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OS)가 출시되면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어지간한 컴퓨터에는 이 회사의 운영체제 윈도우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 윈도우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이 등장했다. 윈도우8이다. 기존 윈도우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구도를 가지고 있는 윈도우8은 DOS에서 윈도우로 넘어올 때 만큼이나 큰 변화를 준다. 그렇다면 윈도우8이 나오기까지 윈도우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나왔을까.
윈도우(Windows)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개발한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raphical User Interface, 이하 GUI) 방식의 컴퓨터 운영체제다. 윈도우가 등장하기 전까지 컴퓨터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새까만 화면에 빼곡히 들어찬 문자와 작업 수행에 필요한 명령어 모음. 따라서 이전의 컴퓨터는 화면을 크게 만든 전자계산기에 불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GUI를 기반으로 사용자 편의성을 높이고, 다중작업(멀티태스킹) 등을 장점으로 내세운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는 컴퓨터 산업 전반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현재에 이르러 전세계 PC 운영체제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2012년 1분기 기준)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사용하고 있다.
윈도우의 시작, 윈도우 1.0~윈도우 3.1
마이크로소프트는 1981년 멀티태스킹(다중작업)을 지원하는 GUI 기반 운영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운영체제라는 독립적인 솔루션을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MS-DOS에서 사람들이 사용하기 편리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이 바로 '윈도우 1.0'의 최초 탄생 비화다.
윈도우는 맨 처음 ‘인터페이스 매니저(Interface Manager)’라는 프로젝트명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당시 이름이 너무 특징이 없고 평범하다는 내부 의견에 따라 창문의 격자를 닮은 실행화면을 떠올려 '윈도우(Windows)'로 명명했다.
이리하여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 1.0은 1985년 세상에 데뷔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윈도우 1.0은 독립적인 운영체제라기 보다는 MS-DOS에서 구동되는 프로그램의 하나였기 때문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진 못했다.
윈도우 1.0은 아이콘, 메뉴 등 활용한 GUI 기반의 워드 프로세서, 그림판, 달력, 메모장, 클립보드, 게임 등을 지원했다. 하지만 당시 애플컴퓨터의 개인용 컴퓨터 매킨토시(1984년 발표)의 운영체제 역시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 시장의 반응도 탐탁지 않았다.
윈도우와 맥 운영체제가 유사했던 이유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애플컴퓨터 매킨토시 소프트웨어 개발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고, 이를 빌미로 맥 운영체제 디자인을 일부 차용할 수 있도록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이 라이선스 계약은 후에 양사의 희비를 엇갈리게 만든 중대한 사안이 됐다. 아마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팽팽한 줄다리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닐까 싶다.
세상의 주목을 받지 못한 윈도우 1.0을 뒤로하고, 1987년 '윈도우 2.0'이 출시됐다. 이때부터 ‘MS 워드’와 ‘MS 엑셀’을 비롯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맥 운영체제를 베꼈다(작업창 겹치기 등)는 애플컴퓨터의 끊임없는 공세에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바닥을 치면 솟아오를 일만 남았다'라는 말처럼 마이크로소프트는 1990년 '윈도우 3.0'을 출시를 기점으로 반전을 꾀한다. 윈도우 3.0은 멀티태스킹(다중작업) 강화를 필두로 애플리케이션 실행을 제어하는 프로그램 관리자, 파일 복사 및 삭제와 관련된 파일 관리자, 그리고 인텔 386 프로세서 지원으로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는 메모리 공간이 대폭 향상됐다.
곧이어 1992년에는 윈도우 3.0을 개선한 ‘윈도우 3.1’이 등장했다. 윈도우 3.1은 멀티미디어 기능과 컴퓨팅 성능 향상에 초점을 맞췄으며, 멀티태스킹을 강화하여 본격적인 멀티태스킹 컴퓨터 시대를 열었다.
윈도우의 전성기, 윈도우 NT~윈도우 XP
1993년 출시된 ‘윈도우 NT 워크스테이션 3.1’은 기업에서 사용하는 고성능 PC에 대응하는 운영체제로 만들어졌다. NT는 'New Technology'의 줄임말로 신뢰성과 확장성을 목표로 개발된 최초의 32비트 운영체제다.
윈도우 NT 3.1을 시작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1994년까지 '윈도우 NT 3.5’, ‘윈도우 NT 3.51’을 차례로 출시했다. 이들 모두 생산성 향상과 네트워크 기능을 강화를 목표로 출시된 기업용 운영체제로 출시됐지만 PC의 성능이 전반적으로 발전하면서 개인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1995년 ‘윈도우 95’의 등장으로 바야흐로 윈도우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윈도우 95는 MS-DOS를 벗어나 비로소 독립적인 운영체제로 거듭났다는 점이 가장 특징이다. 또 윈도우 3.1과 현격하게 다른 GUI를 채택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운영체제의 탄생을 알렸다. 오늘날 윈도우 모습(GUI)은 윈도우 95의 변화에서 시작됐다고 말할 수 있겠다.
윈도우 95에는 32비트 응용 프로그램간 멀티태스킹, 플러그 앤 플레이(주변기기 연결시 자동인식) 기능이 추가됐으며, 그래픽 혁신을 이끈 다이렉트X와 인터넷 신기원을 연 익스플로러 1.0(인터넷 브라우저) 탑재됐다.
그로부터 3년 후,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95의 후속작 ‘윈도우 98’을 출시했다. 윈도우 95를 전반적으로 업그레이드 한 윈도우 98은 인터넷 관련 기능 및 성능이 크게 향상됐다. 당시 함께 등장한 것이 익스플로러 4.0과 아웃룩 익스프레스, 넷미팅 등이다. 또 새로운 인터페이스인 USB가 추가되면서 보다 손쉽게 주변기기를 연결하여 이용할 수 있게 됐으며, 보다 다양한 하드웨어 지원이 가능해졌다.
2000년에는 윈도우 밀레니엄 에디션을 뜻하는 ‘윈도우 ME’가 출시됐다. 하지만 윈도우 ME는 성능 향상은 미약한 반면, 심각한 안정성 문제를 일으키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 때문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2001년 윈도우 ME의 후속작 윈도우 XP를 연이어 출시하기에 이른다. 윈도우 XP는 윈도우 NT 4,0과 후에 출시된 NT 계열 '윈도우 2000'의 커널(운영체제의 중심)을 바탕으로 개발됐다.
따라서 컴퓨팅 속도 및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게임 및 멀티미디어 강화는 물론 무선 네트워킹 등 향상된 기능이 대거 탑재됐다. 편리함이 강조된 윈도우 XP는 윈도우 운영체제의 전세계 점유율을 90%까지 높인 일등공신이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악의적인 해커들의 표적이 되어 내내 보안문제에 시달렸다. 이때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시때때로 취약한 보안패치를 진행하고, 대대적인 서비스팩(운영제체 전반에 걸친 업그레이드)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후에 윈도우 XP는 홈 엔터테인먼트 지원을 강화한 '윈도우 XP 미디어 센터 에디션(Media Center Edition)'과 태블릿 PC 용 '윈도우 XP 태블릿 에디션(Tablet Edition)' 등으로 발전했다.
윈도우의 과도기, 윈도우 비스타~윈도우 7
그로부터 6년 후, 마이크로소프트는 창문(윈도우)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2007년 출시된 '윈도우 비스타(VISTA)'는 에어로 GUI(부드러운 애니메이션과 투명화 지원)를 바탕으로 윈도우 95 수준의 혁신적인 변화를 강조했다.
보안 시스템을 대폭 강화한 윈도우 비스타는 총 6가지 버전(에디션)으로 출시되어 개인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윈도우를 컴퓨팅 시스템 전체를 아우르는 운영체제로 자리매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너무 변화에만 치중한 나머지 편의성이나 호환성을 퇴보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기존 윈도우 XP를 버리고 운영체제를 바꿀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새로운 윈도우 비스타 운영체제는 PC 시장에 성공적으로 뿌리내리지 못했다. 이것이 바로 최근까지도 윈도우 XP 운영체제의 장기집권이 계속된 이유다.
그로부터 2년이 흘러, 2009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 비스타를 대폭 보완한 '윈도우 7'을 출시했다.
윈도우 7은 윈도우 비스타에서 선보인 혁신적인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현격하게 떨어진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호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또 보안성을 강화하여 개인과 기업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운영체제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윈도우 7에 대한 반응은 가히 뜨거웠다. 당시 아마존에서 선주문을 받았는데, 8시간 만에 윈도우 비스타의 4달간 주문량을 넘어선 것.
PC 전문 매체들은 일제히 "윈도우 XP의 진정한 후계자"가 등장했다는 기사로 윈도우 7의 흥행에 불을 붙였다. 2011년 10월에는 비로소 8년이나 장기집권하고 있던 윈도우 XP의 운영체제 점유율을 제치며, 선두에 나섰다(2011년 10월 당시 윈도우 7 약 40%, 윈도우 XP 약 39%).
윈도우의 새로운 도전, 윈도우 8
2012년 10월 26일, 마이크로소프트의 새로운 운영체제 '윈도우 8'을 전세계에 출시했다. 윈도우8은 모바일 기기의 확산에 발맞춰 PC는 물론 스마트폰과 태블릿 PC 등에서도 호환해 사용할 수 있도록 최적화됐다.
윈도우 8은 기존의 윈도우와는 완전히 다른 사용자 환경(UI)을 제공한다. 우선 윈도우 8의 타일모양 시작화면은 윈도우폰에서 선보였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라이브 타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습으로 한번의 클릭 또는 터치로 원하는 앱과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게 해준다.
인터넷 역시 터치에 최적화된 ‘익스플로러 10’을 새롭게 탑재했으며, 클라우드 서비스인 ‘스카이드라이브’도 기본으로 제공한다. 이런 윈도우 8의 특징은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 스마트폰, 태블릿 PC등 스마트 기기에 대응하기 위함으로 분석되고 있으며, 구글과 애플로 양분화된 스마트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는 전문가들도 쉽게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새로운 운영체제는 일반 사용자용 '윈도우 8'과 데이터 암호화, 가상화, PC 관리, 도메인 연결 등의 기능을 추가한 전문가용 '윈도우 8 프로(Pro)'으로 출시된다. 또 '윈도 투 고(Windows To Go)', '다이렉트액세스(DirectAccess)', '브랜치캐시(BranchCache)' 등 생산성을 높이고 강력한 보안 기능을 갖춘 기업용 '윈도우 8 엔터프라이즈'도 함께 선보였다.
과연 윈도우 8은 "PC건 태블릿이건, 사용자의 스타일과 취향에 맞는 최고의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는 한국마이크로소프트 김 제임스 사장의 말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