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실거래가 7개월 만에 올랐다.
매일경제, 이석희 / 연규욱 기자, 2023. 3. 16.
"연말연시에 쌓여 있던 급매물 가격은 이제 기대하기 힘들죠. 팔릴 건 다 팔렸어요."(서울 노원구 상계동 A중개사무소 관계자)
"급매물들이 빠지고 나서는 가격이 다시 올랐어요. 매수자들은 저점 때 가격을 원하는데 매도자들은 호가를 급하게 내리지 않고 있습니다."(서울 강동구 상일동 B중개사무소 관계자)
침체일로를 걷던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매매가격지수, 거래량, 청약 경쟁률 등 주요 지표들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 우선 서울 아파트 실거래 가격이 7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3월 1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매매 실거래가 지수는 전월 대비 0.81%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빌라와 다세대 등을 포함한 공동주택 종합 실거래가 지수도 0.7%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1·3 부동산대책 등 규제 완화 효과에 따라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매수 심리가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1월 서울 아파트 평균 실거래 가격은 평(3.3㎡)당 4267만원이었다.
2월의 경우 서울 아파트 거래가 전월 대비 두 배가량 늘어나면서 잠정 실거래가 지수도 1월보다 크게 오른 1.55%로 예측됐다. 특히 2월엔 서울뿐 아니라 수도권도 1.38%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 1월 서울 실거래가를 지역별로 보면 노도강(노원구·도봉구·강북구)이 포함된 동북권이 가장 큰 폭의 상승률(1.69%)을 보였는데 실제로 최근 들어 상승 거래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대표 재건축단지인 상계주공7단지 전용면적 45㎡는 이달 2일 6억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거래인 1월보다 약 8000만원 오른 가격에 손바뀜했다. 상계주공3단지 전용면적 58㎡도 지난달 6억9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는데 연초보다 약 6000만원 오른 가격이다.
상계동 소재 중개사들은 지난해 말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소식에 이어 1·3 대책 발표로 연초부터 매수 문의가 늘었고 1~2월에 급매물들의 거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단지가 몰린 강동구 역시 분위기는 비슷하다. 4000가구 규모 상일동 '고덕아르테온' 전용면적 84㎡는 연초 12억8000만원까지 하락했지만 이달 들어 14억5000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졌다.
분양시장 활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청약 경쟁률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정보를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3월 16일까지) 전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평균 6.2대1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4.3대1, 3.6대1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대폭 상승했다.
1·3 대책으로 규제지역이 대거 해제되고 중도금 대출 금액 기준도 폐지되는 등 분양 관련 규제가 많이 해제되자 망설이던 실수요자들이 청약에 나서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영등포자이 디그니티'의 경우 1순위 경쟁률이 198대1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달 분양할 예정인 서울 동대문구 '휘경자이 디센시아'를 포함해 상반기에 공급이 예상되는 '래미안 라그란데' '이문 아이파크자이' 등의 성적에도 관심이 쏠린다.
거래량 역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 이날 기준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223건으로 1월 대비 약 56% 증가했다. 2월 경기도 아파트 거래량도 이날 기준 8086건으로 1월 대비 약 69% 증가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연초 시장 전망 때는 가격 반등 시점을 2분기에서 3분기로 넘어가는 시기로 예상했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4~5월로 앞당겨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금리 인상 압박이 줄었고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실수요자들이 시장에 서서히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여전히 고금리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최근 반등은 일시적 현상"이라며 "특히 경제침체가 닥칠 가능성을 고려하면 시장 리스크는 여전하다"고 했다.
한편 서울 집값이 반등할 기미가 뚜렷해지면서 벌써 이전과 같은 가격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날 대한주택건설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주최한 주택사업 실무 교육에서 '최근 주택시장 분석·전망'을 주제로 강의에 나선 두성규 목민경제정책연구소 대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 등 긍정적 요소가 적지 않다"며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주택시장 회복세를 점쳤다. 두 대표는 "2000~3000건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면, 내년 총선 전 각 당의 규제 완화 바람을 타고 시장 회복에 상당한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장 회복기에 공급이 받쳐주지 않으면 또다시 서울 집값이 폭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두 대표는 "'지금 집을 마련하지 않으면 다음 기회는 기약이 없다'라는 생각에 또다시 짧은 시간 내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완전히 폐지해 서울 주택 공급에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매일경제 이석희 기자 / 연규욱 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