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이념' 윤석열 정책자문단? 뚜껑 여니 'MB·박근혜 정부'
12·28 위안부 합의 담당 관료·국정교과서 찬성한 학자 등
문재인정부 핵심인사 이도훈 전 평화교섭본부장 합류 '눈길'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가 지난 3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당원 가입 홍보를 위해 어깨띠를 두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10일 정책자문단을 공개했다. 윤석열 캠프는 ‘탈이념’을 정책 기조로 강조했지만 정작 자문단에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조율했던 외교관 출신이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정책에 찬성했던 보수적인 인사들이 대거 포진됐다.
윤 전 총장의 ‘국민캠프’는 이날 경제·사회·외교안보·교육 등 4개 분과로 구성된 정책자문단 전문가 42명을 발표했다.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총괄 간사로,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경제), 안상훈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사회), 윤덕민 한국외대 석좌교수 (외교안보), 나승일 전 교육부 차관(교육)이 각 분과 간사를 맡았다. 캠프 쪽은 “정책전문가 그룹이 만든 콘텐츠를 기반으로 (공약을) 하나하나 선보일 예정이다. 이념이 중심이 아닌 민생과 실용, 국민복리의 가치로 정책행보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단의 면면을 보면 설명과 다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활동했던 이들이 대거 합류했고 ‘반문재인’ ‘보수본색’ 색채가 도드라진다. 19명으로 가장 덩어리가 큰 외교안보 분과는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반대하면서 친미·반북·반중 목소리를 내온 학자들이 포진했다. 간사를 맡은 윤덕민 교수는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의 ‘비핵개방 3000’ 구상의 초안을 작성했으며 박근혜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냈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을 이끌었던 이상덕 전 외교부 동북아국장도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이 전 국장은 당시 일본 쪽과 국장급 협의로 실무를 조율하며 피해자 중심의 합의가 아닌 정치적 협정을 맺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문재인정부의 북핵외교를 담당했던 이도훈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다. 박근혜 청와대의 ‘마지막 외교비서관’이었던 이 전 본부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 의해 발탁됐으나 올해 초 공직에서 물러났다. 캠프 총괄실장인 장제원 의원은 “우리 외교의 헝클어진 모습을 정상화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흔쾌히 저희 팀에 합류하게 됐다”고 영입 배경을 설명했다. 2000년 1차 남북정상회담에 실무자로 배석해 남북공동선언 초안을 작성한 김천식 전 통일부 차관은 이명박정부에서 차관을 지낸 뒤 줄곧 북한의 핵무장을 공개 비판하는 등 보수 행보를 보였다.
교육분과에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를 공개 지지한 나승일 교수(전 교육부 차관)와 김희규 신라대 사범대 교수가 포함됐다. 이들은 2015년 10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지지하는 교수 모임’에 이름을 올리고 “정부가 책임지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한 것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사회분과를 이끄는 안상훈 교수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사위로 박근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용복지분과 위원을 맡았으며, 부동산 분야를 맡은 김경환 서강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토부 1차관을 역임했다. 이외에도 김홍균 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김용현 전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김황록 전 합동참모부장 등이 박근혜 정부 인사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의 죽마고우인 김성한 전 외교통상부 2차관은 이명박 정부 인사다.
윤석열 캠프가 영입에 공을 쏟은 것으로 알려진 김소영 교수는 대표적인 거시경제학자로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 효과도 없다”며 정부의 경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왔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강조해온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장 등도 윤 전 총장을 돕는다. 캠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가의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고, 소상공인 등에게 두텁고 충분하게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짜고 있다”며 “이달 말까지 공약 발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