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22, 나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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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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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아무런 희망과 꿈이 없다.
자그마한 희망이나 꿈도 사실상 없다.
뭔가 기대를 하는 것도 없으니 작은 소망이라도 있을 수가 없다.
그냥 하루하루 숨 쉬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올 겨울에 캠핑카를 타고 전국을 여행하고 싶다.
이게 나의 소망이다. 그러나 이것도 이루기가 너무 어렵다. 몇 년 전에도 이를 구상했으나 실천에 옮기지 못했다. 더 늙기 전에 올해는 나의 꿈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고. 수 없이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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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
1. 나의 캠핑카는 수억 짜리 캠핑카가 아니고.
포터 화물차에 홀을 뒤집어 쉬운 과일행상 차를 생각하면 된다.
천막으로 뒤집어씌운 천막차가 나의 캠핑카일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화물차는 1996년도 산 차인데 이것으로 충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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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경운기로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3도를 한 여름에 6박7일 동안에 나홀로 유람한 경험이 있는데, 차로 전국 여행은 호리뺑뺑이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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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일이 있은 후 늘 전국여행 꿈을 꾸어 왔다. 그러나 여러 사정이 허용하지 아니해서 4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꿈을 이룰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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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외여행도 못가고.
시골이지만 시골 친구들은 해외여행을 1년에 여러 번 갔다 온다. 시골 친구들은 중국, 일본, 동남아, 러시아, 유럽 등등 여러 곳을 다녀오더라, 그러나 나와 마누라는 해외여행 해본 적이 없으니, 기껏해야 25년전에 동남아에 잠시 여행해본 것이 전부다. 그러나 마누라는 이것도 없고, 제주도여행도 해본 적이 없는 아주 촌 아줌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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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도 못가지만 국내여행이나 해보자.
이것도 괜찮은 것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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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친구같은 친구도 없는 나에게
전국을 여행하다 보면 나같이 얼빵한 사람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가고 가고 가다가보면 소주 한잔 나눌 사람도 나오겠지.
나는 여기에 큰 기대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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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친구를 만들 수가 있지 않을까.
이거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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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2명의 친구가 있는데, 이들은 나를 친구로 생각하든지 말든지 나 혼자 친구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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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친구는
밤 12시쯤에 전화를 한다, 이것도 한 두 번이 아니다. 술만 취하면 전화 한다. 그리고는 밑도 끝도 없는, 자신이 어려운 사정을 한 잔의 술에 취하여 하염없이 한다. 나의 대답은 늘 똑같다. 응, 그래, 우짜노, 알았다. 이 친구 서두는 늘 똑같다. “청도영감 안 있나 그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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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친구는
조금 부족한 친구인데, 남이 뭐라 하든지 말든지, 나는 이 친구가 좋더라.
나이는 동갑인데, 나는 이 친구에게 “형님아” 이게 서두이고, 이 친구 역시 이렇게 말한다. 서로가 점심을 잘 싼다. 이 친구에겐 情이라는 것이 있고, 고래로 내려오는 인간관계가 있더라. 요사이 사람들에게 볼 수 없는 이조시대 인간관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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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이 친구 집에 갔는데, 자기 텃밭에서 대파와 상추를 뽑아 주고, 고추 짱아지를 비료포대기에 반포대기를 주었는데 집에 와서 마누라한테 주니까 고추짱아지는 쿵큼한 냄새가 나서 도저히 못 먹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모두 버렸다.
그래서 마누라한테는 절대로 이 친구에게 버렸다고 말하지 말고 맛있게 잘 먹었다고 말하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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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두 친구는 보통사람들이라면 친구로 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나는 능력이 이정도 밖에 아니 되니, 이런 두 친구 밖에 없다. 그 이외 사람들은 얼굴이나 알고 그냥 그냥 지내는 사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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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친구를 사귄다는 것도 능력이다.
나같이 앞도 산이오, 뒤도 산인, 산동네 사는 사람이 무슨 훌륭한 친구를 기대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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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전국을 돌고 돌다보면 나같이 어리벙벙한 좀 모자라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 나는 여기에 엄청난 기대를 한다.
한 잔의 술에 인생사를 이바구하고, 살아가는 모습도 보고, 재미있는 이바구도 하고, 또 만날 수는 없을 지라도 만날 것을 약속도 하고, 이 약속에 수 없는 기대도 한다. 이것 괜찮지 않나.
4. 나는 나의 생활환경에서 벗어나고 싶다.
뭔가를 기획하고 상상은 수없이 했으나 현실화 된 것은 없다. 그러니 이 지경 이 꼴이다. 나는 종종 마누라한테 이런 말을 잘한다. “니는 저 산 너머 무엇이 있는지 생각을 안 한다”, 그라마 마누라는 그런 것 필요 없다는 것이다. 산 너머 산에 뭐가 있든지 말든지, 현재 살고 있는 이 골짜기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산 너머 산에는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것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나라는 놈은 산 너머 산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니 얼마나 불쌍한 인간인가. 그러니 산 너머 산을 보러 여행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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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환경에 불만족인 나로선 뭔가 새로운 곳으로 가고자 하는 맘이 늘 있었다. 새로운 세상으로 가봤자. 현재 생활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이제는 새로운 환경으로 갈 자신도 없다. 사정이 이러 저리 하니, 가보지 않은 지역으로 구경이나 가보자. 여행이라는 행복한 취향에 취하여 여행하려는 것보다, 처음 보는 곳으로 구경 한번 가보자 하는 것이 현실이고, 나의 맘이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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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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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너무 더워, 연일 37도 39도 올라가니 이런 더위는 경험해본 적이 없다, 내가 알기론 70년대 말 쯤에 37도를 기억하고 있는데, 그 당시 한낮 야외에서 체감한 더위는 푹 찌는 정도가 아니고, 온 천지에 불같은 기운이 온몸을 덮쳐 오는 것을 느꼈는데 올해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일 째 37~39도를 기록하는데 그래도 더위 체감은 옛날 같지가 않다. 이것은 에어콘 탓인 것 같은데, 더우면 사람들은 에어콘 밑으로 들어가니 얼마나 좋은 세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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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나의 캠핑카는 에어콘이 고장이나 찬바람이 안 나온다, 그리고 우리집엔 에어콘이 없다. 기껏해야 선풍기기 전부이고, 조그마한 가게에는 십년이 넘은 구식 소형 에어콘이 전부다. 그러니 낮시간에는 에어콘 밑에서 기거를 하나 밤 시간은 더위를 피할 방법으로 찬물을 2번 정도 뒤집어 쓰고 잠을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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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관측소 생긴 이래 처음 기록이라는 무더운 여름철에 피서를 간다는 사람들은 선택된 행복한 사람들이다. 촌에 사는 나 같은 사람이야 피서고 뭐고 상상도 아니한다. 생각할 여유도 없으니 TV속에 나오는 해수욕장 인파를 감상할 뿐이다. 그리고 여긴 시골이니 타 곳으로 피서 갈 필요성도 못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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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캠핑카 타고 전국여행은 여름철이 참으로 좋다.
그러나 나의 생활환경이 이를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봄과 가을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겨울 밖에 갈 수가 없다. 겨울 여행은 춥다. 트럭 적재함에서 잠을 잔다는 것은 고통이겠지. 그렇지만 나의 팔자가 이러하니 어쩔 수가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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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전국여행 주요 준비물은 물통 몇 개와 경유 통 3개정도, 버너, 냄비, 라면 3박스와 이불 정도다. 이 정도 준비물이라면 비상식량은 되니까, 여행은 충분하지 않을까. 여행경험이 없으니 준비물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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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경운기타고 淸道 → 밀양 → 진주 → 하동 → 남원 → 무주구천동 → 김천→ 대구 →경산 →淸道로 갔을 때 경운기에 모기장을 치고 이불과 경유 기름 20L통 한 개가 전부였다. 당시 도로가 비포장인 지역이 있었는데 지금은 포장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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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행 코스는 淸道 → 경남 → 전남 → 전북→ 충남 → 경기 → 서울 → 강원 →경북 →淸道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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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에 홀을 덮고 겨울에 여행한다고 돌아다니는 자가 있다면 이 kimsunbee라 생각하시고 아는 측이라도 좀 해주시요. 우리가 서로 친구도 될 수 있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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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친구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겨울 여행을 고대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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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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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8 10.
kimsunbee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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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실현될 수 없을 듯, 농사 일이란게 하루라도 손을 놓으면 엉망이 되는 때문인데 아예 농사부터 은퇴 하지 않으면 그냥 상상에 그칠 듯 . 다만 수필문학으로서 누구나 한번 쯤은 일상에서 일탈하여 정처 없고 기약없는 무작정 여행 같은 것을 따나고 싶은 마음들이 있으니까 그런 마음을 진솔하게 잘 표현 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려는 마음이 간절하신 분으로 글 속에 솔직한 마음이 담겨 있으니 훌륭한 수필가가 되실 수도 있을 것이니 조금만 글쓰기 공부를 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