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국 향기 그윽한 유월입니다.
여름으로 가는 길목이 시향으로 가득 합니다.
이종암 시인이 네번 째 시집을 출간했습니다.
이 시집은 제목처럼 꽃과 별 그리고 총(무덤)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 합니다.
이종암 시인의 고향 청도에 대한 사랑과 전국을 누비며 다닌 발자국들이
선명히 보이는 참 특별하고 재미있는 시들을 만나는
유월 낭송회를 기다려 봅니다.
귀하고 소중한 님들을 만나는 그날
마당 쓸어놓고 기다리겠습니다.
일시/ 2024년 6월 21일 늦은 7시
장소/ 떡본가 카페
초대/ 이종암 시인
대담/ 미정
연주/ 미정
약력]
이종암
1965년 경북 청도 매전에서 출생하였고, 영남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였다. 포항 대동고등학교 교사로 31년간 근무하다가 명예퇴직을 하고 자유인이 되었다. 1993년 『포항문학』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2000년 시집 『물이 살다 간 자리』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는 『물이 살다 간 자리』 외 『저, 쉼표들』 『몸꽃』 『꽃과 별과 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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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546)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남옥로 20. 흥해서희스타힐스 103동 1801호
저마다, 꽃
사월 산길을 걷다가, 엉겁결에
한 소식 받아 적는다
-저마다, 꽃!
연두에서 막 초록으로 건너가는
푸름의 빛깔 빛깔들 그
제 각각인 것 모여, 사월 봄 숲은
그윽한 총림叢林이다
참나무너도밤나무개옻나무고로쇠나무단풍나무소나무오동나무산철쭉진달래산목련아까시나무때죽나무오리나무층층나무산벚나무싸리나무조팝나무서어나무물푸레나무……,
꽃을 가졌거나 못 가졌거나
몸의 구부러짐과 곧음
색깔의 유무와 강약에도 관계없이
오롯이
함께 숲을 이루는 저 각양각색의
나무, 나무들
사람들 모여 사는 세상 또한, 그렇다
저마다 꽃이다
청도에 가서
-이하석
작년 가을에 현대불교문인협회 시인들
여럿, 내 고향 청도로 소풍을 갔는데요
가창에서 출발하여 팔조령터널 빠져나오자
저 아래 먼 곳, 이서국 들판과 화양 읍성과
청도 남산 곳곳이 하얀 안개로 자욱하였지요
여기저기 뭉실뭉실 뭉게뭉게하는 안개
바라본 그가 한 마디 툭 내뱉습니다
시월이면 저 청도 땅 지하벙커 속 안개공장
풀가동된다 말이야, 저곳 급습하면 어떨까?
유등연지에서 잠시 사진도 찍고 얘길 나눌 때
총무 곽도경 시인이 그에게 심각하게 묻습니다
숙살지는 키 작은 가을 들꽃 하나 가리키며
선생님, 선생님 이 예쁜 꽃 이름은 뭐예요, 네?
잠시 빙그레 웃다가 그는 말합니다, 도-경-화
얼굴 붉어진 곽도경 시인은 가을꽃이 되구요
기필코 구름과 바람과 안개의 속내 속으로
들어가려는, 사람 얼굴에 꽃을 피우는 사내
시총詩塚
말조심의 뜻으로 전해져오는 언총言塚을 어느 시인의 시에서 만나고는 캬- 무릎을 쳤지. 얼마 전 한 평론집 서문에서 만난 시총詩塚은 왜 그리 내 가슴을 먹먹하게 짓눌렀던가. 경북 영천시 자양면 성곡리 산 78번지, 백암 정의번의 무덤. 백암공은 임진왜란 때 경주성 전투에서 적에게 포위된 아버지와 나라를 구하려 왜적과 싸우다가 장렬히 전사하였다. 훗날 시신을 찾을 수 없어 그 아비가 아들의 옷과 갓을 들고 경주 싸움터에 가서 초혼하여 빈소를 마련하고, 생전에 뜻을 나누던 지우知友들의 애사哀詞를 모아 관에 담아온 게 시총의 연유다.
수소문하여 찾아간 기룡산 기슭 십만 평 영일 정씨 문중 묘역. 장방형 묘역에 돌올하게 솟은 80여 기의 무덤들이 거대한 책 속의 무슨무슨 글자들만 같다. 시총을 찾아가 비문을 손으로 짚어가며 찬찬히 읽고는 엎드려 절한다. 무덤 속에 있을 여러 편의 시와 공을 추모하며 봉분을 둘러보는데, 홀연 나비 두 마리 무덤을 열고 푸르륵 날아오른다. 나비 허공으로 날아간 궤적에 일순간 펼쳐진 문장을 나는 보았다. <사람의 마음은 빛보다 빠르고 태산보다 크나니, 육신이 없어져도 마음은 남아 시공을 초월하여 통한다.> 무덤 속 백암공과 지우들이 남긴 시들도 나비처럼 날아올라 하늘의 별로 빛나는가. 어둠이 깔리니 열사흘 달빛 아래 하늘의 별과 땅 위 시총의 상응이 무한정 좋다. 시공을 건너는 저 시들은 비바람 세월에도 지워지지 않겠다. 무덤 속 하얀 언어들 흩날리는 꽃잎처럼 자꾸 내게로 건너온다.
*정진규 시인의 시집 『공기는 내 사랑』(책만드는집,2009)에서 언총言塚을, 그리고 박현수 교수의 평론집 『황금책갈피』(예옥,2006)에서 시총詩塚을 만나 이 시를 쓸 수 있었다.
수를 놓다
그러니까 까닭 없이 답답하고 우울하면
세상에 나를 내보낸 인연이 그리워
태어나고 자란 경북 청도군
금천 지나 매전 장연리 마을 찾아간다
동곡재 마루에 올라서면 멀리 황사 속
겹겹의 산 능선들 눈앞에 마주 선다
병풍같다
그냥 무릎 꿇고 절하고 싶다
병풍에 새겨진 그림은 내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들 누대 삶의 수繡
저 속으로 걸어가고 싶다
병풍, 손으로 만져볼 수 없는 저기
아버지 마중 나오는 소리가 있다
언젠가 나도 내 아들도 가서
병풍 속의 수繡 하나 또 놓을 것이다
이육 할배가 청도로 간 까닭?
고성 이 씨 청도 입향조 모헌공 이육 할배가 경북 안동에서 살다가 청도 화양 땅에 살게 된 연유는 연산군 때 무오사화, 갑자사화로 백형伯兄 쌍매당 이윤은 거제도로, 중형仲兄 망헌 이주는 진도에 유배를 가서, 두 형을 찾아서 가고 오다 인연이 닿은 것일 터, 그럼 청도 화양 유등리에 14대조 저 할배가 연못을 크게 넓혀 연꽃을 심어 유등연지를 만들고, 못 안에다 군자정 정자를 세웠던 까닭은 무엇인가, 그 의문이 수년간 오래도록 풀리질 않았는데, 유등연지에 연꽃이 만발하던 어저께 당신과 모헌정사 마루에 앉아 연꽃 내려다보면서 그 까닭을 알아냈느니, 풍비박산된 집안의 슬픔 그 허허로운 마음을 먼 데 비슬산에 펼쳐져 있는 비슬琵瑟의 몇 가닥 현絃 위에다 무량의 붉은 연꽃 몇 송이 얹어 달래려 함이었던 것일 터. 나는 다만 어디 먼 데서 마음으로 전해오는 문장의 말씀을 펼쳐놓기만 한 것일 뿐.
시인의 엄마
입 주변까지 번진 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여든 일곱의 우리 엄마, 손순연
37도 무더위에도 지치지 않고 꿋꿋하다
오랜만에 안부 전화를 드리니
“우리 선상님, 어데 멀리 외국 나가셨든게?”
이리 무더운데 요새 뭘 드시느냐 하니
“내사 하늘의 별 따다 안 묵는게.” 하신다
면구스러움에 앞서, 그것 참!
초등학교도 못 나와 한글도 모르는 분이
외국 유람은 어찌 알고
하늘의 별 따다 먹는 것은 또 어찌 알까?
시인이랍시고 까불락대는
헐거워진 내 언어가 다시 탱탱해진다
곡옥
큐빅 떨어져 나간 아내의 머리띠 고치러
롯데백화점 가는 길
차도 막히는데, 서라벌의
하늘거리는 선덕여왕의 치맛자락
금관 장식의 옥색 곡옥이나 보러갈까
지난해 경주박물관 특별전에서 본
곡옥曲玉
그 쉼표,
내 뱃속에서 꿈틀꿈틀
자꾸만 자라고 또 자라네
곡옥을
바람의 흐름, 풍류라 말한 옛사람 말씀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어서
곡옥과 곡옥이 합일合一하는
우주의 춤사위가 태극太極이다
그렇지,
옆자리에 누운 해사한
아내의 웃음도 곡옥,
동강할미꽃과 별
산 높아 물 깊은 강원도 영월
사월 봄날 동강 벼랑바위에
동강할미꽃 별처럼 뾰족뾰족
핀다 자주 보라 분홍 하양으로
또 연자주 연보라 연분홍 연하양
색깔도 크기도 모양도 여럿이다
잿빛 석회암 절벽에 핀
밤하늘 불 밝힌 별 모양 그대로다
동강할미꽃 저 별은 동강이 아닌
서강의 벼랑바위에도 피어난다
대구 시단의 동강이요 서강이었던
「동강의 높은 새」*를 쓴 시인도
「동강할미꽃」**을 쓴 또 다른 시인도
내게는 모두 다 밤하늘의 별이었다
육십 가까이 살면서 내게
뜨거운 사랑을 주던 사람도
견디기 힘든 분노를 안겨주던
세상 그 누구도 다 내게는 별이었다
어둔 길 밝혀주는 동강할미꽃
* 문인수 시인의 시
** 이하석 시인의 시
감변勘辨
한국전쟁 직후, 버리는 것이 도를 닦는 것이라며 해우소解憂所라는 이름의 단어를 처음 세운 경봉鏡峰 스님, 밤잠 안 자고 용맹정진 수행과 격외의 걸림 없는 사자후 토해내니 그가 살짝 돌았다, 미쳤다 등등의 세상 사람들 입방정에 올랐다 그러자 법 형제 전강田岡 스님이 통도사 극락암을 일부러 찾아가서는 짚고 있던 지팡이로 땅에 동그라미를 그려놓고 “그대가 이 원 안에 그냥 들어가 있어도 죽을 것이요, 원 밖으로 나와도 죽을 것이로다” 한즉, 경봉 스님이 들고 있던 부채를 펴서 그 일원상一圓相 쓱쓱쓱 지워 물리치는 시늉을 하며 울타리 없는 허공을 바라보며 허허허 호탕한 웃음을 날려 보냈다는 이야기의 그,
*감변勘辨: 수행자의 역량이나 근기根機를 점검하는 문답. 불교 서적 『임제록』을 구성하는 목차의 한 이름이기도 하다.
구름감별사
예순도 안 되어 다니던 직장도 작파하고
세상 떠돌며 세월 따라 잘도 놀고 있는데
일흔을 훌쩍 넘긴 이남미 큰누부야는
다른 일자리라도 새로 알아보라 성화지만
다시 돈 벌려고 노동하고 싶지는 않네
굳이 일자리 하나 알아본다면 저 하늘의
구름관찰사나 구름감별사는 어떨까 몰라
시간이나 장소, 보수에도 연연하지 않는
서로 시시때때로 뭉쳤다 흩어졌다 하면서
별별 모양으로 빚어지는 기찬 구름들과
온종일 놀기만 하는 구름관찰사보다는
땅 위 개별 꽃들에게, 동물과 인간들 품에
잘 어울리는 구름 짝지어주는 그런 일의
구름감별사면 다시 이력서를 써볼까도 싶네
[
첫댓글 동강할미꽃과 별/ 정지홍
시인의 엄마/ 곽도경 (여는 시)
청도에 가서/김형범
구름감별사/김명희
수를 놓다/곽호영
저마다 꽃/이복희
곡옥/기해온
이육 할배가 청도로 간 까닭/박경조
푸른 여름날 ‥.시낭송회
축하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구름 감별사 해보겠습니다
수를 놓다
서툴지만 낭독해보겠습니다
시집 발간과 낭송회 축하드립니다 ~^^
이종암시인님 축하드립니다 ^^
시 한 편 찜해 주세요ㆍ^^
시인님! 시집 발간과 시낭송회!
축하드립니다. ^^
늘 청년 이종암선생님 시낭송회 축하드립니다.
청도에 가서. 낭독신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