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주인이 도착하여 문을 두드리면
곧바로 열어 주려고 기다리는 사람처럼 되어라.
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루카12,36-37)
* *
본당 사무실에서
김종인 신부님의 옛날 사진이 담긴
각대봉투가 발견되었습니다.
신부님 신학생 때
지학순 주교님이 구속되어
신학생들이 데모하러 출정하는 장면 담긴 사진부터
개인 역사가 담긴 많은 사진들이 담겨있었습니다.
우체국에 가서 등기로 신부님 주소로 부쳐드리고
동네를 가로질러 집으로 오는데,
어린 아이 둘을 데리고 길을 건너는 엄마를 보았습니다.
아이는 두살반 혹은 세상 정도 되어 보였는데
아이가 입은 검은 윗옷에 노란색 글씨가 새겨져있었습니다.
'아빠가 술만 적게 마셨어도 이 옷이 구찌가 되었을텐데'
아이가 입는 옷에 그런 글귀를 새긴 것인지
그런 상품을 구입한건지 모르겠지만
환한 아이의 모습에 너무 세속적인 화장을 입힌 것 같아
웃음이 나오다가 금방 슬퍼졌습니다.
얼마를 가져야 만족할 수 있는지,
생명은 재산에 달려있지 않다고, 자신이 누구의 소유인지
깨닫는다면 그분 뜻을 기억하며 살텐데
여전히 그분은 멀리 있는듯 느껴집니다.
예수님 승천이후 재림이 늦어지자 교회는 초조함과 혼란에 빠집니다.
분명 오신다고 했는데, 그 때가 언제인지 모르는 상황이니.
그래서 복음사가들은 종말에 대한 이야기를 예수님 공생활 말기에
복음서에 기록합니다. 깨어 있음에 대해서, 종말에 대해서
늘 준비하며 살라고.
언제,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오시는지 알 수 없습니다.
떠날 준비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언제든 그분을 맞이할 수 있습니다.
* *
살아온 날들이 지나갑니다
아! 산다는 것, 사는 일이 참 꿈만 같지요
살아오는 동안 당신은 늘 내 편이었습니다
내가 내 편이 아닐 때에도 당신은 내 편이었지요
어디에서 그대를 기다릴까 오래 생각했는데
이제, 어디에서 기다려도 그대가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 그대를 기다리는 동안 / 김용택 -
* *
어디서 기다려도
그대가 온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평안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