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이것 보세요. 이게 여기에 있네요."
"어, 그래? 이사 올 때 버린 줄 알았는데."
얼마 전 아들이 아파트 베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화이트 보드'를 꺼내 왔다.
이 화이트 보드<사진>는 아들의 고교 시절, 거실 식탁과 벽 사이에 세워 뒀다.
당시 아침 식사를 함께할 때 이 보드에 한자와 시사 상식을 적으며 가르쳐 줬다.
"아빠가 아침에 알려 주셨던 한자어가 오후 학교 수업 중에 나온 적이 있어요.
선생님이 그와 관련된 질문을 하셨을 때 반에서 저만 혼자 답해 뿌듯했어요."
"그것 참 공교롭구나. 혹시 그때 답했던 한자어 중 지금 기억나는 단어가 있니?
"네. '족탈불급'(足脫不及)이에요. 맨발로 뛰어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뜻, 맞죠?"
"응. 아무리 신발을 벗고 쫓아가려 해도 힘이 부족해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지.
아빠가 한자에 관심이 많아 설명한 단어가 수업 중 활용됐다니 기분이 묘하다."
아들은 내 권유로 초등 5학년 때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응시, 3급 자격을 땄다.
대학을 갓 졸업한 현재는 쓸 일이 별로 없어 한자 실력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단어의 약 70%는 한자어로 구성돼 있다. 한자를 알면 어휘력도 는다.
물론 한자를 잘 모르더라도 일상 생활을 하는 데 큰 지장은 없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자에 능통하면 문장 속의 개념과 용어들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상황과 맥락 하에서 가장 적절한 어휘를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검색을 통해 어떤 단어의 한자 표기나 의미를 손쉽게 파악한다.
그러므로 한자 실력을 따로 배양할 필요성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어든 듯싶다.
공여자 아들 덕분에 8년 전 추억을 소환해 봤다. 그해 나는 간암 수술을 했다.
그 4년 후엔 간이식 수술을 했다. 아들은 물론, 전 이식인 가족의 건강을 빈다.
첫댓글 족탈불급
요즘 제가 딱 그래요~~ㅎ
참 훌륭한 아버지에 훌륭한 자제분이 십니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다복 하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
아마 아들은 그때 제게 얘기는 안 했지만, 대단히 곤혹스러워할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
아침밥을 먹는데, 소화도 잘 안 되게 아빠가 한자니 시사상식이니 하며 부담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그러한 부담을 잘 이겨내고 원하는 대학에 입학했으니 아빠로서도 보상을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침에 안양천 서울둘레길과 여의도 윤중로 벚꽃 구경을 하고, 방금 전 귀가했습니다.
좋은 날씨, 편안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
아드님과의 아름다운 추억들이 오늘 삶에 활력이 되고 있음을 봅니다.
거기에다,
소중한 간을 주고 받은 관계는 더욱 고맙고 감사한 느낌이겠지요?
잘 해주고 있으리라 여기지만,
아드님과 오래도록 아름다운 모습으로 지내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공여자 아들과의 관계는 좋을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당연히 좋아야겠습니다.
평안하고 행복한 주말 보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