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입담이 트레이드 마크인
김구라(38)가 공익성이 짙은 프로그램 MC로 나서 이미지 변신을 기대하고 있다. 화요일 낮 2시에 방송하는 SBS 에너지 캠페인 프로그램 ‘
행복 발전소’의 진행자로
윤현진 아나운서와 나란히 얼굴을 내밀어 팬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난데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프로그램 성격이나 방송시간대나 그의 기존 이미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런 만큼 그의 입장에서는 ‘행복 발전소’의 MC로 자신의 이미지 재고를 노릴 수 있는 기회다.
◇PD랑 친해서 맡은 MC. 변신 느낌 날까요
‘행복 발전소’는 고유가 시대에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 에너지의 경제적인 활용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난 4일 신설한 프로그램이다. 김구라가 선뜻 이 프로그램 MC 제의를 수락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다시 한번 그의 가감없는 언변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제가 여러 프로그램을 많이 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아나운서와 함께 하는 전통적인 MC는 하고 있는 게 없잖아요. 그런게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원래 시사에 관심이 있기도 했고. 제작진하고도 좀 친해요. 연출자가 제가 93년 SBS 공채 개그맨이 됐을 때 갓 입사한 신입 PD였어요. 그런데 화요일 낮 2시에 하는 줄은 몰랐어요. 낮 2시에 하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한다고 해 주변 사람들이 많이 의아해 하긴 해요. 그런데 제 입장에서는 시간대를 가리기보다는 다 열심히 하면 좋지 않나 그러는 거죠.”
그도 예전엔 어려운 시절을 겪었던 게 프로그램을 맡은데 영향을 주지는 않았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또 그렇네요. 저도 불과 4년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관리비며 이런 저런 돈 나가는 거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였으니까요. 지금 타고 다니는 가스차가 10년이 됐는데. 남들은 ‘차 좀 바꾸라’고 하지만 저는 가스차가 좋아요. 안그래도 요즘 기름값이 치솟아서 민감한데. 가스차는 ‘이빠이’ 채워도 4만원 정도만 하고. 그런 걸 따져도 (이번 프로그램이) 저랑 맞아요.”
그렇지만 원래 자신의 컨셉트인 거친 입담을 제대로 보여주기는 어려울 분위기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원래대로 하면 제가 윤현진 아나운서를 마구 놀리고 난처하게 해야할 텐데요. 그런데 ‘행복발전소’에 산업자원부에서 나오시는 박사님도 한 분 출연하세요. 그분이 조언을 많이 해주실텐데. 그분한테는 가감없이 질문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서민의 입장에서. 일반시민의 마음이 제 마음이나 마찬가지니까요.”
또 김구라는 “제가 생겨먹은게 원래 이런데. 캐릭터를 바꾸는게 쉽겠어요? 연기자도 아니고”라면서도 “이렇게 안 해본 프로그램 많이 해보는 게 조금 달라 보이게 하지 않을까요”라며 은근히 기대했다.
◇좀 쉬고 싶은데. 버릴 게 없어요
지난해에는 무려 9개 가량의 프로그램에 고정출연했고. 현재도 맡고 있는 프로그램이 SBS ‘이경규 김용만의 라인업’.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 ‘일요일 일요일 밤에’. KBS 2라디오 ‘김구라의 초저녁쇼’. OBS ‘진실과 구라’. tvN ‘김구라의 위자료 청구소송’ 등 너무 많다. 김구라는 “제가 많이 하면 할수록 제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시기라고 생각해서 프로그램을 안 가리고 하다 보니 많이 하기도 했어요. 돈이 되면 하자는 마인드도 있었고요. 프로그램이 워낙 생겼다 없어졌다 변동성이 있다보니 알아서 2~3개는 정리되는 것도 있어서 그랬죠”라며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정리를 좀 해야할 것 같은데…. 제가 힘들어서 안되겠더라고요. 일주일 내내 쉬지도 못하니까요. 또 이젠 정리 좀 해야할 때고요. 프로그램을 가린다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겠다는 거죠”라고 했지만. 이내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유는 정리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라디오는 저한테 근간이 되는 프로고. ‘라디오스타’는 효율이 적게 들면서 성과가 가장 좋은 저비용 고효율 프로에요. 왜냐하면 (출연 프로램 중) 시청률이 제일 높거든요. 그런 면에서 의미가 있죠. ‘라인업’은 마음 맞는 사람들이랑 소위 ‘선수들끼리’하니까 하면서도 재밌고. ‘일밤’은 많은 사람들이 주말 저녁 예능 MC를 하는 게 꿈인데. 제가 그걸 하고 있으니 프라이드를 느끼죠. 케이블 ‘위자료 청구소송’은 제 캐릭터를 차별화할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서 좋아요”라며 하나하나 맡고 있는 프로그램을 되새겨보니 정리할 수 있는 게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속사포 같은 말만큼이나 행동이 빠른 지 쉴새 없이 바빠보였지만 건강도 챙기고 친구도 만나는 등 할 일은 다 하는 것 같았다. “(지)상렬이가 ‘너는 생긴 건 그래도 몸관리는 전지현’이라고 해요. 또박또박 말하는데 강박관념 같은 게 있어서 목관리 위해 담배도 안피우고. 도라지에 죽염도 먹고요. 가글도 많이 해요. 운동은 운동신경이 없는 편이지만. 쉬는 날엔 등산을 자주 가고 동네 헬스클럽 가서
유산소운동 많이 하고요. 요즘은 골프 시작해서 공도 때리고요. 친구들이랑은 만나서 술마시는데. 어떻게 보면 재미없게 살죠? 그런데 먹고 살려면 어쩔 수 없어요. 그래도 뭐 어차피 죽으면 쉬는데요. 뭐.”