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지금까지 한류라면서 언론에서 보도한 것들은 많았지만,
대개는 기획사에서 뿌린 자료들을 그대로 받아쓴 경우가 많거나
외국에서 외국 스텝들과 일해서, 외국의 문화에 맞춰서 활동하여
일정 이상의 인기를 얻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일본에 진출했던 한류의 대명사로 '보아'가 손꼽히고 있지만,
보아의 활동 내용은 사실 엄밀하게 이야기하자면 일본 가수에 가까웠다.
故 노 전 대통령이 고이즈미 전 총리와 만났을 때
고이즈미 총리가 보아를 '요즘 일본에서 잘 나가는 가수'라고 소개했던 것은
마냥 웃지만은 못할 에피소드 중 하나이다.
그에 비해, 싸이의 강남 스타일의 인기는 예전의 것들과는 좀 다르다.
현재 세계 최대 UCC 사이트인 유튜브 (http://www.youtube.com)에 올라가 있는
강남 스타일 뮤직 비디오의 조회수는 무려 4천만에 근접해 있다.
이 인기는, 헐리우드 및 미국의 인기 뮤지션들의 언급으로부터 시작되었다.
헨리 슘 주니어는 미국의 인기 드라마 'Glee' 의 출연 배우이고,
T-Pain 은 미국 내에서 굉장히 인기가 높은 랩퍼,
조쉬 그로반은 우리 나라에도 팬이 많은 유명한 팝페라 테너,
로비 윌리엄스는 영국에서 매우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이다.
유명인들의 강남 스타일 언급은, 궁금해진 사람들이 노래를 찾게 만들었고
유머러스하게 잘 짜여진 뮤직비디오는 곧 전세계 인터넷을 강타하기 시작했다.
말이 4천만이지, 대한민국 전체의 인구 수와 맞먹는 숫자다.
유튜브에 올라가 있는 이 뮤직 비디오는 지금도 조회수가 가파르게 상승 중이며
이 기세에 힘입어, 세계 각국의 아이튠즈 (iTunes) 차트 상위권에 진입하는 등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며칠 전에는, 미국/캐나다 뮤직비디오 차트에서 전체 2위를 하기도 했다.
특별히 해외 홍보를 한 적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도 같은 엄청난 성공을 거둔 것은
인터넷상의 동영상 한 편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유튜브에서 gangnam style (강남 스타일) 로 검색을 해 보면
외국인들이 직접 촬영한 패러디 UCC는 물론이고
뮤직비디오를 보면서 보이는 반응을 찍은 영상 (Reaction Video 라고 한다)도
수십건에 이르고 있다.
아래는 그 중 인기가 많은 것들이다.
그리고, 강남 스타일의 줄어들지 않는 인기는 이제 오프라인으로까지 파급되고 있다.
넬리 퍼타도는, 화려한 수상 이력이 보여주듯
영미권에서는 매 앨범마다 수백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는
대형 아티스트에 속한다.
위의 영상은 넬리 퍼타도의 공연에서, 그녀가 직접 가사를 개사하고 부른 것이다.
강남 스타일이 등장한 지 이제 한 달이 지났다.
보통 댄스음악은 순환 주기가 짧은 편이라 이 정도면 거의 끝물에 가깝지만
싸이의 이 재기발랄한 노래의 인기는 내려올 생각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소개하고 싶은 '원조 한류'가 있다.
영상의 제목은 이름하여 'Korean madness'
조회수 1천만에 1만2천개가 넘는 댓글을 보유한 이 동영상은
무려 6년전에 유튜브에 업로드된 것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편성되었던 '두 여자 쇼' 라는 코너에서 나온 영상이었는데
당시 유튜브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영상은
강남 스타일 만큼이나 수많은 파생 영상을 낳았다.
원래 영상의 춤을 그대로 따라한 영상은 물론이고
어떤 신혼부부는 결혼식 피로연장에서 이 영상을 틀어놓고 따라하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전세계 인터넷을 강타한 최초의 한류였다고 할 수 있다.
당시 UCC 촬영이나 동영상 업로드의 편의성이 지금만큼 좋지 않았던 것과
당시 유튜브가 지금만큼의 위상을 가진 사이트는 아니었음을 생각해 보면
수십여개에 달하는 관련 영상들은 당시의 인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매우 많은 가수와 아티스트들이
한류를 노리며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가 처참하게 실패하고는 한다.
한국에서는 가요계 역사를 바꿀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서태지 조차도
일본에서는 이렇다 할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며,
Rain 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뛰어들었던 가수 비의 경우
Time 지가 선정한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 중 하나에 라인업 되기도 했고
'매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형제의 영화 '닌자 어쌔신'의 주연으로 발탁되는 등
상당히 국제적인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비 개인의 성공에 더 가깝다.
음악이라는 컨텐츠 그 자체를 파급시켜 국제적인 인지도를 획득한 것은
사실 싸이가 근 몇년 사이에서는 가장 독보적이지 않았나 싶다.
위의 여러 사례들을 조합해 봤을 때 얻을 수 있는 결론은 명료하다.
해외 진출을 위해, 여러가지 방법의 마케팅들을 시도하고
엄청난 액수를 들여 다각도로 노력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
노래, 사운드,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등 자체적인 컨텐츠만으로도
국제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 셈이다.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강남 스타일의 예상치못했던 대 흥행은 이러한 점들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