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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신학연구소, 인도네시아서 아시아 청년 활동가 연수 열어
2023 아시아청년아카데미/아시아신학포럼이 8개국 45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8월 19-28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다. ⓒ황경훈
아시아 가톨릭 청년과 신학자 및 활동가들이 공동협력성(synodality)이나 공동합의적 교회는 말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지역 사회 문제, 특히 토착원주민 공동체 및 생태 위기에 적극 대처하는 데서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8월 19-28일 인도네시아 발리의 종교영성센터(Rumah Khalwat Tegaljaya)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아청년아카데미/실천신학포럼’에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인도, 파키스탄, 한국, 독일 등 아시아 8개국 청년과 강사 45여 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는 우리신학연구소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아시아평신도지도자포럼’(ALL Forum)과 ‘인도네시아 가톨릭청년회’(Pemuda Katolik), 그리고 ‘인도네시아 가톨릭대학생연합’(PMKRI)가 공동 주최했다.
힌두 사원(Pasraman Kidung Pemulihan Jiwa)에서 강사가 이곳의 다신상은 종교를 혼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어떤 종교인이든 와서 기도하고 묵상할 수 있는 ‘환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황경훈
코로나19로 4년 만에 재개된 이 청년 양성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은 2박 3일 동안 세 그룹으로 나뉘어 발리의 뜰라가 와자(Telaga Waja) 지역의 토착부족민 농법을 체험하고 수로 시설을 탐방했다.
또한 땀빡시링(Tampaksiring) 지역의 힌두교 사원 두 곳에서 일반인에게 개방된 힌두 예식에 참여했으며, 다종교 및 다문화를 일상 삶으로 살고 있는 발리인들의 생활 및 발리 여성의 사회적 지위에 대해 힌두교 강사들에게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현장 체험 뒤 참가자들은 3일 동안 이어진 워크숍에서 ‘통합적 생태학을 위한 토착 원주민 여성의 공헌', ’상호문화 영성과 시민성‘, ’상호종교 및 상호문화적 시민성을 향한 시노달리타스(synodality)’ 등을 중심 주제로 한 강의를 듣고 토론했다. 이 워크숍은 인도네시아 숨바섬과 필리핀 민다나오섬, 말레이시아 사바주의 토착민 출신 여성 활동가들과 우리신학연구소, 생태 신학자 등이 이끌었다.
말레이시아 사바주 출신으로 자신을 ‘전통 종교문화 지킴이’라고 밝힌 하비에르 아담(32)과 매버릭 조니오(35)는 진정한 시노드적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무한정한 개발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생태계와 토착원주민 공동체의 종교문화 전통을 보호하고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다잔(Kadazan) 부족 출신의 매버릭은 “이 행사에 참가해서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마존 시노드를 열었고 아마존 지역 토착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교회가 토착민인 우리를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런 얘기를 우리 본당이나 교구에서 먼저 알려주고 우리 교회는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서글프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같은 부족 출신으로 ‘보보히잔’(Bobohizan)으로 불리는 토착민 종교 사제인 아담은 교회가 이 지역 가톨릭 신자의 다수를 이루고 있는 부족민의 전통 종교를 더 존중하고 이들이 본당과 교구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인정하고 수용하는 시노드적 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거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교회는 토착원주민의 전통 종교를 악마화하고 미신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하기도 하는데, 이런 태도로는 토착민 신자의 마음을 사기 어려우며 고립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보르네오 섬 사바주의 카다잔 부족인 하비에르 아담(Havier Adam)과 매버릭 조니오(Maverick Jonioh) ⓒ황경훈
아담과 매버릭에 따르면, 자신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토착 종교 전통의 지킴이로 나선 것은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한 가톨릭 신자로서의 깊은 믿음에 기인하며, 동시에 부족민 종교 전통에 대해서도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다. “하느님은 부족민의 전통 종교와 가톨릭을 나눠서 사랑하시는 그런 쩨쩨한 분이 아니라고 굳게 믿는다.”
카다잔 부족은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거주하는 토착민으로 사바주에서 가장 인구수가 많은 소수민족이며 2004년부터 유네스코에 문서화된 유산을 보유한 보르네오의 원주민 부족으로 등재되었다.
워크숍에 이어 2부 신학 포럼에서는 워크숍 주제를 이론적으로 심화하는 과정으로 ‘토착원주민과 공동협력성(synodality)’, ‘성평등과 교회 개혁’, ‘상호문화적 시민성과 종교간 협력’ 등의 주제를 다뤘고 ‘미얀마 쿠데타 발발 이후의 상황’과 ‘시진핑 정권에 의한 홍콩 민주주의 궤멸 위기와 연대 방안’ 등에 관한 보고와 토론이 이어졌다.
독일 교회의 ‘시노드의 길’(Synodal Path)과 관련해 연대 강연한 마틴 스코켄호프 박사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교회 개혁 의지로 약간은 나아졌지만 교구장 주교의 직접 선출 등을 포함해 성서에서 보이는 초기 교회의 모습에 비하면 여전히 여러 면에서 수준 미달이라고 지적했다.
독일 ‘우리가 교회’(Wir-sind-Kirche) 회원인 그는 독일 교회 내에서 벌어진 성직자에 의한 성 학대 사건이 너무도 크고 그에 따라 교회의 신뢰는 끝 모르게 추락하고 있으며, 이어 수많은 신자가 교회를 떠나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았다고 보았다.
이에 2019년 주교들이 먼저 ‘가톨릭 중앙협의회’(ZdK)라는 평신도 대표 조직에 손을 내밀고 도움을 청해 함께 위기를 극복하자면서 주교단 만장일치로 ‘시노드의 길’을 창립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시노드의 길’에서 최종 수용한 주요 결정 사항은 우선 동성애 커플은 용인되지만 동성애 결혼은 아니라는 점, 둘째로 재혼한 사람도 성체를 영할 수 있고 교회에 고용될 수 있으며, 셋째로 남녀 평신도는 설교할 수 있고 세례도 주며 혼배성사를 도울 수 있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에 대해 교회 내 전통주의자들은 교회 분열을 경고하는 반면에 진보주의자들은 진전이 없을 것을 우려한다.
마틴은 2020-2023년까지 1차 시노드의 길이 다섯 번 총회를 마쳤고, 이제 2차 단계로서 이미 주교와 평신도 동수로 ‘시노드 위원회’(Synod Board)를 구성했으며 여기서 논의할 주제와 이를 유지할 재정을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신학연구소는 2010년부터 아시아청년아카데미(AYA)와 아시아신학포럼(ATF)을 연계한 청년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으로서 이를 해마다 개최해 왔다. 또한 여기에 참가하지 못하는 청년들을 위해 아시아 여러 나라를 방문해 일주일 동안 진행하는 ‘이동 학교’(Moving School)을 열었다.
최근 2023년 3월 태국 치앙마이에서 “조화 촉진을 위한 여성, 위대한 영, 다문화적 시민성”을 주제로 이동 학교를 열었고 치앙마이와 치앙라이 지역에서 청소년, 대학생 및 청년 40여 명이 참가했다.
황경훈
우리신학연구소 선임연구원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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