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송고를 내부형 교장공모제·혁신학교로 지정하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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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기 좋아하는 아이가 어디있어요? 우리 반 1등도 공부하는 건 싫대요.”
공부가 더 즐거운 아이로 만들기라는 어떤 교육의 제목을 보고 둘째 아이가 던진 말이다. 공부가 싫은데 학교가기 좋은 아이는 어디있겠느냐라는 말로도 들린다. 신종플루에 걸리고 싶어서 열나는 아이와 얼굴을 부벼댔다거나 귀를 면봉으로 비벼서 열이 나게 한 후 체열검사를 받았다거나 하는 웃지못할 이야기들이 아이들 사이에서는 당연한 바람처럼 보여지는 걸 보면 이미 학교와 공부는 같은 개념으로, 가기 싫고 하기 싫은 것이 되어있나보다.
신종플루로 휴교하는 학교가 많아지고 아이들은 괜히 신이 난다. 휴교하면 방학기간이 짧아지니까 마찬가지라는 이야기에 많은 아이들이 아니라고 대답을 한다. 요즘 방학은 방학이 아니기 때문이란다. 얘긴즉슨 방학이 되면 학원들이 아침부터 수업을 시작하고 수업시간도 특강이니 뭐니 해서 늘리기 때문에 학교 다닐 때보다 놀 시간이 더욱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방학이 짧아져도 휴교를 하는 게 더 좋단다.
어쩌다 우리의 학교는 이렇게 싫은 곳이 되어버렸을까? 어쩌다 우리 아이들은 방학도 힘겨운 시간이 되어버렸을까? 모든 것이 공부에 의해 평가되고 공부에 의해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지금의 여러 사회제도와 교육제도가 우리의 학교를, 우리의 아이들을 이렇게 만들어버린 것은 아닐까?
답답하던 차에 얼마 전 학교 가는 것이 행복한 아이들, 매일 학교에 있고 싶은 아이들을 PD수첩에서 보여주었다. ‘남한산초등학교’가 그 대표적인 예였다.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고 학교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곳이었다. 그 곳은 무엇이 우리와 다를까……. 김포시에도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 여러 생각에 마음도 머리도 복잡했다.
그리고는 나름대로 한가지의 결론에 도달했다. 저러한 혁신학교를 김포시에도 하나 생기게 하자. 아이들이 가장 자살을 많이 생각한다는 중학생 시기, 당면한 대입으로 스트레스가 과도한 고등학생 시기, 이제 초등학교를 벗어나 중고등학교를 혁신학교로 만들어보자라는 의지가 생겨났다. 그리고 혁신학교와 교장 내부공모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김포에 그 대상이 되는 학교가 한 군데 있었다. 새로이 개교를 앞둔 마송중고등학교였다. 김포는 아직 고교평준화가 되지못한 지역이다. 아이들은 당연히 중학교 때부터 입시에 시달린다. 고등학교는 서열이 정해져있다. 아이들은 이 서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부모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이 생기는 마송고등학교는 작년의 장기고등학교와 마찬가지로 무시험으로 입학생을 뽑을 것이다. 몇몇을 제외하고는 이미 성적에서 마음을 접은 아이들이 마송고의 아이들이 될 가능성이 높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들도 거의 임대주택을 포함 서민용 아파트임을 감안하면 그 학교에 진학할 아이들의 가정환경도 대략 보여진다.
고등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와는 다르다. 자신의 앞날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 할 시기이다. 우리나라같이 당연히 대학을 가야하는 나라에서 대학은 아이에게 미래를 건 현실이다. 하지만 이미 아이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자신의 미래를 접는다.
외고, 과학고 등의 특목고와 비평준화 지역의 입시 명문고 이제는 자율형 사립고까지 나서서 대학 입시를 위한 교육만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대학이면 모두 서울대라는 말처럼 아이들은 어찌되었던 입시의 대열에 끼어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보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하지만 이 노력의 대열에서 조차 소외되는 아이들이 있다. 어마어마한 사교육 시장에 끼어들어 볼 수도 없는 가정환경을 가진 아이들, 이미 공부와는 거리가 멀어져버린 아이들……. 그 아이들은 고등학생 때부터 이미 실패자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노력을 기울일 기회조차 아이들은 갖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를 포기하게 된다.
마송고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내부 공모제를 통한 새로운 생각과 의식을 가진 교장 선생님이 영입된다면 어쩌면 우리는 기존 교육시스템에서 소외되기 시작한 아이들을 위한 새로운 방안을 얻게될지도 모른다.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마송고등학교는 주변의 여러 여건들을 고려할 때 타학교들과는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구성되어야만 한다.
그 모습은 다양한 형태가 있겠지만 우선은 이미 인생의 낙오자라는 생각에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아이들에게 자신만이 가진 장점을 일깨우고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다. 공부 잘 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내 인생에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꿈과 비전을 정립하고 그 꿈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대학을 가는 것이 필요하다면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할 수 있게 된다.
그 목표가 단순한 대학 진학이 아니게 될 때 아이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꿈에 적합한 대학을 찾게 된다. 대학에 굳이 갈 필요가 없는 꿈이라면 실질적으로 그 꿈을 이루는데 필요한 것들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선생님들의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아이와 진정한 소통이 모색되어야 하며, 기존 학과편제의 영향에서 벗어나 실질적으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방법이 찾아져야 할 것이다. 이미 이러한 방안들을 연구해온 많은 선생님들이 계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교육이 필요한 아이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학교에 이러한 선생님이 함께 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공교육을 실행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 곳이 김포에서는 마송고등학교였으면 싶다. 이미 그러한 필요성이 너무나 많이 주어져있으므로……. 혁신학교 지정과 내부 공모를 통한 교장 선임권은 도교육청에 주어져있다고 한다. 내부형 교장 공모는 주로 신설학교와 기존의 교장선생님이 정년퇴임하는 곳이 대상이라 한다. 얼마 전 전체 교장공모 시행학교의 15% 이내만이 내부형으로 진행할 수 있게 하라는 대통령시행령이 발효되었다. 이로 인해 올해 내부형 공모제를 시행할 수 있는 학교는 서 너 곳에 불과하게 되었다.
이 서 너 곳에 마송고등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되어 참신한 교장선생님을 모실 수 있게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놓치면 김포시에 혁신학교로 지정된 고등학교는 향후 몇 년간 생겨날 수 없다. 고등학교 설립계획이 향후 몇 년간 없기 때문이다.
마송고등학교의 혁신학교 지정과 내부형 공모를 통한 교장선생님 초빙은 고교 비평준화로 인해 상처받고 소외되는 김포의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방책이다. 남의 일처럼 바라보고 있을 일이 아니라 김포시의 학부모, 시관계자, 시·도의원님들, 시민단체들 모두 한 목소리를 내어 도교육청에 요구해야만 한다.
“대학 진학률로 학교의 위상이 결정되는 현실 속에서 과연 혁신학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을까요?”라는 나의 질문에 혁신학교에 대해 지속적인 공부를 해 오신 한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대학 진학률이 명문대학을 많이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면 따라갈 방법이 없겠지요. 하지만 다수의 아이들이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대학으로 진학하는 것을 대학 진학률이라 한다면 당연히 자신 있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그의 실현을 위해 필요한 대학으로 진학하게 될 것입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부여한 동기만큼 큰 힘은 없으니까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