합니다, 상양마을까지 지루한 길을 계속해서 내려갔습니다. 마을 주변은 온통 사과밭입니다. 여기가 유명한 얼음골 사과의 산지인데 사과가 겉은 붉지만 아직 덜 익었다고 합니다.(한 달 쯤 지나 11월 중순에 수확한다고 합니다.)
17:45, 큰 도로변에 주차해 둔 우리 버스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냈습니다. GPS를 보니 10.23km의 거리입니다. 산행 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약 6시간 정도였습니다.
버스를 타고 숙소인 울산시 울주군 상북면 이천리의 “별천지펜션”에 도착하여 앞서 운문산에서 먼저 떠났던 가지산 등반팀과 연락해 보니 가지산은 무사히 올랐지만 아직 산행 중이라고 합니다. 우선 숙소에 들어가서 3층에 방을 잡아 짐을 푼 후에 1층 식당겸 부엌으로 내려와서 저녁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가지산 팀이 늦어지기에 먼저 도착한 운문산 팀 17인이 우선 식사를 하였습니다. 돼지고기 목살 부위를 숯불에 굽고 북어미역국과 쌀밥으로 성찬을 즐겼습니다. 주류는 막걸리를 주로 마셨습니다.
그런데 예정보다 한참 늦게 밤 늦게 가지산 팀 12인이 도착하였는데 17인 중 5인의 대원이 길을 잠시 잃어서 같이 오지를 못 하였다고 합니다. 먼저 내려온 12인이 식사를 하는 중에 뒤쳐진 5인 팀에 연락해 보니, 알바를 하고 겨우 길을 찾아서 석남터널로 내려오는 중으로, 10시 반 정도나 되어야 큰 길이 있는 석남터널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합니다. 숙소의 여사장께서 SUV 차를 가지고 가서 석남터널에서 대기하다가 5인을 모셔 온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습니다. 알바를 한 5인은 길을 잘 못 들어서 앞선 12인과도 헤어지고 다시 어둠 속에서 길을 찾다보니 그렇게 늦어졌다고 합니다.
천만 다행이었습니다. 모두들 가슴 졸이다가 5인이 무사히 귀환하자 박수로 맞이하였습니다. 늦게 온 분들까지 식사를 마치니 이미 날짜가 바뀌었습니다. 다음 날 다시 먼 길을 가야하는 산행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습니다.(그날 밤 알바가 조난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천만 다행이었고 신의 가호였다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산행계획에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하겠습니다.)
길고도 힘든 하루였습니다. 멀리 천리길을 내려와서 산을 오르니 산중에선 동문들의 대화가 정다웠고 날씨도 좋고 주변 경치도 좋아서 최고의 산행이었으나 다섯 분이 밤중까지 알바를 하고 귀환이 늦어지는 바람에 모두들 가슴이 철렁하고 걱정도 하며 마음을 졸인 하루였습니다. 기억에 남을 하루였습니다.
하루 밤 지나서 시를 한 수 썼습니다.
영알 운문산, 가지산 높다
한국에 웬 알프스
산 높고 경치 좋으니
알프스 되었다
거기를 걷는 당신은
알피니스트
낭만의 산꾼이다
석골사 지나 유의태 흔적 따라
1000m 이상 올리고 보니
남은 체력 0%다
1,188, 운문산 정상에서
구름과 노닐면서
더 멀리 더 높이 바라보았다
남은 인생 은총 받게
은혜로운 햇살 비추네
온 길 멀지만
갈 길도 만만찮다
산전 수전 예까지 왔으나
남은 길은 평탄하길
높은 데서 빌어본다
급하게 아랫재 내려가
또 다시 올려친 후
영알의 최고봉
가지산을 끌어안는다
한 차원 높은 곳에 서서
국태민안을 빌어본다
산과 하나 되어
이 강산을 노래하리
해는 저물고 갈 길 먼데
알바가 웬 말인가
어둠속 두 시간을
여기저기 헤매어도
영알은 자비로우니
멀리서 비치는 문명의 불빛
가지산서 살아왔다
사람을 살리는 산
멀리까지 아름다운 자태
우린 역사를 쓰고
전설을 만들었다
▼ 운문산 정상에서 돌아 본 동영상 두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