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병매 (564)
제14장 유령 5회
“응, 아주 좋다구, 당신 이제 보니 제법이라니까”
서문경은 비록 수동적으로 가만히 누워 있기는 했지만, 정신 몽롱하도록 술이 취한데다가 두 차례나 욕망을 분출시켜서 노자근한 듯 약간 코가 메인 것 같은 소리로 말한다.
“난 뭐 여자가 아닌가”
“글쎄, 다시 봐야겠다니까”
“호호호... 실은 말이에요, 무척 걱정이 되더라구요”
“뭐가?”
“당신이 몇날며칠 술만 마시고, 여자도 상대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말이에요. 술이야 뭐 지금까지 안 마시는 날이 거의 없었으니까 별 걱정이 안 되지만, 여자까지 멀리하다니 이 양반 왜 그러나 싶었다구요. 그래서 오늘밤 내가 일부러 찾아온 거예요”
“잘 왔어. 그런데 말이야 내가, 요새 도무지 여자고 뭐고 살맛이 없지 뭐야”
“왜 살맛이 없어요? 별안간 왜 그래요? 당신답지 않다구요. 송혜련이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글쎄. 혜련이가 자살을 했었다니 정말 모를 일이지 뭐야. 난 언젠가는 나타날 줄 알았다구. 왜 자살을 하지? 자살을 할 아무 까닭이 없는데...”
“자기 나름대로 까닭이 있었겠죠 뭐. 벌써 몇 달 전의 일인데, 자꾸 생각하면 뭘 해요. 살아서 돌아오기라도 하나요, 안 그래요? 여자 하나 때문에 살맛이 없을 것까지는 없잖아요. 물론 당신 심정은 이해하지만, 잊어버리는 게 수라구요. 여자가 뭐 송혜련이 하나뿐인가요”
“내 맘대로 안 된 여자는 혜련이 하나뿐인 셈이지”
“그래서 속이 상한다 그건가요? 그렇다면 원망을 하고 잊어버려야지, 자꾸 생각할 게 뭐 있어요. 말이 났으니 말이지, 그년 우리 집안 망신을 단단히 시켰다구요. 글쎄, 잔칫날 아침에 죽어버리다니 그런 망할 년이 어디 있느냐 말이에요. 그날 아침에 자살을 했는지, 전날 밤에 목을 매달았는지 알 수가 없지만... 그년 죽으려면 좀 진작 죽을 일이지, 하필 잔치 준비를 다하고, 손님까지 초대해 놓았는데, 뒈져버릴게 뭐냐 말이에요. 우리 집안하고 무슨 원수라도 진 년 같다니까요”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듯 오월랑은 말소리가 약간 떨리기까지 한다.
“알았다구. 그만...”
“여보, 당신한테 한 가지 분명히 말하겠는데요. 앞으로 또 다시 첩을 들여앉히려고 하면 그 때는 내가 자살을 해버릴 테니까 명심하시라구요. 정말이에요. 입으로만 하는 소리가 아니예요”
서문경은 묵묵부답이다.
“들었어요, 못 들었어요?”
좀 못마땅한 듯 볼멘소리로 대답하고, 서문경은 아내에게 등을 돌리며 돌아눕는다.
金甁梅
첫댓글 송혜련이가 왜 죽었는지는 밝혀지지 않는지....
밝혀져서 서문경이가 충격을 받아야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