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0.22.(일), 낙동정맥 줄기에 인접한 영남알프스 고봉들을 오르기 위한 1박2일의 둘째 날입니다. 어제의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결의를 새롭게 하고 아침 일찍 식사후 펜션을 나서서 버스를 타고 가까운 배내골, 능동산 들머리로 갔습니다.
08:12, 버스에서 내려 배내고개 정자앞에 모였습니다. 큰길을 따라 능동산으로 가는 오르막 산길이 시작되는 들머리까지 가서(08:23),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고 산행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작부터 오르막이지만 급한 경사는 아니었지만 어제 힘들게 걸었기에 오르는데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GPS상 배내고개의 해발이 약 690m였는데 맨 먼저 갈 목표지점인 능동산은 해발 983m여서 초장에 수직으로 약 300m 올갔더니 그 다음부터는 길이 완만하게 내리막으로 전개되었습니다.
09:27, 쇠점골 약수터에서 약수를 맛보고 조금 내려가니 넓은 임도가 나타났습니다. 맨 땅으로 된 평탄한 임도를 따라 동행한 동문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며 걸었습니다. 샘물상회(10:42통과) 근처에 가니 넓은 벌판이 전개되고 억새가 벌판을 덮고 있어 볼만했습니다. 넓은 임도는, 천황산 가는 길이 얼음골 케이블카를 타는 상부역으로 가는 길과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산으로 계단이 설치된 오르막이 되어 좁게 이어졌습니다.
11:00, 여덟 갈래로 가지가 갈라진 8지송을 지나 산길은 천황산을 향해 완만하게 계속 올라갔습니다. 11:28, 드디어 해발 1,189m의 천황산 정상에 도착했습니다. 돌로 된 정상석이 매우 컸습니다. 삶들이 정상석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줄을 서 었습니다. 우리 팀도 기다림 끝에 모일 수 있는 만큼 모여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1,000m가 넘는 높은 곳에 서니 사방의 수려한 경치가 잘 보였는데 날이 맑은 탓에 멀리 해운대가 보였고, 그 앞에 바다 건너 대마도까지 어렴풋하지만 분명하게 그 존재를 알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추후 경치를 입체적으로 감상하기 위해 동영상도 하나 찍어 두었습니다.
12시가 채 안된 조금 이른 시각이었지만 경치 좋은 곳에서 점심식사를 하기로 하여 모여 앉았습니다. 펜션에서 싸준 김밥은 속이 부실해서 별로였지만 고추참치 등 따로 싸온 부식들을 꺼내서 나누어 먹었습니다. 16조준희 선배님이 마련해 주신 매실주 한 병을 나누고 누군가 소주를 가져왔기에 한 잔 씩 나누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천황산 정상을 조금 내려오니 전망바위가 있어 경치를 잘 감상할 수 있었는데, 저 아래에서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표충사가 작게 보였습니다. 전망바위 위에 서서 경치도 구경하고 사진도 찍은 다음, 다음 목표인 재약산을 향했습니다. 천황산을 내려가다가 억새풀 풀섶에서 용담꽃 한 떨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에 영남알프스에서 본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는데 다행히 볼 수가 있어서 기뻤습니다.
용담꽃을 발견하여 사진도 찍어 보고, 여러 해 전 한국산서회에서 용담을 칭찬하며 그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던 산악인 김영도님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연의 일치인지 꽃을 본 후 서너 시간 뒤에 그분이 전 날 돌아가셨다는 문자를 받았습니다.(큰 산악인 한 분이 돌아가셨습니다.)
천황산을 내려가서 천황재에 도착했습니다.(12:40) 천황산과 재약산을 잇는 길의 중간에 있는 안부가 천황재인데 목재 테이블과 긴 의자가 마련되어 있어 사람들이 쉬고 있었습니다. 주변에는 이 지역의 트레이드 마크인 억새풀이 온통 땅을 뒤덮고 있었는데 가을을 맞아 한창 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천황재에서 길은 다시 오르막으로 변해서 재약산을 향하는데 이곳저곳 돌부리가 튀어 나오고 길이 거칠었습니다. 13:20, 힘든 산행 끝에 해발 1,108m의 재약산 정상에 설 수 있었습니다. 정상은 매우 비좁아서 공간에 여유가 있던 천황산 정상과 대조적이었습니다.
재약산에서 표충사로 가는 길은 매우 급하게 내려갔는데 계단이 끝도 없이 서리되어 있는 듯 지루하게 한참을 내려가야 했습니다. 계단의 숫자가 1,000개도 넘을 것 같이 생각되었습니다. 계단을 다 내려가니 길은 완만하게 임도로 변하여 표충사를 3.8km 정도 남겨 둔 지점에서 계단을 내려가서 계곡을 따라 산길을 가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계단을 다라서 내려가니 폭포가 하나 나오는데 층층폭포였습니다. 폭포엔 물줄기가 약했지만 비가 와서 물줄기가 굵어지면 폭포가 여러 층으로 되어 있어 그 모습이 제법 볼만 할 것 같았습니다. 산길은 계류의 조금 위에서 계속 이어졌는데 구룡폭포와 흑룡폭포 등 볼거리를 지나서 절까지의 거리가 얼마 남지 않은 곳에서 넓은 길로 변했습니다.
드디어 15:50, 표충사에 도착하여 산행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표충사 경내로 들어가서 절을 감상하고 절앞 주차장에서 약 30분간 버스를 기다렸다가, 버스를 타고 음식점(맷돌순두부)으로 향했습니다. 두부전골에 동동주로 연회를 가진 후 오후 6시경 서울로 향해 10시 반경 양재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풍광이 뛰어난 영남알프스의 산길 약 16km를 8시간 가까이 걸어서 주파하였습니다. 힘은 들었지만 좋은 경치를 맘껏 즐긴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
산행 후 서울로 오는 버스 안에서 시를 하나 썼습니다.
영알 천황산, 재약산 넘으며 한 산악인을 추모함
영남알프스
어제 이어
S자 곡선 따라 간다
천 미터급 두 산
천황산 재약산 넘어야 한다
의지는 충천하지만
몸이 반항한다
살살 달래서 님들 뒤를 좇는다
천황산 정상
힘들게 올라서니
사바가 발 아래라
높은 곳에 올랐으니
멀리 기도를 보낸다
평화와 지성의 완성
지난한 과제다
영남알프스 오늘따라
하늘이 맑으니
저 멀리 해운대
키다리 건물들 넘어
대마도까지 어른거린다
우리 땅이면 좀 더
사랑해 줄 텐데
억새풀 웃자란 길섶에
수줍은 용담 한 떨기
왜 안보이나 했는데
반가운 해후다
용의 쓸개라니 얼마나 쓸까
쓴 것이 약이 되는
역설의 자주색 꽃
평소 용담을 상기시키며
주목하라 말씀하시던
한 큰 산악인(김영도 옹)
생각 중이었는데
문자로 부음이 왔다
백세이셨다
에베레스트 등반대장 후
산에 대해 글 쓰셨다
사람을 사분하되
산에 가는 사람과 안 가는 사람
산에 가는 사람도
기록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기록하는 자만이
진정한 산악인이라고
기록문학을 주장하셨다
동생과 서울 유학하다
6.25 발발하니
학도병 참전하여
안강전투에서 동생을 잃었다
혈혈단신 일가 이뤄
산악문학가로 거듭나셨다
사람의 일생 곧게도 살 수 있다
은혜로운 햇살이
눈부신 영알
몸은 힘들어도
정신은 개운한 역설
술 한 잔 털어 넣고
몽환 속으로 걸었다
▼ 천황산 정상에서 돌아 보는 동영상
첫댓글 운문산을 오르다
하재룡
서울에서 4시간 반 걸려
밀양시 석골마을에 이르니
석골사 눈앞에 다가 온다
계곡은 오색단풍으로 물들고
정구재 바위 힘내라고 말없이 격려한다
민초들의 소원 담은
돌탑에 합장하고
상운암 약수물로 목마름 달래본다
구름도 쉬어 가는 운문산 정상에 오르니
까마귀 소리 카악카악
억새는 하늘하늘 춤춘다
저 멀리 가지산
산아래 작은 마을
정상 머무름은 잠시 일뿐 아랫재로 조심조심 내려 가
상양마을에 도착하니
과수원에는
붉게 익은 사과 주렁주렁
해는 서산에 뉘엿뉘엿
지고 있다
※ 운문산(1195미터)은 영남알프스라고 불러지며
경남 밀양시 산내면과 경북 청도군 운문면에 걸쳐 있는 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