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내용은 대략 80% 이상이 실화입니다.
시대적으로는 예루살렘왕 보드웽4세의 통치기간과 거의 맞물리기 때문에
1174년에서 1187년 정도의 기간을 다루고 있다고 보면 되겠죠.
*영화에서 은가면을 쓰고 나오는 사람은 1174년에 즉위하여 1185년에 사망
한 '나환자왕' 보드웽4세입니다. 실제로 나병에 걸려 젊은 나이에 죽었습
니다. 이 사람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인 편입니다. 서구인들 중에
비교적 성실하고 이성적인 군주로 이슬람 역사가들은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 처럼 강력한 왕권이나 위엄을 누린 적은 한번 도 없고,
실제로는 화평파와 주전파로 갈린 십자군들의 내부분열로 인해 항상 주도
권을 빼앗긴 채 전전긍긍해야 했던 사람이라고 보는 것이 더 사실에 가깝
지 않을까 합니다.
*'기 드 뤼지앵'이라고 나온 인물은, 자막번역 실수입니다. 번역하면서도
책 단 한권을 안찾아봤다는 티가 팍팍 나죠. 이름은 '기 드 뤼지냥' 이며,
당시에는 비교적 최근에 중동 땅에 도착한, 서구에서 갓 온 기사였습니다.
영화에는 묘사되지 않았지만, 보드웽4세의 서거 이후 1185년에서 1186년
까지 조카인 보드웽 5세가 단 1년간을 왕으로 있다가 병사하게 됩니다.이
보드웽5세는 시빌라 드 예루살렘의 아들이었는데, 이 시빌라가 영화 중에
등장하는 '시빌라'와 동일인물입니다. 이 시빌라와 첫째 남편 사이의 아
들이 보드웽5세였습니다. 첫 남편 윌리엄 드 몽뻬라의 사후, 서구에서 도
착한 젊은 기사 기 드 뤼지냥에 이 시빌라 아줌씨가 홀딱 빠져서 둘째 결
혼을 합니다. 보드웽5세가 죽은 후에는 그 외의 왕가의 핏줄이 없었기 때
문에 모후인 시빌라가 여왕으로 우선 등극한 뒤에, 공동통치의 형식으로
남편에게 예루살렘 왕위를 내리는 바, 이 녀석이 1186년에 예루살렘 왕이
된 기 드 뤼지냥입니다. 무능하고, 비열한 사람이었다고 하네요,
* 흰 옷에 붉은 십자를 단 무리들은 성전기사단입니다. 즉, 템플러들이죠.
그 이미지가 워낙 유명해서 누구나 십자군 하면 흰 튜닉, 붉은 십자를 상
상하지만, 실제로는 저런 군복을 입을 수 있는 사람들은 템플러들 뿐이었
습니다.
검은 수도복에 흰 십자를 단 무사 - 영화 초중반의 주요 인물이고, 주인
공 발리앙의 아버지인 고드프로이를 수행하는 바로 그 사람이 병원기사단,
즉, 호스피탈러입니다.
* 제레미 아이언스가 연기한 '티베리아스'는 가상의 인물입니다..만..누가
모델인지는 너무 뻔하죠. 당시, 보드웽4세의 궁성에서 주전파의 대표급은
르노 드 샤띠용이었고, 화평파의 대표는 레몽 드 트리폴리였습니다. 트리
폴리 백작 레몽3세는 당시 십자군 중에서 유일하게 살라딘의 급부상이 지
닌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던 영리하고 야심찬 인물이었습니다. 자연
히 주전파인 르노 드 샤띠용과는 아주 사이가 안좋았으며, 보드웽4세의
궁성에서 오래동안 왕의 신임을 얻어 십자군 국가들과 살라딘 사이의 화
평을 꾀했습니다. 그러다가, 굴러온 돌인 기 드 뤼지냥이 왕의 동생인 시
빌라 마눌님의 비호를 등에 업고 궁성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자, 그 꼴
을 못참고 자기 영지로 물러났습니다.
'티베리아스'는, 레몽3세가 다스리던 영지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을 더욱
튀게 만들기 위해 역할을 조금 축소시키고, 가상의 이름으로 등장시킨 셈
이죠. (실제로 십자군 역사상 발리앙 드 이블렝은 레몽3세에 비해 별 볼
일 없는 사람이었지만요).
예루살렘을 살라딘이 수복한 이후, 떠돌다가 키프로스 섬에 정착한 사람
은 기 드 뤼지냥입니다.
* 십자군 수뇌부들이 몽땅 히틴의 뿔 전투에서 사로잡힌 후, 예루살렘의
방어군을 지휘한 사람은 실제로 발리앙 드 이블렝이 맞습니다. 작은 영토
의 소영주였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그나마 성실하고 믿을만한 인물이었
다는 평을 받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십자군의 모든 실력자들이 위세당당
하게 '참십자가'를 앞세우고 살라딘과 싸우러 떠났는데 홀로 뒤에 남겨졌
으니, 그다지 비중있는 사람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결과적으로 히틴에서 십자군이 절멸당한 후에 부랴부랴 예루살렘
으로 가서 방어를 지휘했고, 꽤나 영웅적으로 했나봅니다. 영화에서 볼수
있는 살라딘과 발리앙의 협상은 실제로 일어난 일입니다.
이슬람 역사가들의 기록에 의하면, 영웅적으로 방어를 지휘했으나 역부족
임을 알게 되자, 발리앙은 휴전교섭을 요구했고 살라딘이 그 요구를 수용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발리앙은, 살라딘이 관대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어측에 유리한 항복조건들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살라딘이 망설
이고 있을 때, 대충 영화에 등장한 것과 비슷한 내용의 협박을 -_-; 했고
(즉, "안풀어주면 우리 모두 여기서 죽을 때 까지 싸우겠다"는..) 그에
마음이 움직인 살라딘이 동의를 했다고 합니다.
훗날 1291년 아크레 공방전에서 맘루크 왕조의 바이바르스는 이렇게 말하죠...살라딘의 관대함 때문에 십자군이 설치고 있으니 나는 철저히 말살시킬 것이라는 식으로...결국 아크레 함락 직후 예루살렘 함락은 저리가라 할만큼 대학살이 벌어지고 십자군운동은 영원히 종식됩니다.
첫댓글 정말 살라딘이 관대한 거죠. 십자군이 처음 예루살렘을 함락시켰을 때 한 행동을 생각한다면, 아마 누구라도 치를 떨 겁니다. 그런데도 모두를 살려 보내주다니.....
나라면....피식.
아는건 별로 없지만 역시 제가 알고있던 살라딘의 바로 그 이미지가 여기서도...(그런데 정말 아는게 뭔지...)
살라딘 하면 창세기전3이 떠오르는 나는...........게임 중독!(ㅡㅡ 제길..)
훗날 1291년 아크레 공방전에서 맘루크 왕조의 바이바르스는 이렇게 말하죠...살라딘의 관대함 때문에 십자군이 설치고 있으니 나는 철저히 말살시킬 것이라는 식으로...결국 아크레 함락 직후 예루살렘 함락은 저리가라 할만큼 대학살이 벌어지고 십자군운동은 영원히 종식됩니다.
이름 외우기도 힘드네...-_-;;
원래 바이바르스 그 냥반이 좀 그렇지요..;;
발리앙 디블랭의 협박 중에 실제로 살라딘이 시껍했을 내용은 '예루살렘의 모든 성소를 파괴하겠다'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