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런 나라의 국민이라는 사실이 참담합니다.” 11월 29일 오전 11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 성당에서 KAL858기 사건 25주기 추모제가 실종자 가족회, 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번 추모제에는 지난 10월 서현우, 김정대 신부(예수회)와 함께 <KAL858 전두환 · 김현희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책을 발간한 신성국 신부가 참석해 9년간의 진상규명 활동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또 KAL858기 사건을 주제로 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강성주 씨는 참가자들에게 논문의 집필 과정과 의미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실종자 가족들은 이번 25주기를 맞아 김현희 씨에게 공개토론회를 요청했지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어 2003년부터 9년 째, 진실규명을 위해 활동해 온 신성국 신부는 “이 사건을 조사하면서 남북분단이 얼마나 많은 힘없는 이들을 고통스럽게 했고, 얼마나 많은 생명을 이용하고 희생시켰는지 알게 됐다”면서, “우리를 종북좌파라고 매도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념이 아닌 진실이다. 지난 시간을 견뎌 온 많은 이들에게 감사드리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찾아 새롭게 시작하자”고 독려했다. 신성국 신부,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념 아닌 진실, 새롭게 시작하자" 가족회는 그동안 KAL858기 사건 수사 발표와 김현희의 신분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다시 한 번 확인하면서, “지난 시간 남편, 아버지, 자녀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불철주야 피와 땀을 흘렸던 것처럼 진상규명이 되는 날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한 지난 11월 26일 김현희씨가 TV조선 ‘최 박의 시사토크 판’에 출연해 “훗날 세월이 지나면 이 사건은 북한에서 한 짓이 아님이 밝혀질 것”이라고 발언한 것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이 발언을 김현희의 양심선언으로 받아들이며, 진상규명을 위한 전면적 재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KAL858기 사건은 1987년 11월 29일 오후 2시 5분경 이라크의 바그다드공항을 출발해 서울로 오던 대한항공 858기가 공중에서 폭파된 사건이다. 세계 항공사고 사상 유례없이 2시간 만에 ‘테러’로 규정된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이들은 북한의 지령을 받았다는 김현희와 김승일이었다. 한편, 탑승자 115명 전원은 ‘사망자’로 결정됐지만, 단 한 구의 시신도 발견되지 않아, 피해자 가족들은 여전히 ‘유족’이 아닌 ‘실종자 가족’으로 자신들을 부르고 있다. 실종자 가족들은 여전히 권위적인 정권과 국정원 또는 안기부에 의해 숨죽여 살아가고 있으며, 사건 이후 발표된 사건발생 경위와 수사 과정, 발견된 증거에 대한 의혹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오히려 더욱 깊은 의혹을 남기고 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