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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雲龍山房 ♣♣♣ 원문보기 글쓴이: 달빛소나타
$- 거룩한 송가(頌歌) -$ 月雲 손홍집
1
당신의 고요한 노랫소리가 내 정수리에 닿으면 나는 기쁨에 들떠 정작 어쩔줄 모릅니다. 모든 하던 일을 다 멈추고 내부에서 새 생명이 움터오듯 절망의 나락에도 눈부시고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납니다. 나는 정녕 당신이란 나무에서 새롭게 돋은 생명이요 오직 그 줄기의 파릇한 물줄기를 먹고사는 기생 식물입니다. 대지가 비를 기다리다 마지막으로 갈라져서 더 이상 쓸모없는 그런 상태에서도 여름날 단 한차례 내린 그 눈부신 빗줄기에 새로운 생명체들을 일깨우듯이,나는 검은 먹구름속에서도 오직 당신의 그 영원한 구원의 메시지만 기다릴 뿐이옵니다. 고로 당신은 이제 더 이상 날 멀리 떨쳐버릴 수 없는 위치이며, 아울러 한 생명체를 지닌 유구한 역사와 그 발자취입니다.
2
당신의 노래는 신비한 음성으로 푸른 숲과 나무들이 춤추는 그토록 싱그럽고 깊고 오묘한 당신의 선율에 그토록 신비스런 음률(音律)을 맞추겠습니다 그리고 행여 당신의 그 숨결이 들리지 않은 고로 당신은 나의 꿈결의 새소리요
3
영원으로 흐르는 샘터에 내 발길이 닿았습니다 그곳에는 햇살이 이중 마차를 타고 내달리고 바람은 검은 먹구름을 뚫고 얼굴을 내비쳤습니다. 거기다 온갖 생명들이 환희에 들떠 노래부르고 어느 늙은 정원사의 집 정원에는 아름드리 고목나무와 더불어 숱한 꽃들이 피어 아름답게 내비쳤습니다. 또한 그 나무에는 온갖 새들이 먹이를 쪼며 노래를부르고 신비한 무지개가 건너편 언덕에서 산기슭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서로가 상냥한 미소로 노래하며 일을하고 그 샘터가에 모여 앉아 수런수런 애길 나누던 아낙네들마저 그 물안에 비친 모습이 아름다운 동화같았습니다. 그들은 제각기 작은 물동이에 물을 가득가득 채워 종종 걸음으로 자신들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4
님이 나의 곡조를 퉁기오면 나는 깊은 강자락에 뜬 나룻배입니다. 님이 나의 젖은 마음을 어루만지시오면 나는 검은 먹구름을 헤쳐나온 달빛입니다.
석양무렵 잔잔한 호숫가에서 나는 님의 그 고요한 가락을 기다립니다. 그러나 님의 그 가엷은 형체는 비치지 않고 오직 스쳐가는 바람결의 슬픈 여운 뿐입니다.
잔잔한 연못에 눈빛을 치켜뜬 연꽃처럼 나는 사멸(死滅)의 그림자속에서도 결코 님의 그 형상을 내 정수리에 새기오며 영원의 꿈결의 나비처럼 날고 싶습니다.
님이여, 오 나의 님이시여! 당신은 정녕 어디 계시나이까? 나의 가슴은 찢어져 늙은 잦나무 위에 걸린 처절한 신음이요,또한 아비규환입니다.
온종일 당신을 기다려도 밤이 질척이는 까닭은 당신이 제 곁에 없는 까닭입니다. 아니아니 제가 장님이 된 탓에 당신의 그 거룩한 형체를 알아채지 못한 탓일테지요.
5
저는 생명이 없는 무화과 나무 위에 앉아 있습니다 종일토록 피리를 불어 입술은 이미 부르트고 침은 메말라서 더 이상 참혹한 형상입니다.거기다 뜨겁게 불타던 태양은 내 머리의 정수리를 향해 온통 불바다를 이룹니다. 오오- 이 광경을 한번 떠올려보십시요! 나는 급작스런 행동으로 근처의 바닷속으로 풍덩 뛰어들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만약 그 순간에 행여 당신이 나타나실까 두려워 더 이상 몸체를 움직일 수 조차 없습니다. - 하늘에는 서서히 독수리 떼들이 날아들기 시작합니다.
6
나를 버림의 바다에 보다 깊숙히 빠뜨리게 하옵소서. 그리고 어느 누구의 손길도 닿지 않는 마지막 해초와 암벽에 부딧치게하소서. 거기 파아란 물결이 춤을추면 마침내 그 깊이와 영혼의 울림을 찾게하시고, 온통 휘광이 빛나는 눈빛속에 최후의 맑고 밝은 정신 한톨을 갖추게하옵소서.
뼈가 부러짐을 결코 탓하지 말게하시고,나의 편안함을 구원치 말게 하소서. 내 의지가 토막나면 그곳엔 보다 강한 정신이 도사려 나를 이끌도록 도와주시고, 고통의 험난한 파도속에 휘말려도 결코 절망하거나 최후의 의식을 잃지않고 표표히 검은 파도를 헤쳐나아가는 지혜와 용기의 깊은 샘물을 거듭주옵소서.
평화가 도사린 곳에는 작은 천사같은 마음속에 온사랑을 베풀게하시고, 악이 세상 끝까지 검은 깃발을 밤의 나래처럼 한없이 펄럭일 때는 주저하거나 전혀 아무런 머뭇거림 없이 그 악에 내 육신을 던져 끝까지 저항하게하시고, 주린 배를 삼키는 보다 가난한 자에겐 오직 그들의 종으로 살게하여주십시요!
7
당신이 나의 양식을 빼앗았으니 그것은 큰 기쁨입니다. 당신이 나의 가득찬 마음을 비우고 그곳에 새로운 양식인 참된 의지와 새로운 생명이 눈뜨는 의식을 전해주셨으니 그것은 보다 큰 광명의 세계를 내게 비쳐주심입니다.
당신은 나의 슬픔을 대신하여 기쁨을 주셨으니 그것은 더욱 소중한 이 우주의 한 조각을 선물함입니다. 당신은 사치와 눈부신 의복에 현혹되기 보다 검소함과 그 속에서 싹트는 정신의 오묘함을 일깨워주셨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곁에서 기쁨의 노래를 부르면 함께 따라부르고 슬픔에 겨워 참혹한 눈물을 흘리면 그 눈물을 닦아주라 명하셨습니다. 나는 이제 내가 아닌 타인의 나요,온갖 정령들의 작은 천사입니다. 그리고 어느 눈부신 하늘 끝에서 당신이 손짓하오면 곧장 달려갈것입니다.
8
당신의 영혼이 내 가슴을 파고들면 나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 눈물이 절로 흐릅니다. 그것은 너무 오랫토록 비를 기다려온 대지의 촉촉한 눈물이며 모든 생명들의 아우성입니다. 그들은 제각기 이제껏 갈망하던 그 눈초리를 빛내며 온통 축복에 가득찬 그 하늘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작은 소망 하나씩을 제각기 그 땅속에 심고 새로운 씨앗이 솟구치길 열망합니다. 영원한 등불이 깜박이며 다시 빛를 발하고 꺼져가던 한 생명에 한줄기 빛이 스며들듯이...
9
거친 바다에 난 항해사가 되었습니다 파도는 거대한 집채덩이처럼 내 배를 뒤엎으려고 달겨들고 바람은 심한 태풍을 몰고 거침없이 달겨들고 있습니다. 배에 탄 숱한 선원들은 이리저리 몸을 뒤뚱거리며 안절부절 날뛰며 온통 아우성속에 절규하고 고통을 신음하는 처지입니다. 그러나 전 결코 놀라거나 어떤 두려움도 품지 않습니다. 그것은 당신이란 훌륭한 선장이 곁에 깨어 있음에 전혀 당황하지 않고 오직 당신이 지향하신 그 방향을 위해 열심히 키를 조정합니다. 언젠가 당신이 꿈속에 나타나 조용히 들려주신 그 노랫소리가 다시금 제 귓가에 새록이며 은혜롭게 들려온 까닭입니다.
인간은 고독한 항해자와 같다- 그것은 끊임없이 자신을 다스리고 이끌며 보다 먼 세계로 나아가려는 굳은 의지이다. 고로 항상 새로운 가치관을 확립해야하고 동시에 거침없는 노를 저어야 그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
전 이제 그 완성의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열심히 마음을 다스리며 또한 정신을 갈고 다듬는 작업에 열중합니다. 그것은 잠에서 깨어 밝게 타오른 눈부신 태양을 바라보는 시각이요, 동시에 험난한 태풍에도 조금도 굴복하지 않은 최후의 의지력입니다.
10
이른아침 맑게 빛나던 이슬에서 전 당신을 볼 수 있고 신비롭게 눈뜬 대지위의 온갖 꽃들의 미소속에도 또한 생명들의 작은 열정에서도 전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숱한 사물들의 그토록 순박한 눈초리에서도 역시 전 당신의 그 형언할 수 없는 광휘(光輝)의 눈빛을 발견합니다. 그것은 당신이란 숨결이 온 우주에 가득한 색체를 드러내며 오묘한 형체로 그 조화를 드러낸 까닭입니다. 나는 길을 걸을 때나 의자에 앉아 책을 읽을 때도 종종 당신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홀로 깊은 명상의 숲길에 앉아 고요한 노래를 부를 때 당신은 어느덧 제 곁에 앉은 한마리 나비처럼 날 한없이 너그러운 눈빛으로 쳐다보고 계시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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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누운 침상에는 항상 당신의 모습이 함께 합니다 작은 침대 모서리,그리고 수두룩히 쌓인 책장 속에서도 나는 가끔 당신의 신비로운 모습을 만나곤 합니다. 그리고 꿈속에서도 당신은 종종 자신의 모습을 내비칩니다 때로는 작은 요정이요,그 요정의 작고 가냘픈 목소리요, 또한 은빛 비둘기로 자신의 형체를 바꿔 나타나기도 합니다. 난 그 은빛 비둘기의 눈부신 두 날개와 그 형체에 매료되어 가끔 드높은 이상기류를 타고 흐르지만 갑자기 추락하여 어느 낮선 숲속에 다시 포근히 주저 앉고 맙니다. 나는 그때마다 깜짝 놀라 몸을 뒤척이지만 잠시 후 곧장 그 형체가 곧 당신의 모습임을 알아채고 다시 평온함과 기쁨의 한없는 유희에 빠져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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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갈참나무의 드높은 꼭대기에 앉아 홀로 노래하는 새처럼 나는 영광의 월계관을 쓰고 뜨거운 햇살을 쳐다보는 광경입니다. 주위에는 아름다운 숲과 화려한 꽃들이 저희끼리 미소짓고 건너편 강자락엔 한폭의 아름다운 돛배가 유유히 흘러갑니다. 나는 태양의 긴 햇살을 따라 먼 우주로 여행을 꿈꾸며 한동안 빛을 가르는 무서운 항해를 거듭 했습니다. 그러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하늘에는 검은 먹구름이 덮히고 곧장 비와 천둥이 온 대지를 휩쓸듯이 요란하게 울리며 땅은 꺼질듯이 커다란 굉음과 함께 큰 지진을 일으킵니다. 그로 인해 내 상념의 조각들은 조각난 배의 파편처럼 이리저리 한없이 드날리고 모조품처럼 생긴 흩어진 조각품들은 갈기갈기 찢겨 사방의 언덕위로 급류처럼 휩쓸려 갑니다. 나는 갑자기 어떤 두려움에 사로잡혀 근처의 큰 건물안으로 들어가 아늑한 공간에 미술품들이 진열된 전람실을 한차례 둘러봅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전혀 사람들의 흔적 조차 없고 목과 팔이 부러진 갖가지 마네킹들이 내부 바닥에 처참히 나뒹굴고 있을 뿐입니다. 나는 문득 삶의 적막과 더불어 강한 공포에 사로잡힙니다. 그리고 작은 미립자마저 그 생명의 원천인 분자에서 고립되어 쓸쓸히 방안의 전경들을 이리저리 뒤적이며 개처럼 코를 식식대고 벽장의 찢겨진 낡은 책들과 한쪽 구석의 어둡침침한 벌레들처럼 세상의 온갖 소음으로부터 두 귀를 막고 좁은 공간에 거미줄을 치듯 시계 초침이 쨀깍대는 그 중앙에서 그만 꼬박 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귓가를 울리는 무서운 굉음처럼 들린 거친 함성에 나는 갑자기 높은 산맥에서 분수처럼 쏟아지던 활화산의 눈부심과 그 광경에 한동안 크게 매료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딘지 아직도 나를 주시하고 있는 보다 큰 신의 눈빛이 온세상을 지배한 군림자의 큰 형상으로 거대한 산맥처럼 나를 휘감고 노래부르고 있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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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노랫소리가 나의 침상에 울려 퍼집니다 나는 갖 잠에서 깨어난 신비스런 눈초리로 사방을 향해 온갖 님의 형체들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내 잠결의 베갯머리와 허르스름한 이불의 끝자락에도 그리고 뒷곁에서 스쳐온 창가의 미풍이 정원에 가득찬 장미꽃들을 흔들며 시원스레 사라져가는 모습에도 온통 당신의 그 향기로운 속삭임들이 가득찹니다. 이토록 생소한 느낌은 마치 내가 깊은 숲속에서 길을 잃고 한없이 어둠속을 거닐 때 문득 밝은 세계를 발견한 감격이요 또한 더욱 가슴 벅찬 어떤 함성입니다. 그리고 그 여운은 보다 새로운 세계를 향한 님의 발자취요 한없는 꿈결의 여운과 그 가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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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에 따사로운 햇살처럼 당신의 눈부신 입김이 새겨졌습니다. 언제나 부드럽고 조용한 음성으로 다가와 나의 두 귓볼을 어루만지며 살며시 속삭이던 풍요와 아름다움 속의 석상(石像)의 모습입니다. 나는 그토록 눈부신 그 광경에 취해 좀채 의식을 갖추지못하고 전전긍긍 하며 그 주위를 한동안 맴돌았습니다. 이제껏 내가 걸어온 길엔 그토록 차분한 눈빛을 볼 수 없었고 온유한 눈빛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아침 햇살이 떠오르면 장독대에 가득한 항아리 틈새마다 이제 당신의 숨결이 새어나옵니다 그것은 마치 고요한 기도의 샘줄기에서 솟은 그 물줄기가 거대하게 굽이친 형상입니다. 대지에 가득한 꽃이피고 향기가 그윽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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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밤 내 영혼의 촛불 하나 태우렵니다 알듯 모를듯 다가오신 님의 그 형체에 마음의 강에 비단 돛배를 띄워 마냥 님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밤 내 영혼의 촛불 하나 태우렵니다 그리움이 알알이 맺힌 창가마다 님의 그 고귀한 숨결이 혼불처럼 일렁이니 마음은 달빛타고 둥실 창공을 타고 흐릅니다.
검은 창공에 흐른 암흑의 먹구름도 빛의 일종입니다 그것은 오직 님이 내 곁에 계신 때문이며 아울러 깊은 침잠에서 잠깬 식물의 여운입니다.
이밤 내 영혼의 심지에 가장 빛나는 빛 한톨을 싣고 마지막 최후의 심판대를 향해 거침없는 노를 젓게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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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당신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거룩한 숲들이 우거진 그 어둠의 벌판에서 홀로 몸을 웅크리고 앉아 우짓는 저 숲속의 새의 무리들처럼
석양에 가느다란 나무의 끝가지를 붙들고 애태워 강물을 굽어보는 그 처연한 눈빛처럼 생명이 다 타들어간 언덕굽이에서 마지막 손짓하는 당신은 고요한 나라의 의문의 수수께끼입니다,영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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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의 등불은 고요한 미소입니다 그것은 참담한 눈꽃들이 나뒹굴다 세찬 바람결에 사라져간 최후의 음성입니다
내 마음의 그리움은 꿈결의 미소입니다 그것은 그대가 내 곁에 머무르던 그 순간 빛이 단 한번 반짝이다 사라져간 그 아름다운 형상입니다.
고로 난 영원히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당신을 잊은 순간부터 난 그 빛의 생명체를 잃고 오직 홀로 방황하는 나그네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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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이여,서글픈 내 강자락에 떠오른 한폭의 돛배처럼 아련한 그림자 안고 홀로 달빛 밟고 찾아오신 내 님이시여 뒷산 언저리에 소슬바람 불고 솔가지에 낮달이 걸려 울어 에어도 언제나 변함없는 자태로 우뚝선 바위처럼 날 지켜주신 청아한 발판- 난 그런 당신을 떠올리면 한없이 눈물이 쏟아져 차마 견딜 수가 없습니다 무언의 손자락처럼 아늑한 눈빛으로 이 지상을 관망하시고 터져나온 가슴속의 뜨거운 피를 정열의 나무에 심어 꽃피우시며 조국의 작은 상처에도 일일이 뼈마디 앙상한 몸체를 아끼지 않으시던 당신의 그 고귀한 뜻과 마음에 전 절로 숙연한 자태이옵니다 성성히 어린 그 핏빛 눈동자가 이 아침 제 창가를 한없이 넘나듭니다 내가 죽음의 계곡을 넘어 다시 이 생의 벌판으로 굽이쳐오는 힘은 언제나 당신이 제 곁의 안일을 지켜주시고 위안을 준 탓이옵니다 님은 진정 저 새벽의 먼동빛을 타고오신 오롯한 신의 그림자이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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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눈부신 꽃입니다 아침마다 제 창가에서 피어돋은 그 환한 미소는 일상에서 벗어난 깨끗한 물입니다.
당신은 흘러가는 구름입니다 마냥 세상을 등지고 여유롭게 둥둥 떠가는 그 자태는 천상의 아름다움입니다.
당신은 고요한 노래입니다 내 마음의 정수리에 앉아 홀로 울부짓는 그토록 아름다운 새의 노래입니다.
나는 당신의 그 노랫소리에 닫힌 두 귀가 열리고 마침내 눈먼 장님의 길에서 오직 헤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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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작은 날개 짓으로 날아오십시요 그럼 난 검은 휘장으로 당신을 곱게 감싸 안으리다 행여 빛이 뒤틀리어 세상 밖으로 밀려난다 해도 결코 어떤 두려움도 품지 마십시요! 그 이유는,이미 당신이 그 빛의 광체를 안고 제 곁에 날아온 까닭입니다 고로 당신은 영원을 향한 천사의 깃발이요 이 세상에 핀 황홀한 꽃의 눈빛입니다 그 유희에 사로잡히면 난 곧장 늙고 말지만 그래도 당신이 계시기에 항상 그 언덕을 찾습니다 당신은 이제 절대자의 왜침으로 군림하십시요 오직 그것이 이 우주를 다스리고 진리를 일깨우는 마지막 지름길의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하오나 그대여,정작 그대가 내 목을 섭취하려거든 절대 내일을 알리지 말고 떼어가십시요 만약 내일이 밝혀지면 전 결코 이 세상을 살아갈 그 어떤 목표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오,진정 위대한 선지자여...! 그대 이름은 곧 신이옵니다 난 오직 그 형상에 갖힌 작은 노예일 뿐입니다.
21
신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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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와서 당신을 깨울 때까지 당신은 절대 눈을 뜨지 마십시요! 세상의 사악한 무리들이 당신을 파고들어 그 마음을 어지럽히고 그로 인해 크고 한없이 드넓은 생각과 냉철한 이성의 촛점을 헤칠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두 눈을 감고 그 신의 발자욱소리에 귀를 기우리면 마침내 신은 조용히 나타나서 천상의 노랫가락으로 당신의 귀를 먼저 즐겁게 할 것입니다.
신은 고요한 명상속에 찾아오는 하나의 빛줄기. 나의 손끝을 붙잡아주는 자석과도 같은 것. 신은 내가 고난을 스스로 극복하는 단계에서 마치 구세주처럼 나타나 나를 다스려준 위대한 힘. 거룩한 기적의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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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밤 꿈의 요정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온통 불빛이 환하게 켜진 어느 정원에서 꽃들이 만발한 그 사잇길로 걸어다니며 광주리를 들고 상냥한 미소속에 그 꽃잎을 따서 수북히 담습니다 곁에는 악공(樂工)이 있어 음악을 연주하고 몇몇 아가씨들은 그 음악에 맞춰 춤사위를 비쳐줍니다 그리고 큰 정자에는 두 신선이 마주 앉아 술을 나누며 즐겁게 얘길 나누는 모습이 비칩니다 그들은 달빛이 청아하게 푸른 솔가지 사이로 얼굴을 내비치자 서로 마주보고 흐뭇한 미소를 짖습니다 그리고 다시 잔을 부딧치고 또한 술을 마셔댑니다 한동안 꽃을 따던 아가씨들은 그 광주리를 들고 천천히 그 정원을 빠져나와 두 신선이 앉은 정자로 와서 온통 그 꽃잎들을 흩뿌리기 시작합니다 하늘에서 마치 별이 떨어지듯이 사방에서 아름다운 꽃잎들이 그 음악에 맞춰 한없이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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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라도 당신을 떠올리지 않으면 나는 의식을 잃고 맙니다 두 눈은 이미 촛점이 마비된 형상으로 사물을 관찰 할 수 없고 마음은 이리저리 들뜬 표정으로 홀로 방황합니다 그리고 책을 읽거나 깊은 명상에 잠겨도 온통 그 세계는 세상의 찌꺼기들만 어지럽게 난무할 뿐입니다 가장 깊고 오묘한 정신의 세계에 내 의식이 닿게 하십시요! 그리고 그 속에서 가장 값진 열매를 맺고 그것이 마침내 온 우주에 빛과 영광의 월계관이 되도록 힘을 지탱케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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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여,나의 깊은 소망속에서 이제 조용히 타오르십시요 나는 모든 시름과 격정의 숲을 거쳐 새롭게 도전하는 모습으로 마침내 다시 당신 앞에 나타났습니다 생명이 꺼져가던 불빛,명멸의 그림자...의식의 촛점이 흐린 공간 그토록 암흑의 골짜기에도 저는 꿋꿋한 그림자를 나타냅니다 그것은 당신이란 빛이 어딘가에서 아직도 나를 비쳐주고 계심이며 아울러 슬픔속에 고통의 눈물을 흘리던 그 의식마저 모두 씻겨 맑은 우물속에 저를 풍덩 빠뜨린 바로 그런 모습입니다 그로 인해 내 몸속의 떼는 모두 씻겨지고 백옥(白玉)의 광체가 빛나는 그토록 눈부신 신체를 다시 지니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곧 신의 영광이며,동시에 당신에 대한 찬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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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래는 나의 보석빛 향기 입니다 가만히 두 눈을 감고 떠올리면 그 빛나던 향기는 온통 제 주위를 휘감고 전체 우주로 뻗어나갑니다 마치 거대한 태양의 빛살들이 쪼개져서 숲속에 서 있던 숱한 나무들을 비추듯이 그토록 아름다운 형체입니다 백양나무 숲가에서 온갖 새들이 지저귀듯이 나는 당신의 그 신비스런 색체의 마술에 걸려 그 음색(音色)을 파악하고 또한 그 놀라운 세계에 갖혀 정작 어쩔줄 모르는 표정입니다 아마 어린아이가 자신이 읽던 동화속에 갖혀 홀로 웃음짓고 그 신기함에 빠져 한없이 그 동굴속으로 빠져들듯이 나는 당신의 마술에 걸려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나를 헤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내 생애에 가장 값진 순간임을 깨닫자 갑자기 두 눈에 눈물이 솟구칩니다 형언할 수 없는 그 가치를 과연 누구에게 쉽게 내비쳐 줄 수 있나요? 만약 어느 아릿다운 아가씨가 제 곁을 스쳐지나가며 상냥하게 미소짖고 콧노래로 오직 자신만의 음악을 내 귓가에 선사한다면 가능할테지요 하지만 전 지금 조용한 방안에 홀로 갖혀 있습니다 전혀 세상의 소리가 귀에 닿지 않은 공간에서 님이 부르시던 그 아름다운 곡조(曲調)에 취해 한없이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제 눈물의 서곡(序曲)이 들리시나이까? 생명이 까져가던 자리에 다시 새로운 생명의 다리를 놓아주시고 그 불꽃이 한없이 타오르도록 이끌어주신 당신의 그 자상하신 눈빛에 전 조용히 두 무릎꿇고 기도하며 마침내 영생(永生)을 약속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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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들판에 새싹들이 돋아나고 그들은 당신의 장단에 맞춰 제각기 노래부릅니다 작은 풀 한포기와 싱그러운 나무줄기에도 당신의 노랫소리는 미풍을 타고 조용히 흐릅니다 그리고 생명을 잃은 마른 나뭇가지에 새롭게 움트는 저 파릇한 새싹들을 보십시요 그 메마른 줄기에 다시 수액이 공급되고 참담한 눈빛엔 이젠 눈부시고 활기찬 에너지가 넘쳐흐르고 있습니다 그것은 모두 당신의 전능하신 능력 때문이며 그 아무도 흉내낼 수 없는 신비한 세계 입니다 물속에 고요히 헤엄치는 그 물고기들을 떠올려 보십시요! 가느다란 지느러미가 쏜살같이 그 물가름을 하며 마치 빛처럼 다른 장소로 이동해 감은 당신의 능력입니다 헌데 과연 누가 당신의 그 위대한 능력을 따르겠습니까 그것은 오직 전능하신 신의 능력 뿐이옵니다. |
28
당신의 다리에는 굳건한 신념이 쌓여 있습니다
내가 무심코 그 길을 걷다 쓰러져도 다시 일으켜세우는
참으로 무서운 힘과 의지를 담고 있습니다
당신의 다리에는 항상 온유한 그림자가 도사려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지치고 피로하여 당신의 그 다리를 쳐다보면
어느덧 파아랗게 돋은 새로운 활력소로 피어납니다
당신의 다리에는 오색 무지개가 깔려 있습니다
그래서 내 삶이 어둠속에 묻혀도 다시 생성하는
눈부신 빛을 항상 맛볼 수 있습니다
고로 당신은 곧 내 안의 빛입니다
영원으로 굽이치는 거센 힘살과 폭포수요
보다 아름다운 어떤 신비한 가락입니다.
29
신이여,밤은 깊고 주위는 고요하며 암흑만이 질척이고 있습니다
낡은 커튼 사이로 거리의 가로등 불빛이 비치지만 검은 베일처럼
여전히 그 어둠에 휩쌓여 있습니다.
잠은 어디론지 도망치고 대지를 부드럽게 감싸는 당신의 손길에서
따스한 훈풍같은 감축을 느끼지만 여전히 저와의 거리는 멀고
그로 인해 문득 어떤 순례자의 모습을 떠올립니다.
가만히 몸을 일으켜 부엌으로 가서 차를 끓이기 위해
주전자를 불 위에 올려놓고 조급한 마음에 빨리 그 물이
펄펄 끓길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토록 당신의 가르침을 저버린 나를 스스로 탓합니다
아무리 조급해도 그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지혜로움을
다시금 새삼 깨닫습니다.
이제 잠시 후면 저는 당신이 저 창가에서 지켜보신 가운데
천천히 그 차맛을 음미하겠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당신의 영혼을 맛보려는 것입니다.
30
오늘 아침 당신이 어느 사원에서 한그루의 큰 나무밑을 파서
그곳에 거름을 넣는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당신은 그 사원의 수도자였지만 그 수도자 복장이 아니였으며
가장 헐벗은 농부의 의복을 걸치고 있었습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라면,즉 그 사원의 신도라도 아마 당신의 그 형체를 보고
정작 당신의 신분을 알아챌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전 당신의 가장 충실한 제자요 또한 종입니다
그런 연유로 전 무엇보다 쉽게 당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은 한동안 이마에 땀을 흘리며 아침 햇살이 쏟아진 그 하늘을 보고
기쁨과 환희의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신발에 묻은 흙을 쇠스랑이에 툭툭 털며 다시 한차례
그 나무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그 나무를 자신의 소중한 자식으로 바라본 양 흐뭇함이 묻어난
그토록 아름다운 미소를 짓고 계셨습니다
전 그때 당신의 그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서로의 자리가 바뀐듯이-
그러자 당신은 그 사원의 문을 굳은 자물쇠로 잠그고 쓸쓸히
어느 낡은 농부의 허름한 거처로 향했습니다
그곳은 이미 그 늙은 농부가 죽어 빈 공간입니다
전 한동안 그 의문점을 찾기 위해 전전긍긍하며 머릿속이 복잡했습니다
그러나 곧 당신의 그 거룩한 뜻을 알아챘습니다
당신은 이제 그 형식이란 기도와 신앙을 멀리하고 그것을 직접 체험하며
보다 많은 신앙인들의 본보기가 되기위해 그 자리를 옮기신 것입니다
이미 당신이 머문 그 집터 주위에는 숱한 채소와 작물들이 당신의
그 소중한 땀방울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이미 그 기도서를 대신해 이 땅에 먼저 씨앗을 뿌린 성직자요
모든 이의 근본입니다.
31
나는 당신의 모습을 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나의 의식이 잠든 시각에
나타나 그 형체를 비추고
다시 내 의식이 깨어난 시각에
그 자취를 감추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마치 산숲에 쌓인
자욱한 안개속에 신선이 나타나
그 형체를 비추고
다시 그 자취를 바람처럼 감추는
모습과도 너무 흡사한 광경입니다.
그로 인해 난 항상 잠든 시각에도
내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그 꿈결에 갖히면 어느덧
그것은 형체마저 도무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32
내 의식이 조는 창가에 갑자기 당신의 노랫소리가 들려오면 그때마다
나는 온몸에 일렁이는 물결의 파문처럼 커다란 전율을 느낍니다
무슨 또렷한 증거로 그러할까요? 전혀 당신의 형체는 비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 의식의 끝과 심오한 정신,그리고 보다 위대한 영감의 자리에서
문득 당신의 그 형체를 감지하고 또한 그 느낌을 전해 받습니다
하루의 일조량이 고르게 온 대지에 퍼져나아가는 뜻도 모두 님의
그 소중한 땀방울 덕분이며 새 생명을 일깨우기 위한 과정입니다
그래서 봄이되면 잠든 대지는 눈을뜨고 그곳에 새로운 새싹들을 키우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송두리째 파헤치는 그 농부를 결코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오그라든 근육과 핏줄에 새로운 핏톨이 돌고 유영(游泳)하며
다시 그 긴 잠에서 깨어나길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입니다
33
누군가 당신의 어깨를 두드리면 뒤를 돌아보십시요!
그것은 당신의 잠든 의식을 깨우기 위해 신이 두드리는 모습이요
또한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기 위한 지침입니다
그래서 항상 정신은 깨어있고,사고는 위대한 지침에 세우며
더우기 영감은 치솟는 화산처럼 분출해야 합니다
마침내 그곳에서 정작 위대한 힘이 솟구칠테니까요
아니 그 신이 전해주는 그토록 큰 대지를 울리는
최후의 송가(頌歌)를 전해받게 될것입니다
만약 당신이 잠시라도 졸음에 빠져 게으름을 피우거나
스스로 그것이 두려워 뒤로 몸을 빼는 상태라면
당신은 영원히 그 높은 위치는 꿈꿀 수 없는 상태입니다.
34
내가 당신을 만나기 전에는 나는 장님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어느날 갑자기 당신을 만나고부터 제 시각은 눈떴으며
그로 인해 세상의 온갖 사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점은 일일이 그 사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신비한 시각을 갖추게 하신 당신의 덕택입니다
만약 당신의 그 위대한 노랫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나는 아직도 깊은 침상에 무릎꿇고 앉아 지상에서 가장 처참한 몰골로
온갖 상처투성이의 새처럼 홀로 울부짓고 있을테지요
그러나 제겐 그토록 신비한 당신의 손길이 닿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마침내 닫힌 내 지각이 열리고 멈춘 샘줄기는
다시금 거대한 물줄기를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훌륭한 책 한권이 자신의 일생에 그만큼 큰 지침이되어주듯이
나의 정신과 심장에는 오직 당신의 그 노랫소리가 멈춘
그 심장에 핏톨을 다시 일으켜 힘찬 맥박의 진동을 일으킵니다
무엇보다 나는 당신이 들려주신 그 노랫가락을 하나하나 연구하며
마침내 나의 소중한 생명의 양식으로 차곡차곡 쌓아두려 합니다
거대한 강에 가득찬 물줄기가 온 대지에 고루 생명수를 공급하듯
당신은 그 거대한 강에 갖힌 물줄기요,또한 제 사상의 근본 원천(源泉)입니다.
35
당신이 나를 깨어나게 하셨으니
나는 당신의 나무에 꽃으로 피겠습니다
당신이 나의 먼 미래의 지침을 알려주셨으니
전 그 영원한 등불이 되겠습니다
또한 당신이 더 이상 그 곡조를 튕기지 않으시면
전 보다 영원토록 깊은 암흑에 갖혀
영원히 생명체가 없는 그런 무생물의 눈빛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겠습니다.
36
작고 조그마한 창살에 나는 갖혀 있습니다
생명은 움츠러들고 빛은 이미 사라진 형체이며
모든 불빛마저 꺼져가는 형상입니다
오,그대여! 당신은 정령 어디 계시나이까?
불붙는 사막은 밤 낮으로 끝없이 타오르고
산맥은 이미 녹아흘러 거친 용암을 분출하며
대지는 한없이 거칠게 아우성쳐댑니다.
37
왜 이토록 제게 큰 고통을 주시나이까 신이여?
단 하룻동안 태양이 이 대지에 비친다면 어찌 생물들이 살고
또한 모든 동 식물들이 그 생태계를 비치겠나이까?
거듭 청하옵건데,이제 제 목과 다리에 붙은 그 쇠사슬을
천천히 풀어주십시요! 나는 더 이상 이 고통의 세찬 신음속에서
마지막 절명(絶命)하고 싶질 않습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이제 전 당신의 목을 댕강 잘아내겠습니다
그것은 이미 당신과 내가 같은 위치요,또한 같은 길을 걷는 처지입니다
그래서 이젠 당신이 과거처럼 그 두려움의 존재가 아니라
곧 나의 신체의 일부요,어느 값진 신체의 한 부위를 차지하고 있는 위치입니다
그러나 전 갑자기 다시 당황스러워집니다.그 이유는,이미 당신의 다리를 잘라
보다 처절한 구렁텅이에 쳐박아 깊숙히 생매장해버렸기 때문입니다
나의 뇌파에 단 한순간 빛이 작열하여 모든 세포가 일순 파괴된 형상이며
그로 인해 난 이미 이 세상을 떠난 위치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그것이 이제껏 내가 그토록 가장 꿈꿔왔던 새로운 세계가 펼쳐져
내 눈앞에 비친 사실인지는 전혀 묘연한 관계입니다
마치 어느 몽상가가 한없이 자신의 길을 걸으며 그 뜻도 모르듯이...
38
누가 이 방황하는 내 마음을 붙잡아 주겠습니까 진정 당신이 아니라면
나는 거친 태풍속에 요동치는 작은 배요,이미 그 뿌리가 뽑힌 고목(古木)입니다
모든 생명들은 울부짖고 정원에 갖 핀 꽃들은 그 몸체를 이미 움츠리며
한없이 큰 두려움에 갖혀 떨고 있습니다.정녕 지상의 낙원이 아비규환입니다.
과연 누가 검은 바람을 일으켜 저토록 험난하고 거친 태풍을 일으켰을까요?
오직 당신만은 알고 계십니다.그러나 당신은 여전히 빙그레한 미소만 짖고 계십니다.
당신의 그 사멸(死滅)해가는 눈동자속에서 홀로 기쁨에 젖어 꿈꾸는 그 장면을 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당신은 도대체 어느 위치에서 자신의 약탈을 꿈꾸시나요?
저 도륙의 처참한 광경이 정녕 당신의 눈빛에는 비치지 않습니까 그대여...
당신은 진정 미친작자입니다! 생명이 죽어가던 위치에서 홀로 미소짖는 당신은
참으로 위대한 가면을 덮어쓴 어느 선구자의 이름을 빌려쓴 가면입니다
오오- 그토록 참담한 눈빛을 갖추고 과연 당신은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나이까?
그것은 자신을 스스로 죽음으로 몰고가는 쌍마차에 태워 매우 위태로운 경지에서
마지막 그 말꼬삐를 놓치는 광경과도 너무 흡사합니다
배고픈 자들은 사방에서 저희끼리 손을 흔들며 한없이 아우성쳐대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과연 어느 위치에 현재 군림하고 계신가요? 작은 다락에 누워 홀로
고요한 거문고를 튕기고 계신가요? 아님 그들이 아우성쳐댄 저 분주한 거리에서
오직 자신의 말쑥한 양복을 빼입고 차안에서 그저 손을 흔들고 계신 위치인가요?
타락의 천사들은 제각기 자신들의 위치에서 이제 당신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보다 큰 미래적 위협을 마치 예고하듯이 저 하늘의 태양은 이미
사라지고 보다 암담한 암흑의 골짜기가 연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아직 장님인가요? 그럼 새롭게 두 눈을 치켜 뜨십시요! 그것이 곧
새로운 미래를 여는 지평이요,동시에 꿈의 동산을 이루는 최후의 노력이요,또한
그 알맹체에 해당합니다.오 그대여,제발...!
39
나는 거친 산맥을 굽이치고 보다 거대한 평야지대를 걷는 나그네입니다
하루 해가 떠오르면 출발하고 다시 석양이 지면 잠자리에 들지만
가끔 밤 낮을 가리지 않고 한없이 나의 그 길을 서두르는 때도 있습니다
그것은 오늘이란 극히 한정된 시간속에 갖혀 보다 먼 미래의 여행을 그릇쳐
마침내 그 목적지에 닿지못할까 심히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내가 가장 마음이 평화로운 까닭은 바로 당신이 항상 저와 함께
호흡하고 같은 고통을 나누며 더우기 그 힘든 길의 동행자로 나섰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어둠에 묻힌 공간에 갑자기 빛이 스며든 위치이며,동시에 타오르던 불꽃에
다시 새롭게 기름을 부은 형상입니다.헌데 이제 과연 무엇이 더 두렵겠나이까?
검은 사선 끝에 그 차가운 죽음의 흔적들이 숱하게 매달린 형체라해도 나는 결코
이젠 어떤 두려움도 더 이상 갖추지 않습니다.
40
당신이 고요한 곡조로 음악을 연주하시면
나는 그 꿈결의 미소속에 갖힌 새처럼 한없이
내면에서 분출하는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그것은 내 운명의 거센 소용돌이속에서
그 세찬 폭우를 뚫고나온 기상이며,
거친 세상을 향한
새로운 발판을 마련한 첫 걸음입니다
41
나는 당신의 왕관을 탐내는 무척 탐욕스런 눈초리를 빛내고 있습니다
나의 자아는 이미 잠들고 그토록 눈부신 정신은 녹이슬어 점차 쓸모없는
공간에 갖혀 더 이상 나아갈 방향을 찾지못하고 있습니다.
모든 욕망은 꿈틀거리고 거리의 낮선 여자의 치맛폭에 감춘 지갑마저
빼앗으려 듭니다.
더욱 무서운 것은 내가 아직 그것을 의식하지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악한 무리가 이미 내 마음을 점령한 까닭이겠지요,두 눈을 부라리며...!
난 더 이상 그 공간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상태에 갖혀 홀로 가느다란
신음소리만 외부로 조용히 흘러보낼 뿐입니다.그러나 누가 곁에서 듣는
것조차 몹시 두렵습니다.자멸을 초래함은 곧 나 자신이지만 그래도 어느
한부분엔 당신을 탓하려한 나 자신을 깨닫고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눈빛을
치켜뜹니다.그것은 빛이 뇌리를 스치는 광경입니다.
나침판을 잃고 홀로 깊은 산숲을 헤매이는 나그네를 한번 떠올려 보십시요!
그것은 마치 거대한 바다에서 마지막 침몰되는 배 위에 앉은 사공의 모습과
흡사합니다. 이제무슨 낮으로 제가 다시 당신의 그 얼굴을 볼 수 있을까요?
정녕 저 태양이 두렵습니다.차라리 어두운 밤이라면 나의 그 비밀스런 정원을
감춰둘 수 있어 다소 한숨을 털어놓겠지만 지금은 시각이 아직 그 때를 알리지
않습니다.내 공간엔 무섭게 침체된 그림자만 가득합니다.
과연 어디다 나의 몸체를 숨길까요? 어디에도 나를 감출 곳은 없습니다.
깊은 숲속에 홀로 쪼그려 앉아 빨리 달이 떠오르기만을 애타기 기다리는
나그네의 심사입니다.그러나 막상 그 달이 차오르면 또한 어디로 그 발걸음을
옳길지도 더욱 아득합니다.
그것은 나의 마지막 지주이신 당신을 이미 져버린 까닭입니다
무서움이 사방에 깔려옵니다
시각이 멈춥니다.
42
시각의 종을 울려주십시요,님이여!
거대한 축복의 송가(頌歌)가 울려퍼지도록 그리고 온 대지에 뻗치도록
당신이 지닌 그 고요한 양식을 이제 제게 나눠주십시요
눈부신 태양이 스스로 그 노랫소리에 빠져 빛을 잃고 자멸 할 수 있는
그토록 신비로운 노랫소리를 당신은 지니고 있습니다
저는 온통 그 신비함에 갖혀 퍼덕이는 물속의 작은 물고기와 같습니다
그러나 제 몸은 이미 마비되어 더 이상 작은 지느러미 조차 움직일 수 없는
마지막 최후의 절명이 눈앞에 닦친 순간입니다
제게 물을 주십시요! 곡식을 주십시요! 생명에 필요한 산소를 주십시요!
그 모든 것은 제가 꼭 살아갈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양식에 해당됩니다
그러나 보다 많은 량을 주시어 제 그릇이 넘치지 않게 돌봐주시고
더우기 그 남은 량은 제각기 타인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십시요
나는 가난함 속에 행복을 누리고, 정직함 속에 새로운 신뢰를 쌓으며
검소함 속에 꽃핀 진리를 발견하고,무의식 속에 생(生)이 파노라마치는
그토록 눈부신 광경을 직접 목격하고 싶습니다
오- 신이여....!
43
그대여,순간의 그 발자욱에 제가 잠에서 깰 수 있도록 조용히 오십시요
만약 다른 생명들이 잠든 그 위치에서 당신이 절 찾아오신다면
그 많은 생명들은 일순 모조리 자신들의 잠에서 깨어나게 될것입니다
그것은 오직 나를 위한 배타적인 속셈으로 결코 용납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전 모든 생명의 숭고한 그 의식체를 가장 소중히 여깁니다
헌데 어찌 감히 제가 그토록 다른 생명들의 자유를 빼앗겠습니까?
그것은 무모함에 사로잡힌 한 개인주의지가 오직 자신의 이득을 위해
혁명을 일으켜 숱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고가는 과정과도 같습니다
아아- 전 그것만 떠올려도 온몸이 진저리가쳐집니다,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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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랑이는 미풍에 한없이 춤추는 저 나뭇잎들을 보십시요!
대지가 꿈이 무르익어 온갖 신비한 생명체들을 안고 비를 기다리며
보다 너그러운 미소를 짖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것은 곧 당신입니다
나는 그런 당신을 쳐다보며 한없는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
기쁨과 슬픔이 한데 엉켜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에 곡조를 이루며
새롭고 위대한 어떤 영감에 사로잡힙니다
저는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 깨닫지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색체에 현혹되어 온통 산과 들이 그리고 출렁이는 강물마저
모조리 뜨거움에 불타는 활화산처럼 치솟는 광경입니다-
오오- 저 거대한 산맥이 솟구치는 광경을 한번 바라보십시요!
숱한 사슴 무리와 토끼,꿩,고라니,멧돼지,그리고 또 두 날개가 꺾여
날지 못하는 새도 있습니다.그 곁에는 어린 새도 두려움에 갖혀 있군요
그 밖의 다른 동물들이 온통 숲속을 뛰어다니며 자신들의 탈출구를 찾기위해
이리저리 갈팡대는 모습입니다- 아아,저 두려운 참상...그 참상들...
다시 제가 새벽으로 가는 길을 비쳐주십시요.오,그대여-
그곳은 아직 인간의 발자욱이 닿지 않은 그토록 신비로운 골짜기거나
아님 보다 깨끗한 낙원으로 비쳐주십시요
만약 그것이 아니라면
전 당신의 그 다리를 붙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떨굴 것입니다
45
참으로 고요한 바닷가에 닿았습니다
근처에는 숲이 우거졌고 정겨운 새소리도 가끔 들려오며
더우기 벌써부터 당신의 그 체온이 느껴진 탓입니다
전 당신과 오랫토록 살아온 탓에 멀리서 들려온 당신의 발자욱소리나
가느다란 신음소리마저 모두 귀에 들려오는 형상입니다
그것은 항상 당신이 제 곁을 지켜주신 원인이며 마치 내 마음의 거울처럼
소중한 위치에서 제 마음을 보석처럼 다듬어주신 은혜입니다
종교인은 자신의 회당(會堂)에서 기도를 드리지만 전 오직 제 마음속에서
당신을 향한 그토록 간절한 구원을 요청합니다
그것은 제 마음에 병든 원인을 누구보다 당신이 먼저 알고 진맥하며
그로 인해 새로운 처방전을 마련해준 덕택입니다
고로 나의 자아는 나의 의사요,동시에 당신이란 종교입니다.
46
당신은 항상 제게 우주에 큰 빛과 그 영광입니다-
당신은 곧 소멸되어가는 모든 형상들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
그곳에 새로운 생명과 더불어 영원의 성체(聖體)를 안겨주십니다
그래서 곧장 쓰러져가던 풀뿌리와 나무들이 당신의 손길이 닿으면
그 순간 눈을 뜨고 그 침잠속에서 깨어 두 눈빛을 빛냅니다
나는 그때마다 작은 언덕에 누워 고요히 그 형상을 지켜봅니다
당신의 그 손길이 닿은 그 마디마다 새로운 꽃이피고 새가 우는
그토록 신비로운 계곡의 숲에 홀로 누운 자태입니다
더우기 차디찬 강물이 얼어붙은 추운 겨울에도 당신의 눈빛은
마치 태양처럼 뜨겁게 그 강물을 녹이는 형체입니다
무쇠의 용광로속에 펄펄 들끓는 그 쇳물은 이미 당신의 손길을 기다리며
새로운 주물의 형틀을 거쳐 하나의 거룩한 조각상으로 탄생하길 기원하며
애타는 눈빛으로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이제 곧 하나의 신상(神像)이 탄생하겠지요- 당신의 모습입니다
나는 그 영광된 세계의 꿈에 갖혀 조용히 침대에서 몸을 움츠립니다
그것은 당신의 세심한 눈빛이 내 지각에 닿고 다시 그 영감이 출렁이며
내 어두운 살갖을 파고들길 매우 조심스런 표정으로 기다리는 위치입니다
당신의 그 영감이 나의 예리한 감촉을 파고들면 나는 때때로
무척 놀란 기색을 비치지만 당신은 곧 나를 안온한 침대로 인도합니다
새벽은 항상 그곳에서 먼저 열리고 무수한 잠든 생명들은 그때 깨어나 눈을 비비며
무섭게 아우성치던 밤의 대지도 오직 그 순간부터 깊은 침묵속에 빠집니다
신이여,이제 온누리에 걸쳐 당신의 그 거룩한 빛과 광명을 내려주십시요!
47
당신이 내 발에 사슬을 채우고 노예처럼 부리면
나는 기꺼이 그 노예로 살겠습니다.
험난한 바위 틈에 부딧쳐 다리가 절룩거려도
결코 꽤를 부리거나 당신을 속이는 일이 아닌
오직 당신의 충실한 종으로 살겠나이다.
그때 당신은 절 용서치 마십시요!
만약 당신이 절 쉽게 용서하는 버릇이 싹튼다면
나는 작은 게으름에 빠지고 당신을 결국 속일것이며
그로 인해 충실한 내 위치는 어느새 사라져버리고
그곳에는 나의 연약한 믿음만이 숨쉬고 있을 것입니다.
48
나의 숨자락이 멎어버린 꼭대기에 당신이 앉아 있습니다-
나는 전혀 아무런 의식도 갖추지못하고 마치 식물인간처럼 누워 있습니다-
그러나 전혀 몸을 꿈틀거리지도 않고 당신에게 말을 붙이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아니 말을 걸고 싶어도 작은 입술 조차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상태입니다-
죽음이 천천히 몰려옵니다...삶이 건너편에서 손짓합니다-
둘은 하나의 쌍곡선에서 나란히 어울려 춤추며 나를 쳐다봅니다-
그때 문득 당신의 손길이 내 가슴팍의 심장을 열고 호흡을 불어넣습니다-
그리고 당신의 냉철한 지혜가 마침내 내 지각의 문을 열고 빛처럼 쏟아져 들어옵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이제껏 멈춘 내 심장은 뛰고 몸체는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지각은 거대한 우주를 자유롭게 비행하는 한마리의 날카로운 독수리와 같습니다-
거친 산아래의 작은 생명체마저 제 시각에 또렷히 비친 형상입니다-
49
모든 이의 존경과 칭송으로부터 나를 더욱 멀리 있게 하십시요
그것은 작은 명예에 현혹되어 보다 큰 당신을 잃을까 두렵습니다
나의 욕망은 끊임없이 솟아오른 깊은 지하수처럼
한없이 타인들의 부러움의 시선과 박수갈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오직 당신의 선택받은 자의 자리에 고요히 앉혀 두십시요!
그리고 타인의 경멸이나 모멸감에도 결코 쉽게 동요되지 않고
어떤 비난이나 질책에도 보다 수그러듬이 없이 꼿꼿히 솟구치는
바로 그런 영생(永生)의 줄기처럼 저를 인도하여주십시요
또한 작은 오류를 범하면 그 순간 곧장 깨닫아 새롭게하시고
보다 우스꽝스런 기지개를 켜면 그때는 조용히 절 불러 탓하십시요
누군가의 눈초리가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직 나 자신의 자아(自我)가 놀라
저 밖으로 멀리 도망칠까 심히 두렵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당신과 나의 사이에 놓인 교량이 끊긴 이치이며
더우기 이제껏의 노력이 곧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50
전 이제서야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당신은 존재의 근원이되 그 근원이 아니며
형상은 있되 역시 그 형상이 아닙니다
그럼 당신은 무엇입니까?
깊은 침실안에 갖힌 존재입니까?
아님 보다 아늑한 성당에 갖힌 존재입니까?
우리는 모두 당신의 그 은밀한 손짓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치 저 하늘에서 용이 구름을 타고 내려오듯이-
그리고 사람들은 모두 그 형체를 보고 기쁨에 들떠 환호를 내지릅니다
전혀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스스로 어떤 그림자나 사진을 앉혀놓고
그것을 곧 신의 존재라고 믿고 아주 성스럽게 대하며 어느 때는
들뜬 표정으로 온통 교회나 사원안을 휩쓸고 다니며 아우성을쳐댑니다
과연 그 안에서 당신은 진정한 신의 모습을 보셨습니까?
아님 자신의 영혼에 와 닿는 그 위대한 빛살을 감각으로 일깨우셨습니까?
만약 당신이 어느 하나라도 그런 체험을하셨다면 당신은 이미
그 신(神) 안에 자신이 갖혀 있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전혀 아무런 형체나 의식도 갖추지못했다면
차라리 이제부터 자신의 내면의 밭에 소중한 신의 씨앗을 뿌리십시요!
그것은 차츰 뿌리를 뻗고 새싹을 드러내며 점차 성숙한 모습으로
마침내 그대를 기쁨으로 온통 유도하게 될것입니다
마치 빛의 발광체가 온 우주를 통해 퍼져나아가듯이....
51
나는 고립의 틀 속에 갖혀 있습니다
작은 싹이 땅속을 뚫고 몸을 일으키듯이
나는 그런 기지개를 켜기위해 밤 낮으로 노력하고
또한 나의 모든 것을 바쳤습니다
농부는 아직 나를 일으켜 세우지 못합니다
그것은 내가 땅속에서 밖으로 내 형체를
드러내지 않은 탓입니다
그러나 그 농부는 매일밤 자신의 잠자리에서
마침내 내가 움터온 신비한 생명의 소리를 듣겠지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농부의 가느다란 숨소리와 거친 기침소리
그리고 상냥한 아내와 함께 다정히 대화하는 장면까지
모조리 제 시각에 내비칩니다
전 이미 신의 눈동자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오직 고귀한 그 생명체의 양식을 얻고
그것이 마침내 더욱 뻗어나아가
보다 밝은 생활속에 모두 갖히길 기원하는 처지입니다
농부여,씨를 뿌리십시요!
대지여,이제 봄노래를 부르십시요!
모든 생명이 춤추고 노래하는 들녁엔
결코 시간은 헛되지 않고 마침내 가을엔
축복의 서곡(瑞曲)이 장중히 울려퍼질것입니다.
52
오,차갑게 굳은 대지여 이제 눈을 떠라!
광활한 저 지평선에 찬란한 태양이 솟구치듯
어둠에 묻힌 땅에 빛과 광명을 선사하고
암흑의 깊은 골짜기에도 신비로운 꽃이피어
곳곳마다 생명이 물결치는 숲을 이루게하고
메마른 대지 위엔 생명수 같은 비를 뿌려서
마침내 거친 사막에도 푸른초원이 일렁이게하고
드넓은 초원에 온갖 동물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온 우주가 신비롭게 춤추는 광경을 비추어라.
그리고 무엇보다 참혹한 전쟁이 이 땅에서 사라지고
고요와 평화가 작은 언덕을 굽이치던 석양 노을처럼
잠잠한 연못위에 핀 한송이 연꽃을 연상케하고
약동하던 기상과 힘찬 의지의 뱃사공처럼
그대 키를 붙잡고 검푸른 파도를 굽이쳐라!
언제나 생명이 춤추는 언덕에는 소멸이 있고
더불어 새로운 꿈과 희망도 빛처럼 쏟아져내리나니...
53
하프가 울릴 때
나는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겠습니다
그것은 이 지상에서 가장 안온한 양식이
제 곁을 찾아온 까닭입니다
무슨 또 다른 근심이 제 곁을 찾아올까요
이미 당신이 절 지켜주신 위치에
이젠 꿈의 마차가 그 황금빛 바퀴를 굴리며
저 드넓은 평원을 내달릴 때입니다-
모든 소음을 닫아주십시요
제 귀에는 오직 당신의 신비한 음률로
가득 채우고 싶습니다
잠잠한 연꽃의 눈빛을 갖추게 하십시요!
소멸의 그림자마저 생생하게 비친
꽃들의 눈빛으로 치장하게 하십시요
나는 그 작은 권자에 앉은 왕자처럼
보다 높은 당신을 영원히 지켜 보겠습니다.
54
고요한 언덕에 미풍이 살랑이듯
당신은 그 꿈의 언덕을 타고 내려오십시요
먼 산에 일곱빛 무지개가 춤을추듯
그토록 아름다운 선율로 찾아오십시요
대지가 메말라서 비를 갈망하면
당신은 그 촉촉한 빗줄기로 내려오십시요
모든 생명은 그 빗줄기속에 싹을 틔우며
거칠고 힘찬 함성을 내지를 것입니다.
55
오,이토록 신비로운 색체는 과연 무엇인가요?
세상의 온갖 생명들이 자유롭게 춤을추고
대지는 부유한 상태에서 마치 공중에 떠 있는
어떤 신비스런 마술의 형체입니다
누가 과연 이토록 드높은 나뭇가지에 앉아 우는
새처럼 절 꾸며놓았을까요?
온통 그 눈부심에 두 눈 조차 뜰 수 없는 광경입니다
태양이 그 색체에 스스로 녹아들어 빛을 잃습니다.
56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 위에서
나는 당신을 만났습니다
아무도 그 길에 자신의 형체를 드러내지 못한
그토록 신비스런 동굴에서 당신을 만났습니다
온 우주의 축복이
고요한 침묵속에 꽃들의 환한 미소되고
어디선가 신비스런 음악이 들려오던
그토록 황홀함의 광장에 나는 갖혀 있습니다
가만히 눈을 감으면 나는 당신을 볼 수 있고
눈을 뜨면 당신은 어느덧 사라져버립니다
희미한 강자락에 당신은 낮선 도포를 휘날리며
성급히 어디론지 사라져가는 모습입니다
나는 황급히 당신의 뒤를 따라갑니다
그러자 당신의 그 모습은 곧 자취를 감춰버립니다
무심코 바라보는 먼 산자락에 마치 안개처럼
다시 당신의 모습이 고요히 스쳐옵니다
그리고 곧 구름을 타고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날 손짓해 부르옵니다.
57
천지를 일깨우는 빛은 언제나 온유하고 고요하게 비친다-
햇살이 눈부셔도 그 빛의 끝자락엔 온통 찬란함과 더불어
더 너그러운 미소를 품는 자태이고
달빛이 아무리 휘황차도 그 빛이 머문 공간은 언제나
보다 너그러운 미소의 발자취가 머물러 있다
또한 별빛이 마치 다이아몬드의 날카로운 빛살처럼 쪼개져도
그 형상의 언저리에는 항상 포근한 깃털이 감돌고 있습니다
삶은 비록 지친 나그네의 형상과도 같을지라도 그 뒤 언저리에는
언제나 황금빛 벌판이 펼쳐져 있고,또한 값진 무게가 실려 있습니다
그로므로 비록 오늘의 현실이 고달프고 나의 두 무릎을 꿇게 할지라도
절대 그 현실에 굴복하지 마십시요!
만약 굴복하면 복종의 그물이니,영영 그 노예의 틀에서 해방될 수 없고
더우기 보다 높고 큰 웅지를 펼 수 없는 자취입니다.
58
굽이친 저 시냇물이
서로 화음을 이루며 강을 향해 내달리듯이
그대와 나의 찬미의 황홀한 노래소리는
질곡의 성을 빠져나와 대자연에 메아리친다.
비좁은 협곡을 빠져나와 홀로 메아리친
저 거친 음성속에 세상의 화음이 조율을 이룬다.
그대여,저 시퍼런 강물이 유유히 굽이쳐서 마침내
악마처럼 커다란 대해(大海)에 굳게 맹세하는 언약을 보라!
눈부신 햇살은 항상 그대 두 눈빛에 뜨겁게 빛나고
게으른 놈팽이는 아직 잠자리에서 몸을 뒤척이며 꿈틀댄다.
그리고 바쁜 농부는 이른 아침부터 작은 식물들을 어루만지며
그 하루를 온통 기쁨의 열매로 가득 채우려고 자신을 희생한다.
새벽의 별빛이 온 우주를 빛내며 고요히 그 숨결을 토해
열망의 뿌리에 마침내 그 눈부신 결실이 차곡차곡 맺히듯이
오늘 흘린 땀방울의 그 소중한 열매들은 언제나 그대 곁의 보석
결코 아무도 탐낼 수 없는 이 우주를 빛낼 내일의 소중한 양식이려니.
59
이제는 잠을 청할 때
세상은 평화롭고 새들은 노래하니
지붕위의 바이얼린은 그 현을 켜고
눈부신 광체로 석양을 향해 달린다-
60
나는 낮은 가지에 앉아 굽어보는 은달의 처연한 눈빛-
지친 나그네의 밤길을 비쳐주고도 새로운 희망이 남아있네.
나는 깊은 숲속에 둥지를 튼 외로운 산새의 무리-
다른 동지들이 서로 어울려 노래해도 난 홀로 큰 둥지를 지킨다오.
나는 굽이쳐 흐르는 시냇물의 그 여유로운 미소-
세상의 모든 생명이 갈증에 시달릴 때 곧 달려가 그 갈증을 풀어주지요.
나는 무한히 펼쳐진 저 우주의 신비한 쌍곡선-
한낮의 태양이 대지를 가르고 내달릴 때 난 화살처럼 무지개를 그린다오.
61
-깨어 있으라,그대는 항상 두 눈빛이 빛난 광선처럼 비쳐야 한다.
어둠속에서 당신이 갑자기 말했습니다.
-당신은 누구이며 어디서 온 인물입니까?
제가 물었습니다.
- 나는 그대의 먼 조상이요,우주에서 온 인물이니라.
- 그럼 무엇을 사랑하는 사람인가요?
- 흐르는 구름과 바람,그리고 쉼없이 거친 늪지대를 향해
흘러가는 물을 한없이 사랑한다.오,그리고...차갑게 몰아친 저 바람과
대지의 온갖 새싹들을 더욱 사랑한다.
-이제 네가 물었으니 다시 내가 거침없이 묻겠다.
신이 말했습니다.
- 무엇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이라 생각하는가?
- 만족이오.작은 일에 대한 보람과 감사,그에 대한 깊은 찬사,
그리고 스스로 자각하는 마음의 지류일테지요.
- 꼭 즐기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엇?
- 고독을 즐기고,여행,꿈꾸는 것...마치 몽상가처럼..그리고 또
아무도 없는 빈 바닷가를 홀로 상상속에 산책하는 것입니다.
- 생명이 없는 나무에 새로운 생명을 부여 할 수 있다면?
- 그것은 오직 내 영감에 의한 한편의 시를 쓰는 작업이오.
- 미래에 지구가 멸망한다면 자신을 어디로 감출 생각인가?
- 오직 내 자신의 내부요.그곳에 보다 커다란 동굴이 숨어있오.
- 훌륭하다.이제 그대가 다시 물어보라.
신이 보다 너그러운 음성으로 그렇게 말했다.
- 당신은 항상 어디에 갖혀 지내나요? 그리고 그 형상은...
- 난 항상 나를 찾는 자의 내부에 갖혀 있다! 그리고 그가 때때로
나를 찾으면 곧장 그 앞에 나타나지.지각이나,어떤 느낌속에...
그것을 느끼고 정작 나의 존재를 알아채는 작자는 극히 드물지만
고도의 정신과 영혼을 갖춘 자는 아주 미세한 털끝의 감촉으로도
먼저 나의 형체와 숨결을 알아채고 숭고한 뜻으로 나를 안으려 한다.
그대도 그 중 한사람이기에 난 그대를 찾아온 것이다,잘있거라...
62
왜 이리 눈물이 솟구칠까요?
내 마음은 지극히 평화로운데 갑자기 눈물이 흐르는 까닭은
제게 이미 당신의 성스러운 축복이 내리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나는 고요함속에 연꽃을 피우고 다시 그 꽃술위에 나비들이 날아들어
저희끼리 놀며 한없이 춤추게 하고 싶습니다
하오니 그것을 당신이 꼭 도와주십시요-
당신은 무궁한 샘의 원천이요,미래의 빛입니다
그래서 그 영원의 샘터는 메마른 사막에도 항상 촉촉하게 대지를 적시우고
끝없는 미지의 땅으로 흘러들어 다시 지하수로 만들어주십시요
또한 어둠에 묻힌 골짜기는 당신의 환한 빛으로 비춰주시어
길잃은 나그네의 나침판이되도록 하여주십시요
그리고 이밤 아직 잠못이룬 자에겐 포근한 수면의 약을 주시어
그의 피곤한 근육을 풀고 내일을 약속할 수 있도록 하십시요
그것은 나와 당신의 약속이며 동시에 침묵의 답입니다.
63
나는 여행의 길에서 갑자기 길을 잃었습니다
하늘에는 숱한 별들이 떠 있고 그것들은 밤의 강물에 춤을추며
한없이 아름답게 반짝이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거친 벌판에는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사막과 함께
발가벗은 나무들이 숨을 할딱이며 온통 비를 기다리는 모습입니다
나는 매우 지친 걸음으로 한걸음 한걸음씩 어둠속을 걷습니다
그것은 그 길의 어느 정점에서 당신을 만나리란 생각이 문득
제 뇌리에 스쳐온 까닭입니다.
64
나는 어둠이 사방에 드리운 거리를 걷습니다
며칠 굶주린 탓에 두 눈은 쾡한 그림자로 비치고
몸체엔 전혀 아무런 힘도 의식도 명멸된 채
그저 비틀거린 육신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내가 이 길을 걷는 것은 어느 한사람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입니다
그는 아직도 검은 어둠속에 갖혀 신음하며
내게 구원의 약재를 전해받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난 가끔 꿈속에서도 종종 그 얼굴을 떠올리고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납니다
그리고 곧장 주섬주섬 옷을 챙겨입고
그를 향해 바쁜 걸음을 옮기곤 합니다
내가 나타나면 그의 까져가던 눈빛은
다시 온전한 생기를 되찾습니다
나는 그 인물을 위해 시간의 항해사가 되어
위험한 급류를 헤쳐나아가는 과정입니다.
65
오,꿈처럼 달콤한 유혹이여 휴식이여-
찬란한 대지 위에 쏟아진 투명한 햇살이여-
그 위에 온갖 색체로 피어난 꽃들이여-
가장 정열적인 목소리로 노래하는 소프라노 가수여-
교태로운 눈빛으로 사내들을 끓어들인 창부(娼婦)들이여-
거친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씻는 농부여-
노젖는 사공이여-
숲속의 노래하는 새여-
거친 산맥에서 양치는 목동이여-
통곡하는 여인의 목소리여-
꺼져가는 노인의 마지막 슬픈 눈빛이여-
나는 무한한 휴식을 즐긴다-
그대는 고통의 나락으로 점차 추락한다.
66
그대여 저 죽음을 보라!
도태된 신음속에 짧게 통곡하는 그 간절한 소망...
아침 이슬에 맺힌 이슬의 찬란한 형체처럼
그리고 순간의 가시를 몸속에 감춘 장미처럼
그 찬란한 빛줄기 속에서 생명이 꺼져가며
고독한 가시에 찔려 최후로 신음을 토한다.
67
당신은 고요한 날개짓으로 날아오셨습니다
산이 무너지고 세찬 태풍이 불던 어느날 밤
문득 제 창문을 열고 산뜻한 그림자를 앞세우고
아주 천천히 내 곁으로 찾아오셨습니다
무섭게 짓눌린 제 삭신은 그 눈부심에 놀라
한걸음 뒤로 주춤하며 물러섰지만
다시 되돌아본 내 눈빛엔
당신은 환한 꽃처럼 변한 모습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고히 접은 그 날개짓을 펼치고
홀로 쪼그려 앉아 부들부들 떨고 있던 제 마음을
포근히 감싸안고 머릿결을 쓰다듬으시며
조용히 절 타이르셨습니다
꽃이 갖 눈뜬 위치에서 나비가 날아와
그 꽃술에 자신의 혀끝을 대고 꿀을 핥듯이
그토록 부드럽고 안온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며
마침내 자신의 심장에 담은 생명수를 주셨습니다
어느 별에서 당신은 제게 내려오셨는지요?
생명이 파멸된 골짜기에 신비한 빛처럼 솟은
당신의 그 거룩한 모습에 절로 눈이 감깁니다
사르르 제 육신은 당신의 품안에 안겨 잠이듭니다.
68
내 안의 빛으로 오신 그대
당신이 계시기에 아침의 태양을 볼 수 있고
연못에 연꽃이 피어 하루가 반짝이는
이슬초롱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작게 귓볼에 살랑이던 미풍의 속삭임도
거칠게 대지를 굽이치던 바람의 거친 숨결도
오직 당신이 계신 그 품안에서만 생성되고
그 빛을 발할 뿐입니다
당신은 차마 작은 그릇에는 담을 수 없는
그 무엇입니다
당신이 계신 그 안은 온통 빛의 소용돌이속에 휘말려
두 눈조차 차마 뜰 수 없는 광경입니다
온우주가 갑자기 빛을 잃고 허우적대도
사막의 물줄기가 다 말라도
당신의 손짖 하나에 태양이 춤추고
비와 대지가
무한한 날개짓을 펼칩니다
당신은 언제나 제 안에 갖혀 계십니다
고로 전 영원한 그 행복의 주인입니다.
69
조용하라,그대여
하나의 진리가 하늘에서 내려와서
사쁜히 내 이마 위에 앉는다...
어느 숲에서부터 난 그것을 찾았는지 모른다
아니 내 어머님 자궁속이나 시커먼 궁창에서
이미 그와 만나서 서로 싸우고 투쟁했으리라
검은 숲에서 하얀 말갈기가 휘날리던 때
나는 조용히 그 숲속 언저리에 앉아 노래를 부른다
그때 목동은 매우 한가로운 자세로 쪼그려 앉아
살찐 암소에게서 투박하고 기름기 넘치는 우유를 짜낸다
거기 진리가 숨어 있다,아직 아무도 보지 못한 그늘속에
마치 살얼음처럼,아니 괭이의 눈빛처럼 몸을 움츠리고 있다
나는 다가간다,그리고 갈증난 목줄기를 뻗뻗히 추세우며
오,조금...아주 조그만 잔에 그 진리의 우유빛을 따뤄다오!...
하고 크게 고함친다.그러자 그 목동은 이제껏 자신이 짠
그 독특함을 조금 따뤄 내 입안에 넣어준다
순간 기쁨이 목줄기를 타고 흐르며 동시에 열광이 넘친다-
나는 그것이 진리임을 이제서야 비로소 느끼고 깨닫는다
그 누구도 맛보지 못한 그 소중함의 실체를 비로소 알았기에
이젠 그 가치와 깊은 척도에 한없는 자신의 부끄럼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고함친다!- 너희에게 다시 도전하리라
무수한 빛과 생명이 쪼개진 어느 산맥에서 눈부신 빛과 광명이
한없이 춤추는 그곳에서 최후의 안락을 꿈꾸리라고...!
70
신이여,지난 가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고루 활용케하시고
굽이굽이 거칠고 어려운 늪지대를 형성하시어
제게 참담한 고난의 역경을 헤쳐나가게 하셨습니다
또한 오직 저를 위해 저 남극의 따뜻한 햇살을 내려주시고
그로 인해 보다 편안한 안식을 취할 수 있는 이 겨울을 주셨나이다
이제 어떤 눈보라가쳐도 저는 오직 당신의 그 지혜로운 발판을 토대로
이 무한한 우주를 향해 제 두 날개를 힘껏 펼치겠나이다
그것은 오직 당신이 제 곁을 지켜주신 위태로운 힘이며
마침내 곧은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도약입니다
신이여,그러나 이제
하루를 살면 보다 겸손해지는 지혜를 제게 주십시요
가을날 벼들이 누렇게 익어 스스로 고개를 숙이듯이....
71
눈부신 달이떴다-
자,친구야 이제 손잡고 먼 여행을 시작하자꾸나
내 생이 가장 어두운 동굴속에 갖혔을 때
그대는 항상 그림자처럼 내 곁을 지켜주었다.
그리고 내 삶이 번거로운 숲속에 휩쌓였을 때
그대는 마치 친형처럼 너그러운 미소로 날 위로했고,
내 삶이 거친 늪속에 빠져 허우적일 때
힘찬 목소리와 곧은 팔뚝으로 날 건져주었다.
이 세상에 그대 보다 더 헌신적인 친구는 절대 없으리라.
내 어머니도,또한 나와 피를 나눈 형재들도
모두 그대의 깊은 애정속에 묻혀버린다.
그대는 순결의 피를 받아 태어난 창시자요,
그 모두를 구원하는 피의 전달자이다.
그리고 이 세상의 어떤 보석의 언어를 끌어맞춰도
결코 그대의 빛을 비추지못하리라.
그만큼 그대는 위대함의 빛을 지닌 밤의 사자요
낮을 밝히는 찬란한 불꽃같은 존재이다.
나는 무수한 세월동안 그대 곁에 다가가길 소원했고
마침내 그대와 한 방향의 배를 탔노니,
검은 태풍이 몰아쳐도 이젠 조금도 두려움이 없다!
사방은 고요하고 어둠은 밤물결에 한없이 춤을추니
창공에 매인 달빛도 꿈의 벌판을 가로질러 사라지고,
오직 그대와 나의 힘찬 발걸음 소리만이 검은 대지를 짖밟는다.
오오- 저 찬란한 햇살을 보라!....
72
아무도 그곳을 찾아든 자는 없었다
죽음의 바다에 싸늘한 시체들이 둥둥 떠흐르면
그 비릿한 내음을 찾아 허연 이빨을 드러낸 상어 떼들이
마구 두 눈빛에 핏빛 형상을 갖추고 내달려 숨가쁜 흔적이었다
조급한 선장은 뱃머리에 앉아 좌 우 키를 조정하며
선원들을 향해 마구 왜쳐댔다
죽음은 오직 그대들의 몫이려니 눈빛에 키를 조정하고
그 형상의 나열에 따라 움직이라!
죽음은 인간의 감정의식이 잠깐 조는 형상, 깊은 내면적 숙성의 과정이다
포도주가 익은 계절을 상상하라,오 그대여...!
그때 한 선원이 되물었다-
그럼 당신은 선장의 키와 인간들의 염원을 과연 어찌 평가하나요?
그러자 그 선장은 다시 조용한 음성으로 거침없이 대답했다
네가 그 방향 타를 놓치면 암흑이요,또한 내가 그 방향 타를 놓쳐도
결코 그 암흑이니라
인생은 제각기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한 최선의 목표와 그 지향의 발판이다
고로 아무리 뛰어난 선장도 그 바다의 나침판을 멀리두면 실패요
설령 초보자 위치라도 항상 그 자신이 먼 미래를 사고하는 차원이라면
그 가치는 빛난다!
또한 깊은 심연에서 노를 스스로 저어보지 않은 자는 결코
큰 발판을 마련할 수 없고
우수에 짙은 그 사상성을 개체적 노력으로 융합하여
보다 큰 차원의 세계를 점진적으로 이끈 그 장본인이
이 우주를 빛낼 최후의 음성이다
작고 갸날픈 음성으로 결코 노래부르질 말라!
인생은 끊임없는 순환의 연속이요,거침없이 구르고 흐르는
구름의 형상이다
네가 오늘 조급해 보다 급박한 음성으로 소리지를 필요도 없고
내가 너무 평이로워 먼 미래를 보다 느긋함에 갖힘도 금물이다
삶은 죽음이요,그것은 단 한순간 빛이 반짝이는 형상에 불과할지니
내 삶이 오늘 번창해도 내일은 썰물이요
오늘 물밀듯이 밀려든 그 파도도 마침내 시간이 지나면
다시 쓸쓸한 갯벌만 드러낸다.
나는 내가 아니요,만인의 한 형상이요,꽃의 의미이니 더 내 비치려 말라
형상은 그 가치나 의미가 없다!
차라리 차디찬 죽음의 면목이 고요함을 비쳐주는 최후의 안식이요
영원한 교향곡의 풍경이려니...!
73
바다는 잠잠하다-
지난 새벽까지 새찬 포효속에 춤을추던
그 바다는 아침의 찬란한 태양에 녹아들고
무섭게 질주하던 밤의 사자들의 그림자도 이젠 없도다!
무슨 상념의 그윽한 말로 널 위로하랴
고난의 그 험난한 난파선에 함께 부르르 몸을떨고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 갖힌 그 처절함의 극치를!...
그것은 생이 마지막 몸부림치는 고통의 신음소리였다
보라! 검은 바다에 춤추는 저 나룻배의 처연한 눈빛을
그리고 그 속에서 탄생하는 하나의 아름다운 진주빛을
영원으로 향한 그 마지막 찬란한 빛과 그림자들을....
모두 고귀한 생명이 숨쉬는 언덕의 작은 모서리에서
자신들의 나신(裸身)을 벗고 춤추는 가여운 형상이로다
작은 돌맹이 하나에도 영원의 생명이 흐르고
거친 풀한포기에도 우주의 기(氣)가 흐름을 알아챈 것은
바로 지난밤의 그 숨막힌 고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젠 두려워 말라!
그리고 어떤 함성에도 결코 함께 동조하지 말라
그것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작은 틀속에 널 잡아가두고
오직 그대를 노예처럼 취급하리라.이제 자유를 얻으라
영원으로 향하는 그 아름답고 찬란한 날개짓을 펼치고
저 우주를 한없이 날아가는 고독한 독수리의 발톱이되거라
높은 지류는 때때로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그만큼 또
두 시각을 눈부시게 만들고 깊은 촛점을 형성시킨다
그래서 수 킬로미터의 높은 상공을 비행하던 독소리가
지상의 작은 쥐나 토끼를 발견하고 세차게 나꿔채질 않던가?
어둠속에도 그토록 찬란한 발광체를 빛내려거든 보다 먼저
깊은 동굴속을 찾아들라.그리고 그곳에 그대의 보금자리를 틀어라
마침내 그곳에서 어둠의 빛과 정령들이 나타나 그대를 위로하고
찬란히 빛난 한줌의 지혜의 샘물을 던져주리니
고독을 삼켜라!
집념을 갖추라!
영원으로의 무한한 도약을 꿈꾸라!
그 속에 마침내 그대가 찾고 갈구하는 영원의 아름다운 궁전과
찬란한 햇살속에 감춰진 금자탑이 고요히 숨겨져 있으리라
오오,그대여-
74
검은 사원으로 걸어가시오
그곳에 수도자가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단 하루도 쉬지 않고 기도하며
우리 인간들을 위해 잠시도 그 끈을 놓치지 않는다오
거기 중앙에 도달하면 당신도 그 수도자와 같은 음성으로
이 세상을 위해 기도할 것입니다,아주 작고 경건한 음성으로...
75
어느날 한 여인이 절 찾아왔습니다.그녀는 두 무릎을 끓고 앉아
조용히 제게 얘길 했습니다.
" 전 오랫토록 멀리서 당신을 지켜봤지만 쉽게 다가갈 수 없었습니다
과연 당신과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그 비결은 무엇인가요?"
" 그대는 무엇을 원하시오-?"
내가 말하자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전 오직 당신과 조금 더 가까워지길 원하고 있습니다"
" 이미 이 지상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당신은 현재 머문 상태입니다
그러니 이제 더 이상의 가까움은 꿈을 꾸지 마십시요!
그것은 당신의 무리한 욕심이며 또한 탐욕으로 가는 길입니다-
저는 항상 당신이 아침에 눈뜨는 그 시각에도 당신의 곁에 있고
또한 당신이 들판에서 일하던 때도 그 도구에 함께 그 힘을 합쳐주며
그리고 당신이 마지막 잠자리에 누우면 조용히 자장가를 불러줍니다.
그러니 이제 누워 잠을 청하십시요-"
그러자 그녀는 내 무릎팍에 머리를 베고 조용히 잠에 빠져들었다
그 위로 밤의 안개가 날개를 펴고 나비처럼 살프시 날아와 않았다...
76
나는 일찌기
무덤의 사자를 보았노라!
그리고 검고 씩씩한 군사와
그 칼의 위용을 보았노라.
아침이 찬란히 떠오르는 그 골짜기에서
음습한 샘물이 솟아올라
저 달빛에 쌓인 어둠을 뚫고
마침내 기계처럼 사라져갔노라-
거리마다 생명이 울부짖는 힘찬 항쟁소리와
구둣발에 짖눌린 그 험상궂은 얼굴들이 뒤엉켜
너의 살과 뼈가 타는
그 신음소리 아직도 끊임이 없구나!
사지가 끊긴 토막 시체들이
여기저기 서로의 배를 부둥켜 안고
두 눈자위를 부릅뜬
아아,네 흉칙한 생명의 고귀함이여...!
이제 우리는 모두 일어섰다-
기계적인 습성처럼 네 목과 가슴을 핥퀴고
마치 태풍처럼
검은 대륙을 휩쓸어가리라.
노도치는 맥박의 숨결이여!
진동하는 사자의 입술이여!
우리는 이 가느다란 생명을 이끌고
너의 영혼 깊숙히 침투해가노라!
일찌기 내 조상이 가꿔온 일터에
누가 검은 이리 떼를 보내 오늘 이토록
넋과 넋이 서로 부딧쳐
한줌 흙으로 돌아가게하는가?
오,거룩한 생명의 탄생이여!
오,보라! 저 근엄한 씨앗의 핏톨이여!
우리는 영생을 기약하고 태어나
마침내 작은 이슬처럼 사라져가노라...
* 80년 5월 광주 민중항쟁에 붙여-
77
암울한 바다가 춤추고 있었네
나의 살갖과 근육을 자신의 송곳같은 지느러미로
마구 찌르고 달겨드는 상어처럼 그 바닷속에는
항상 음험한 그림자와 석양의 노을빛이 붉게 타오르다
거대한 피를 토하며 울부짓는 형상이었지.
비록 악어 떼들은 없었지만 그 악어보다 더 무서운
가난이 굶주린 내 배를 거머쥐고 앉아 두 눈꺼플마저
차마 뜰 수 없어 한없이 어둠의 끝을 걷다 길바닥에 쓰러지고
음침한 어둠의 동굴 끝에는 비릿한 육식동물의 썩은 냄새가 진동하여
마치 박쥐들이 들끓는 암울한 소굴을 방불케하였네.
가까스로 의식을 차리자 거대한 태풍속에 난 조난자가 되어
저 먼 육지를 향해 무한한 구원의 손길을 펼치고 있었네
섬 어귀에는 길을 지나가던 길손의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으며
마침 집을 잃고 서성대던 개 한마리가 그 무서운 태풍에 밀려
쏜살같이 근처의 작은 농가의 허름한 돼지우리 속으로 사라졌지.
절망과 고독...두 눈동자의 패배함...꺼져가는 두 눈빛...그리고 아우성
...또 아우성...점차 다가오는...죽음에 대한 두려움...서늘히 식어가는 시체...
그것들이 나의 심장과 페부를 압박하며 두 목줄기를 향해 뻣뻣히 조여오자
난 체념의 깊은 강물에 스스로의 몸체를 번쩍 내던져버렸다.
그러자 파괴자의 큰 울림과 동시에 천둥도 비도 고요함속에 사라졌다.
78
닻을 올려라!-
거친 바다를 항해하자
인생의 고난과 행운의 열쇄를 거머쥔 그대들이여
저 험난한 태풍을 맞아 이제 힘차게 내달리자-
소용돌이치는 저 물결을 두려워 말라!
굽이친 저 세찬 물결속에 인생의 꿈과 거대한
희망이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그 몸을 도사리고
마치 위협적인 존재처럼 거친 풍랑을 일으킨다.
두려워 말라!
그대들이 자신의 강한 삶의 의식과 신념을 놓지않으면
결코 어떤 험난한 벌판과 드높은 산맥도 굽이치리라
의지의 강한 푯대는 거친 물살을 가르는 바람이되리라.
힘차게 키를 붙잡고 방향을 조절하라-
잠시 의식이 잠들면 그것은 파멸을 부르는 지름길이며
보다 먼 항해를 더 이상 꿈꿀 수 없는 마지막 지점에 해당한다.
단 한순간 찾아오는 경이로운 그 숨결에 조용히 키스하라...
위대한 힘은 언제나 작은 숨결에서 터져 영원으로 굽이치며
마침내 거친 태풍을 몰고오는 회오리처럼 강한 눈부심이다.
이제 그 태풍의 눈을 향해 거친 눈빛을 곤두세우고 빛내라-
거기 분명 가장 숭고한 인간정신의 도전의 깃발이 펄럭이리라
79
오,보라! 저 거대하게 굽이친 산맥을 그 물결을
반만년 ,깊은 땅속에서 숨쉬던 용암의 응혈들이
춤추듯 분출하누나-5대양 6대 주에 걸쳐
한없이 나부끼는 저 우렁찬 깃발을 보라!
산하된 숨결들은 땅속을 뚫고 일어서고
힘찬 일꾼들의 발걸음은 가볍게 일터로 향하도다-
동이트는 새벽 벌판마다 노동의 힘찬 쇠망치소리와
그 여운 온 우주를 덮도다-
염원으로 일어서는 불꽃들이여!
그 함성이여!
메아리여!
굽이쳐라!...더욱 세차게 굽이쳐라!...
반만년 피의 역사와 그 유구한 대지의 핏빛 위에
더욱 힘찬 미래의 발판이 마련되있나니
허기진 발걸음은 이제 멈추어라,모두 멈추어라.
그리고 대지가 춤추는 저 한없는 요동결을 보라!
삶은 그 꿈의 요람결이다-
드높여라...! 더욱 거세게 드높여라....!
고요와 찬란한 지평이 마주친 그 영원한 반석위에....
그대와 서로 서로 손을 마주잡고서
온 우주를 붙잡고서 끊임없이 고동쳐라!...
고동쳐라!...고동쳐라!...
* 타고르의 [동방의 등불]에 대한 답시-
80
전 이제껏 당신이 절 위해 그토록 조용히 노래한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미 당신이 제 곁에 머무르며 새처럼 노래하고
그 음률에 의해 제 생애의 어두움이 다시 밝은 곳으로 차츰 인도되어
새로운 미지의 땅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게된 까닭입니다.
하오나, 이제서야 비로소 그 깊은 뜻을 진정 알게 되었나이다-
그 음률이 나의 귓가에서 새어나올 때마다 저는 온통 그 신비에 쌓여
다시 그 과거의 아름다운 숲과 정원에 잠기게된 원인입니다.
언제나 당신은 한곳에 머무르며 제 어깨를 포근히 감싸고 타이르며
굳은 내 팔과 다리를 주물러 그 이정표와 나침판을 비쳐주셨나이다.
그리고 가장 참된 삶이 무엇인지 또한 헐벗은 타인을 가까이 보살피고
천천히 어루만지는 바로 그런 따뜻한 지혜의 눈빛도 전해주셨습니다.
만약 제 생애에 당신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사막에 물줄기가 막혀 온갖 나무들이 죽고 썩어가는 위치이며
더우기 온 들판마다 황량함만 가득찬 겨울속에 전 갖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신이여,제게 최후의 기도와 안식의 시간을 주십시요.
모든 죽어간 나무에도 새로운 물줄기가 타고 흐르도록 그토록 힘찬
당신의 의지를 제 심장 깊숙히 심어주십시요.
그것은 이 지상의 거룩한 나침판을 만드는 원류(源流)에 해당됩니다-
81
나의 눈은 항상 연꽃의 정수리에 갖히도록 하십시요
그것은 내 맑은 눈빛이 타락의 천사에게 노출되어
두 망막과 신경세포를 잃고 눈이 닫힐까 염려스런 탓입니다
어둠속에는 빛이 없습니다.그러나 당신의 위대한 빛은 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함은 아직은 당신에게 보다 더 가까이
다가가길 망서린 까닭입니다
그 이유는,나의 정수리에서 싹튼 그 줄기가 보다 성장하여
한그루의 나무에서 꽃을 피우기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하오니,이제 조금만 더 제게 시간을 주십시요!
모든 사물에 제 위대한 힘이 전달되고 그로 인해
찬연히 두 눈빛을 빛낸 천사들이 우주 가득히 쏟아질 때
전 비로소 당신 곁에 다가가겠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 자리에 앉아 보다 먼 세계를 꿈꾸며
한없는 비행의 날개짖을 펼칠 때입니다
그리하여 오직 빛들이 춤을추며 유영하는 그 자리에
내가 머물고 아름다운 서정의 곡조에 취하여 노래하며
기쁨의 샘가에서 흐른 그 먼 줄기를 쳐다보게 하십시요.
82
지금은 경건히 무릂꿇고 기도할 때
창가에 새들이 날아와 지저귀고 애무해도
나의 생명의 밧줄은 위험하니
침노한 그 뱃머리에서 험한 파도와 싸우며
격정과 울부짖음에 몸서리를 쳐야하리...
그리고 조용히 당신이 부르시오면
두 귀를 가득히 꼿추세우고 당신 향해
오직 구원을 청하고 싶네.
83
사방이 꽉 막힌 작은 종탑 위에
나는 비둘기처럼 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가끔 드넓은 복도를 지나가는 신도들의 발걸음소리가
무겁게 두 귓가에 들려오지만 내가 기다리는 것은 정녕
늙은 신부의 그토록 안온한 발자욱 소리입니다.
아무도 나의 두 어깨를 어루만지고 위로해 줄 자가 이 땅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나를 죽음으로 인도하는 길입니다.
나는 지난 밤부터 줄곧 이 높은 종탑에 앉아 내부에 깃든
차디찬 공기와 더불어 인간들의 이기적인 몸짓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문득 그 속에서 차츰 사멸해가는 어느 낮선 눈동자가
내 두 눈꺼플에 겹쳐 신음하며 천천히 꺼져가는 모습에 놀라
갑자기 번쩍 눈을 떴습니다.
교회는 어느덧 검은 천으로 뒤덮히고 장송곡이 울려퍼졌습니다.
신부는 그때서야 천천히 안에서 나타나며 신도들과 함께
고요한 찬송가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은은한 그 가락이 온통 검은 먹구름을 휘감고 내달립니다
84
마침내 눈부신 권자에 날 앉히시려거든 먼저 제 눈과 귀를 제거해주십시요!
만약 그것을 갖춘 상태라면 저는 결코 당신의 그 소명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먼저 당신이 잘 아실 것입니다- 나는 타인의 노예가 되지 결코
위대한 당신의 종이되질 않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오직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타인들을 부리는 위치입니다
그것은 개인적 욕망이지 결코 타인을 위한 희생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보다 숭고한 정신과 위대한 영혼의 심장으로 온갖 세상의
물질들을 다스리고, 또한 깊은 침묵속에 빠져 잠들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드높은 권자가 두렵고 거칠게 솟구쳐내린 계곡속의 물줄기가
한없이 그 두려움의 대상입니다.그것은 강물을 범람하기 때문입니다.
둑이 터진 그 강물을 한번 상상해 보십시요!-
온통 아비규환과 고통의 함성이 들끓는 그런 현상입니다
즉,생명이 죽음의 도가니로 점차 침몰해 들어가는 광경입니다
85
나의 의지를 토막내 주십시요!
절망의 끝자락에서 한없이 고통에 부딧치며
그로 인해 더욱 큰 절망을 맛보게 하십시요.
두 눈이 멀어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어도
내면의 감각으로 그 오묘한 진리를 일깨우게하시고,
보다 험남한 산맥에도 결코 무릎꿇지 말게 하십시요.
그리고 항상 결단의 시간은 짧게 맺도록 도와주십시요.
만약 그 시간이 지나면 다시 그 축적의 성(城)을 쌓지못해
안타까움과 후회속에 발을 동동 굴리지 않게 하십시요.
또한 제게 오만이 쌓이면 그때그때 말끔히 씻겨주시고
절대 편견의 시각으로 타인들을 관찰하지 말게하시고
고루 지평의 끝자락에 놓인 맑은 물체로 비쳐주십시요.
내게 거룩한 뜻이 형성되고 그 까닭이 비치는 것은
당신이 모든 사물에 고루 빛처럼 비쳐주신 원인입니다.
86
이제 제 시각의 촛점을 맞춰주십시요!
모든 사물에 내 위대한 힘이 전달되고
내 손길이 닿은 곳마다 아름다운 꽃이피고
황금빛 열매가 맺는
그러한 기쁨의 순간을 맛보게 하십시요!
그리고 그 꽃과 열매는 모두
시름시름 앓고 병든 자들에게
약제로 사용토록 하여 주십시요
무릎이 굽은 자에게는 그 무릎을 펴게하시고
다리를 저는 자에게는 그 다리를 잇게하시며
가슴이 쓰린 자에게는 그 상처를 낳게하시고
눈먼 장님에게는 그 눈을 뜨게하여 주십시요
그리고 그 약제는 연약한 아낙네나 늙은 노인에게까지
고루 쓰일 재료로 영원히 남게하여 주십시요!
87
제 영혼을 돌려주십시요
당신은 어느날밤 문득 제 창가를 찾아와
천년동안 고히 간직한
제 영혼을 송두리째 빼앗아 가셨습니다
이제 저는 심장이 멎어버린 나무토막처럼
단 한방울의 피도 몸체에 흐르지 않습니다
정신은 이미 마비되고
입은 곧 벙어리가 되었습니다
또한 제 노래는 모두 그 날개가 꺾였습니다
오오- 이토록 비참한 형상을 갖추고
제가 어찌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겠나이까-?
88
저는 캄캄한 사막에 갖혀 있습니다
암흑과도 같은 이 동굴에는 나침판도
전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오직 날 향해 부르는 님의 목소리와
님의 손짓에
전 사르르 눈을 뜰 뿐입니다
또한 님의 발자욱 소리에 제 두 귀는
반짝 열리게 될것입니다
하오나 만약,님이 영영 나타나지 않으신다면
제 귀는 결국 열리지 않고
두 눈은 영원히 장님이 되고 말것입니다.
89
신이여,비록 내일 이 세상을 떠날지라도
나의 이익을 위해 남을 끌어들이지 말고
나의 기쁨을 위해 타인을 결코 슬픔에 젖지말게 하소서
또한 오늘보다는 미래를 위해 살게하시고
그 살아가는 순간순간이 모두
오직 눈먼 장님들의 지팡이가 되게 하여 주십시요!
그리고 제 슬픔의 그림자에는 이제 단 한사람도
타인의 그림자는 비쳐주지 마십시요
오직 홀로 애태우고 홀로 삭이며
보다 넉넉한 삶을 이끌어가도록 도와주십시요.
90
신이여,만약 제 뜻을 거절하시려거든
이제 당신의 그 무서운 쇠망치로
제 뒷통수를 사납게 내려쳐 주십시요!
과거 니체를 내려치듯
나의 삭신이 찢어지고 뇌파가 파괴되어
더 이상 쓸모없는
그런 인간으로 변신하게 하여 주십시요!
그리고 이제 제 시각에는 오직
이 세상의 그림자는 비쳐주지 마십시요
그저 방안을 파고들며 뭇시선들을 꺼려하는
단 한사람의 정신병자로 만들어 주십시요
이제 제게 남은 날은 당신이 지켜본 앞에서
매일매일 피를 토하는 일 뿐입니다.
91
날개가 꺾인 새여,두려워 말라!
네 곁에는 이미 생명의 강이 있다
그 물줄기는 그대의 부러진 날개에
새로운 힘살을 연결해 조정하고
더욱 강한 두 날개를 펼치게되리라
그리고 이제껏 갈망한 저 하늘을 향해
무한한 꿈을 한없이 드날리며
마침내 고도의 비행술을 터득하고
그로 인해 더욱 절묘함에 갖히리라
이제 그 시간이 닦쳤노라-
눈을뜨라! 눈을뜨라! 눈을 뜨라 그대여...!
참담한 눈꽃들이 쓰러져 신음하는
저 깊은 계곡에서 노래하라
생의 가장 거룩한 곡조로 신음처럼
거기 마침내 천상의 메아리가 들리리라.
92
잠자던 절 깨워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바로 당신이셨습니다
저는 꿈속에서 어느 강을 건너고 있었는데 배에는 노(櫓)가 없고
오직 닻에 의해 그 배는 유유히 목적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또한 어느 지역의 강줄기인지 조차 전혀 모르지만
아뭏튼 그 신비함에 휩쌓인 장면만은 결코 떨쳐버릴 수가 없습니다
먼 산줄기는 드높고도 아늑하며 가득히 운무(雲霧)가 쌓여 있었으며
마치 손을 내밀면 곧장 내 손끝에 와 닿을 듯한 위치였습니다
그리고 더욱 신기한 점은 어디선지 가느다란 음악이 흘러오고 있어
저는 문득 고개를 쳐들고 그쪽을 쳐다보았습니다
그 음악은 바로 그 산맥의 끝에서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토록 자욱하던 안개가 갑자기 걷히고
그곳에는 거대한 폭포가 내비쳤습니다
거대하고 웅장한 폭포에는 하얀 물줄기가 쏟아지고 있었으며
그 한쪽 소나무 아래 신선과 한 여인이 나란히 마주보고 앉아
제각기 하나씩의 악기를 들고 그것을 번갈아 켜는 형상이었습니다
신선의 음악소리는 극한의 탄성도 고요히 가라앉히는 그토록 신비롭고
여인의 음악소리는 잠잠히 흐른 개울물처럼 여울져 흐른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그 두 화음(和音)은 어느 순간 동시에 켜지며 묘한 음색으로
서로 그 조화를 맞춰 주위의 나비들을 덩실대며 춤추게 하였습니다.
오-그 묘한 색체에 휘감긴 당신의 감정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요!...
93
땅이 꺼지고
하늘이 구슬프게 울던 밤
당신은 천사의 날개짓으로
마침내 이곳에 내렸습니다.
우주 공간이 막히고
사막에 거친 모래바람이 몰아칠 때
그 거센 바람결을 거머쥐고
당신은 거룩한 씨앗을 뿌렸습니다.
해가 바뀌고
달이 가고
세월의 언덕이 다 무너진 창가에
이제 당신의 모습이 걸렸습니다.
십자가 위에 성호를 긋고
조용히 성스러운 당신을 쳐다봅니다
그리고 이제 당신을
그 거룩한 신전(神典)에 가두어 두렵니다.
94
비올라의 선율이 은은히 들려옵니다...
그것은 곧 님의 눈빛 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보석처럼
당신의 두 눈빛은 빛납니다!-
모든 생명은 당신의 그 깊은 강에서
헤엄치며 즐겁게 노래합니다.
95
내 현이 끊기던 날
나의 노래도 갑자기 끊길 것입니다
숱한 풍파에 몸을 싣고 떠나온 긴 여행길에서
고난도 그때서야 저와 이별을 고할 때입니다
저는 문지기가 없는 그 성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리고 이곳 저곳을 기웃거리며 온갖 꽃들에 입맞추고
정원에 흐른 작은 물줄기에 내 목을 축이겠습니다
한나절의 햇볕이 따사롭게 내 두 무릎에 앉아 놀면
전 그때서야 환한 웃음을 쏟아놓겠습니다
그리고 가장 작은 목소리로 심연에서 왜치겠습니다
그대 신이여,당신은 나의 영원한 천사입니다- 하고.
96
내 노래에도 생명을 주십시요 그대여!
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곡조로
당신을 위한 찬미의 노래를 부르고 싶습니다
제 입술이 부르틈을 탓하지 마십시요
그것은 당신에 대한 염려가 노출된 탓입니다
고로 가장 부드럽고 가장 상냥스런 목소리로
조용히 제 귀에 속삭여주십시요
내 소망의 심지에 이제 기름을 부어주십시요
녹슨 칼에서 그 녹을 제거하여 다시 반짝이는
날카로운 칼의 눈빛이되도록 제 두뇌속의 녹을
말끔히 씻고 싶습니다.
내 열망의 가지에 새로운 싹을 틔워주십시요
잠자던 내면의 대지를 일깨우고 힘찬 생명이 탄생하여
온 우주가 그 축복속에 노래부르는 약속이게하소서
그것은 곧 당신이 나의 손을 맞잡고 부를 노래입니다.
97
인생은 슬프고 고달픈 것,
격정의 세월끝에 찾아오는 한숨처럼
어느날 그것은 조용히 내게 찾아와서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인다.
그대여,두려워 말라!
나는 잠시 네 삶의 휴식처에 나타난 천사처럼
그대 미래의 땅에 고요와 평화를 전해주기 위한
저 하늘의 사신이니라.
이제 그 역경의 세월을 한탄 말라
그리고 보다 조급하게 네 앞을 개척하라
미래의 숲은 아직도 그대 소중한 땀과 열정을
조용히 기다리고 있노라
검은 가시밭을 헤쳐가라-
어둠의 정령들이 춤추는 사선(死線)의 거리에도
조금도 굽힘없이 당당히 네 사지(四肢)를 내비쳐라
무섭고 굳건한 생명의 보금자리를 위해...
98
내 영혼의 잔에 향기로운 술을 부어주신 분은 바로 당신입니다
여름날 시원한 물줄기가 하늘을 향해 드높게 뿜어올려지듯이
난 그 술잔에서 솟은 은은한 색체에 금새 평온함을 느낍니다
아마도 영원으로 가는 길은 이 술빛의 향기가 가르켜줄 것입니다
그만큼 빛의 고요함속에 우주를 가르는 강한 힘살이 비친 탓입니다
거칠게 흘러가는 저 시냇가를 한번 쳐다보십시요-
그것은 전혀 아무런 뜻도 의미도 없이 자연스럽게 흐른 형체입니다
그러나 과연 누가 그 깊이에의 조율을 감지하고 정작 느낄 수 있을까요?
자신의 몸체를 스스로 파괴시켜 거친 돌팍과 검은 늪지대를 거쳐
끊임없이 순환의 길목을 굽이쳐서 마침내 거대한 강에 갖혀
다시 각 고을의 땅속마다 거룩한 생명수를 공급하는 저 깊은 의미는...
99
나는 당신에게 다가가기 위해 철저한 고립주의지가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나의 팔과 다리를 모두 잘라버렸으며 내 의식의 끝은
오직 당신을 향해 지향하고 있습니다
분출하는 내 피는 거대한 산맥에서 불뿜는 활화산의 불꽃이요
이지(理智)의 숲을 건넌 무위(無爲)의 세계입니다
그것은 오직 당신만을 내 품에 품고싶은 간절한 소망입니다
설사 어느 누가 날 헐뜯고 험난한 욕설을 퍼붓는다해도
전 결코 어떤 두려움도 품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시각이 미천한 존재의 그물에 갖힌 형상으로
마치 다리 밑의 썩은 물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위치입니다
고로 전 그들에게 빛의 찬란한 소용돌이와 더불어 새로운 세계의
거대함과 온몸에 힘찬 전류를 가득 흐르게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리고 아주 먼 세월이 흐른 어느날 문득 그들은 깨우치겠지요
정녕 자신들이 걸어온 그 길이 이미 빗글려서 더 이상 자신의 몸체를
움직일 수 없는 가파른 절벽에 다다랐음을.....!
100
아름다운 하프의 선율이 강 건너편에서 들려옵니다
나는 그 소리에 취해 하던 일을 멈추고 가득히 귀를 세우며
자꾸만 두 눈빛은 그곳을 향합니다
그곳에 대체 누가 계실까요? 당신이옵니까...
그렇다면 좀 더 또렷한 음색으로 제 귀를 즐겁게 하십시요
나는 지친 육체를 이끌고 긴 하루를 거닐며 마침내 이곳에 닿아
잠시 휴식을 취하는 시간입니다
이곳은 작은 섬으로 세상과 단절된 위치이며 절대자의 권력도
결국 미치지 않은 공간입니다
아니 그것은 제 두 눈과 귀를 모두 닫아버린 까닭일테지요
만약 그것을 열어두면 시끄러운 소음이 온통 제 마음을 괴롭히고
그곳에는 새롭게 썩은 물질들이 난장판을 부릴 것입니다
나는 그들로부터 좀 더 멀어지고 싶습니다
그리고 소외자의 고독속에 보다 깊숙히 파묻히고 싶습니다
종일토록 누가 날 찾아오지 않아도 난 전혀 외롭지 않고
그것이 오히려 큰 기쁨으로 여겨집니다
그 이유는 곧 당신이 항상 제 곁에 계신 까닭이옵니다.
101
마을은 깊은 어둠속에 묻혀 있습니다
밤은 깊어 길에는 사람들의 흔적 조차 찾아 볼 수 없지만
근처 숲속에선
아직도 제 작은 둥지를 지키며 올빼미가 울고 있습니다
드높은 창공은 황량함이 온통 달빛을 가려 세상의 길을 더욱 질척이고
나그네는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근처의 언덕위에 털썩 주저앉고 맙니다
무슨 저주의 화살이 대체 이 숲속까지 날아와서 기둥에 날카롭게 꼿혔을까요?
저는 잠시 그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소스라치게 놀라 뒤로 몸을 숨기게 됩니다
어둠속에 비친 먼 교회당 십자가는 이미 녹이슬어 점차 쓰러져가고
거친 산숲을 타고 흘러오던 사찰(寺刹)의 종소리마저 그 빛이 퇴색되어
산산히 부셔져서 어디론지 그 형체를 감추어 버립니다
이제 그 모든 것을 거룩한 빛의 소용돌이속에 가두어 주십시요!
마모된 쇠스랑을 뜨거운 용광로에 들이붓고 그 쇳물이 펄펄 끊을 때
당신은 이제 그것을 어느 장인이 만든 소중한 주물에 부어 주십시요
생명이 부활하는 작은 숨결에 전 당신의 그 거룩한 형체를 느끼게 될것입니다.
102
이제 절 해탈의 문으로 안내하십시요
사방에 꽃이피고 은은한 향내가 비친
그토록 오묘한 길을 저는 걷고 싶습니다
삶도 없고 죽음도 없는 그 끝없는 광장에서
전 온통 기쁨의 눈물로 노래하고 싶습니다
마치 온세상에 거대한 빛이 가득 쏟아지듯이....
103
이 아침 제게 샘처럼 맑은 영혼의 눈물을 내려주심은 무슨 연유입니까?
제 시각의 촛점이 욕망의 사슬에 엉켜 깊은 나락으로 추락하는 것을
당신이 미리 알아채고 제 몸속의 찌꺼기를 말끔히 청소해주는 것으로 압니다.
하오면 신이여,제 뒤엉킨 영혼의 찌꺼기도 마지막 씻겨주십시요!
전 은하처럼 길게 늘어진 그 골짜기에서 온갖 빛들이 춤을추는 그 현란한 몸짓에
마음은 한없이 혼란스럽고 또한 격정의 몸부림에 끝없이 시달리게 됩니다.
정녕 그 길의 끝이 어디인지 도무지 알아 챌 수 없는 미궁속에서 몸을 움츠리며
이제 정작 당신께 가련하고 창백한 제 손등으로 구원의 손길을 내뻗고 있습니다.
명멸하는 빛과 그림자, 갈등,침묵의 늪,움푹페인 소망의 눈빛,찬란한 빛의 웅지
그 형상체들... 그 모든 생명체가 잠든 내 의식을 일깨우고 다시 사라져갑니다.
104
내 마음이 깃털처럼 가볍게 저 하늘을 날아가는 곳
어떤 구속이나 인식의 표찰도 없이 마냥 자유로운 곳
빛이 여러갈래로 나뉘어지지만 결국 다시 한곳에 모이는 곳
진리의 언어속에 교향곡이 흘러나오는 곳
내 팔뚝의 근육이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나아가는 곳
내 이성의 꼭대기에 날카로운 장미 가시가 눈을 밝히는 곳
대지가 어둠을 밝혀 찬란한 낮을 받아들이는 곳
신이여,저는 이제 그곳에 앉아 세상을 관망하고 싶습니다.
그곳은 제 영혼이 춤추는 자유의 나라로 당신의 거룩한 숨결이 잠든
이 지상의 가장 아름다운 계곡이요,숲의 눈빛입니다.
105
저는 나무들의 수런대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것은 아주 작게 반짝이던 빛 한조각이 쪼개져서
거대한 숲을 온통 휘감는 그 골짜기에서 들려왔습니다
신비로움이 가득히 그 골짜기를 안개처럼 휘감고
마침내 내 후각까지 마비시켰습니다
촉각이 가시처럼 곤두선 내 지각은 일순 놀라운 형체로 변해
내 두 눈빛을 빛내기 시작했습니다
바야흐로,그때부터 저 하늘의 문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깊은 동굴속에서 오랜 세월동안 그 빛을 갈구해온 어느 도인(道人)이
마침내 그 빛의 정수리를 향해 두 눈을 부릅뜨고
한없이 내달린 모습입니다
그곳에 천국의 문이 있고 그것은 황금빛 찬란한 장식으로 엮여
바람이 구름을 타고 유유히 흐른 천사와 정령들의 숲입니다.
106
눈부신 저 광체를 보십시요!
세상의 온갖 꽃들이 빛으로 변하여
하나의 새로운 생명체를 낳습니다
거기 무슨 말이 또 필요할까요?
오직 침묵만이 그것을 대변합니다
그것은 곧 나의 언약입니다.
107
솟아라,태양이여...!
거대한 지류속에 파묻힌 음험한 장송곡의 비탄의 곡조여
무덤에 갖힌 송장들을 파내어 그들의 심장을 잘근잘근 씹어삼키라!
븕은 사자여,썩은 자의 눈을 파먹으라
두 동공이 흐릿한 감각에 멈춘 그 영장류들은
더 이상 세상을 관망할 촛점을 잃은 망각의 실체이다
무섭게 타오르는 저 불꽃의 찬란한 입김을 보라!
생명이 명멸하던 위치에 고결한 이상을 꽃피우고
더우기 잠자던 영혼을 일깨우던 나침판의 영역이다-
108
푸른 하늘에 온갖 빛살들이 유성(流星)처럼 날아갑니다-
드높은 언덕에는 불타는 화산이 솟구치며 한없이 용암을 분출하고
그것은 다시 대지와 검은 늪지대를 침몰시키려고 달겨듭니다
생명의 보고(寶庫)에는 이미 꺼져가는 작은 눈망울들이 지켜보며
미지의 탈출구를 위해 불야성을 이루며 마구 달겨듭니다
나는 꿈속에 갖혀 또 다른 꿈을꾸며 한없이 그것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람처럼 그곳을 빠져나오며 등에 짐어진 화살통에서
화살 한 개를 꺼내 마침내 금빛 찬란한 화살에 그 화살촉을 꼿고
허공을 향해 날랜 화살을 쏘아 마침내 그 목표를 적중했다-
109
달의 심장을 파먹었다
그러자 내 심장에서 왈칵 피가 솟구쳤다
그것은 검은 대지를 적시우고
세상의 끝모서리를 향해 일순 빛처럼 사라졌다
그리고 그 하늘 끝 모서리에서 눈부신 무지개가
오색 선을 그리며 영롱하게 춤을추고 있었다.
110
너 보았니
달의 심장에 화살이 꽂힘을
찬란한 빛의 웅지와 결정체들
그 북소리들...
발가벗은 생명이 춤추는 언덕에서
홀로 나래짓 하며
서서히 꿈틀대다 최후의 빛을 감춘
그 서늘한 그림자와 눈빛들을
아아,그러나 도적들의 무리가 창궐하여
세상을 어지럽히고 마침내
생의 가장 빛나던 심장부에서
나는 도적들의 분출하는 피를 도륙하도다!
그리고 이밤은 비너스의 생체(生體)에
달의 심장을 녹여
마침내 너희 가슴에 부어주리라
찬란한 불꽃이 타오르던 낮은 언덕배기에서...
111
뜨겁게 불타던 용광로여
네 깊은 혈흔(血痕)에 내 심장을 들이부어 녹이리라
그리고 마침내 그 안에 새롭게 주물을 붓고 새 생명이 잉태된
그 아름다움의 최후의 걸작을 맛보리라
가히 누가 그 깊은 정심(正心)의 형해(形該)에 자신의 심장을 녹여
세상 사람들의 물과 기름으로 흩뿌려주리요,만약 그것이 거짓이라면
그댄 심장에 이미 날카로운 칼날이 빛을 가르리라-
아아- 다 타버린 내 심장엔 이미 그 불꽃이 꺼져간다
삶도 예술도,또한 그 과거적 빛의 희미한 그림자들마저 모두
이미 내 생명을 떠난 위치이다.
112
나는 고요한 침상에 누워 있습니다
세상의 어떤 색상도 비치지 않는 신비로운
아주 조그만 오두막에 갖혀 있습니다
바람의 형체도 비치지 않는 이 공간에는
오직 싸늘한 님의 형체만이 비칠 뿐입니다
절룩거리는 내 다리에는 붉은 피가 솟칩니다
형해(刑駭)의 바다에는 난파된 조각배들이 울부짓고
율무(律武)를 거부한 몸짓들은 서로 어깨를 기대며
무거운 짐에 눌려 거친 신음소리를 토해내고 있습니다
드높은 성벽 안에는 수 많은 사자들이 우글거리고
문지기는 그 성문을 활짝 열어 재칩니다
그러자 무서운 발톱의 그 성난 사자들이 나타납니다-
113
둥 둥 둥
무거운 북소리가 울리자
사방에서 거친 고함소리가 요란합니다
맨발과 맨살가죽의 여인과 남정내들이
그 사자와 맞서 덤벼듭니다
그들은 오직 무섭게 치뜬 그 눈초리로
사자의 발톱을 무섭게 다그치려 합니다
그러나 굶주린 사자들은 보다 냉찬 눈초리로
마구 질주해옵니다-
그리고 무리지어 그들을 마구 도륙질하며
사방에 피투성이를 불꽃처럼 튀깁니다
오오- 저 무서운 참상을 보십시요!
이기와 질투의 화신들이 사자의 두 눈빛에
가득한 광체를 비칩니다
서늘한 빛과 광체도 그들의 눈빛에 압도당해
전혀 아무런 감각도 나타나질 않습니다
오직 죽음의 시퍼런 강물이 거대한 산맥을 돌며
유유히 사라져갈 뿐입니다.
114
불꽃이 타오르는 저 언덕을 보아라-
드넓은 대지에 거대한 연기가 치솟아 올라
마침내 하늘을 검게 물들인다.그리고 사방에서
아우성치던 처절한 신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온다...
냇가를 굽이치던 물줄기도 거꾸로 하늘을 향해 치솟고
거친 산맥의 난간에 기댄 구름다리마저 그 끝이 끊겨
마침내 위태롭게 마치 거미줄처럼 걸려 있다
아아- 이것이 정녕 삶의 계곡에서 춤추던 마지막 형상이리라
죽음 조차도 그곳에선 오직 무의미하고 그 형태가 이미 파괴된다
검은 먹구름속에 소용돌이친 저 세찬 태풍의 눈빛을 보라!
그 속에서 파괴된 실상들이 눈 먼 나비들이 꽃의 향기에 취해
무심결에,그리고 처절히 자신의 두 날개짓을 하는 모습이다
오오-이것이 정녕 세상의 마지막 찬란한 불꽃 향기려니
그대들이여,모두 모여 춤을추라..그리고 옷을 발가벗으라
이 지상에서 가장 맑고 깨끗한 두 눈빛을 치켜뜨고
그들과 어울려 영혼의 미친 울부짓음을 토해내라.
그곳에 마침내 검붉은 사자의 깃털이 홀로 나부끼고 있을지니...
115
그대여,장막을 걷어라!
어둠이 소용돌이치던 지난밤은 이미 사라졌다
그리고 대지에 뜨겁게 타오르던 그 무서운 불꽃도
저 깊은 강물에 빠져 고요한 침묵을 지키고 있구나
이제 무엇이 두려우랴-
사납게 철창을 핥퀴며 으르렁대던 암사자의 발톱도
이젠 배부른 포식자의 눈빛에 깔려 점차 졸음에 갖혀들고
간수장의 그 처연한 나팔소리도 끊겨 드높은 깃발만 펄럭인다
사슬처럼 얽힌 저 깃발을 보아라,그대여!
굵은 피나무 껍질에 매달린 작은 종은 눈부신 광체로 빛난다
그리고 천지 사방에 차츰 빛의 투영체들이 춤추며 날아든다
작은 동굴안의 커튼을 활짝열고 저 빛의 정수리로 향하라-
그대 귀는 오랫토록 석실(石室)의 음습한 물소리에 지쳐있고
그대의 두 눈빛은 오직 검은 알맹체의 슬픈 나락에 갖혀있다
또한 그대 두 다리는 오랫토록 걸음을 걷질 않아 절룩거리며
두 팔 역시 움직이기 너무 힘들구나..오,가련한지고~``
이제 서서히 두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저 찬란한 대지로 향하라
살랑이며 불어오던 실바람은 저 밝은 꽃들에게 입맞추고
꽃들은 그에 답례하듯 살프시 고개숙여 정오를 맞고 있다.
그 눈부신 광장에서 마치 오월의 신부처럼 걸어보렴아....
116
대지에 가느다란 붓꽃이 흩날린다
생명의 원천을 타고흐른 바람결이 그 겨드랑이 사이로
푸른 나뭇가지에 돋은 잎새들을 향해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따가운 햇살은 6월의 언덕을 굽이치며 뜨겁게 대지를 불태운다
온들판마다 누렇게 익어가던 보리이삭들이 천천히 고개를 숙이고
농부의 그을린 얼굴과 굵은 팔뚝에는 힘살의 근육과 땀방울이 맺혀 있다
집안의 드높은 담장을 타고 파아란 포도넝쿨들이 작은 열매들을 움켜쥐고
젊은 아낙은 음식을 준비하며 부지런히 일터로 향한 발걸음을 제촉한다
지상에서 가장 아늑한 평화가 깃든 어느 작은 농촌에 한낮은 무르익고
새들은 즐겁게 지저귀고 합창의 여린 선율을 한없이 들려주노니
대지의 심장이여, 이제 한없이 꽃을 피워라!
117
오,천상의 아름다움이여,그대는 들으라-
나는 오늘밤 너희들을 위해 노래를 부르나니
온갖 꽃과 벌과 나비는 한데 어울려 춤추노라.
그리고 해와 달,별도 저 하늘을 빛내며
마침내 내 입술에 달콤한 축복의 키스를 보내오렴....
이토록 모든 생명이 그대와 나를 향해
미소짖고 춤추며 노래하는 밤이면
나는 어느덧 저 먼 세계를 향해 날아가는 지바퀴처럼
깃발을 펄럭이며 더욱 유유히 사라지리라.
꿈의 동산이여,아름다운 이상의 이끼여!
저물녘 황혼에 물든 갈대숲의 속삭임이여!
우리는 모두 어제의 행복한 별로 태어나
다시 끝없는 미래의 태양속으로 녹아들리라.
오,가련한 인간들의 역경이여....!
118
감람나무 숲에 숨은 비너스여 이제 네 모습을 드러내라
야트막한 능선엔 시원한 바람결이 일고 강줄기는 출렁이며
대지는 보다 푸른 산천을 향해 큰 기지개를 펴고 웃고 있구나
서늘한 무화과 잎이 살랑대는 그 그늘로 그대 발걸음을 옮겨보렴
거기 늘어진 수양버들이 그대 깊은 살갗에 돋은 털빛처럼 수놓고
귓볼이 발갛게 달아오른 앵무새들이 두 날갯짓을 살랑대며 노래한다
무슨 근심이 또 있으랴- 오늘을 사는 것,그리고 뿌리친 힘,의지와 권력
힘찬 노동,굳센 의지와 탄력,거뭇한 밑의 숲과 그림자...거기 솟구친 힘-
나는 그 거대하고 웅장한 분수대 앞에 앉아 쏟아진 물줄기를 굽어보고 있다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을 잠시 식히듯이 내 등걸은 일순 싸늘히 식어간다
거침없이 솟구친 그 물줄기는 끝의 정적에 갖혀 한동안 그 숨을 멈추고
극히 고요하고 아름다운 눈빛으로 이 지상을 찬란히 굽어본다
격정이 샘솟는 파도여! 그 물굽이여! 고요함이여....!
네 쓰라린 가슴에 움튼 작은 바위가 마침내 그것을 잉태하고 있도다.
119
천사여,나팔을 불어라
나는 검은 사자상(像)이 있는 눈부신 석대(石臺) 위에 올라서 있다
분출하는 피는 강물에 거대한 무지개를 그리다 사라지고
다시 고요와 평정이 온 세상을 지배한다
기억을 떠올려라,과거의 그 음습함에 처한 네 이마를 보아라
거기 무섭게 치솟은 분노와 울분과 격정과 서러운 눈물이 맺혀
마치 결정체처럼 빛나고 있구나!
넌 그것을 얻기 위해 밤 낮을 오직 그 미래를 향해 내달리고
거친 사막도 결코 두려움을 몰랐었다.그리고 오직 타오른 저 태양의
정령들과 함께 호흡하고 그 세계의 심장부에 네 초상화를 그렸었다
무엇이 두려운가? 이제 이 세상엔 오직 그 암흑과 두려움은 존재치 않으리라
생명들이 파노라마치는 저 거대한 평원을 한없이 굽어보라!-
작은 싹들은 크고 융성한 나무로 발돋움하기 위해 저희끼리 힘을 부합하고
큰 나무는 보다 아름다운 대지를 감싸기 위해 서로 어울려 춤추고 노래한다
아아,이토록 아름답고 고귀한 천상의 세계가 대체 그 어디에 다시 존재할까?
내가 놓인 자리,그 발자취,눈부신 언덕,고귀한 찬사,그대의 찬란한 두 눈빛들
생명이 꺼져가는 강에 마지막 비친 최후의 한줄기 빛처럼 모두가 찬란하다
고요한 대지를 두드려라-
그대여,그 작은 언덕위에 솟은 저 거대한 태양을 움켜쥐고 노래하라
소용돌이치던 태풍은 거대한 바위에 앉아 이제 조용히 그 장면을 지켜보노니
너희들의 그 아릿다운 춤사위를 달빛아래 고요히 비쳐 새 생명이 잉태케 하라
그리고 젖은 잎새와 낙후된 작은 숨결들마저 가슴에 안고 고요히 네 창에 잠재우라
영원으로 향한 줄을 매달아 그 위에 최후의 종을 매달고 힘껏 울리도록 하라
만 생명이 춤추는 그 골고다 억덕에서 이제 모두가 아름다운 평화를 맛보도록....
120
인생을 노래하던 천사들이여,
모두 모여들어 춤추고 노래하라
기쁨은 찬란한 음색으로 드높은 햇살에 나부끼고
슬픔은 암울한 강에 빠뜨려 분노의 화살촉을 만들어
마침내 세상의 가장 어둡고 깊은 숲속을 향해 쏘아 맞추리라
분노여,한없이 꿈틀대라!
어둠의 장막이여 거대한 깃발을 나부껴라!
석양에 잠든 암사자의 발톱을 입에물고 난 거침없는 지류를 향해
온밤내 내달릴지니 거기 그대는 마치 석상(石像)처럼 날 쳐다보라!
용틀림하는 내 피의 혈관에서 콸콸 혈류(血流)가 쏟아져 내린다
거대한 검은 강을 적시우고 끝없이 펼쳐진 미지의 세계를 향해
죽음처럼 펼쳐져간 저 거대하고 우렁찬 깃발을 보아라-
거기 삶이란 아주 작은 알맹체가 마치 티끌처럼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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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의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