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을 목표로 식단 조절을 하게 되면, 달고 칼로리가 높은 디저트를 먹고 싶은 욕구를 참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때 디저트로 과일을 선택하면 단맛을 갈망하는 욕구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을뿐더러, 과일 속 풍부한 영양소까지 섭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과일은 무엇인지, 고현지 임상영양사(가천대학교 길병원 영양팀장)의 조언을 얻어 정리했다.
체중 감량 시 생기는 디저트 욕구를 과일로 해소할 수 있다 |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1. 사과
사과는 섬유질이 풍부하고 열량이 낮아 체중 감량에 유익하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중간 크기의 사과 한 개는 94.6kcal로 섬유질 4.4g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는 하루 권장량의 약 17%에 해당한다. 특히 사과껍질에는 불용성 섬유질이 풍부해 장운동을 촉진하고 포만감을 오래 지속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고현지 임상영양사는 “사과에는 좋은 영양소가 많지만, 과당과 탄수화물도 함유하고 있어, 한 번에 한 개를 통째로 먹기보다는 절반이나 3분의 1쪽으로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
사과는 단독으로 먹어도 좋지만, 다른 음식과 함께 섭취하면 더 균형 잡힌 간식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릭 요거트에 찍어 먹으면 단백질 섭취를 늘릴 수 있어 다이어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며, 오트밀에 넣으면 자연스러운 단맛과 함께 섬유질을 추가할 수 있다. 또한 샐러드에 사과 슬라이스를 넣으면 상큼한 풍미를 더할 수 있어 다양한 식단에 활용하기 좋다. 이동 중에도 쉽게 들고 다니며 먹을 수 있는 점 또한 사과의 큰 장점 중 하나다.
2. 라즈베리
라즈베리는 설탕이 첨가된 간식을 대체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단맛을 제공해, 건강한 다이어트 간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상큼한 단맛은 물론 1컵(약 123g)에 약 8g의 섬유질을 함유하고 있어, 포만감이 높아 체중 감량을 돕는 과일로 손꼽힌다. 특히 베리류는 체내 활성산소를 억제하는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C(32.2mg)와 비타민 E(1.07mg)를 다량으로 함유하고 있어 대표적인 슈퍼푸드로 분류된다.
라즈베리 역시 사과와 마찬가지로 그릭 요거트와 함께 섞어 먹거나 샐러드에 넣어 먹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단, 라즈베리는 쉽게 무를 수 있어 냉동 보관 후 스무디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3. 오렌지
오렌지는 낮은 열량과 풍부한 비타민 C를 함유해 다이어트와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과일이다. 중간 크기의 오렌지 한 개에는 섬유질 2.8g이 포함되어 있어 체중 감량을 돕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하지만 섬유질은 오직 통째로 섭취할 때만 효과적이다. 영양학자 카라 엔드류 영양사(Kara Andrew, MS, RDN, LDN)는 건강·의학 전문 매체 에브리데이 헬스(Everyday Health)를 통해 체중 조절을 목표로 한다면 포만감과 효율적인 영양소 섭취를 위해 주스로 마시는 것보다 생과일 형태로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렌지는 비타민 C가 풍부해 면역력 강화, 콜라겐 형성, 철분 흡수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렌지 한 개에는 비타민 C 82.7mg이 포함되어 있어 하루 권장량을 충족하는 데 유익하다.
오렌지는 별다른 가공 없이 생과일로 먹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지만,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조각내어 샐러드에 추가하면 상큼한 맛을 더할 수 있으며, 닭가슴살이나 생선 요리에 곁들여 오렌지 살사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된다.
4. 망고
망고는 단맛이 강해 설탕 없이도 디저트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선택지가 된다. 또한, 칼륨, 비타민 C, 마그네슘과 같은 미량 영양소가 풍부해 체내 신진대사 기능을 돕고 전반적인 건강 관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현지 임상영양사는 “망고는 미량영양소 함량이 높아 건강에 유익하지만, 탄수화물 중 섬유질 비중이 작고 당류 비중이 커 섭취량 조절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망고 한 개에는 섬유질 5.38g이 포함되어 있어 장 건강과 소화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과다 섭취할 경우 당분이 높아 체중 조절에 방해가 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망고는 생과일로 그대로 먹거나 스무디에 넣어 열대과일 특유의 풍미를 더하는 방법이 있다. 또한, 얇게 슬라이스한 후 칠리파우더와 라임즙을 뿌려 먹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으며, 단맛과 감칠맛의 균형을 맞추는 데도 효과적이다.
5. 아보카도
아보카도 역시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과일이다. 고현지 임상영양사는 "섬유질이 풍부한 아보카도는 다른 과일보다 열량이 2~3배 높다. 이는 지방의 함량이 높기 때문인데, 아보카도 속 불포화지방산은 체중 감소와 심혈관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아보카도 칼로리의 82%는 불포화지방산이 차지하고 있다. 불포화지방산은 포만감과 더불어 심장 건강에 도움이 된다. 또한 아보카도 반 개에는 섬유질 6.7g이 포함되어 있어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 체중 감소에 영향을 미친다. 2019년 영양 및 건강분야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아보카도를 식사에 포함한 과체중 및 비만인들이 저지방·고탄수화물 식사를 한 그룹보다 6시간 동안 배고픔을 덜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아보카도는 스무디에 넣어 부드러운 질감을 살리거나, 바나나·케일·그릭 요거트와 함께 섞어 건강한 음료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 다만, 열량이 높은 만큼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6. 바나나
바나나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다이어트 중 피해야 할 과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일부 탄수화물은 저항성 전분과 펙틴 형태로 존재해 혈당 조절과 포만감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특히 저항성 전분은 섬유질처럼 작용해 소화를 느리게 하고 혈당 변동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바나나의 숙성 정도에 따라 저항성 전분 함량이 달라지는데, 덜 익은(초록색) 바나나는 저항성 전분이 많아 혈당 상승을 억제하는 데 효과적이며, 잘 익은 바나나는 전분이 당으로 변해 단맛이 강하지만 저항성 전분 함량이 줄어든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바나나를 더욱 건강하게 섭취할 수 있다.
바나나는 단독으로 먹어도 좋지만, 스무디에 넣어 부드러운 질감을 살리거나, 견과류와 함께 섭취하면 건강한 지방과 단백질이 보충되어 포만감을 더욱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고현지 임상영양사는 “바나나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만큼 과다 섭취하면 체중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섭취량 조절에 주의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7. 파인애플
파인애플은 섬유질이 풍부하고 수분 함량이 높은 과일로 포만감을 증가시켜 과식을 줄일 수 있다. 또한 비타민 C가 풍부한데, 파인애플 조각 한 컵에는 비타민 C 78.9mg이 포함되어 있어 면역력 강화와 피부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게다가 인슐린 저항성이 개선되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 체중 감량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한다.
수분 함량이 높은 파인애플은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자연당이 많아 과다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양을 섭취하면 수분과 영양소를 보충하면서도 건강한 체중 관리를 할 수 있다.
파인애플은 단독으로 먹어도 좋지만, 짭짤한 음식이나 유제품과도 잘 어울린다. 예를 들어, 코티지 치즈와 함께 섭취하면 단백질과 비타민 C를 동시에 보충할 수 있어 더욱 균형 잡힌 간식이 된다.
과일 섭취, 열량과 탄수화물도 고려해야
과일은 건강한 식단의 필수 요소로 꼽히지만,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은 선택은 아니다. 특히 다이어트를 목표로 한다면 탄수화물과 열량은 물론 다양한 영양소를 확인하고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현지 임상영양사는 “과일을 섭취할 때는 기본적으로 탄수화물과 당류, 섬유소 및 미량 영양소를 고려해야 한다”라면서 “일부 과일은 기대만큼 섬유질이 풍부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섭취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과일도 과잉 섭취하면 오히려 탄수화물과 열량이 증가할 수 있다. 고 임상영양사는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서는 열량과 탄수화물, 섬유질의 양을 비교하며 적정량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특히 다이어트 중이라면 섬유질 함량만을 기준으로 과일을 과다 섭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섬유질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양소 구성을 고려해 균형 잡힌 섭취 습관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기노홍 하이닥 인턴기자,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