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준비/ 실행의 과정이 어느 여행 보다도 짧게 이뤄졌던 이번 여행 - MB가 방문한 다음날 찾은 울릉도 독도
서울 - 정동진 - 묵호
8월 10일 금요일 밤 11시 50분 버스로 서울을 출발, 해뜨기 전 도착한 조그만 정동진 역. 그곳에서, 런던 올림픽 동메달을 차치하고라도 여러 이유로 사투가 될 수 밖에 없는 일본과의 축구를 관람하였다. 조마조마... 와~! 모두들 자신도 모르게 불끈 쥔 두 손이 허공을 향해 부르르 떨고 그 작은 역의 천장과 창문들이 함성으로 들썩거리며 열기가 고조되자 총 2박 3일 여행의 즐거움을 예고하는 듯하다.
모래시계 촬영 때에 비해 정동진의 소나무는 어느새 훌쩍 자라있고(하기사 세월의 흐름이 얼마냐) 바다에서 떠오르는 오메가를 보진 못했으나 구름을 헤치며 빨간 불덩이가 쑥 올라온다. 경건한 마음으로 주변 모두에게 기도를 올리고 아침은 샌드위치로 간단히 해결하고 묵호로 출발.
묵호-울릉도(사동항)-독도
묵호항 09시 출발하여 3시간여만에 도착한 울릉도 사동항. 울릉도행 배를 띄울 수 있는 날이 연중 100일이라는데 역시 운 좋다. 대학 1학년인 1974년 포항에서 출발할 땐 10시간 동안 시달린 배멀미의 고통이 아직도 생생한데, 이번은 날씨도 좋고 400여명이 승선하는 씨프라워의 쾌속감도 좋았다. 배안에서 계속 보여주는 일본과의 축구 재방송 보다보니 어느새 울릉도 도착. 간단히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씨플라워 2'로 배를 갈아탄 후, 다시 독도를 향해 87.4킬로 2시간을 달려 독도에 도착.
독도는 연평균 맑은날이 고작 55일이라는데 이렇게 잔잔한 바다를 만나 입도를 할 수 있다는 건, 큰 행운이 따른거라고...
배에서 내리자마자 확 느껴지는 갯내음과 습한 기운. 독도 수비대에서 키우는 털 많은 삽살개가 더워보인다. 독도에 도착하면 어떤 뭉클한 감상이 솟아날 것 같았는데...워낙 미디어로 많이 듣고 봐 와서 일까? 아님 감수성의 퇴조인가?
아무튼...
부우웅~~~~ 배를 타라는 신호음. 독도에서 약 20여분의 허락된 시간을 머무르고 다시 울릉도행.
독도-울릉도(성인봉/해안도로 일주)
5층 이하의 건물로 고도 제한된 울릉도는 북쪽의 나리분지를 제외하곤 전부 깎아지른 절벽이나 경사지로 되어있고 도동, 사동, 저동 등의 항구를 중심으로 골목과 집들이 오밀조밀 발달되어 있는 곳. 아름답지만 척박한 곳임에도 도동 항구의 땅 값은 평당 2000만원씩 홋가 된다고~~
'제주도가 아름다운 섬'이라면 '울릉도는 신비의 섬'이라 불리운다는 데 -분화구에 사람이 사는 것도 세계에서 유일하다하고, 3無, 즉 뱀 도둑 공해가 없고 5多, 바람 물 돌 여자(미인) 향나무의 섬이자 전체가 하나의 큰 산이다. 그러한 섬 가운데에 수력1, 화력2 개의 발전소가 있어 섬 자체 자력발전으로 전기는 충분하다고~
섬이지만 여기저기서 솟아나는 풍부한 물은 비누도 잘 안풀리는 매끄러운 단물이었고 맛도 좋았다.
또한 바닷 속 1,500미터에서 퍼 올리는 해양심층수 공장이 두 군데 있는데 -'청아라'와 '슈어'라는 상호로서 판매 중.
들머리를 도동 남쪽으로 하여 숲이 많은 원웨이 길을 올라 987미터의 성인봉을 찍고 북쪽 나리분지로 내려오는데 밖에서 보면 마치 코뿔소의 뿔이나 공룡의 등줄기 처럼 기기묘묘한 형태의 바위들이 도열해 있는 그런 화산섬 안에 이렇게 넓고 평평한 분지가 숨겨져 있다니...(군 시절 몇 번 가봤던 양구의 '펀치볼'과는 비슷하면서도 또다른 느낌) 시야는 물론 마음도 탁 트인다.
4시간 가량 산행 후의 점심. 예전 강호동의 1박 2일팀이 머물다간 '산마을 식당'이란 곳에서 이곳의 특산물인 산채 비빔밥을 먹고 명이나물과 더덕을 산 후 이번은 버스로 해안도로 일주를 한다.
이장희씨가 사는 북쪽의 '천부'라는 동네에도 가 보고 싶었으나 일정이 빠듯했고 또한 그는 워낙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시즌에는 피신해(?) 있다나?
구불구불 해안을 따라 일주하는 해안도로는 약 60여킬로인데 전부 콘크리트 도로이며 그 중 약 4,4킬로가 아직 개통이 안되었으나 앞으로 3년 후에는 전체를 일주 할 수 있다고~
자~ 지금부터는 사진을 보며 설명에 들어갑니당~~~
03시 캄캄한 새벽에 시작한 축구가...
동이 트는 시각까지 이어진다.
승자와 패자
동해의 일출
정동진 시비 앞에서
묵호에서~ 을릉도 출발전
그리고... 독도
촛대봉, 삼형제봉...
다시 돌아온 울릉도 도동 항구의 횟집들
따개비 칼국수 (해양 경찰에게 '맛집'을 물으니 "박가네"를 가란다)
아침에 본 도동 항구는... 공사 중
오징어 손질하는 아낙 - 3마리 1만원
밤에는 아름다운 꽃을 피운듯한 '집어등'이지만 환한 상태에선 지친 삶의 현장이다.
11톤 어선 기준 1일 출항에 120만원 가량 든단다. 하루 2,000마리 정도는 잡아야 겨우 경비를 건진다는데 수온의 상승으로 울릉도 오징어도 이젠 예전같지 않다고~
그들에게 보물인 오징어... 가슴아린 그들의 꿈... 환경의 변화로 이젠 옛 말이 되어가나?
** 냉동오징어 말린 거 - 짜다 , 다리가 검다. 그러나 생오징어 말린것은 전혀 짜지 않고 구수하며 다리도 하얗다고...
38년전 이곳을 처음 왔을 때는 아이들이 찌도 없는 대나무 낚시로 물속 훤히 보이는 고기들을 낚아 올리곤 했는데 맑은 물은 여전하나 지금은 낚시꾼이 아줌마들로 바뀌었다.
성인봉 산행코스
도동쪽에서 오른 호젓한 성인봉 산행길
산행도중 내려다본 바다
고비나물이 온 산을 덮고 있다
한때 열심히 다니던 송백 산악회 리본이...
어찌나 반갑던지...
지도에선 987미터... 표지석엔 984미터로 표기됨
해발 "0"에서 오르지만 산행길은 순한편
성인봉에서 바라본 풍경 - 해무로 뿌옇다
하산코스는 반대쪽인 나리분지로 했으나 초보 산행자들은 나리분지 쪽에서 오르면 조금 수월 할듯
지천에 피어있는 하얀 꽃의 이름은 섬바디. 돼지가 좋아한다 하여 일명 돼지꽃
소들도 잘먹어 사료대신 이런 약초를 먹여 이곳의 소는 약소로 불리운다
나리분지의 일부
물맛 좋은 신령수
울릉도의 특성에 맞게 지어진 투막집
1박 2일, 타큐멘타리 3일 등 여러 TV에 나왔던 산마을 식당
등대를 배경으로 함 날아볼까? ㅎ
좌측의 섬이 코끼리가 물을 먹고 있는 형상의 코끼리 바위(또는 공암)
예전 배를 타고 가까이 가서 본 이 바위는 마치 장조림처럼 바위가 여러결로 되어 있다.
황토구미 -조선시대 나라에 상납이 되었다는 황토
척박한 화산섬 바위틈에도 질긴 생명력이...
수 십톤 나가는 이 테트라폿 1개의 값이 자재가 비싼 울릉도 특성상 700만원씩 한다는데... 글쎄다~~
태하리의 소라계단
홍합을 까 드시나?
울릉도에도 신호등이 있었다
좁은 해안도로 일주 시, 터널 통과 때는 꼭 신호등을 확인하자!
섬을 돌다보니 주유소가 2군데 있던데... 휘발유 값은 2,299원/L
고려대학교 스쿠바 동아리
호박빵과 호박엿
정말 시원한 풍혈
아버지와 아들이 살다가...지금은 아들 혼자서 산다는 울릉도의 부속섬 죽도
마지막으로 청마 유치환 시인이 1948년 쓴 울릉도 시를 소개한다.
유치환 -울릉도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뛰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滄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자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 새 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이여!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도동 약수공원의 울릉도 시비
첫댓글 덕분에 잘 다녀왔습니다.
언제나 기대되는 멋진 사진과 글로 독자를 감동시키는 명진...항상 싱싱한 삶의 모습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만년청년 명진...오늘도 그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생동감 넘치는 사진과 글로 마치 여행에 동행한 듯한 그 설레임을 여지없이 공유하게 하여 주는구만...덕분에 피서 잘 했네...눈과 마음이 무척 시원해 졌다네...감사~
중3 여름 방학 때 처음 가보고 대학 시절에도 두세번 가 보았는데...울릉도가 참 많이 변했구나 기회가 되면 독도에도 한번 가보고 싶구나 명진 덕에 구경 잘 했다 고마워~
내 사진 한 장 낑겨줘서 고맙네! ㅎㅎ
맹진이는 복도 많네 작년에 울릉도 갔다가 비바람에 독도는 가보지도 못했는디.. 수고 했어~ 향묵선생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가졌구먼...
맹진이는 복도 많네~2
적적할 시기에 타이밍을 잘 맞춰 아주 좋은 여행이 됐겠구나. 무박으로 여행을 다니는 명진이의 타고 난 건강이 부럽구려~~~
명진이 대단하다 나도 여행을 무척 좋아하지만 항상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멋진 여행기와 사진들 고마워.. 멀리 외국에서 찾아가지는 못하지만.. 쪼깐.. 아주 쪼깐.. 느낄 수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