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오리나무는 십리를 떨어져 있어도 오리나무이고 고향나무는 타향에 심겨 있어도 고향나무이고 할미꽃은 아주 어려도 할미꽃이라고 불립니다.
옛날엔 할미꽃이 참 많았습니다. 밭둑이나 산소 주변에 쉽게 볼 수 있었던 꽃인데 요즘은 기후 변화 탓인지 흔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할미꽃은 나름대로 열심히 성장하고 꽃을 피우고 생육하고 번성하는 꽃인데 자신이 할미라는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을 알면 아마도 서운할 것입니다. 어쩌면 꽃이 시골 할머니의 꼬부라진 허리처럼 휘어져 있기에 붙은 이름이겠지요.
부끄러움의 결과인지 겸손의 미덕을 발휘하기 위함인지는 알 수 없으나 태어나서 내내 고개를 숙이고 살다가 홀씨를 날릴 때가 돼서야 잠시 허리를 펴는 할미꽃은 우리 인생을 닮았습니다.
할미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동강할미꽃이 아닐까 합니다. 동강할미꽃은 생김새는 할미꽃을 닮았지만 보통 할미꽃과는 달리 하늘을 향해 화사한 꽃잎은 벌리고 있거든요.
한약방에서는 할미꽃을 백두옹(白頭翁)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아마도 할미꽃의 홀씨가 흰 머리카락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겠지요. 할미꽃의 뿌리는 매우 강한 독성을 갖고 있습니다. 물론 한약재로 사용하기는 하지만 일반인들이 함부로 이용해서는 안 되는 약재이지요.
할미꽃의 꽃말은 슬픔, 추억입니다. 거기에는 슬픈 전설이 숨어 있지요. 옛날 세 손녀를 둔 할머니가 살았습니다. 사랑으로 키운 손녀들을 모두 시집보내고 나서 늙어버린 할머니는 손녀를 찾아 나섭니다.
첫째는 부유했지만, 할머니를 집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야박한 둘째도 문전 박대하지요. 착한 셋째네 집을 방문하기 위하여 산을 넘다가 추위에 지쳐 세상을 떠나고 맙니다.
마중 나오던 셋째는 돌아가신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서럽게 울었습니다. 그리고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고 하지요. 할머니 무덤에서 허리가 굽은 꽃이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할미꽃이라고 불렀답니다.
할미는 할머니나 할멈을 낮추어 부르는 말입니다. 한자로는 고(姑)라고 쓰지요 파자하면 여(女)와 고(古)자가 나옵니다. 즉 여자가 오래되면 할머니가 되는 것이니까요.
나이를 먹는 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런데 노화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존경이 아닌 무시를 당하는 세상에 직면해 있음이 안타깝습니다. 할미꽃이 고고한 아름다움을 뽐내듯이 우리도 세월 속에서 아름답게 익어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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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목>남의 글입니다.
곱게 늙고 싶은데, 잠자듯이 가는 것이 소원인데, 내 정신갖고 죽는 것이 바람인데..... 고고한 삶을 살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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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교수! 교보문고 참 빠르네. 그제 오후에 '항복의 길' 주문했는데, 어제 낮에 도착했네.
문제는, 눈 수술한 후에 아직 초점이 잘 안 맞아 읽기가 몹시 불편하다는 점이네. |
첫댓글 네, 천천히 쉬엄 쉬엄 읽으셔도 좋습니다. 혹시 수술 하신 뒤에 그 눈에 맞는 안경을 따로 맞추시지는 않으셨는지요? 저는 최근에 세번째 안경을 맞췄는데, 처음엔 조금 어색하더니 지금은 아주 좋습니다.
왼쪽은 백내장이랑 망막전증 수술을 했는데, 오른쪽도 백내장이 있고, 망막이 부어 있어 9월 중순에 다시 검사해서 수술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네.
오른쪽까지 수술한 후에 안경을 다시 만들려고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