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삼굴 (狡兎三窟)
실패(失敗)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내포합니다. 한자로 실패(失敗)는 잃을 실(失)과 질 패(敗)를 사용합니다. 실(失)은 손(手)에서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것을 의미하니 일반적으로 잃어버리거나 놓치는 것을 나타냅니다.
패(敗)는 돈<貝>을 잃는 것으로 지다, 패배하다 라는 뜻입니다. 무엇인가에 대항해 손실을 보았을 때 사용되지요. 따라서 실패는 단순한 물리적 상실을 넘어서 심리적, 정서적 패배까지 포함하게 됩니다.
즉 실패는 단순히 결과의 부재가 아니라 과정에서의 인간적 경험과 깊은 감정의 발현을 포함합니다. 실패를 통해 우리는 한계를 인식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으니까요.
성공한 사람도 실패를 두려워합니다. 실패는 아픔 이상의 충격을 주니까요. 한편 실패로부터 도전정신을 배우는 사람도 많습니다.
일본에는 ‘인간 증발’이라는 말이 존재합니다. 실패하면 곧바로 새 신분과 새 주소를 받은 뒤 기존의 인생을 증발시키고 새사람으로 출발하는 경우를 의미하지요. 야간도주도 이에 해당하니 안타깝기도 하고 슬프기도 합니다.
훌륭한 장수는 패전을 경험하지 못한 장수가 아닙니다. 백전백승은 사전에만 존재하는 단어일 수 있습니다. 살다 보면 패배도 하고 승리도 합니다. 그 과정을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지요.
조조는 80만 대군을 이끌고 남하했지만, 적벽 아래에서 손권과 유비 연합군 6만에 대패합니다.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너무 많이 승리해서 자만에 빠져 적을 얕본 이유가 큽니다.
실패할수록 경험이 생기고 맷집이 단단해집니다. 그런데 실패가 유익하기 위해서는 실패의 충격이 실패 이전으로 회복할 수 있는 에너지보다 작아야 합니다. 권투 시합에서 잽을 맞아 패하면 다음 경기를 준비할 수 있지만 완전히 KO패하면 선수 생활을 접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실패하더라도 적당히 실패하는 기술을 익힐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것에 올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출구전략을 짜 놓은 것도 중요하지요.
교토삼굴(狡兎三窟)이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교활한 토끼는 굴을 세 개 뚫어 놓는다는 의미이지요. 인간의 측면에서 보면 교활한 것이겠지만 토끼의 측면에서 보면 아주 영리하고 지혜로운 것입니다.
어쨌든 수많은 날갯짓이 허공을 나는 단초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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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복> 님의 글입니다.
교직에 있을 때, 가장 두려워한 것이 혹시 그릇된 지식을 가르칠까 하는 우려였습니다. 나야 다음 해에 다시 고쳐 가르치면 되겠지만, 배우는 학생에게는 단 한 번의 기회이니끼.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죠.
정운복 님은 실패에서 배우면 된다고 말하지만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되는 일도 많죠.
오늘은 어떤 실수를 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