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구미호, 늑대 인간, 드라큘라까지? 온갖 요괴 다 있는 『요괴 전시회』에 초대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요괴들이 등장하는 동시집이 또 있을까? 『요괴 전시회』에는 말 그대로 온갖 요괴들이 와글와글 숨어 산다. 그런데 요괴들이 어딘가 소탈하고 허술하다. 구미호는 구슬치기를 좋아하고, 드라큘라는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잠만 잔다. 사람을 해치고 위협할 것 같았던 요괴들이 순진무구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게 그려진다. 요괴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환상적인 공간이 바로 이 동시집의 고유한 매력이다. 시인이 마련한 공간에서 아이들은 친구를 지렁이로 변신시킬 수도 있고, 피노키오와 성냥팔이 소녀를 만나며 모험을 떠날 수도 있다.
낯설고 기이한 요괴들과 함께하는 일상적 장면은 그 자체로도 재미있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유로운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시인이 두루마리 휴지를 ‘바퀴 달린 손님’으로 변신시킨 것처럼 아이들도 저마다 일상의 사물들을 요괴로 변신시키며 자신만의 ‘요괴 전시회’를 만들 수 있다. 『요괴 전시회』는 상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 주는 요술 같은 동시집이다.
목차
1부 매일 밤 초대하고 싶어
인형의 집/ 나무 인형 할아버지의 웃음/ 비밀 상자/ 작은 컵/ 숨 쉬는 지도/ 언제 시를 쓸까?/ 손톱이 자라나면/ 늦잠 자기 싫은 날/ 별을 만났어/ 말을 걸어/ 수염 난 돌멩이
2부 예쁜 거미줄이 생겼네
바퀴 달린 손님/ 모험의 결과/ 툭/ 호수에 X 싸지 마시오/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 혀를 내밀어/ 나는 산만해!/ 쓸개 빠진 삼촌/ 생각과 생강 차이/ 장발산
3부 뿔이 나도 놀라지 마
외눈박이 거인의 눈/ 좀 비밀이 많은 아이/ 구슬치기에 미친 호연이/ 뿔 난 아이/ 질문 있어요/ 무지무지 잘 드는 가위/ 탈을 쓴 아이 1/ 탈을 쓴 아이 2/ 탈을 쓴 아이 3/ 뻥쟁이 연우/ 요괴 전시회/ 좀
4부 빨간 노을을 아삭아삭
유리의 유리병/ 빨간 아이/ 빨간 구두를 신으면/ 103세 할머니를 찾습니다/ 어린 할머니/ 방울뱀, 엄마/ 다람쥐 동생의 꿈/ 어떤 꿈/ 바퀴벌레/ 푸른 망아지처럼/ 울지 않는 달걀/ 매미의 시간
해설 | 신화의 공간을 넘나드는 기이한 정령의 세계 _이재복
저자 소개
글: 강벼리
강벼리는 남도 땅에서 태어났고, 어린 시절을 여수에서 보냈습니다. 아빠, 엄마 손잡고 오동도에 놀러간 첫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작은 섬 구석구석 보물처럼 묻혀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새록새록 만나면서, 오동도와의 오랜 인연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아직도 가끔씩 꿈을 꾸곤 한답니다. 오동도에 가서 예쁜 토끼도 만나고, 금빛 봉황도 만나고, 어부 부부도 만나는. 쓴 책으로는 『먹다 먹힌 호랑이』, 『장화홍련전』, 『먹지 마! 곤충젤리』가 있습니다.
그림: 정마리
미국 플로리다 링링 칼리지 컴퓨터애니메이션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상한 꿈속 이야기를 그리고, 엉뚱한 상상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CG 애니메이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쓰고 딸이 그리는 책을 펴내는 게 오랜 꿈이었습니다. 엄마의 첫 동시집 『요괴 전시회』를 함께 작업해서 매우 기쁩니다.
출판사 리뷰
“내 정체를 드러낼 때가 아냐” 우리 곁에 숨은 요괴 찾기
강벼리 시인의 『요괴 전시회』 속에는 요괴들이 숨어 살고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의외로 소탈하고 허술하다. 구미호는 구슬치기를 좋아하고, 드라큘라는 하루 종일 학교에서 잠만 잔다. 이 동시집의 요괴들은 사람을 해치고 위협하는 존재가 아니다. 무엇이든 새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시인의 상상력이 요괴들을 무해하면서 친근한 존재로 변신시킨 덕분이다. 동시집 속 요괴들은 아이들의 생활 공간에 자연스레 녹아 있다. 때문에 실제로 요괴들이 사람으로 변신해 살고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요괴들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그 환상적인 공간이 바로 이 동시집의 고유한 매력이다.
“나랑 같이 갈래?” 우리를 일으켜 주는 요술
아이들이 하는 상상은 터무니없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의 문제들을 이겨 내는 힘이 되어 주기도 한다.
우리 집 근처에 자주 올라가는 정발산이 있다 수업 시간에 정발산을 장발산으로 잘못 받아썼다 분명히 정발산이라 썼는데 손가락이 잽싸게 산등성이를 탔다 나는 거칠게 뻗은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나만 보면 ‘장발’이라고 짓궂게 놀리던 동구 말이 떠올랐다 나는 잘못 쓴 장발산을 조용히 읽어 보았다 꿈틀꿈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장발산이 기지개를 활짝 켰다 성큼성큼 동구 앞으로 걸어갔다 - 「장발산」 전문
자기를 “짓궂게 놀리던” 아이가 스트레스였던 화자는 “정발산”을 “장발산”이라고 잘못 받아 적는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좌절할 수도 있는 사건이지만 강벼리 시인은 아이가 상상을 통해 그것을 이겨 내게 만든다. 말장난으로 우연히 만들어진 “장발산”을 살아 있는 요괴로 만드는 것이다. 커다란 장발산이 “기지개를 활짝” 켜며 “성큼성큼/ 동구 앞으로 걸어”가는 장면은, 화자가 친구의 놀림이나 자신의 실수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서 나갈 것을 보여 주는 이미지로 읽힌다. 강벼리 시인의 동시집에는 이처럼 상상의 힘으로 일상의 난제를 극복하는 동시들이 많다. 시인 특유의 상상력으로 새로우면서도 친숙하게 그려지는 요괴들이 아이들을 돕는다. 답답하고 힘겨운 일상을 이겨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준다. “남의 물건 잘 뺏는 종철이”도(「탈을 쓴 아이 2」), 거짓말로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뻥쟁이 연우”도(「뻥쟁이 연우」), 요괴들의 힘을 빌리면 이겨낼 수 있다.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이 동시집은 마지막에 다시 현실에 뿌리를 내리면서 아이들의 일상을 새롭게 만들어 줄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