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 특별한 '오카에시(답례) 문화' 한국말과 일본말은 어휘도 문법도 비슷하므로 서로 상대의 말을 공부하기가 쉽다. 그런데 조금 고급이 되면 서로 막히는 게 이 격위 의식의 차이 문제이다.
일본사람은 자신을 대상격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자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동사가 언제나 수동태가 된다. 한국사람이라면 "그 사람이 내 수첩을 보았다"라고 할 때에 일본사람은 "수첩을 미라레타 (봄을 당했다)"라고 한다. "사람들이 웃었다"라고 할 때에는, "와라와레타 (웃음을 당했다)"라고 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라고 하지 않고, "아버지에게 시나레타 (돌아가심을 당했다)"라고 한다. 자신이 노래를 부를 때에는 "우타이마스 (노래합니다)"라고 하지 않고 일부로 "우타와세테 이타다키마스 (노래시켜 주심을 받겠습니다)"라고 한다. 자신이 주체로서 행동하는데도 억지로 수동의 입장을 만든 일본 특유의 유니크한 화법이다.
더 알기 쉬운 예가 식사때의 인사 말이다. 식사 전에도 일본사람은 "이타다키마스"라고 한다. 상대의 접대를 높이면서 그것을 '받들다'라는 의미의 겸사말(겸양어)이다. 한국사람은 "잘 먹겠습니다"라고 한다. "내가 먹는다"는 뜻이다. 식후에 일본사람은 "고치소오사마데시타"라고 한다. 대단한 대접을 받았다는 의미다. 한국사람은 "잘 먹었습니다"라고 한다. 어디까지나 "내가 먹었다"는 주체적인 선언이다.
또 한국에 없는 일본 문화로서 '오카에시(답례) 문화'가 있다. 일본에서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무언가를 받으면 꼭 '오카에시(답례품)'로 감사를 표시해야 한다. 결혼식이다, 애기 탄생 축하다, 병문안이다, 장례식이다 하면서 돈을 내면, 반드시 그에 대한 '오카에시'가 되돌아 온다. 기업끼리도 거래처에 명절 선물을 보내면 상대방은 반드시 그에 대한 '오카에시'를 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비율은 약간 다르나, 도쿄 등 수도권지방에서는 ‘항가에시(반 답례)’ 라고 하고, 주어진 돈의 반액에 해당되는 것을 무슨 형태로든 갚는 것이 기본. 게다가 최근에는 그 때 마다 선물을 고르는 번거로움을 없애기 위해, 뭘 받고 싶은가를 받는 쪽이 선택할 수 있는 카탈로그와 신청 엽서를 보내는 게 보통이 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병문안을 가서 돈 봉투를 주고 오면, 그 병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카탈로그가 도착해서 정해진 기한 내에 엽서로 주문해야 하는 것이다.
'정'을 중심으로 한 한국의 문화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세계이지만, 일본사람이 '오카에시'를 그렇게까지 중요시하는 것은, 일본 문화가 일본인 공통의〈대상의식〉으로 성립되어 있기 때문인 것이다.
일본인이 '오카시(과자)'를 선물하는 이유 지난 회에 소개한 "일본사람은 이중성이 있다"라고 하는 비판도 이 의식 차이에서 온다.
흔히 일본사람이 "한국사람은 인정이 많다"라고 하지만, 그 인정을 남김없이 발휘시키고 있는 요소도 한국사람의 〈주체의식〉이다. 즉, 받은 것이 없어도 먼저 주려는 한국사람의 〈주체의식〉에 대해 일본사람은 놀라고 있는 것이며, 거기에 대해서 일본사람의 〈대상의식〉이란, 받은 것에 대해서 최고의 반응을 돌려주려는 '오카에시'의 정신인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의 손님대접은 테이블 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반찬 양과 어른들의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라" 라는 말에 상징된다. 그러한 친절을 받을 때, 일본사람은 그 '푸짐함'에 놀래면서 타고난 '오카에시' 정신으로 상대에게 최고의 기쁨을 돌려주려고 노력한다.
무언가가 나올 때마다, "와,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맛있습니다!"를 되풀이하는 일본사람의 모습은 익살스럽게까지 보이지만,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한국사람은 더욱 주게 된다. 이리하여 기쁨을 표현하고 있는 입장 상 계속 먹을 길 밖에 없는 일본사람의 웃는 얼굴은, 이윽고 그 색이 파래지고, 잘못하다가는 토해 버리는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러한 상황을 일본인은 '아리가타 메이와쿠'라고 표현한다. 얼굴로는 '아리가타(고맙다)'라는 척 하면서, 본심은 '메이와쿠(폐)'이다 라는 것이다. 한국에도 '달갑지 않은 친절'이라는 말이 있지만, 일본사람 처럼 얼굴로 전혀 반대의 표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다르다. 실제로, 일본사람끼리도 상대의 웃는 얼굴을 그대로 믿지를 못하기 때문에 지나친 친절이 되지 않도록 많이 주는 것을 삼가는 문화가 태어났다. 그것이, 일본사람이 고급 과자나 떡 등을 선물하는 '오카시(과자) 문화'이다.
일본에는 전국 각지에 그 지역을 대표하는 선물용 명과(이름이 있는 과자)가 존재한다. 일본국민은 거의 모두가 단 것을 좋아하고 그것들, 달콤하고 조그마한 빵이나 떡을 선물 받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보기에 예쁘고, 먹기에 맛있고, 정성이 담겨 있지만 부담 없는 가격으로 '오카에시'도 필요 없고, 무엇보다도 뒤에 아무것도 남지 않는 '오카시(과자)'가, 실로 일본인에게 있어서 재치 있고 좋은 선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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