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홍 칼럼〛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
‘푸른 눈의 선한 사마리안’은 내가 쓰고 조희주 명예교수가 작곡한 창작 오페라의 제목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역 대화재 이재민 3만 명을 돕고, 메리놀 병원을 세우는데 앞장을 서고, 당시 이승만 대통령과 담판을 벌여 부산대학교 부지 50만 평을 제공해 부산의 은인으로 널리 알려진 부산군수기지 사령관 리차드 위트컴 장군의 일대기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성경에 나오는 얘기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되도록 맞고 옷까지 빼앗겼다. 어떤 사제와 레위인은 그를 지나쳤지만,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안은 연민의 마음으로 그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도왔다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하나의 비유이다.
리차드 위트컴 준장.
그는 장성급으로는 유일하게 지금 유엔평화공원 묘역에 한국인 아내 김묘숙 여사와 함께 잠들어 있다. 한동안 우리 부산 시민들은 먹고살기에 바빠 착한 사마리안에 비유되는 그의 연민과 사랑의 정신을 잊고 지내왔다. 그런데 뒤늦게라도 이를 깨닫고 그의 공적을 기리는 사업을 펼치게 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부산역 대화재로 생긴 이재민 숫자인 해당되는 부산 시민 3만 명을 대상으로 그의 동상을 건립하기 위한 기금 모금 운동, 미주 동포사회를 중심으로 한 기금 모금 운동, 국가 훈장 수여 등의 보은 행사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한 창작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한 로드맵을 밝히고 안내하는 ‘리차드 위트컴 장군 오페라 제작 추진위원회’도 2023년 3월 3일 그 발대식을 갖는다. 도움을 받았으면 그 도움에 대한 보답으로 그의 고마움과 사랑의 정신을 기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어떻게 보면 마태복음 속의 ‘착한 사마리안’에 가깝다. 당시의 국가 권력 층이 사제와 레위인처럼 헐벗은 현실을 외면하고 지나쳤지만, 리차드 위트컴 장군은 군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이재민을 도왔다. 그는 백년대계인 교육의 중요성을 미리 깨닫고 부산대학교 건립부지를 제공하는가 하면, 전후 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메리놀 병원 건립에도 앞장서고, 한국인 여자와 결혼하고 우리 땅에 뿌리를 내렸다. 끝내는 자신이 사랑한 부산땅에 묻히는 휴머니즘을 몸소 실천했다.
우리가 우리 이웃을 먼저 도와주어야 하는데에도, 푸른 눈의 이방인인 그가 먼저 착한 사마리안을 자청해 우리를 부끄럽게 했다. 이제는 우리가 먼저 그의 공적을 기리고 그의 휴머니즘 정신을 실천하고 계승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것이 부산시민으로서의 사람 된 도리이고,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세우는 일이기도 하다. 그의 공적을 기리는 창작 오페라 제작은 그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하나의 머릿돌이다. 이제는 부산을 도운 은인인 그를 위해 우리가 먼저 나서야 한다. <극작가>
첫댓글 전쟁으로 외국으로부터 엄청난 도움을 받은 우리나라.
착한 사마리안이 있어 부산이 더 성장했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