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eet People-더 기분 좋은 날
참 기분 좋은 날이었다.
2016년 4월 25일 월요일인 어제가 그랬다.
아침시간에는 참 좋은 부부와 골프라운딩으로 어울렸고, 점심시간에는 푸짐하게 차려진 점심상을 받았고, 오후시간에는 수임사건 처리로 돈을 벌었고, 그리고 저녁시간에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로 어울렸기 때문이다.
더 기분 좋은 것은 그 하나하나 사연에는 내 주위 참 좋은 사람들의 아름다운 마음씨가 녹아있다는 것이었다.
어제의 그 기분 좋은 사연들은 뜬금없이 다가온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그 일주일 전의 전화 한통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지난주 월요일인 2016년 4월 18일의 일이었다.
서울 근교의 명문 골프장인 경기 여주의 캐슬파인cc 신동령차장이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그 건 사연, 곧 이랬다.
“회원님, 좀 뵙고 싶어요. 다음 주 월요일 오전에 시간 좀 내주세요. 반에 반값으로 골프라운딩 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릴 테니, 꼭 한 번 들러주세요.”
캐슬파인cc는 10여 년 전에 부자인 내 친구의 권유로 그 골프장 회원권을 사서 그 친구와 수시로 드나들던 골프장이었다.
그러나 그 다음해에 맏이 장가를 들이면서 그 자금 마련을 위해 그 회원권을 처분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지금은 비회원의 신세다.
그래도 그때 인연이 됐던 그 골프장 운영 담당인 신차장은 툭하면 내게 전화를 걸어 안부도 묻고 초대를 해주기도 한다.
그날도 그 전화였다.
그러잖아도 산골 깊숙이 자리를 잡고 있어 소음 하나 없는데다가, 각시붓꽃에 금낭화에 꽃도라지에 꼬리조팝에 꽃잔디에 노랑매발톱에 쑥부쟁이에 옥잠화에 족도리풀에 쥐똥나무에 수선화에 제비꽃에 엉겅퀴에 할미꽃까지 해서 온갖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있는, 그래서 너무나 자연미 넘치는 풍경이 좋아, 하매나 하매나 하면서 부부동반으로 그 골프장을 한 번 쫓아갈 것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던 차였다.
그러기도 했지만, 나를 보고 싶다고 하는 신차장의 그 아름다운 마음을 감히 내칠 수가 없었다.
답은 당연히 이래야 했다.
“고마워요. 갈게요. 시간 좀 잡아주세요.”
곧장 신차장의 문자메시지가 내 핸드폰으로 수신됐다.
오전 8시 2분에 레이크코스로 부킹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같이 라운딩을 할 부부를 정해야 했다.
내 중학교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라든가, 검찰수사관 동료라든가, 가까이 지내는 검사에 판사에 변호사들 해서 초대할 부부들이야 많았지만, 그 선택에 노심초사해야 할 일이 없었다.
“이 봄 들어 골프를 치실 때 혹 자리가 나는 곳이 있으면, 맨 먼저 저희 부부를 불러주세요. 아내가 너무나 형님 부부를 좋아해서요.”
이미 그렇게 선수 쳐놓은 한 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건설 사업을 하는 김한경사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신차장의 골프일정 문자메시지는 곧장 김사장에게 전달됐고, 잠시의 기다림도 없이 득달같은 김사장의 답도 있었다.
그 답, 이랬다.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달려가겠습니다.」
경부고속도로 초입을 들어설 때부터 기분이 좋았다.
오른쪽 길가로 높이 걸려 펄럭이는 태극기가 내 삶의 표상 같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막 동녘 하늘을 불태우면서 솟아오르는 아침 태양을 가슴에 안고 영동고속도로를 서에서 동으로 달릴 때도 기분이 좋았다.
내 삶의 꿈과 희망이 그 태양에 담겨 있는 듯해서였다.
오전 7시 20분, 거의 같은 시간에 캐슬파인cc 현관에서 김사장 부부를 만났을 때도 기분이 좋았다.
둘의 얼굴에 피어오른 함박꽃 같은 웃음에, 우리 부부를 반겨주는 그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어서였다.
18홀 라운딩 내내 기분이 좋았고, 라운딩을 끝내고 받아든 성적표를 보고 또 기분이 좋았다.
모처럼의 라운딩이었음에도 싱글 수준인 79타를 쳤기 때문이었고, 그것도 우연 일치로 김사장까지 똑 같은 성적을 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를 더 기분 좋게 한 것은 라운딩 도중에 내게 걸려온 한 통화의 전화였다.
한 동안 거래가 끊겨있던 어느 건설사 직원이 전화를 걸어왔다.
이랬다.
“아파트 2,000세대 보존등기 할 일이 있어요. 메일을 보내드렸으니, 내용을 보시고 합당하시면 답을 해주세요.”
메일을 챙겨볼 필요도 없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다 아는 건설회사 직원이 보내준 메일이라면, 그 내용을 읽어 따져보지 않아도 믿을 만 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인간관계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곧장 이렇게 답을 했다.
“안 봐도 됩니다. 내게 이렇게 전화를 걸어주신 것으로 이미 합당합니다.”
그렇게 새로운 거래 한 건이 성사됐다.
옆에서 과정을 지켜보던 아내의 얼굴에 함박 웃음꽃이 피고 있었다.
골프라운딩이 끝났을 즈음은 마침 점심시간이었다.
점심값은 내가 감당하기로 김사장과 타협이 됐다.
반의 반값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적지 않은 골프라운딩 비용을 김사장이 슬쩍 먼저 치렀기 때문에, 그 비용의 반 정도 되는 점심값은 내가 감당하는 것이 마땅했다.
점심을 할 장소도 미리 정해 놨다.
골프장 인근의 ‘들꽃가든’이라는 한정식 집으로, 7년 전으로 거슬러 내가 서울 서초동에 ‘작은 행복’이라는 이름으로 법무사사무소를 낼 그 즈음에, 그곳 골프장을 찾았다가 우연히 들른 집이었는데, 그때 40대 중반쯤 되는 여인인 그 집 주인이 특별히 나를 반기던 기억이 떠올라서,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궁금해서 그 사실을 확인해볼 요량으로 그 집을 찾은 것이었다.
마침 그 집 문 앞에서 그 여인과 마주쳤다.
“하이고, 어쩐 일이셔? 참 오래간 만이시네유.”
충청도 사투리로 인사하는 그 여인의 얼굴에 반가움이 가득했다.
그 반김, 나로서는 기분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이라이트는 저녁시간에 있었다.
재단법인 행복세상의 강승구 사무총장과 재단 후원자이면서도 내 고등학교 후배인 김홍일 친구 그 둘이, 서초동으로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내게 밥도 사주고 술도 사주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내게 따로 부탁할 일도 없다 했다.
그저 나 좋다고 온 것일 뿐이라고 했다.
얼마든지 먹고 마셔도 좋다고 했다.
그러니 부담이 있을 리가 없었다.
마구 먹고 마셨다.
당연히 취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말도 많아졌다.
취기를 핑계 삼아 욕도 막 해댔다.
최근에 우리를 놀라게 했던 우리나라 정치 분위기에 대한 것이었다.
여당이고 야당이고 할 것 없이, 오로지 권위를 앞세워서 우리나라 정치를 말아먹은 구태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을 향해서 마구 욕을 퍼부었다.
만약 그 자들이 내 앞에 있었다면, 욕 퍼붓는 것에 더해서,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그 면상을 콱 쥐어박았을는지도 모른다.
마음으로는 일찌감치 그리 쥐어박았다.
어제 그 자리에서 또 한 대 더 쥐어박았다.
남 핑계 대지 말고 너나 잘하라는 내 마음을 담은 쥐어박음이었다.
속이 다 후련했다.
취기이기 했지만, 참 기분 좋은 시간들이 쑥쑥 지나갔다.
그 술판의 끝자락에서의 일이었다.
“형님, 이거요.”
김홍일 친구가 보따리 하나를 슬쩍 내 손에 쥐어주고 있었다.
“이게 뭐요?”
그러면서 그 답을 듣기도 전에 먼저 그 보따리를 열어봤다.
이것저것 한 보따리 가득했는데, 그 중에서 내 눈에 확 띄어드는 것이 있었다.
책 두 권이었다.
알랭 드 보통의 ‘일의 기쁨과 슬픔’이라는 책과 홍자성의 ‘성경에 비추어 본 채근담에 담긴 삶의 지혜’라는 책이었다.
그 제목만으로도 뭔가 깨우침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책 좋아하는 내게 전해진 김홍일 친구의 그 선물, 이날의 나를 더 없이 기분 좋게 해준 하이라이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