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기념으로 나 김영덕과 미스리는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했어. 주말, 이틀 연짱으로 야구장에 가서 땀을 뻘뻘 흘렸으니 제헌절엔 그냥 에어컨이나 틀어놓고 집에서 뒹굴고 싶었지만, 미스리가 바캉스 용품을 사야한다고 울구불구 난리를 치는 바람에 끌려나오다시피 외출을 하게 된 거지.
서울에 사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잠실엔 한화와 롯데, 두 그룹의 거대한 쇼핑타운이 좁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어. 옛날엔 한화가 이 지역의 상권을 독점하고 있었는데, 롯데월든지 뭔지가 탄생하면서 폭삭 망하다시피 했지. 우리도 다른 사람들처럼 롯데백화점에 갔는디... 신나게 천원짜리(?)를 뿌리며 쇼핑을 하고나니 묘한 죄책감이 피어오르더구먼. 갑자기 작년 '20세기 굿바이 세일'-갤러리아 압구정점 전단에 디게 웃기는 모습으로 등장했던 장종훈, 구대성, 정민철의 얼굴이 떠오르는 거야, 글쎄. 근데 여러분들 그 전단봤어? 거기보면 정민철은 루츠, 구대성은 폴로 모델로 출연하는디... 불공평한거 아녀? 겨우 3살차이인데 누구는 애들 옷, 누구는 아저씨옷. 아무튼 갤러리아는 앞으로 한화 선수들을 모델로 적극 활용해야 돼. 데이비스는 츄리닝, 로마이어는 골프웨어, 강석천은 안경, 장종훈은 각종 유제품및 빙과류, 송지만은 정력제, 이상열은 다이어트 식품, 조규수는 교복, 황우구와 김승권은 PC용 DDR, 임수민과 이정훈은 키높이 구두, 이희수는 우리 농산물 등등... 벌써부터 매출 팍팍 올라가는 소리 들리지? 푸히히.
그러고보니 난 갤러리아엔 태어나서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 롯데, 현대, 신세계(삼성)등엔 뻔질나게 들락거렸는데. 백화점뿐만이 아냐. 집안을 훑어보니... 자동차는 현대, TV는 LG와 삼성, 에어컨은 LG, 냉장고는 삼성, 휴대폰은 LG-019(김영덕)와 SK-011(미스리). 주유소도 SK에 제일 많이 간 것 같고, 군대시절엔 목련이나 브레이브맨대신 쌍방울표 난닝구와 팬티를 더 애용한 것 같아. 제헌절에도 지가 무슨 지오디라고 FUBU(삼성) 옷도 샀고, 슈퍼에서 OB맥주를 잔뜩 샀지.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더위사냥이 눈앞에 어른거렸는데도 탱크보이 쮸쮸바(해태)를 집어들고 말았어. 아... 도데체 내가 한화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인고? 대가리박고 반성해야겠구먼, 이거. 앞으로 휴대폰은 마이크로 아이로 바꾸고, 거실 장판도 참숯나라로 깔고, 라면은 매운콩만 사고, 신문은 경향신문 봐야겠다!
그리구말이야, 여러분 스타레볼루션-문차일드의 정글스토리 봤어? 미스리가 예약녹화해놔서 얼떨결에 봤는데 거기 이승엽 사자 '여비'가 나오두먼. 많이 컸데, 그 새끼. 인제 그 프로도 바꿔야 돼. '김영덕과 미스리의 정글스토리'로. 독수리 샤워시키고, 먹을거주고... 요럼 재밌겠지?
음, 헛소리는 이쯤에서 집어치우기로 하고 게시판에 올리기로 했다 취소한 '김영덕과 미스리의 잠실 관전기 (일요일-기사회생편)'을 대신해서... 내키진않지만 짧게 몇마디 떠들어볼께.
어떤 분들은 일요일 경기를 '명승부'라고도 얘기하던데... 내가 봤을땐 누가 더 못하나, 누가 더 생쑈를 펼치나 경쟁하는 것처럼 보였다. 냉정하게 말해서, 한화가 이긴 것은 약간의 행운과 이승호의 보은(?) 덕분이었을 뿐이다.
2회초 무사 2루 찬스. 그래도 한화에선 주루플레이 잘하는 축에 끼는 로마이어, 그래도 한화에선 밀어치기-팀배팅을 가장 잘 해내던 황우구인데... 로마이어: 어설픈 주루플레이 속출, 황우구: 1사1,3루 투쓰리에서 3루땅볼... '이젠 누굴 믿어야한단 말인가'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수밖에.
이상열, 물론 아주 잘 던져줬지만, 6회말 투아웃을 잡은 후 어정쩡한 볼배합으로 허무하게 김재현에게 안타를 허용한 부분이 아쉬웠다. 결국 다음 양준혁, 최익성과 잇따라 풀카운트까지가는 승부를 펼쳐 한이닝과 맞먹는 투구수를 기록, 7회말 강판의 빌미가 됐다. 사실 이광은이 몸상태가 정상이 아닌 최익성을 5번에 기용하는 쇼를 부리지 않았다면, 결승점을 허용할 수도 있었던 대목이었다.
7회말에 등판한 김장백, 불안한 투구내용이었지만 황우구의 호수비와 이종열의 도루실패로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는데... 8회말에도 게속 내보낸 코칭스태프의 한심함. 경기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당연히 한용덕, 혹은 김경원을 쑤셔넣어야될 상황이었다. 결국 갓 1군에 올라와 페이스가 정상이 아닌 선두 송구홍에게 볼넷을 허용하는 만행, 급기야 이병규에게 안타... 무사 1,2루. 멍하니 보고있던 코칭스태프, 부리나케 한용덕을 내보냈지만 이미 늦었고, 사실상 패배가 눈앞에 아른거렸지만... 하늘의 도움(양준혁-1루수 직선타구 병살)으로 기사회생.
아무튼 박경완의 4연타석 홈런보다도 경이로웠던 송지만의 4연타석 삼진 퍼레이드도 양념삼아 나 김영덕은 3시간이 넘도록 (김재현처럼)삿대질을 하며 온갖 욕설을 퍼부어댔는데... 10회초 이영우의 적시타로 2득점. 하지만 짜릿함보다는 '휴우, 겨우 목숨은 건졌네'정도의 기분이었을 뿐이었다. 또한 이날의 최대 생쑈 하이라이트가 아직 남아있었으니... 빰빠라밤, 회장님의 등장! 몸푸는 걸 보긴 했지만 설마 했는데... 정말 거의 뒤로 나자빠질 뻔 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다리가 후들거렸고, 미스리의 부축으로 겨우 야구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자진해서 등판하겠다고 한 송진우와 오냐오냐한 이희수, 이상군... 도데체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는건지?
오늘 신문을 보니 이정훈이 이영우의 근성을 키우느니 마느니 하는 기사가 나왔더군. 이정훈이 92년을 끝으로 몰락한 이유... 물론 '악바리'에게 응당 붙어다니기 마련인 각종 '부상'이 가장 큰 원인이긴 하지만, '홈런중독증'도 한몫 했다. 아시다시피 92년 이정훈은 25개의 홈런을 날려 20-20클럽에 가입했다. (홈런 2위 김기태가 31개였으니 대단한 수치. 아마 그 덩치에 그정도 갯수의 홈런을 칠 수 있는 사람은 앞으로 영원히 없을 것이다.) 당시 이정훈의 트레이드마크(?)가 헬맷이 벗겨질 정도로 몸을 내던지는 헛스윙. 하지만 이후엔? '홈런에 맛을 들이다보니 타격밸런스가 무너졌다'... 이정훈 자신이 스스로 고백한 내용. 이정훈 코치여, 맨날 근성 타령만 하지 말고, 뼈아픈 자신의 경험담도 좀 선수들에게 들려주시오! 지금 한화는 홈런이 넘쳐나는 팀이다. 출루율이 지상과제인 1번타자까지 홈런쇼에 뛰어들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홈런 하나보단 내야수 키 살짝 넘기는 타구 2개가 훨씬 소중하다.
음, 이제 잠시 후엔 롯데와의 2연전이 시작되는디... 뭐 당연한 소리지만 무조건 두 경기 전부 잡아야 한다. 사실상 한국시리즈 6,7차전이나 마찬가지. 한화의 롯데전 성적은 5승7패. 7번 진 이유는? 솜방망이 롯데 타선에 우리 투수들이 박살난 경기는 거의 없고, 전부 우리 타자들이 롯데 선발에게 꼼짝못하고 당했거나, 아니면 실책으로 자멸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롯데의 투수진. 문동환, 기론, 주형광, 박지철, 이 넷은 못나온다고 봐도 된다. (아예 한국에 없는 사람도 있고) 그렇다면 남는 사람은 (패전처리급은 제외한다면) 손민한, 박석진, 강상수, 가득염, 임경완, 김영수. 한마디로 현저하게 약화됐다고 보면 된다.
화요일 선발은 손민한. 페이스가 뚝 떨어진 상태로 최근 2경기에서 4회를 넘기지 못했다. 한시즌 풀타임 선발로 뛰어본 적이 없는 탓인지 급격한 체력저하. 그렇다고 만만히 보고 마구잡이 스윙을 하면 안된다. 짧게 끊어치기, 커트 플레이로 최대한 투구수를 늘린 다음 3회나 4회 카운터펀치를 맥여 강판시키는게 가장 이상적일듯. 강상수는 월요일 41개의 공을 던졌으므로 오늘 정상적인 활용은 불가능할 것이고, 나와봤자 1이닝. 아무래도 박석진이 나올텐데, 박석진도 일요일 46개 던졌고, 최근 거의 맨날 마당쇠로 등판, 다소 지친 상태. 2이닝, 길어야 3이닝이 한계다. '정신력'이란 변수가 있긴 하지만.
그럼 수요일 선발은? 화요일 박석진이 등판하지 않는다면 수요일 선발로 나올 수 있겠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오래 버티긴 힘들 듯. 아무래도 좌완 가득염, 아니면 미친 척 하고 언더핸드 임경완이가 나올 수도 있는데... 물론 네임밸류로 따지자면 우습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땐 손민한, 박석진, 강상수보다 가득염, 임경완, 김영수, 이 세명이 더 위협적으로 느껴지고... 이들 때문에 경기를 어렵게 풀 것 같은 불길한 예감까지 든다. 특히 임경완의 경우, 대 한화전에 중간계투로 한번 등판, 2.1이닝을 던졌었는데... 송지만이 투런홈런을 치긴 했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신통치 않았다. 하긴, 언더핸드를 제대로 공략한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아무튼 이들 세명이 선발로 나오든 중간으로 나오든, 무시하지 말고 정신 똑바로 차리고 타격에 임해야 할 것. 수요일 마무리는? 점수에 상관없이 강상수가 등판하겠지 뭐.
한화의 투수진. 화요일 선발 조규수, 수요일 선발 김경원, 요렇게 될듯. 구대성은 절대로 화요일엔 등판시키지 말고, 수요일 최소한 3이닝 정도 책임질 수 있게끔 준비시켜라. 당연히 화요일은 김경원, 구대성을 제외한 나머지 투수들 모두 활용해야겠고. 특히 비교적 롯데에 강했던 김장백이 어느정도 역할을 해줘야 한다.
롯데 타자들 중에선 김대익과 김응국때문에 골치 아픈 적이 꽤 있었으니... 이 둘은 철저히 봉쇄해야 한다. (손인호도 개운치는 않았지) 클린업 트리오에게 어쩌다 맞는 건 차라리 괜찮다. 한화로서는 최근 타격감이 가장 좋은 데이비스가 허리쪽이 야시꾸리한게 변수. (하지만 지난주말 데이비스가 신들린 타격을 한 이유는 허리때문이 아니었을까? 풀스윙을 자제하고 임팩트에 주력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흥, 쭉 써놓고 보니 신통치 않군. 뭐 뾰족한 수가 있겠남. 그리고 내가 떠들어봤자 무슨 소용이리오? 알아서들 잘 하셔!!! 2승을 하지 못하면 끝장이니 각오들 단단히 하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