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민속 춤곡인 마주르카는 약강약(짝쿵짝) 4분의 3박자인 춤곡으로 클래식 작곡가들에 의해 고전 음악의 한 장르로 승화된 케이스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음악이 쇼팽의 마주르카이지요. 뿐만 아니라 발레 음악에서도 나오는데요, 프랑스 작곡가 레오 들리브는 발레 <코펠리아> 1막에 아주 흥겨운 마주르카 음악을 넣었습니다. 듣고 있으면 어느새 에너지가 로켓처럼 수직 상승해서 종종 에너지가 필요할 때 노동요나 배경음악으로 틀어놓고는 해요.
https://youtu.be/8Sb7gp98wAc?si=yQ-RPHJhMY-hOt7A
여기서 무용수들이 마주르카 스텝을 밟는데,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실제로 배우면 엄청 어려워요. 약강약의 강약리듬과 4분의 3박자의 경쾌한 춤동작을 계속 풀업상태로 표현해야하는 게 무척 어려운데, 확실히 발레 훈련으로 오랜 기간 단련된 전문 무용수들은 저렇게 어려운 춤을 매우 쉬워보이게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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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흥겨운 발레곡이 발레 클래스 음악으로 변신했어요. 원곡에서의 신나는 분위기가 발레 클래스 음악에서도 그대로 이어져 회전하는 피루엣 음악이 되었습니다. 공연 작품으로서의 발레 음악이 새롭게 재해석되어 단장한 발레 클래스 음악으로 듣는 것도 재미있더라구요. 최지원 피아니스트(서울시 발레단 발레 피아니스트)의 신보를 담아왔어요.
https://youtu.be/aelTHa0Oy5A?si=hpCNvJZ3n4hU8n7k
제가 발레를 배운다고 말할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들 중에 "발레를 배우면 다 강수진 발레리나처럼 발모양이 변해요?", " 처음 발레를 배울때부터 토슈즈를 신나요?"도 있었는데, "발레 시간에 어떤 음악 들어요? <호두까기 인형>을 듣나요?" 였어요. 발레 수업시간에는 수업용 음반이 있어요. 바로 발레 클래스 음악이에요.
발레 수업이 아주 체계적으로 순서가 설계되어 있는데, 인체 해부학이 발달하기 시작한 18세기의 계몽주의 시대부터 조금이라도 덜 다치면서 춤의 반경을 넓히는 발레 해부학이 발달하기 시작해서 19세기 초에는 오늘날과 거의 비슷한 발레 클래스가 완성이 되었어요. 물론 무용수들이 무용실에서 발레 클래스를 할 때 당시에는 피아노가 그리 발달되지 않아서 바이올리니스트가 발레 클래스 음악을 반주했어요. 이후 피아노가 발달하면서 바이올린은 밀려나고 그 자리에 피아노가 차지하게 되었지요.
오늘날 무용실에서 무용수들의 몸을 움직이게 하는 예술가들은 바로 발레 클래스 음악을 연주하는 발레 피아니스트들입니다. 모두 음대 피아노과를 전공해서 작곡까지 공부한 엘리트 연주자들이에요. 원곡인 발레 음악이나 기존의 클래식 음악, 팝송 등의 음악들을 발레 클래스 음악에 맞게 편곡하려면 피아니스트 자신이 작곡 능력이 있어야하기 때문에 발레 피아니스트들은 모두 편곡과 작곡능력까지 겸비한 예술가들입니다. 또 이분들이 발레단의 최종 리허설까지 함께 해요. 예를 들어 연말에 국립 발레단이 <호두까기 인형>을 연습할 때 오케스트라단이 함께 하지는 않거든요. 바로 발레 피아니스트들이 피아노로 편곡된 오케스트라 음악을 연주하면서 현장에서 무용수들이 구슬땀을 흘려가며 연습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봅니다. 그리고 최종 리허설까지 함께 하지요. 본 공연이 시작되는 그 순간부터는 그 동안 함께 해왔던 발레 피아니스트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되고 지휘봉을 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단이 관객의 눈에 보이는 존재가 됩니다. 하지만 발레가 대중화되어서 아는 사람들은 알고 있어요. 무용수들의 호흡과 움직임을 가장 잘 아는 음악가는 발레 피아니스트들이라는 것을요.
첫댓글 이서연님 덕분에 저도 발레 피아니스트가 따로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평안한 저녁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