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유(許攸)의 간언(諫言) "아이코! 우리 주공(主公)은 졸장부(拙丈夫)!" -
한편, 유비l(劉備)의 특명(特命)을 띠고 원소(袁紹)의 진영(陣營)에 도착(到着)한 미방(靡芳)은 허유(許攸)를 찾아갔다.
허유(許攸)는 유비(劉備)의 서한(書翰)을 받아보고 물었다.
"조조(曹操)가 친(親)히 이십만 병사를 이끌고 서주(徐州)를 공격(攻擊)해 왔다?"
"네 그렇습니다. 서주(徐州)가 위급하여 원공(袁公)께 속(速)히 출병(出兵)을 부탁(付託)했습니다."
"위급(危急)이라? 그 말은.. 유 장군(劉將軍)이 서주(徐州)를 지키기 어렵다는 말인가?"
"아닙니다. 서주성(徐州城)은 견고해서 잘 싸우고는 있습니다."
"잘 싸우고 있다고? 그렇다면 왜 도와달라는 것인가? 그대들 힘으로 당(當)할 수가 있다면서?... 그러지 말고 이실직고 (以實直告) 해보게 유비(劉備)가 며칠이나 버틸 것 같나?"
허유(許攸)는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미방(靡芳)의 대답(對答)을 무시(無視)하면서 물었다.
그러자 미방(靡芳)은,
"한, 백일 정도..."
"헛소리!" 허유(許攸)가 냉담(冷淡)한 단언(斷言)을 내리자,
미방(靡芳)은 눈을 내리깔며,
"오십일 정도요..." 하고 맥빠진 대답을 하였다.
그러자 허유(許攸)는 가소롭다는 듯이 미소(微笑)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도 좀 부풀린 것 같군!...." 하고, 대답하며 군막(軍幕)을 나서자
미방(靡芳)은 그의 뒤를 따라가며 말한다.
"허선생(許先生)! 저희 주공(主公)께서는 허선생은 책략(策略)이 넘쳐나 원공(袁公)께 영향력(影響力)이 크다 하시면서 허선생(許先生)만 허락(許諾)하시면 원공(袁公)도 출정(出征) 결정(決定)하실 것이라고 말씀하시면서 선생(先生)을 먼저 뵈오라 하셨습니다." 하고, 허유(許攸)를 잔뜩 추켜세웠다.
그러자 허유(許攸)가 총총(悤悤)히 자신의 뒤를 따르는 미방(靡芳)을 돌아보며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한다.
"유공(劉公)이 정말 그리 말했나?"
"아무렴요. 유장군(劉將軍)께선 틀림없이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자 허유(許攸)는 만족(滿足)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 응?... 솔(率直)직히 말해 나도 조조(曹操)가 서주(徐州)를 공격(攻擊)하길 기다렸네!" 하고, 속 마음의 일부를 드러내 보였다.
허유(許攸)가 급(急)히 간 곳은 원소(袁紹)의 (군막)軍幕이었다.
그곳을 지키는 호위(護衛) 장수(將帥)는 허유(許攸)를 보자,
"이거 큰일입니다." 하고, 당황(唐慌하며 말을 꺼낸다.
"무슨 일인가?" 허유(許攸)가 묻자,
장수는,
"도련님 병(病) 때문에 주공(主公)께서 속을 끓이고 계세요." 하고, 대답한다.
그러자 허유(許攸)는,
"내가 들어가 뵙겠다." 하고, 원소(袁紹)의 군막(軍幕) 안으로 들어갔다.
군막(軍幕) 안에는 원소(袁紹)의 다섯째 아들이 몸 져 누워있었고, 원소는 손수, 수건에 물을 적셔, 아들의 이마에 얹어주면서,
"아, 이걸 어째! 큰일이로군!" 하고, 말하면서 태산(泰山) 같은 걱정의 말을 쏟아내는 것이었다.
"도련님께서 많이 아프시다니 어찌 된 일입니까?" 허유(許攸)가 원소(袁紹)에게 물었다
"허유(許攸)? ... 이 애가 아무래도 죽을 것만 같구려."
"죽다니, 어째서 도련님이 죽는단 말입니까?"
"내가 아들은 많아도 모두가 쓸 만하지 못한데 이 애 다섯째 하나는 총명해서 많은 기대를 걸고 있잖소.
그런데 이 애가 옴이 올라서 목숨이 위태롭단 말이오. 그러니 내가 무슨 경황이 있겠는가?"
"주공! 옴으로 죽는 일은 없으니 안심하십시오! 그것보다는 지금 조조(曹操)가 대군(大軍)을 이끌고 서주(徐州)로 유비(劉備)를 치러 온다는 급보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기회에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어버린 허창(許昌)을 공격(攻擊)한다면 천하를 쉽게 얻을 수가 있습니다. 당장 공격을 명하시어 허창을 손에 넣게 되면 본거지를 잃은 조조는 혼란에 빠질 것이고 우리는 수습만 하면 됩죠. 또 헌제만 업으면 제후들을 호령하는 사람은 주공이 되시며, 천하는 주공의 손에 들어오게 되는 겁니다." 하고, 승기를 다 잡은 듯이 호기롭게 아뢰었다.
그러나 원소(袁紹(는 아들의 병세(病勢) 외에는 아무런 관심(關心)도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러면서,
"허창(許昌)까지 거리는?"
"겨우 이백오십 리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이 아픈 애를 데리고 어찌 이백오십 리를 가겠나?"
"도련님을 데리고 가자는 것이 아닙니다. 주공! 어서 허창(許昌)을 치라는 명을 내리소서.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입니다."
허유는 두 손을 모아 머리를 조아리며 아뢰었다. 그러나 역시 원소의 관심은 아픈 아들이었다.
"애지중지 사랑으로 키운 아들인데... 이 애가 잘못되면 나도 못 사네!"
"주공(主公)! 이런 기회(機會)는 놓치면 다시 오지 않습니다. 이번에 반드시 조조(曹操)를 쳐야만 합니다." 허유(許攸)는 애가 타서 말했다.
그러나 원소는 잔뜩 찡그린 인상을 쓰면서,
"이 애 때문에 마음이 쓰리고 속이 타는데 무슨 전쟁을 하겠나!... 이 녀석이 잘못되면 나도 못 살아!"
원소는 그야말로 허유의 간언은 아랑곳이 온통 다섯째 아들의 병세에만 매달려 울기 직전의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이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허유가 목소리를 높여 소리를 지르듯이 말했다.
"주공! 정신을 차리세요!"
"물러가!" 원소는 허유의 간언을 매우 귀찮게 여기며 소리쳤다.
그러자 안타까움이 절정에 달한 허유가
"제발!" 하고, 말하자,
원소(袁紹)는 화가 잔뜩 묻은 소리로 팔을 휘저으며 허유(許攸)에게 소리쳤다.
"꺼져!" ....
"하!~" .....
허유(許攸)는 대답할 말을 잃고, 원소의 앞을 물러 나오고 말았다.
허유(許攸)가 허탈한 모습으로 밖으로 나오자 초조하게 기다리던 미방이 다가와,
"언제 출병한다 하십니까?" 하고, 묻는다.
그러자 허유(許攸)가 고개를 흔들며 실망어린 한탄(恨歎)을 하였다.
"졸장부(拙丈夫)야! 졸장부(拙丈夫)! 어린애 하나 때문에 이런 절호의 기회를 놓치다니, 아~! 정말 기가 막히는군!" 허유(許攸)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소리 높여 말하면서 하늘을 우러러 쳐다보았다.
그러자 허유의 실망스러운 소리를 들은 군막 안의 원소(袁紹)는 발끈 화를 내면서 측근에게 말했다.
"나를 모욕한 허유(棍杖)에게 곤장(棍杖) 스무 대를 치거라! 어서!"
"옛!" 허유(棍杖)는 병사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소리쳤다.
"옛!" 허유는 병사들에게 끌려가면서도 소리쳤다.
"졸장부(拙丈夫)! 졸... 장부!"
원소의 군막 앞에는 어느새 형틀이 마련되었고, 허유는 군사들에 의해 형틀에 묶여져 사정없이 곤장을 맞았다.
그러나 허유의 입은 멈출 줄을 몰랐다.
"하나요~ 철썩!"
"아이쿠! 졸... 장부(拙... 丈夫)!"
"둘 이오~ 철썩!"
"아이쿠! 우리 주공은... 졸, 졸.. 장부~!"
이렇게 군막 밖에서는 모사 허유가 병사들이 내리치는 곤장을 사정없이 얻어맞고 있었고, 군막 안의 원소는 일그러진 얼굴로 꼼짝도 하지 아니하고 눈을 감고 병석에 누워있는 다섯째 아들을 걱정하는 눈길로 바라보며,
"인석아! 아이고 이걸 어째!..."
이렇게 한탄과 걱정이 버무려진 소리를 계속 내뱉고 있었다.
삼국지 119회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